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동안 짝사랑한 좇병신 일게이썰 ssul. 29 마지막.

당시 1996년 우리 슨상님이 즉위하시기 1년전. 나는 중학교1학년 이었고, 나름 괜찮은 학교생활을 하고있었어.

학교성적은 전교1,2등 이었고, 외모도 나름 평타인것 같아서 그런지 항상 주병에 친구도 많았고, 회장을 놓친적이 없었었어

하지만 후에 인기 많은 배경이 지역기반 XX공장 임원급인 우리 아버지 때문이어서 였다는걸 알게되. .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 내가 살던 지역은 한 반의 절반이상의 부모님이 XX공장 혹은 그와 관련된 하청업체에서 일했기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당시 XX공장 임원급이었던 아버지의 아들이었던 나한테 친하게 지낸거지..

나름 괜찮았던 96년이 끝나고, 97년이 되고 대한민국에 세월호만큼 아니 더 큰 아픔이 일어났어 IMF

IMF사태가 일어나자, 온 거리엔 노숙자와, 자살하는 사람이 넘처나고, 작은 중소기업부터, 대기업 기아자동차, 대우그룹까지 모조리 도산했지.

아버지 회사이던 XX기업도 경제적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어. 그래서 대규모 인원감축을 강행하지.

다행히 우리 아버지는 해고를 피해갔지만, 같은 반 친구들의 아버지는 피해가지 못했어.

아버지가 해고당한 친구들은 처음에는 나한테 되게 잘해줬어. 맨날 먹을거 사다주고, 집 방향이 다른데도 같이 집에가고.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나한테 부탁하더라. 우리 아버지한테 부탁해서, 자기 아버지 복직 좀 시켜달라고.

나는 평소에 아버지한테 그 얘기를 해서 그 부탁이 안된다는 걸 알고있었기 때문에, 좋게 타일렀지.

처음에는 그 친구들도 알겠다고 하더니 점점 나와 얘기를 안하게 되더라. 솔직히 난 상관없었어. 별로 나랑 안친한애들이었거든

그런데 어느날부턴지 나와 말을 안하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어느새 나는 반에서 왕따가 됬어.

왕따도 처음에는 말해도 무시하는 존재로 시작했는데, 어느샌가 빵셔틀과, 심심하면 쳐맞는 그런 존재가 됬어.

자기 아버지가 내아버지의 직장부하도 아니니, 이제 나한테 잘 보일 필요가 없어진 거지.

끝까지 내 곁에있던 몇몇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하더니, 우리아버지마저 회사에서 짤리자 내 곁엔 아무도 없게 되더라.

그 당시는 하루하루가 힘들었어. 하루종일 맞고, 삥뜯기고, 빵셔틀 노릇까지 했으니. 그걸 시키는 애들이 한때 내 친구였다는 사실도 날 더 힘들게 했고

하지만 나보다 우리 부모님이 더 힘들테니까, 그리고 4살 여동생을 위해서라도 버티기로 했지.

해가 바뀌고 금모으기운동 등등 국민들의 노력으로 경제 상황은 조금씩 낳아지기 시작하는데, 난 왕따강도가 더더욱 심해져서 정신상태가 미쳐가기 시작했어.

그러던 어느날 수업중에 방송에서 날불러서 교무실에 가 봤는데, 담임선생이 자기 따라오라면서 날 자기 차에태우더라

난 학교를 벗어날 수있으니까 신나서 차에 탔지. 차가 30분 정도 달렸나? 차가 병원 주차장에서 멈추더니 나보고 내리라고 하데?

그래서 내리고 몇분걸으니까 장례식장에 여동생이 자주보던 유치원 선생님이랑 밖에 서있더라.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신 거지.

장례식장에 들어가서 상복으로 갈아입는데 눈물이 한방울도 안나더라. 그냥 슬프다기보다 허탈했지.

들어오는 사람에게 맞절하고, 여동생은 세상 편히 자고있고. 사람들은 술 더달라고 진상부리고

맨날 집에와서 자기 힘들다고 돈 조금만 빌려달라고 은혜를 평생 안잊는다던 친척들이 나와 여동생 받아줄 여력이 없다고, 서로 싸우고나 있고.

진짜 몇년 안살았는데 인생이 허탈했어.

장례식이 끝나고, 나와 여동생은 관악구 봉천동 산동네에 사시던 할머니집에 사는걸로 결정됬어.

원래는 고아원에 맡기기로 되있었는데, 할머니가 친척들한테 너네가 그러고도 형제냐면서 나와 여동생을 키우기로 해줬지.

할머니 집에 가기전 나는 짐을싸러 내가 살던 집에 들어갔는데,안나오던 눈물이 나오는데 그제서야 실감나더라 우리부모님이 돌아가신게.

아침쯤에 집에 돌아갔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늦은 오후가 되더라.

나는 그때 반쯤 미쳐서 내가 살아가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자살을 결심했지.

자살할 곳을 찾아서 돌아다니는데, 버스정류장이 보여서서 부산행티켓을 샀지. 부산을 고른 이유는 별게 아니라 그냥 가장빠른시간 티켓이어서 였어.

부산에 도착하니까 오후7시쯤. 여름이라 그런지 아직 밝았었어. 그리고 사람도 많고, 장례식장에 돈을 받아 수중에 돈은 많이있어서 그냥 돌아다녔어.

부산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녀도 전혀 즐겁지가 않더라. 사람들은 하나같이 웃고있는데,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였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새벽2시쯤 되니까 사람들이 안보이기 시작했지.

문을 연 구멍가게가 있길래 남은돈으로 처음으로 소주를 샀어. 뭐 죽을려고 했던 놈이니까 두려울게 없었고.

처음에는 미성년자라고 안된다고 하다가, 내가 10만원주니까 속 버린다고 새우깡까지 챙겨주더라

소주3병과 새우깡을 들고 바닷가에가서 모래위에 앉았어. 술이 조금들어가니까, 눈물은 안나오고 그냥 웃음밖에 안나오더라.

불과 2년전에 학교에서 회장이었던 내가 왕따가 된현실도 웃기고, 행복했던 가정이 한순간에 파탄난것도 웃겼지.

새우깡을 먹지도 안은채 소주 3병을 그대로 먹고, 난 바닷가 속으로 들어갔어.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는데도,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전혀 무섭지 않앗어. 그냥 빨리 죽고싶었어.

죽고 일어나면 다시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갈것만 같았어. 마침내 물이 차올랐고 난 그상태로 힘을 뺐어.

정신을 차려보니까 난 모래위에 누워서 물을 토하고 있었어. 누군간 내 가슴팍을 세게 치고 있었고.

처음에는 숨을 쉬어도 쉬는것 같지가 않았는데 조금 지나니까 괜찮아 지대? 그리고 눈을 떴지.

눈을뜨니까 한 소녀가 눈에 띄었어.그 소녀는 흰 원피스를 입고있었는데, 온몸이 젖고 속옷이 다 비치는데도 나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어

당시 탤런트 김희선이 토마토 라는 드라마로 인기가 많았는데, 김희선이 그렇게 예뻤어도, 내눈에는 그 소녀가 더 예뻐보이더라.

내가 정신을 차리니까 그 소녀는 CPR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울기 시작했어.

난 당황했지. 한 밤중에 물속에 빠진 날 누군가 구했다는것도 믿기지가 않았지만, 날 구한 사람이 나와 비슷한 나이일것같은 소녀라는것도.

그녀는 더욱더 크게 울기 시작했고, 난 그래도 그 소녀를 달래야 될것같아서 말을 꺼내야 될것같아서 말을 할려고하는데,

예쁜 사슴같은 눈으로 날 쳐다보는데,난 당황해서 날 왜 구해줬어 시발년아 라고 말했지.

지금의 나도 가끔 그 생각을 하면 이불킥하는데, 그녀는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그녀는 그말을 듣자 곧장 울음을 그치더니 어이없다는 눈으로 날 쳐다보더라.

그리고 그녀는 나한테 (내 기억으로는) 이렇게 말했어. 누가 내가 보는 앞에서 자살하래?시발놈아. 이 세상엔 살아가고 싶어도 죽는 사람도 있는데,

매일 병때문에 죽고싶어도 살아가려는 사람도 있는데. 넌 가족없어? 가족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난 그 말듣고 처음에는 우리 부모님 돌아가셨다고, 날 두고 떠났다고, 반박하려다가 누군가 떠오르더라. 어린 여동생

나는 적어도 부모님에게 사랑받고 자랐지만, 내 여동생은 내가 죽으면 사랑하나 못받고 살게 뻔했지.

여동생한테 미안한생각에 눈물이 조금씩 나오다가, 결국엔 터졌었어. 근데 그녀도 같이 울기 시작하더라. 누가 남자가 울래? 개새끼야 하면서

그렇게 한참을 울었더니 점점 밝기 시작하고 울음도 서서히 그쳐갔지.

밝아지니까 서로 콧물범벅인 얼굴이랑, 모래 투성인 얼굴이 웃겨서 또 한참을 웃었어. 주위에 사람들이 있었으면 우릴 병신으로 봤을거야

웃음도 그쳐가고 서로 어색해질무렵 그녀가 일어서더니, 너 나한테 빛졌지? 그러더라.

내가 그렇다고 말하니까 그녀는 나도 여기처음인데 그럼 나랑 같이 시내구경하자.

라고 말했어. 그녀와 헤어지기 싫었던 난 병신처럼 크게 그래 라고 말하고. 그녀는 또 웃고.

그렇게 그녀와 같이 부산시내를 놀러 다녔어. 당시 여름방학시즌은 아니었지만, 바로 직전이라서 그런지 사람도 꽤 많았고, 놀거리도 많았지.

