노숙 10일차.txt

어릴 때부터 일을 참 열심히 했다

배운 것도 뭣도 없으니 할 수 있는.. 그나마 돈 좀 주는 곳이라고 해봐야

공돌이 생활밖에 없었지

그렇게 거의 10년을 살았고

제대로 된 옷 한 번 산 적이 없었다

야상점퍼는 왜 그리 가지고 싶던지 참

딱히 그 생활에 불만 느껴본 적은 없다

그냥 난 잘 모르거든

남들처럼 웃고, 즐거워하고, 때로는 울기도 하고 그런걸 잘 몰라

그래서 불만을 못느꼈던거지

늘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었으니까

소소한 행복이라곤 일주일에 한번씩 대패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는 맛이 있었어

그렇게 올 해 스물 아홉이다

10년을 그리 살아도 달라진 건 없더라

평택,안산 등등 거치며 마지막에 지내던 곳이 구미

열흘 정도 전이지

일 하다 각혈을 심하게 했다

어디가 아프다거나 그런건 없었는데 기침하는데 피가 터져나오니 당황했지 그냥

과장님이 그거 보시더니 바로 휴게실 데려가서 눕히더라

그리고 한 20분 쯤 지났나 아웃소싱 직원 와서 병원가자 하대?

보험도 안되는데 응급실은 개뿔 응급실

그 돈이면 하루 일당 넘고도 차는데

그냥 집으로 데려다 달라 그랬다

가는 길에 얘기하더라

더 일 못하시겠네요? 그냥 쉬세요

어쩌겠냐 하찮은 비정규직 따위가 거기서 무슨 말을 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말지

기숙사도 내일 오전중에 빼주라 그러더라

일 안하면 방 빼는거야 당연하니까 그것도 오케이 했지

대신 당장 갈 곳 없는거 아시니 짐 하루만 맡아달라고 갈 곳 알아보고 짐 바로 가져간다고

절대 하루 안넘긴다고 얘기했지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피씨방가서 면접 볼 곳 대충 좀 알아보고

나간 김에 은행도 좀 들르고 기숙사 돌아왔는데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더라고

뭔가 싶어서 전화했더니

새 직원 입주했다고

전화드렸는데 안받으셔서 짐은 다 폐기처분 했어요~

존나 어이가 없는거야 순간

그 서너시간 사이에 내가 전화 못받았나? 해서 통화기록 봤는데도 아무것도 없어 ㅋㅋㅋㅋㅋ

전화 온 거 없습니다 저 어제 분명 말씀드렸습니다 짐 하루만 맡아달라고 여기 카톡 내용도 있습니다

통화목록 캡쳐 후 전송했고

전화 온 거 없잖습니까 그걸 그 몇 시간 사이에 다 버려버리시는게 말이 되는 겁니까 이랬더니

저는 분명 전화드렸습니다 무한 반복

거기서 내가 어쨌을 것 같냐?

집 근처 쓰레기 모여있는 곳 다 뒤졌다 ㅋㅋㅋㅋㅋㅋ

없드라 아무데도

그 때 생각했지

그래 이건 죽어야 될 타이밍이다

완벽한 타이밍이다 이 이상 없다

그 때 내 소지품이라곤

검은색 반팔 티셔츠, 후줄근한 츄리닝 바지, 휴대폰, 슬리퍼

이 몰골로 면접 보러 간다는 것도 상상이 안될 뿐더러

다 합쳐봐야 몇 십 만원도 안되겠지만

밥통이니 수저니 그릇이니 차곡차곡 모아오고 그랬던 살림들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리니까

지난 내 10년이 완전히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더라고

죽자

마냥 걸었다

그 날 아침 휴대폰 요금까지 내는 통에 수중에 가진 돈은 딱 만 원

담배나 한번 펴보자

얼마나 좋은건데 이리들 못끊나 싶어서 펴보고

5천원 정도 남은걸로 피씨방 들어갔다

이런저런 똥글 쓰고 ㅋㅋㅋ

병신새끼마냥 갑자기 무슨 마더 테레사가 빙의했는지

일게이들 중 돈 안드는 소원 가진 놈 있냐? 이런 글도 올렸었다

어차피 죽을 마당에 누군가에게 도움이라도 되고 싶었거든

5천원 피씨방에서 얼추 다 쓰고 나니

뜬금없이 배가 존나 고프더라

돈은 없는데 배는 고프지

휴대폰 전당포에 맡겼다

병신똥폰이라 그런지 2만원 주더라 ㅋㅋㅋㅋ

돈까스가 갑자기 존나 먹고 싶었어

김밥천국 가서 대충 사먹고

이제 어디서 죽어볼까 하고 한참 생각했다

남한테 폐 끼치는 건 싫었거든

근데 갑자기 존나 억울한거야

난 왜 이렇게 되버린거지? 싶더라고

난 잘못한게 없거든?

근데 결국 노숙자가 됐잖아?