어제 내가 혼자서 돌아다녀도 슬프기만 했던 부산거리를 그녀와 걸으니까 아무것도 안해도 그냥 좋더라.

돈이 별로 없어서 밥도 분식집에가서 먹고 , 돈이 많이 드는 곳은 못갔지만 그냥 좋았어.

어느덧 시간은 어두컴컴해졌고, 서로 어제 갔던 바닷가를 다시 갔어. 그녀는 어려워하면서 말을꺼냈지. 왜 자살하려고 했냐고.

난 처음엔 말하기가 부끄러웠지만, 그때까지 겪었던 이야기들을 다했어. 어떻게 왕따가 됬는지, 어떤 괴롭힘을 당했는지. 그리고 부모님의 죽음까지도.

처음에는 같이 날 괴롭힌애들을 욕했주던 그녀가 내 부모님의 죽음얘기를 듣고 또 한참 울더라. 그리고 내 친척얘기를 하니까 또 욕하고.

지금까지 있었던일 다 말하니까 속이 되게 편해졌고, IMF 이후로 처음으로 행복인것같은 감정을 느꼈지

그리고 나서 그녀가 좀 걸을까? 하고 말하더니 자기 얘기를 꺼냈어.

“나는 학교를 다닌적이 없어. 어렸을때 병이발견되고, 그 후 계속 병원에서 지냈어. 내가 너에게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병원에서 배웠기 떄문이야.

하루종일 병원에만 있다보니, 아는게 그런 거밖에 없었거든. 그렇게 10년 가까이 병원에서 살고 며칠전에 집에 가게 됬는데,

크고 정원이 있었던 집이 반지하의 집이 되버렸어. 중소기업의 대표였던 우리 아버지회사가 부도가 난거였지

난 부도가 나도 내 병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가자는 아버지의 얘기를 듣고 내 존재가 가족한테 폐밖에 안되는 걸 느꼈어,그리고 난 집을 나갔어

사실 난 널 구할 자격도 욕할 자격도 없어. 나도 죽을려고 했거든”

난 한없이 밝았던 그녀한테서 그 얘기를 듣고 난 충격에 빠졌었어. 그녀를 안지 하루도 안됬지만, 어두운 나와는 전혀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거든.

그녀는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억지로 웃으면서 나한테 얘기했어.

“하지만 다시 살아가 보려고. 내가 여기서 죽으면, 엄마아빠 더 슬퍼하실테니까. 숨겨둔 돈이 있다는 엄마아빠의 말이 거짓말이 라는걸 알지만,

살아가 볼래. 나도 살테니까 너도 살아야되? 알겠지?”

난 알겠다고 약속할 수 밖에 없었지.

사실 그 전엔 맘속으로는 그녀가 떠나고 다시 살아갈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 생각은 그 이후로는 안하기로 맘을 먹었어.

그리고 완전히 밤이 되고, 우린 서로 말을 하지않고 걷기만 했어. 걷다보니 정류장 앞이었고, 그녀는 화장실 갔다온다고 해서 난 알겠다고 했지.

그녀는 부산버스정류장근처에서 화장실 간다는 그녀는 갔다오더니 나한테 표를 건넸지. 집쪽으로 가는 야간버스 표.

바닷가에서 잠깐 사는 곳 얘기했는데,그걸 기억하고 사준거야.그녀도 서울로 가는 야간버스를 산 후였어

나는 하루만이라도 그녀와 같이 있고 싶었지만,그 말은 안하기로 했어. 폐가 될까봐

어느덧 버스시간은 되고 그녀의 야간버스시간이 되서 그녀는 버스를 탔어. 난 그녀와 조금이라도 말할려고, 그녀 버스자리 밖에서 얘기를하고.

버스가 시동을 킬때 난 용기를 냈지. 집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그러더니 그녀는 곧 한국떠나서 집 전화번호 없다고, 내꺼 알려달라고 하는데, 나도 살던 집 번호는 쓸모없고 할머니집으로 이사가게 되서 나도 몰랐거든.

버스는 갈려고 하고, 이대로 서로 전화번호를 모른채 헤어지나 싶어서 막막했는데, 그녀가 버스 좌석에 비치된 팜플렛에 뭔갈 적더니 나한테 줬어.

그녀의 이메일 이었지. 버스가 출발하기 시작하고 그녀는 말했어 꼭 연락해 안하면 죽어.

그녀와 그렇게 헤어지고, 난 그녀가 준 표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지. 내 머리속은 그녀 생각밖에 없었어.

그 후 얘기들이 많지만, 일단 여기까지만 쓸께. 내일 일찍 일어나야되서

그녀와 헤어지고 나는 관악구 봉천동 산동네에 이사갔어. 나와 여동생을 키워주기로 한 할머니가 거기 살았거든

지금은 관악구도 재개발도 많이 되고 옛날 집도 많이 없어진거 같은데, 당시 내가 살던곳은 대다수가 옛날집이었어.

하지만 다행히도 나와 내 여동생이 살게 된집은 그나마 최신집이었어. 화장실도 공용화장실이 아니었고.

지금 생각해도 꽤 좋은 곳이었지. 근처에 남서울유치원이라고 3층자리 크고 좋은 유치원이 있었고, 서울대입구역이 근처에 있어서 나름 편했지.

차츰 나도 여동생도 안정을 찾아갈때, 난 그녀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로 결심했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컴퓨터가 없었어.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보면 가정집마다 컴퓨터가 있던데 그건 걔네집 부자여서고.

서민, 아니 나같은 정부보조금 받기 직전인 우리 가족한테 해당이 안 되는 일이야.

할머니한테 부탁해서, 같이 근처에 잘사는 집사람한테 자존심 구겨가면서 컴퓨터 쓰게 해달라고 부탁하는데 대다수가 없었고,

드물게 몇몇 컴퓨터 있는 사람들은 안된다고 하더라.

그날부터 컴퓨터를 살려고, 신문알바를 했어.

산동네쪽은 오토바이가 못 돌아다녀서 보통 일주일만에 다들 그만두는데, 난 한달을 버티니까 사장님이 날 되게 좋아했어. 그러던 어느날

 

신문할배가 나한테 새벽같이 일어나는 것도 힘들텐데 왜 이 일을 계속 하냐고 물어보더라.

 

난 컴퓨터 살라고 한다고 하니까, 신문할배가 근처에 카페 열었다고 급한거면 거기가서 하라고 했어.

 

나는 답답해서 이렇게 말했어. 카페는 커피파는 곳이고 내가 사려는 건 컴퓨터라고.

 

신문할배가 내 말을 듣고 말했어. pc카페라고 하던디, pc가 컴퓨더 아닌가? 아님말고

 

그 말들고 사장이 알려준 곳으로 뛰어갔는데, 정말 사장님이 알려준 곳에는 pc방이 있었어.

내 기억으로는 당시 스타크래프트랑 바람의나라(당시 인기게임)의 인기로 전국적으로 pc방 창업붐이 있었거든.난 그걸 몰랐던거고

그렇게해서 겨우 그녀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었어. 그 날부터 거의 매일 이메일을 보냈지.

거의 매일 pc방에 와서 사장형이랑 친해질 정도 였어.

난 그녀에게 메일보내는 시간을 빼면 거의 하루종일 공부를하고, 그녀는 하루종일 병원에 있다보니 메일의 내용은 쓰잘데기없는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난 그게 좋았어. 매일 10시간 가까이 공부하는게 힘들어도 그녀의 메일 한통 보면 피로가 사라졌지.

시간이 지나고, 난 근처의 고등학교에 입학했어.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관악구긴 하지만, 동작구에 가까웠고, 근처에 아파트가 많아서 면학분위기가 조성됬는데, 고등학교는 난장판이더라.

수업시간에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어. 수업시간에 공부하는 날 이상한놈으로 취급할 정도였으니까

처음에는 또 왕따시키는거 아닌가?하면서 불안했는데, 다들 고등학생이다보니 그런일은 없었어.

그렇게까지 내가 공부를 한 이유는 성공에 대한 열망도 있지만, 그녀를 위해서였어.

지금생각하면 어리서운 생각이지만, 그녀의 병을 고치기 위해 의대를 가고 의사가 되고 싶었거든.

그냥 의대에 가서 그녀를 고쳐주고 싶었어. 하지만 그녀에게 말은 하지는 않았어. 왠지 쪽팔렸거든.

그렇게 3년간 고등학교에 들어간후 하루에 12시간 가까이 공부를 했어. 지금 내가 생각해도 어떻게 버텼는지 참

3년 후 수능점수 발표날. 2002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이었는데, 전부 1등급이 나온 수능성적표를 받고, 그녀에게 자랑을 하려고 pc방에 갔어.

형동생 사이가된 pc방 사장형과 여러 친한 게임폐인아저씨들한테 축하를 받았지.

수능점수를 기다리느라 애간장이 타서 한동안 메일을 못쓰다가 메일을 쓰려고 사이트에 들어가니까 먼저 메일이 와있더라.

메일을 확인하니까 그녀가 이식수술하게될 장기를 찾았다는 메일이었어.

그녀의 병이 있는 장기는 이식하지 않으면 생존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그런 장기였거든. 난 그날만큼 행복했던 날이 없었던 것같아.

또 그 메일에는 그래서 앞으로 수술날까지 메일을 못하니까 전화번호 알려달라는 내용이 있었어. 난 노파심에 3번이나 같은 메일을 보냈어.

그 다음날 전화가 왔어. 그녀였지. 그녀의 목소리를 3년만에 듣는 거였는데, 진짜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서 그녀의 말이 안들릴 정도였어.

그녀는 여전히 밝고, 명량하더라. 전화기밖에서 그녀의 웃는얼굴을 보는것 같을정도로

그녀가 끊을려고 할때 나는 말했어. 수술날 곁에 있고 싶은데 가도 되냐고. 그녀는 안된다고 대학교에서 공부하라고 하더라.

사실 그녀가 반대해도 갈려고 했는데 그녀가 있는병원을 모르니까 속만탔지.

끝까지 안된다고 한 그녀는 끊기전에 말했어. 건강한 몸으로 여름에 갈테니까 6월1일 점심에 시간 비워두라고. 한국에서 같이 밥먹자고

그리고 자기는 이제 이메일 삭제한다고, 이제 나랑 이메일안하고 같이 있을거라고 했어.

난 휴학을 해서라도 시간을 비운다고 했지.

그녀가 만나자고 한날은 2002년 여름. 한일월드컵이 개최하는 날이었어.

 

 

2002년 불과 5년전만해도 IMF를 겪은 나라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우리나라는 많이 달라져 있었어.

아시아의 작은나라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게 됬으니 말 다했지 뭐.

사람들은 하루빨리 월드컵을 보려고 6월이 되길 바랬지. 하지만 난 다른 의미로 월드컵 개최를 기다렸어.

6월 1일 그녀가 새 장기이식을 받고 건강해진 몸으로 한국으로 온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녀와 전화를 한날이후 그녀는 이메일을 보내지 않았지만,그래도 난 매일 이메일을 보냈어.

습관이 되기도 했고, 그녀가 이메일 주소를 삭제한다고 말해서 읽지못한다는걸 알지만 그래도 메일을 보내면 조금이라도 그녀에게 힘이 될거 같아서야.

그때 미국으로 가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녀가 있는 병원주소도 모르고,그녀가 다 낳을때까지 안만나야지 다 낳을것같다고 해서 참기로 했지

난 참기로 했어. 그냥 그런 마음을 숨기고, 공부에 쏟기로 했지.어느정도 였냐면 OT가서도 참고서를 가져갈 정도였으니까.

근데 놀라운건 참고서가져온건 나뿐만이 아니더라.

아무튼 그정도였어. 동아리도 가입안하고, 선배,동기들과 술먹을 일이 생겨도 아프다고 핑계되고 공부할 정도 였으니까

그렇게 지내도 괜찮은 여자들이 꼬이더라. 다른 남자들은 먹고 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러지는 않았어. 그녀를 배신하기 싫었거든.

시간이 지나가고, 5월 31일이 됬지. 그날은 월드컵이 개최되 어느때보다 사람들이 흥분해있었고 그날 난 처음으로 유명한 강남의 미용실에 갔어.

평소에 관리를 해놨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잘생기고 싶었거든. 비록 머리빨로 커버하려고 했지만,

거기서 당시 인기였던 배용준 욘사마머리를 했지. 노란 부분염색.

망해서 결국 다시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머리를 짧게 잘랐지만, 아무튼 꽤 괜찮았던걸로 기억해

6월 1일 아침이 되자마자 이메일을 확인했지만, 그녀의 이메일은 안왔더라.다른 이메일 주소라도 써서 보내줄것 같았거든. 많이 불안했지.

그래도 그녀를 믿기로 했어.그녀는 온다고. 작년 겨울에 약속했던거처럼 6월1일 점심때쯤 올꺼라고.

아침일찍 택시를 탔어.

“공항으로 가주세요”

“인천으로 갈까? 김포로 갈까?”

그때 5분간 패닉상태에 빠졌어. 난 공항은 김포공항만 있는줄 알았는데, 그생각을 못한거야.

참고로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1년전에 개항했거든. 그떄 나이 있었던 게이들은 알꺼야.그 당시 공항은 김포공항 이었으니까

난 택시에서 내려서 공중전화를 찾았지. 근데 평소에도 줄이 길지만 그날따라 유독 줄이 길어서 다시 집으로 뛰어갔어

집에가서 친구들 도움받을려고 연락처를 찾으려고 하는데, 항상 정리를 하는데 패닉에 빠져서 그런지 유독 이상하게 안 보였어.

좇됬다 싶었지. 그냥 2분의1확률믿고 인천갈까 싶었는데, 그녀가 만약에 김포공항도착하는 비행기였으면 다신 못만날거 같았어

그때 생각난게 뜬금없지만 pc방 사장형이었어. 뒷일을 생각안하고 pc방에 뛰어갔지.

들어가자마자 형한테 도와달라고 했어. 형은 망설이지도 않고 알겠다고 말하더라.

그리고 대강 사연말하니까 형은 pc방 손님들한테 급한일이 생겨서 나가달라고 했고, 몇명이 안나가니까 전원자체를 껐어.

손님들은 당연히 항의하다가, 형이 항의하는 손님들에게 진짜 죄송하다면서, 돈을 건네니까 떠나더라. 진짜 그땐 형한테 미안했지.

나때문에 거의 한달치 가까운 매출이익을 잃었으니까.

떠나려고하는데, 형이랑 나와 친한 게임폐인아저씨가 날 도와준다고 하더라. 그땐 너무 고마워서 눈물밖에 안나왔어.

그리고 pc방에 나가서, 계획을 대강 말했어. 내가 인천공항에 갈테니까, 형들은 팜플렛들고 그녀를 기달려달라고.

형들은 알겠다고 하고, 근처 문방구에서 하드보드지 몇장이랑, 사인펜을 사고 택시를 잡으려고 했어.

근데 그날 진짜 마가 끼었는지 택시가 안잡히더라. 아침만해도 빈차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20분은 버렸나? 포기하려고 할때 신문배달했을때 사장할배가 우연히 말을 걸어줬어.

내가 사연을 말하니까, 할아버지는 그걸듣고 떠나더라. 매정하다고 느꼈을때,뒤에서 경적을 울리는데 할아버지 차였어.

다마스.  할아버지는 급하게 신문을 치웠는지 안에 신문이 있었어.

진짜 다들 고마워서 눈물밖에 안나왔어.형들은 울면 산타안온다고 놀리고, 할배는 울면 엉덩이에 뿔난다고 말도 안되는 농담하고.

운전대는 형이잡고 우리는 김포공항으로 갔어. 시간은 나름 넉넉한 시간이였고 신차이긴 했지만, 다마스가 고속도로에서 달릴리가 없기 때문에 꽤나 촉박했지.

형이 운전하고 있는동안에 나는 어떤말을 쓸까계속 고민하다가, 거의 다 도착했다고하자 생각내는대로 썻는데,

이시은양 건강해져서 한국에 온걸 환영합니다. 저희는 XXX(내이름)친구입니다.

처음엔 그걸 폐인형이 웃더니, 나중엔 운전하던 사장형도 들어서 사고날뻔할 정도로 웃더라.

김포공항엔 폐인형이랑, 할배가 내리고 형과 난 인천공항으로 갔어.

너무 긴장해서 손떨림이 멈추지가 않고, 한여름이었는데 이가 떨릴정도 였어.

내 사정을 대강 아는 형은 긴장하지말라고, 그녀는 반드시 올거라고 말했지.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난 내리고 형은 김포공항으로 갔어.

인천공항은 개항된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김포공항보다 훨씬 큰걸보고 어떻게 찾을지 한숨밖에 안나오더라.

결국 직원도움을 받아서 미국에서 곧 도착하는 비행기 게이트앞에 섰지.

그 비행기 탄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제서야 불안감에 빠졌어.

만약 못 알아보면 어떡하지? 안오면 어떡하지? 설마 수술중에 죽은건 아니겠지.

사람들이 다 나왔는데, 그녀는 안왔어. 다음 비행기 탔을거라고 자위 할려고 했지만, 그 땐 불안감에 제정신이 아니었어.

돌아가려고 하는데 문이 열렸어. 흰원피스를 입은 여자였어.

설마하는 마음으로 그여자를 봤지.

예쁜건 맞고 느낌도 비슷했지만 내가 알던 그녀가 아니었어. 6개월전 이메일로 수술떄문에 머리를 잘랐다고 한 그녀였는데

흰원피스의 그녀는 머리가 길었고, 가슴이 꽤 컸었어.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내 기억으론 그녀는 가슴이 작았거든

한 숨을 쉬고 다른 게이트로 돌아가려는데, 그여자가 말하더라.

“나 배고픈데, 점심 뭐 먹을꺼야?”

그 여자는 내 첫사랑 그녀였어.

 

오랜만에 본 그녀는 많이 달라져 있었어.

 

처음 본 그때의 옷을 입은 그녀였고 그녀와 만난이후로 그녀 생각을 안한적이 없었던 나였는데 못 알아 볼정도였어

 

여전히 마르고 하얀 피부는 그대로 였지만, 키도 커졌고 가슴도 꽤 커져서 소녀였던 느낌의 그녀가 여자라는 느낌이 들을정도 였지.

 

난 무슨말을 꺼낼까 망설이고 있었어. 그녀가 반년전 한국에 온다고 이메일 할때부터 아니 훨신 그전부터 무슨말을 해야할지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내더라. 잘 지냈냐고.

 

나도 그제서야 긴장이 풀려서 말했지 너도 더 예뻐졌다고. 여자가 되서 못 알아봤다고

 

나 그때도 여자였거든? 하면서 웃는데, 나도 웃음이 나왔어. 그 말이 웃겨서라기 보단, 난 그녀가 변해있을까봐 걱정했었거든

 

그녀는 몸만 여성스러워졌지, 긍정적인 모습과 웃을때 예쁜건 그대로 였어.

 

배고프다고 한 그녀에게 김포공항근처에 예약한 좋은식당에 데려가려고 했는데, 인천이라 손을 쓸수가 없었지. 가봤자 예약한 시간은 지나있을테고

 

사정을 말 하니까, 그녀는 뭘 우리가 언제 예약해서 만나고 놀러 다녔냐고 근처 식당아무데나가서 먹자고 말하는데

그제서야 내가 지금까지 그녀를 좋아하길 잘했다고 느꼈지. 매일 이메일을 보냈긴 했지만 두려웠거든. 변해있을까봐.