존나 억울해 갑자기

동사무소를 가보자 싶었다

이러저러한 사정이다

도움을 받지 못하면 난 죽게 될거다

근데 이대로 죽긴 억울하다

그 때 긴급생계지원이란 걸 알려주더라

들어는 봤었지

진짜 국가공인 앰창인생들만 커트라인 넘긴다는 그거

근데 이게 본인 주소지에 있는 관공서를 가서 신청을 해야 된다더라

난 주소지가 마산이거든

차비 챙겨주더니 마산 가서 상의해보시라고

지금 ㅇㅇ씨 상황이면 이건 90프로 이상 나온다고

마산으로 왔고

도착하니 저녁이라 구청은 닫았더라

그래도 한 만원 여유있어서 찜질방 가서 누워있는데 잠이 안와 ㅋㅋ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죽을라고 마음 먹었던 놈이

이거 안나오면 어떡하지 생각하면서 잠을 못 자 ㅋㅋㅋㅋ

다음 날 아침 바로 구청 찾아갔고 상담 받았다

심사에 이틀 걸린다더라

근데 구미 동사무소 직원하고 비슷하게 말하대

ㅇㅇ씨 상황이면 거의 나온다고

확답은 안 해 절대 ㅋㅋ

심사 끝나면 며칠 내로 통장으로 지급되는 부분인데

그 부분은 구청에서 하는게 아니고 은행에서 하는 부분이니 저희한테 여쭤보셔도 입금시기까지 정확히 알 순 없다고

근데, 적어도 주말 되기 전까진 들어온다고 좀만 버티라고

그 날부터 노숙했다

대학병원 응급실 환자 보호자인 척 로비 의자에서 자고

영업 끝난 상가 건물에 박스 깔고 자고

그러면서 매일 구청 찾아갔다

심사는 어찌 되었는지

이틀짼가 얘기해주더라 승인 났다고

근데 그 때부터 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배고픔과 잠자리로 힘든 지금 당장 상황을 해결한다고 해서 내가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다시 그 아무 의미없는 반복적인 일상을 견뎌낼 수 있을까

그건 그거고

존나 춥더라

배도 존나 고프고

진짜 북쪽 꽃제비마냥 며칠 버텼다

인력사무실이란 사무실은 다 찾아다니면서

제가 지금 이러저러한 상황인데 일 좀 시켜주실 수 있느냐

남는 작업복이나 안전화 있으시면 하루만 좀 어떻게 안되겠느냐

다 안된대 씨발 진짜 ㅋㅋㅋ 마산에 있는 곳은 한군데도 안됐어

족히 서른 군데는 다녔을텐데

안전화 빌려주는건 무조건 보증금을 받아야 한대

하루 하고 현장에서 일당 받고 수수료도 안준 채 안전화까지 가지고 도망치는 새끼들이 그렇게 많대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은 그 때 처음 들었어

존나 웃기지 죽겠다고 마음 먹었던 놈이

춥고 배고프고 힘들고 이런 원초적인 본능에 굴복해버린거잖아

자괴감이 쩔더라고 정말

어찌저찌 마산에 있다가 창원까지 건너오게 됐다

차 타면 20분이면 가는 곳이다만 걷고 걷고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고

여기서 하루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인력사무실이 아니고 현장에서 옷과 신발을 빌려주셨거든

밤 새고 일해서 그런지 죽을 맛이었는데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열심히 했다

11만원 받고, 수수료 떼니 9만 9천원이더라 ㅋ

추운게 너무 싫어서 바람막이 하나, 싸구려 운동화 하나, 가방 하나 샀다

당장 휴대폰이 없으니 알람시계도 작은걸로 하나 사고

컵라면에 도시락까지 든든하게 먹고 자러갔지

내일도 나가야겠다! 하고 알람 맞추고 잤는데

알람 소리가 안들렸는데 내가 깼더라고 ㅋㅋ

시계보니 다섯시야

와. 난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구나 하고 출근할라는데

뭔가 그 찝찝한 느낌 아냐?

창 밖 보는데 새벽 다섯시에 사람이 존나 많어 ㅋㅋㅋㅋ

알고보니 오후 다섯시 ㅋ

거진 24시간을 기절했던거야 알람도 못듣고

그래 내가 많이 피곤하긴 했나보다 하고 그냥 다음날 아침까지 푹 쉬다 나왔다

나올 때 찜질방 비 한번 더 정산했지………..12시간 넘으니 떠블이더라고

그리고 계좌부터 확인했다 지원금 들어왔나 보려고

안들어왔더라..마침 또 일요일이라 구청은 통화도 안될거고

뭐, 늦어도 화요일엔 주겠지! 주말에도 일 꾸준히 있다 그랬으니까

하고 룰루랄라하며 인력사무실 나갔다

일 바로 보내주더라

요즘 일이 많더라고..

현장 도착해서 작업 시작하는데

뜬금없이 운동화 한쪽 밑창이 분해되버림

존나 당황해서 현장 소장한테 물어봤지

혹시 여기 남는 신발 있습니까?

없대 ㅋㅋㅋㅋ 그리고 애초부터 왜 안전화 안신고 왔녜 집에 가래

돌아왔지…..

그리고 돈은 또 없고

갈 곳도 없고

애미없는 병신운동화 씹새끼는 밑창 덜렁덜렁 거리고

신발 없으니 내일 또 일은 못할거고

존나 짜증이 나는거야

별 좆도 아닌 신발 하나 때문에 이 위기에 빠진거잖아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이런것마저 지금 내 운명을 좌지우지 한다는게 좆같더라고

그 와중에도 ATM기로 잔액확인은 계속했다

오늘만 한 서른번은 했을거야

결국 안들어왔고.. 내일은 들어올거라고 걍 생각하고 있다

근데 지금, 그리고 오늘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당장 가진 건 없지. 뭘 하든 하루는 버텨야 하지.

그 와중에 일베 생각 나더라 ㅋ

전에 소원 관련 글 싸면서 따뜻한 말 해줬던 애들 생각도 나고..

그래서 걍 솔직히 말하면 이 근방 사는 애 있으면 운동화든 안전화든 하루만 빌려볼라 그랬음

근데 들어와서 서너번 낚시 쳐 당하고 ㅋㅋ

그 와중에 겜방비는 이미 가진 돈 오버하고

나 살아야되냐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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