하지만 그녀는 처음 만났을때 그대로였어. 아니, 성격도 더 밝아있었지.

우린 일단 그녀말대로 인천공항 리무진버스를 아무거나 타고 갔어.

우린 5년전 그날처럼 아무계획도 하지않고 돌아다녔어.

밥도 근처에 기사식당에 들어가서 먹었고, 운좋게 돌아다니다가 들린곳이 서래마을이였는데 이상한 프랑스인들을 만나서 같이 놀고,

그렇게 놀았어. 아무 계획없이

어느새 밤이되고, 프랑스인 일행이랑 헤어지고 난 후 내가 물었어.

어디 숙소라도 예약했냐고. 그녀는 월드컵때문에 이미 다 예약되있어서 못했다고 하더라고.

사실 그때 난 몇달전에 호텔 1박을 예약한 상태였거든. 그것도 강남에 있는 호텔에

기회다 싶다는 마음에 예약한 호텔을 말 할려고 했는데, 그때 머리속에 오만가지 쓰잘데기없는 생각이 떠오르더라.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려고 하다가 날 싫어하게 되지는 않을까, 작다고 실망하는건 아닐까,해도 몸에 이상은 없을까 하는 쓰잘데기없는 생각

결국 그녀에게 우리집에서 머물라고 말했어. 그녀는 동의했고 택시를 탔어.

근데 택시타니까 그제서야 김포공항에 있는 형들이랑 할배생각이 나더라.

안 기다릴거라고 자기암시하고 집주소를 말할려고 했는데, 내 사정을 아는 형들은 기다릴께 뻔했거든. 성격도 그런 성격이고.

결국 나는 택시아저씨한테 김포공항으로 가달라고 했어. 그리고 나서 그녀에게 사정을 말했지.

그녀는 나한테 넌 진짜 은혜도 모르는 개새끼라고 그러더라. 나중엔 택시아저씨도 동의하고.

나중엔 서로 디스하고 웃었어. 나중에는 택시아저씨가 우리의 사연을 물어서 간단히 얘기하려다가

얘기하다보니까 감정이 북받쳐서 자세히 얘기하게 됬어. 그리고 그녀가 그 후 사연을 물어서 서로 그 후 이야기를 얘기했지.

택시아저씨는 처음엔 장난처럼 듣다가 나중에는 진지하게 들으셨고, 그녀는 내 이야기를 듣고 울었어. 이렇게 힘들게 산 지 몰랐다면서

얘기하다보니 김포공항에 도착했고, 야간할증이 붙기전이었지만 돈이 꽤 많이 나왔는데 아저씨가 돈은 됬다고 우리 데이트할때 쓰라고 하셨어.

나는 감사하다고 말하고 나가려는데 그녀는 끝끝내 돈 내겠다고 해서 결국 절반만 냈지.

정말 고마웠어. 이런 그녀가 내 곁에 있다는 것과, 그녀를 좋아하게 된 것도.

김포공항 출국장에 가니까 예상한대로 형들은 공항에 있었어. 할배는 의자에 누워서 자고 있고.

형들은 날 보고 왜 이제 왔냐고 화낼줄 알았는데,둘이 만나서 다행이다고 하는데 참으려고 해도 그때 눈물이 쏟아지더라.

한 때 자살을 결심했던 내곁에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니까.

그리고 우리 5명은 꾸역꾸역 다마스를 타고 집에 갔어.

집에 데리고 가니까 카오스였어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인 여동생은 이 언니 여자친구냐면서 질문해대고, 할머니는 내 여동생데리고 나가줄까 라고 물으시고

그녀는 수위높은 할머니 장난에 재치있게 대응하고, 여동생하고는 같이 목욕하고 집에 적응했지.

목욕하고 나오는데 그때 머리를 잘랐다던 그녀가 긴 머리를 갖고있었던 이유도 알게됬어

그녀의 머리는 가발이었던거야 그녀는 처음에 내가 놀라는 걸 보고 내가 싫어졌냐고 물었지만 난 내가 그럴리가 있겠냐고 대답했어

그때 그녀는 내가 더 좋아졌다고 하더라

다음날 난 평소에 그녀가 가고싶어하던 롯데월드를 가자고 했고, 그녀는 알겠다고 했지. 근데 그 얘기를 여동생이 들어버려서 같이 가고싶다고 했는데

내가 안된다고 하자 여동생이 큰소리로 울어서 그녀에게 들통나고 여동생과 같이 가기로 했어.

보통 여자들은 데이트할때 여동생 같이가는거 싫어할텐데, 그녀는 싫어하는티는 커녕 오히려 더 즐거워했어.

그렇게 셋이서 롯데월드를 즐기고 돌아왔지.

3번째 날에는 월요일, 시험때문에 학교에 가야되서 그녀에게 양해를 구했더니 같이 간다고 해서 같이 갔어.

끝나고 그녀와 약속한 장소로 나가는데 그녀는 잔디밭에서 놀고 있는 우리학교 학생안에 껴서 얘기하고 있더라

진짜 그녀는 친화력 하나만큼은 좋았던것같아.

같은학교라해도 의대는 거의 폐쇄되있어서, 다른 과 학생들을 만날기회가 없었는데 그녀덕분에 처음으로 다른과 학생들이랑 놀았어

원래 다음날도 시험이라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내가 의대에 간것도 그녀 때문이었는데 그녀를 두고 공부한다는건 어불성설이었지

그녀가 오기전에 미리 공부하기도 했고.

다음날도 학교시험이 있어서 학교에 갔는데, 그녀는 같이 안 간다고 했어. 난 피곤해서 그런가 하고 그냥 혼자 갔어.

학교 수업 마치고 집에 가려니까, 집이 익숙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웠어. 들어가보니 역시나 친화력 좋은 그녀는 사람들과 같이 있더라.

할머니, 여동생이랑 그날 김포공항에 있었던 두형들과 신문할배. 안 그래도 좁은 집인데 6명이 앉아서 삼겹살 굽고 있었어.

사연은 내가 학교에 간 사이에 그녀는 두형과 신문할배한테 감사인사하러 찾아갔고, 4명이서 마음이 맞아서 밥먹으려다가 같이 먹게 된거였어.

진짜 웃겼어. 방안에 연기는 가득차고, 술이 들어간 할배는 할매보고싶다고 울고, 궁금증에 몰래 술먹다가 취한 여동생은 나한테 주사부리고.

이웃집 신혼부부가 시끄럽다고 항의하자, 할머니는 너네 소리지르면서 떡치는거 웬만하면 넘어가 줬는데 은혜를 뭐로 갚냐고 오히려 따지고.

난장판 이었지. 하지만 재미있었어. 그녀가 우리 집에 온지 3일 밖에 안됬는데 완전히 우리 가족이 된거 같았고

그 다음날 6월4일 우리나라와 폴란드의 경기가 있는날이 었어. 이날 표는 못 구했기 때문에 그녀와 나는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광화문에 가기로 했어. 일찍 가야 좋은 자리를 구하기 때문에 점심쯤에 출발했는데 좋은 자리들은 이미 다 차지되 잇던 상태였어.

그리고 날도 되게 더워서 그녀의 몸에 안좋을것 같았어. 그래서 그냥 거기선 근처 노점상에서 Be the reds 티셔츠를 사고 집으로 돌아왔어.

8시가 되고, tv에서 중게방송을 시작해서 tv를 틀려는데 화면이 깨지더라. 골드스타(LG예전 상품명)였던 우리집 tv가 맛이 간걸 까먹은거지.

그래서 소주3병이랑 안주를 들고 근처 신문할배집으로 갔어. 신문할배는 산동네에 몇 안되는 큰 LG TV였거든.

근데 벌써 할배집에는 동네 꼬마애들이랑 할배친구들이 와있더라 그것도 정원에서 삼겹살 구우면서..   산동네의 정이란

9시쯤이 되고 경기는 시작됬어. 폴란드 강팀인데도, 경기를 잘 풀어내더라. 결국 이른 전반전에 황선홍선수가 골을 넣었지.

산동네는 환호소리로 가득했고, 그건 할배집도 마찬가지였어. 서로 껴안고 난리엿지. 나와 그녀도 껴안았어.

그리고 이상한 분위기가 흘렸고 서로 입을 맞췄어. 눈치 볼 생각도 안하고.

전반전 끝나고는 모텔할배가 와서 전화해서 방 예약할까? 라고 장난스럽게 물어보는데 됬다고 했어. 근데 혹시모르니까 전화해달라고 했지.

후반전에도 유상철선수가 골을 넣어서 우리 둘은 입을 맞췄어. 몰래 눈을 떠서 보는데 할배들이랑 동네 꼬마들이 쳐다봐서 금방 그만뒀지만.

경기가 끝나고 할배집 뒷정리를 하고, 집으로 가려고 할때 모텔할배가 지금 전화했는데 1방 비었다고 빨리 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가기로 마음을 먹고 집으로 가려는데, 여동생이 있는걸 깜빡한거야. 그래서 그냥 집에갔어

시간이 지나고 미국전은 광화문에서 봤어. 점심쯤에 집에서 출발하려는데, 여동생이 학교 끝났다고 같이가자고 하더라.

진짜 여동생 때리고 싶은적은 그때가 처음이었어.

광화문에서 처음에 특이한 대머리 미국인한테 골먹히고 광화문분위기가 안좋았는데, 이천수선수가 골 넣엇을때는 다 일어나서 껴안더라.

옆의 남자가 그녀를 껴안으려고 할때 난 그 남자를 밀치고 그녀를 껴안고 입을 맞췄어

광화문에서는 연인끼리 다 키스해서 눈치 안봐도 되서 좋더라.

그리고 여동생때문에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서 평소처럼 지냈어. 그리고 그 주의 금요일날 우리는 인천문학경기장으로 갔어.

대망의 포르투칼전이 남았던거지. 사실 그녀가 한국에 온다고 했을때부터 표를 다 구하려고 했는데 표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고.

유일하게 구한 표엿어. 2장. 여동생은 또 같이 가고싶다고 보채서 안된다고 말하려는데 그녀가 먼저 말하더라.

이번엔 오빠랑 둘이서 가고싶은데 안될까? 16강에 올라가면 그때 같이 보러 가자. 어린 여동생은 알겠다고 하고 다음날 여유롭게 둘이서 떠났어.

경기시작시간이 8시 30분이라 저녁빨리먹고 출발했는데 인천경기장 밖에 사람이 꽉찼더라.

암표 구한다고 소리치던 사람도 있었고, 표를 못 구해서 우는 사람도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어

경기가 시작되고 우리는 응원을 시작했어. 파도타기도 하고, 같이 아리랑도 부르고 환호하고, 재미있게 응원을 했지.

경기가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전광판에는 미국이 폴란드에 지고 있다는 소식이 보이고 경우의 수는 더더욱 복잡해졌지.

만약 비기면 같은승점의 팀이 3팀이나 되니까, 아슬아슬한 상황이 계속되고 점점 경기장이 조용해질때쯤 박지성선수의 골이 터지고 우리는 환호했어.

또 키스를 했어. 만약 경기장이 아니었으면 이성을 놓쳤을꺼야. 그렇게 경기가끝나고 우리나라는 16강진출을 기뻐하고 경기장 밖으로 나갔어

경기가 끝나고 지하철타고 집에 가는데, 사람들이 눈치도 안보고 키스를 하고 껴안더라. 괜히 그녀와 나는 더 어색해지고.

그리고 지하철타고 서울대입구역에 도착했어.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모텔할배의 모텔이 보이더라.

난 그냥 뒷일 생각안하고, 그녀한테 말했어. 오늘 너랑 같이 있고 싶다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지.

그리고 우리둘은 모텔에 갔는데, 모텔에 사람들이 많더라. 꽤 큰 모텔이었는데 꽉찬 거였어. 그냥 돌아가려는데 모텔할배가 방 치워둿다고 방키를 줬어.

폴란드전을 볼떄 장난식으로 포르투칼전 끝나고 방 하나 예약해달라고 말했었는데, 진짜 비워둔거였어.

모텔 특수였는데 감사하게도 안올지도 모르는 나를 위해 그 방은 안판거였던거지.

감사하다고 말하고 우린 방으로 들어갔어. 방에 들어가자마자 서로 옷을 벗기고 침대에 누우려고 하는데 서로 땀냄새가 너무 나서 같이 샤워를 햇어.

그녀는 처음에 들어가기 망설이더라. 난 부끄러워서 그런가 했는데 샤워를 할려면 가발을 벗어야 하니까 그게 부끄러웠었나봐.

난 괜찮다고, 벗는게 더 예뻐보인다고 말하고 샤워를했지. 그리고 둘이서 침대에 누웠어

나는 처녀막이 터지면 피나는걸 알고 있는데도 나는 피가 나는거 보고 놀라고, 그녀는 이게 들어가냐고 놀라고 둘다 처음이라 서로 놀라기만 했지.

그렇게 서로 밤을 보냈어.

일어났는데 그녀는 옆에서 자고 있었어. 난 깨우기도 뭐해서 샤워를 하고 TV보면서 기달리고 잇었고

근데 9시가 되도 안일어나길래 그녀를 깨울려고 하니까 그녀의 온 몸이 뜨거웠어. 온 몸에는 땀을 흘리고 있었고, 얼굴은 새빨게 있었고 뜨거웠지.

나는 모텔할배한테 인터컴을 하고 그녀에게 대충 옷을 입혔어.

옷 갈아입히는 동안 계속 울고 후회했어. 나때문에 다시 아파진거 아닐까 하면서. 그녀를 업고 나가니까 구급차가 있어서 같이 탔어.

구급차에서 손을 잡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병원에 도착하고 의사들은 그녀를 곧장 응급실에 데려다 놓고 난 대기실에 남아있는데 진짜 죽고싶을정도로 후회했어.

조금만 더 일찍 알아차릴껄, 그날밤 곧장 집에 갈걸. 그녀를 밖에 데려간 걸 후회 하면서.

난 그녀의 가방에서 그녀의 부모님 연락처 찾을려고 뒤졌는데 거기서 우연히 약통을 찾았는데 모르핀이 보이더라.

모르핀 마약성 진통제. 의사의 진단없이는 처방이 안되는 약.

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녀가 모르핀을 먹는지 생각을 하다가 그 때 생각이 나더라.

최근에 이식수술하게 되면 자국이 꽤 선명한 색으로 남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녀의 자국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그녀는 수술을 아예 안한거엿어.

못 알아챈 의대생인 내가 죽이고 싶을만큼 싫어지더라, 그리고 나한테 거짓말한 그녀가 원망스럽기도 했고.

난 그녀의 가방에서 연락수첩을 찾아서 그녀의 집으로 전화했어. 역시나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어디있는지 찾고 있었고.

난 병원주소를 말하고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했어.

난 그녀가 병원에 실려간 이후로 병원 밖을 떠나지 않았어.

그 날 병원을 포함한 대한민국 전역은 16강 진출로 들썩였지만나와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어.

그녀가 지금 병원에 있는이유가 나때문이였다고 자책했으니까그날 밤 병원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병원에서 울다가 과호흡으로 쓰러졌어일어나보니 난 수액을 맞고 있더라.

수액을 떼고 응급실 담당의한테 물었어 그녀는 어떻게 됬냐고의사는 그녀가 고비를 넘겼지만 지금 ICU에 있다고 했어.

당연히 면회는 금지되고난 수액을 뗴고 대기실 앞에 한참을 멍한채 서있었지.

그 날밤 한 아저씨가 내앞에 서더니 묻더라니가 전화한 놈이냐고. 난 맞다고 했어.

그 말을 듣고 아저씨는 주먹으로 날 때렸어계속 맞았지.

얼굴에 감각이 안 날 정도로 맞았지만왠지 맞으면서 시원하더라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속죄가 되는거 같아서.

결국 병원 관계자들이 몰려들고덩치좋던 아저씨대신 날 수위아저씨가 밖으로 끌고가서 그 상황이 정리됬어

1시간이 지나서였나그녀를 닮은 아주머니가 와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그녀의 어머니였던거지

나는 아니라고 제잘못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말이 안나오더라 너무 죄송스럽고 내 잘못이 맞으니까

또 눈물이 나오더라눈물을 흘리고 싶은건 아주머니 일텐데오히려 괜찮다고 껴안아주는데 진짜 말로 표현못할정도로 죄송스러웠는지

그리고 날때린 아저씨가 내 앞에섰어그녀의 아버지지.

또 맞으려나빨리 때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쯤 아저씨가 나한테 담배피냐고 물으시더라. 의외의 말이었지.

안 핀다고 하니까 재미없는 놈 이라더라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지금까지의 사연을 얘기했어.

5년전 치료를 해도 낳아질 기미가 안보이고돈을 많이 쓰게 되서 결국 아버지의 회사가 도산하게 된걸 알게된 그녀는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왔는데

돌아온 후즉 날 만난후부터 다시 그녀가 살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서 미국으로 가게 됬다고.

그리고 미국에서도 친화력이 좋은 그녀는 금방 미국병원에 적응 하고미국에서 태어나서 이중국적이었던 그녀는 장기리스트에 올라갔지만

RH- 였던 혈액형이었던 그녀에게 장기기증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고.

내 기억으로는 RH- 우리나라 비율은 1%도 안되고,  외국에서는 15% 안팎 이지만 여전히 장기이식 받을 확율은 높지 않았지.

하지만 삶에대한 희망이 강했던 그녀는 예상수명을 넘어서 살게되고경과도 좋은 편이었다더라.

그 이유가 한국인 간호사한테 부탁해서 누군가와 매번 이메일을 주고받아서인 걸 나중에 알았지만 당신께서는 모른척했고.

그리고 반년전 이식할 수있는 장기를 찾았다는 연락이와서 그녀는 기다리던 이식수술을 하게됬다고.

그녀는 수술준비하는 도중에도 그 간호사한테 나한테 쓸 이메일을 부탁했다고 했어.

하지만 그날 미국에 눈이 많이 와서 비행기는 계속 딜레이되서 근처의 다른 환자한테 이식됬다고 말하셨어.

의료계에서 일하는 게이들은 알겠지만, 장기이식이란게 장기이식하는 사람이 뇌사자가 아닌 이상 곧장 장기를 떼서 대기자한테 보내거든.

장기를 떼고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이식을 하지 않으면 성공률이 현저히 낮아지는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그 날부터 그녀는 이만하면 오래살았다고고마웠다고 말하는게 버릇이 됬고

옛날에 같이 입원했었던 친구한테 부탁해서 병원을 탈출해서 한국으로 온 것 같다고. 

병원을 탈출한건 나중에 친구가 말해줘서 알게됬지만, 한국으로 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하셨어.

그 말을 다 듣고 난 그녀의 아버지한테 담배를 달라고 해서 한대 피웠어.핀적은 없었지만 제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었어

사실 의심스러운게 한두가지가 아니었거든.

이식수술한다고 이메일을 보낸것도, 내가 전화번호를 보낸지 얼마 안되서 나한테 전화한것도, 한국와서 가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것도.

하지만 난 모른척했거든. 물어봤다가 다시 그녀를 못게될까봐. 일이 이렇게 된 것도 다 내탓이었지.

그녀의 아버지가 울기 시작했어나도 눈물이 나오더라.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나한테 무릎을 꿇더니그녀 곁에서 제발 떠나달라고 했어.

그녀가 살려고 하는 이유가 나때문인거 같은데도저히 치료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볼수없다고.

진짜 그녀를 사랑한다면 헤어져달라고 하는데난 못한다고 할수가 없었어아니 아마도 그녀의 아버지가 말하지 않았어도 내가 그랬겠지

나는 그녀를 봐도 되냐고 물었어그녀의 아버지는 같이 가자고 했고 같이 병원으로 들어갔어.

보호복을 입고 ICU에 들어갔는데 그녀는 링거액을 꽃은채 세상 모른채 자고있었어

난 아마도 그녀를 보는게 마지막일테니까 잊지않을려고 자세히 보고 있는데 그녀는 잠에서 깼어.

잠에서 깬 그녀는 이렇게 말하더라놀랐지어떡해 같이 16강전 보기로 했는데 우리 병원에서..

끝까지 자기 병보다 내 걱정 뿐이었어 그래서 더욱 마음을 독하게 먹게 됬지.

난 말을 끊었고 사실 헤어지자고 말할려고 온거라고 말했어. 그녀는 아무 말도 못했더라. 그냥 날 쳐다봤어.

난 독한 맘을 먹고 마음속에 없는 말을 했어.

난 니가 이렇게 죽을병 걸린애였으면 안만났어지금까지 만난건 너 한번 먹을려고 그랬어. 사실 우린 메일친구에 가깝지 사귄사이는 아니잖아

그말을 듣던 그녀는 울기 시작했고 지금 내가 한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게 그녀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해서 독하게 맘먹고 또 말했어

난 이제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날꺼야 의대생이니까 엘리트인생을 살겠지. 넌 얼굴은 예쁘지만 독한년 이잖아 의대생인 내가 장담하는데 넌 안죽어

난 그말을 하고 뒤도안돌아보고 그녀 곁을 떠났어. 몇번이나 뒤돌아보고 싶었지만, 그러면 그녀곁을 못 떠날것 같았어.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그냥 멍하니 있었어몇날며칠을

그리고 마음을 먹고 자퇴를 하기로 결심했고,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학교에가서 자퇴서를 내고 자퇴했어.

그리고 입대를 결심하고 몇달후 입대를 하게 됬어.

썼던 글을 삭제하고 원래보던 게이들한테 충고만 받으려다가 삭제된 글들을 다시 보고싶다는 게이들이 많더라고..

 

올릴지 말지 고민했는데 이미 쓴 글이 구글에 올라가 있더라.. 그래서 정리해서 다시 올릴려고 해.
갈팡지팡해서 게이들한테 미안하고. 양해바랄께

그리고 일베에 보내지 말아줘.  그냥 지금처럼 보던 게이들만 봤으면 좋겠어.

지금 남은 게이들은 이 글을 진지하게 보는 게이들만 남은 것 같아서. 더 많은 게이들이 보는것도 부담스럽고.

이번에 인증글은 따로 올리지 않을께. 올려봤자 저격만 당할테니까.

 

그녀와 헤어지고 난 학교를 자퇴했어.

 

그동안 미친듯이 공부한게 아깝긴 했지만내가 공부를 했던 이유는 그녀를 위해서 의사가 되고싶어서 였지다른 이유는 전혀 없었거든

 

자퇴를 한다고 하니까 학교선배부터 주변사람들 전부다 반대를 했지만결국 난 자퇴를 했어.

 

자퇴를 하고 한동안 폐인처럼 지냈지하던 과외도 그만두고아예 밖을 나가지 않았어.

 

그리고 나는 입대를 결심했어누군가 날 혼내주지 않으면 정신을 못차릴 거 같았거든.

 

그리고 2년간 군생활을 하면 그녀를 잊을 수 있을 거 같았어.

 

몇달 후 입대를 했어보통의대생들은 전문의 자격증을 따서 군의관을 하는데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었지. 난 자퇴생이니까

 

논산훈련소에 입소를 했는데퇴소를 할때 주특기가 의무병으로 되있더라.

 

그렇게 나는 강원도 전방사단 예하대대에 의무병으로 자대배치를 받았어.

 

자대배치를 받고 내가 머물 내무반에 들어가는데뭔가 이상하더라내가 사람들에게 들었던 것과는 많이 달랐어.

 

내가 사람들에게 들었던 내무반은 한 방에 큰침상 2개가 마주보는 형식이었는데내가 배치된 내무반은 작은침상만 있었어.

 

대대내에 의무실 내무반이 따로 있었던 거였던거지.

 

난 오히려 안심했어얼핏 기억나기로는 독립소대 내무반은 따로 있어서 군대 생활이 편하다고 들었거든.

 

하지만 정 반대였어지금군대는 상상하지도 못할 심한 폭력과 부조리가 존재하고 있었어.

 

독립소대 혹은 독립중대에서 생활한 게이들은 알꺼야독립내무반은 천국 아니면 지옥인란걸

 

난 운이 안좋게도 후자였던 거고.

 

2주대기동안은 선임들이 되게 잘해줬었어그래서 난 처음엔 역시 독립소대라서 편한가 보구나 라고 착각했지.

 

하지만 2주대기가 끝나는 그날  지옥이 시작됬어.

 

24시가 됬을때 선임들이 날 깨우더니 나한테 갑자기 테스트를 하더라의약품 이름이랑 용도같은거.

 

난 다 외웠었지만자고 일어나서 제정신이 아니라서 몇개 질문에 대답을 못했는데 의무대 실세상병가 나한테 3개 틀렸다고

 

엎드리라고 하더니 난 빠따 30대를 맞았어그리고 3시간동안 자지 말라고 하더라.

 

진짜 이게 무슨일인가 싶더라속담처럼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는 느낌이엇어.

 

그 날부터 계속 맞고부조리 당하는게 당연하다싶이 당햇어.

 

맞선임은 내 맞후임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 위로 했지만,

 

난 군번이 완전 꼬일때로 꼬인 군번이라서 예정대로라면 적어도 반년을 맞후임 오기를 기달려야 되서 앞길이 막막했지.

 

또 맞후임이 온다고 화살이 빗겨가지는 않을것 같았어맞맞선임이 맞선임이랑 1달차이였는데그때가지도 맞맞선임도 맞고 지냈거든.

 

3때만큼은 아니었지만군대시절이 내 2번째 위기였어.하지만 중3때는 정신적으로 힘들었던거고군대때는 육체적으로 힘든거라 겨우 버텼어

 

그리고 일병이 되고 사건이 일어났지.

 

100일 휴가 나갈때 동생이 아람단(아람단인지누리단인지 햇갈린다.) 활동때문에 날 며칠 못봐서 면회를 왔어.

 

좇같은 선임이지만그래도 후임 가족왔다고 면회장에 찾아와서 가족들한테 인사를 하더라.

 

그리고 선임들은 인사만하고 떠났는데할머니가 선임들한테 먹을걸 가져다 주라고 했어좇같지만 그래도 선임이니까 가져다 줫지.

 

선임들이 흡연장에 있는걸 보고 경례를 하려는데 선임들이 애기하는걸 우연히 듣게됬어.

 

얘기내용은 어린 내 여동생에 관한거였지난 몰래들을려고 한건 아닌데 선임들이 날 못알아채서 계속 들었어.

 

근데 계속 들어보니 초등학생이던 여동생을 입에담지도 못할 성적인 말을 내뱉더라.

 

난 그때 참지 못하고 선임을 때렸어물론 선임이 3명이라서 나도 죽도록 맞았지만,진짜 정신 잃을때까지 선임을때렸어.

 

그날로 난 징계대기를 받고 본부중대 내무반에서 지냈어같은중대이긴 했지만 의무병에게 중대원들은 거의 아저씨라서 다들 눈치만주고 날 혼내지는 않더라.

 

그날 밤 사유서(이름이 잘 기억안난다같은걸 썼는데 화날대로 화난 난 지금까지 있었던 부조리들을 다썼지.

 

어느정도였냐면중대장이랑 보급관이 찾아와서 고치라고 압박할 정도엿어하지만 난 다 사실이라고 고칠생각 없다고 햇지.

 

다음날 대대는 폭발하고 며칠 안지나서 헌병대가 와서 조사했어그리고 징계결과가 나왔지.의무병 전원 영창

 

의무대는 공중분해되고대대는 헌병조사 받고 병사건 간부건 나한테 눈치졸라 줬는데 그냥 아무렇지 않은듯 지냈어.

 

그리고 영창가기전 사단 법무부(이것도 이름이 잘 기억안난다.)에 가서 영창 만창 확정받고 돌아가려는데대위가 나한테 뛰어오더라.

 

난 뭔가 했지혹시 없었던일로 해주는 걸 기대했어하지만 상황은 더 심각했지사단장님이 날 찾는다는 거엿어.

 

난 나름 강심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더라사단장이 찾는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진짜 오줌지렸지.

 

난 복장 갖추고 크게 경례하고 긴장한채로 사단장실에 들어갔어.

 

사단장님이 웃으면서 앉으라고 할때 긴장이 풀리더라.

 

사단장님은 처음에 사건에 대해 물었고난 최대한 잘 대답했어.

 

그리고 사단장님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네가 잘한것만은 아닌건 알지라고 말 하시는데 다시 긴장되더라.

 

CP병한테 커피가 오고난후 사단장님이 다시 얘기를 꺼냈어

 

의대생이었네왜 자퇴했나?” 난 사실대로 말할려다가 너무 길어질거 같아서 그냥 적성에 안맞아서 자퇴했다고 변명했어.

 

그리고 사단장님이 물엇어과외해본적 있냐고난 짧지만 한적이 있으니까 있다고 대답했지.

 

그리고 사단장님이 묻더라학교에 안다니고 소극적인 애를 내가 과외하면 어느정도로 성과를 이룰수 있겠냐고.

 

난 무리라고 말하려다가 사단장님의 포스에 서울대 보낼수 있다고 했어.

 

그말을 듣고 사단장님이 웃으시더니 알겠다고 영창잘갔다오라고 하더라.

 

사단장실을 나가자 같이 사단에온 보급관이 이상한말한거 아니냐고 캐묻더라난 안했다고 했고.

 

그리고 며칠 후 영창에 갔지.

 

영창 처음 3일간은 버틸만 했어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했으니까.

 

근데 3일 후부터 지옥이 시작되더라. 진짜 하루동안 바라는 시간이 운동시간이엇으니까 말다했지.

 

지옥같은 15일이 지나고 담당간부가 왓다고 나오라고 하는데 얼마나 행복했는지.

 

담당간부가 있다는 곳에 가니까 담당간부가 없었어난 당황해하고 있는데 포스있는 간부가 내가 네 담당간부라고 하고 데려갓어.

 

영창갔다오고 난 후전출가는건 알고있었지만 원래 이렇게 곧장가나 싶었지.

 

그리고 레토나를 타는데 부대번호가 사단번호였어. 뭔가 이상했지

 

사단본부에 들어가자마자 난 또 사단장실에 들어갔어.그땐 원래 영창갔다오면 사단장실 가는줄 알앗지.이상하게 생각을 안했어

 

사단장실에 들어가고 사단장님이 말 하시더라

 

너 원래 GOP 의무대에 배치된거 알아난 처음듣는 얘기라서 몰랐다고 했지.

 

근데 나보고 의무병말고 다른 특수병하고 싶냐고 묻더라나는 의무병에 질려서 난 하고 싶다고 햇어. 거절할 분위기도 아니고

 

그리고 사단장님이 입 무겁냐고 물어보더라선임찌른 나에게 그런걸 묻는건 어불성설이지만 사단장님포스에 무겁다고 말했어.

 

그리고 사단장님은 알겠다면서 본부에서 잠깐만 시간 때우래서 본부에 있었지.

 

그리고 그날밤 1호차로 사단장님이랑 같이 어딘가에 갔어난 더블백을 들고가서 진짜 뭔가 싶어서 무서웠어. 진짜

 

그리고 어떤 집에 내리더니 사단장님이 말햇어여기가 오늘부터 내 근무지라고

 

난 잘못들었습니다라고 말하더니 내 주특기는 공관병이라고 하더라개뜬금없이

 

난 공관병 숙소에서 맞선임한테 인수인계를 받았어맞선임은 서울대 였어.

 

그때 눈치깟지공관병이 아니고 소문으로만 듣던 과외병이라고맞선임은 인수인계를 했는데 역시나 과외애기를 하더라.

 

과외를 하는 대상은 사단장님의 딸인데장교특성상 이사를 많이다녀서 소극적으로 변하다가결국 왕따를 당하다가 자퇴당했다고 했어.

 

진짜 앞날이 깜깜하더라군대에서 사단장님과외하는것도 힘든데 그 딸이 또 지금말로 히키코모리라고 하니까

 

다음날 맞선임 따라서 간단한 집안일을 하고과외를 하러 사단장님의 딸 방으로 들어갔어.

 

 

게이들은 들은적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공관병들한테 전해오는 얘기가 있어

공관병에게 직속상관은 사단장님이 아니다사모님이다.

말 그대로 공관병은 공관에서 지내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보통 하는일은 집안일이야.

당연히 사단장님이 없는 동안엔 사모님이 주인이기 때문에 공관병은 사모님이 시키는걸 하지.

따라서 사모님에 따라서 공관병은 천국과 지옥이 나뉘는데난 이번엔 다행히도 전자였어. 생각할수록 진짜 군생활 극단적이네.

공관병으로 배치되고 한 일이라곤사모님이 하기 힘든거예를들면 여름에 풀이 자라있으면, 본부에 전화해서 예초병를 부른다던지,

전구를 간다거나못을 박는다던지 그런거였어사모님이 외출하시면 시키지도 않은 빨래나 설겆이를 했지만그건 힘든일 축도 안들었지.

그리고 왜 했냐면서 고맙다고 하시는데그래서 오히려 왠만하면 굳이 하지마라고 해도 다 도왓어.

하지만 사모님은 이건 내가 할 일이라면서 힘들면 부를테니까 나보고 계속 쉬라고 하셨지.

하지만 내가 하는일은 가정일 뿐만이 아니었어바로 과외가 있었지그것도 사단장님 딸.

처음 공관에 도착하고 다음날 맞선임 겸 사수한테 1시간가량 간단하게 인수인계을 받고 사모님과 사단장님 이렇게 세이서 면담을 했어

사단장님 딸(이하 지원이라고 할께 물론 가명이야)은 사모님의 말로는 어렸을때는 친구도 많고 활발한 아이였었대.

하지만 한번 말뚝을 박으면 왠만하면 이사를 안가는 부사관이랑 달리 장교라는 특성상 지원이는 아버지를따라서 이사를 자주가게 됬는데,

그때마다 새로 친구를 사귀는걸 어려워나봐.

매번 친구를 사귀면 전학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그녀는 그 악순환을 힘들어했고,

그리고 결국 중학교 1학년때 전학을갔을때는 아예 친구를 만들지 않기로 결심햇었나봐.

중학교 전학하고지원이는 누가 말걸어도 대답도 안하고친구들을 사귈 생각조차 안해서 혼자 지내고 살았대더라.

그리고 중학교 2학년땐 예쁘장하게 생겼던 지원이에게 학교짱과 그 친구들이 그녀에게 같이 다니자고 했는데 지원이가 단칼에 거절을 하자

그들로부터 본격적인 왕따가 시작되고중학교도 듬성듬성 당하다가 겨우 졸업을 하고 고등학교는 아예 진학을 못하고 지금처럼 지내게 됬다더라.

참 막막했어왕따 당해본 게이들은 알테지만 왕따 당햇던 사람은 평생 가슴의 상처를 못 벗어나거든.

나도 왕따당한지 15년도 지낫지만아직도 가끔 일베에서 왕따 떡밥이 터져도 못볼 정도니까.

그리고 왕따당한 사람이 있으면 동병상련이 들고 도와주고 싶잖아.

그리고 사모님은 나한테 과외라기보다는 그애랑 친구가 되주고마음을 열게해달라고 우시더라

난 처음에 인수인계 받았을때 과외한다는 얘기를 듣고 반항심에 대충 해야지 마음 먹었었는데진심으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

그래서 난 마음을 먹고 사모님과 사단장님한테 내가 겪었던 이야기를 했어그리고 말했지.

나는 한 소녀때문에 포기했던 삶을 살아가게 됬다고이젠 내가 갚을차례라고전역하기 전에 반드시 지원이를 예전 따님으로 만들겠다고.

못하면 전역하고 나서도 오겠다고 했어.

사모님은 울고사단장님도 고맙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그날밤 자려는데 계속 첫사랑 그녀생각이 났어.

군생활하면서 힘들때나 즐거울때나 그녀생각을 안한적이 없었지만 그날은 그녀생각에 잠을 못잘정도 였어.

그녀는 괜찮을 꺼라고 살아있을거라고수천번을 자기최면을 걸고서야 그제서야 잠이 왔지.

그리고 다음날 아침 사단장님가족과 밥을 먹는데 지원이는 안나오더라사모님이 지원이는 방에서 먹는다고 했어상황은 생각했던거보다 심각해 보였지.

사수랑 간단한 집안일을 도와드리고쉬는 시간에 난 전 사수한테 지원이와 관련된 모든걸 알려달라고 햇어.

사수는 사단장님 가족을 모신지 얼마 안됬다고 했어처음엔 그녀를 그냥 수줍고 예쁜아이라고 생각햇대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았대.

그런데 10대인 지원이가 학교가 여름방학 끝날때쯤인데 학교를 안 다니자 이상하게 생각했고 나중에 사모님과 친해지고 그 이유를 묻고 알게된거였고.

사단장님과 사모님은 내 사수를 병사가 아닌 가족으로 대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은혜를 갖고 싶던 사수는 사모님과 사단장님한테 과외형식으로라도

지원이를 도와주고 싶다고 했고사단장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허락했는데 사수가 전역할때까지 지원이는 끝까지 마음을 열지 않앗다더라.

그리고 나한테 전역하고 나서도 지원이 또는 사단장님의 가족을 위해서면 언제든지 도와줄테니까 연락해달라고 했어.

그리고 13시 과외시간이 되서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어그녀는 방에서 비디오로 일본드라마를 보고있더라난 신기했어

지금은 한국에서 일본드라마는 물론 전세계의 드라마를 볼수있는 시대지만그때는 일본은 물론 다른나라의 드라마를 볼수있는 시대는 아니었거든

우리가 들어가더니 지원이는 tv를 끄고 목례하면서 모기같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하고 고개를 드는데 처음보는 날 보고 놀라더라.

첫사랑 그녀가 밝고 소녀같아서 귀여운 이미지라면지원이는 새하얀 피부를 갖고 잇었고누가 봐도 예쁘다고 말할정도로 예뻣어

사실 처음에 사모님이 예뻐서 학교짱이 좋아했다고 햇을때 100%믿지는 않았거든.

보통 학교짱은 진짜 예쁜애아니면 안 사귀고부모 눈에는 자식은 다예뻐보이잖아근데 지원이를 처음 봤을때 그럴만 해보이더라.

난 간단하게 자기인사를 한후 뒤에 의자를 놓고사수의 수업을 지켜봤어.

수업내용은 고등학교 검정고시수능이랑 과정이 약간 다르지만거의 비슷했어내용은 다 알고있었지.

비록 내가 과외를 받은적이 없지만그래도 잠시나마 1학년때 과외를 해봤는데 과외받던애들 성적을 확 올려서 과외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난 우물안 개구리더라사수는 문과탑 실력 답게 가르칠때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가르치고 가끔씩은 정말 김국진처럼 웃기더라.

난 사수농담 듣고 웃는데 지원이는 입술하나 움직이지 않았어사수는 뻘쭘해했지만그래도 계속 농담을하면서 재미있게 수업을 했지

수업이 끝나고 사수랑 담배를 피면서 애기를 했어나는 더 자세히 물었지그녀는 원래 그렇게 안웃냐숙제는 다해오냐

지원이는 머리가 좋아서 수업하면 금방 이해한다고 햇어다만 공부시간이 과외시간뿐이고복습을 전혀 안해서 진도가 잘안난다고 하더라.

복습도 봐줄려고 했는데 지원이가 4시간이상은 안할려고 해서 그것도 안됬다고.

그리고 처음엔 장난삼아 시작한 농담했는데그녀가 워낙 반응이 없어서 농담도 준비하고 수업한다고 한다더라.

그동안 사수가 수많은 농담을 했지만지원이는 사바나의 아침이라고 옛날 개콘프로그램 따라했을때 그거 한번 웃었다고 했어.

그렇게 일주일동안 사수에게 궁금한거 다 물어보고사수가 지원일 수업 하는동안 관찰하고 나 혼자 밤새면서 준비했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고사수는 말년휴가를 떠났어떠나면서까지 전화번호 주면서무슨 일있으면 꼭 전화해달라고 하더라.

그날 아침에 사모님 집안일을 도와드리고 마지막까지 수업준비를 하고 1시정각에 지원이 방에 들어갔어.

지원이는 매번 그렇듯이 일본드라마를 보고있었어그렇고 내가 들어가니까 목례하고 자리 앉더라.

사수한테 그녀가 사바나의 아침(옛날 개콘프로개인기를 보고 웃었다는걸 기억하고 준비해둔 나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쌈바이아~~~~~~~~~~“(사바나의 아침 유행어이랬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간이 멈춘듯 했어인셉션 보는 듯.

아 시발 좇됬다고 생각했는데 ㄲ윽 끅 같이 이상한 소리 내면서 웃음을 참던 지원이가 웃는데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더라.

지원이는 큰소리로 웃었는데 어느 여고생이랑 달라보이지 않았어그리고 다시한번 반드시 지원이를 원래대로 만들겠다고 다짐했지

그 날 수업은 처음이 좋아서 그런지 그녀는 웃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분위기 좋게 수업을 마쳤지.

사모님은 지원이가 웃는건 오랜만에 듣는다고그날은 저녁에 고기를 구워주더라.

그리고 다음날 또 1시에 과외를 하러 들어갔는데여전히 지원이는 일본드라마를 보고있었고목례를 하고 수업을 시작했어

근데 어제의 수업이 마치 착각이라고 생각할정도로 그 날 수업은 지원이가 반응이 없었어나도 오기가 생겨서 어떻게든 웃길려고 했는데 안웃더라.

사담이지만 옛날에 서세원을 웃겨라 라고 개그맨들이 개그맨 서세원을 웃기는 코너가 잇었거든근데 지원이는 서세원보다 독하더라.

그렇게 2달넘게 수업도 하고 지원이를 웃길려고 노력했어지원이는 생활사투리(당시 개콘코너)에 옥동자 따라했을때 미소를 띄울뿐 웃지는 않더라.

그래도 2달전보다는 친해졋지만눈에 띌정도로 친해진건 아니었어.

그러던 어느날 평소처럼 수업을 하는데 진행이 잘 안됬어농담을 하면 조금이라도 반응을하던 지원이는 반응이 아예 없었고무엇보다 수업에 집중을 못했어.

중간에 쉬는시간에 물어봤지평소보는거랑 달리 집중을 못하는거 같은데 왜그러냐고.

지원이는 드라마가 절정부분에 멈춰서 집중이 안됬다고 했어난 1시간만 참으면 되니까 수업하자고 하고 수업을 계속하는데 여전히 집중을 못하더라.

그래서 이참에 그녀랑 친해질 계기라고 생각하고 같이 드라마를 보자고 했지.

그녀는 좋다고 했고 드라마를 틀었어그 일본 드라마는 속도위반결혼이라는 드라마였어.

난 이 드라마의 내용이 어떻게 되냐여자주인공 이름이 뭐냐 그 드라마에 관해서 물었고,

평소에 말을 안하던 지원이는 묻지도 않은걸 대답하고 계속 대화를 이어갔어그 날 말한게 그때까지 말한거보다 길었을꺼야

평소 5시 칼같이 끝났던 시간은 저녁먹기전까지 게속됬지

다음날 난 그 날이 지원이와 친해질 기회라고 생각하고그날은 책을 안들고 지원이방에 들어갔어.

책을 안들고 오자 지원이는 놀라더라난 그 드라마 뒷얘기가 궁금해서 잠못잤자고오늘 수업대신 같이 드라마 보자고 거짓말을 하니까

순진한 지원이는 알겠다고 했어내색은 안했지만지원이는 좋아하는듯했어.

그녀는 1편부터 다시 보냐고 물어봐서 난 나야 좋다고 그러자고 했고 1편부터 봤어.

당시 나는 일본어를 전혀 못해서 드라마가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됬지만지원이가 계속 얘기하는걸 보고 재미있게 보는척을 했어

그리고 시간이 다되고 부탁을했어수업시간전 점심시간에 같이 밥먹으면서 드라마보자고지원이는 좋다고 했지.

그렇게 1달을 지내니까 나중에는 농담을 하면 소리내어 웃지는 않았지만미소를 띄게 됬어.

시간이 지나고 지원이와 친해지기 전까지 미루고 미뤘던 1차정기휴가를 나가게 됬어.

사단장님과 사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휴가출발을 하려는데 지원이가 부탁을 하더라혹시 용산에서 최신 일본드라마를 부탁해도 되냐고.

난 지원이가 부탁을 하는건 처음이라서 좋다고 했지그리고 휴가출발을 하려는데 한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지나가더라.

그녀와 친해지게 될 계기가 떠올른거지

7편을 급하게 올려서 7편 뒷부분은 대강 말만 되게 적었었어.

7편 뒷내용 다시 수정하려다가 한 번 수정하기 시작하면 그 전것도 다 해야될것 같아서

그냥 여기서 자세히 올릴께 약간 내용이 달라도 양해바란다.

난 상병이 되고 1차정기휴가를 나갔어그동안 계속 사단장님이 포상휴가 챙겨주겠다고 말하셨지만지원이랑 친해지기전에는 나가기 싫었거든

맨날 보던 친한사람도 며칠 안보면 어색해지잖아안 친한 사람은 말할것도 없고그래서 주말에 외출이나 외박은 몇번했지만휴가는 안나갔어.

계속 휴가 안가려고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어쩔수없이 1차를 써야되서 휴가를 갔어.

휴가는 원래 정기휴가랑 사단장님이 챙겨주신 포상휴가 합쳐서 만박으로 나갔지.

원래 공관병은 짧게 여러번 나가는데, 사단장님 훈련이랑 휴가가 겹쳐서 길게 나올수가 있었어.

아침에 사단장님이랑 사모님한테 인사를 드리고 지원이의 방에 들어갔어지원이는 컴퓨터를 하고 있었어.

나는 마지막까지 내가 없는동안 해야 할 공부분량을 체크하고나가려는데 지원이가 날 잡았어.

그냥 말도 안꺼내고 계속 잡고 있었지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망설이는 듯 했어난 최대한 다정하게 괜찮다고 말해도 된다고 했어.

그리고 지원이는 용기를 내서 얘기했어오빠 서울 사시죠..?

내가 처음 만났을때부터 오빠라고 부르라고 말했는데나한테 먼저 말 건적이 없어서 듣기를 포기했던 말이었거든.

근데 오빠라고 말하니까그게 뭐라고 좋더라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웃으면서 응 그렇다고 왜 그러냐고 물었어.

지원이는 또 뜸들이다가 말했어저기.. 혹시 용산가시는 일 있어요?

관악구에 사는 게이들은 알겠지만 봉천고개 넘어서 한강대교타면 용산 금방이거든

나는 물론 없었지만 있다고 거짓말을 했지아마도 지원이가 제주도에 볼일 있냐고 물었어도 볼 일 있다고 했을거야.

용산은 넉넉히 잡아도 30분 거리니까 전혀 상관이 없었고.

지원이는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나한테 말했어정말로.. 죄송한데 여기 있는거좀 사주시면 안될까요?

종이를 봤는데역시나 일본드라마 더라난 알겠다고 했지그 말을 듣던 지원이는 고맙다고 말하고 웃엇어

내가 억지로 개인기를 해서 웃긴적은 적지만 몇번 있었지만나와 대화중에 웃었던 적은 없었던 지원이였어.

나는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하고내가 사다줄테니까 나중에 너도 내 부탁 들어달라고 햇어딱히 생각난건 없었는데 나중에 유용하게 쓸려고 햇었어

지원이는 자기가 할 수있는거면 하겠다고 하고 돈 드리겠다고 서랍을 뒤적거리는데,

난 그냥 오빠라고 불러줘서 기분좋으니까 내 돈으로 사겠다고 말하고 방을 나갔어.

그리고 방에서 나가서 짐을 챙기려는데 지원이가 내 방앞에 서있더라.

진짜 그때는 깜짝 놀랐어내가 공관병이 된 이후에 지원이가 문밖으로 나간건 처음이었거든

그리고 지원이는 작고 떨리는 목소리가 아니라 원래의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어오빠 돈 받아주세요 부탁드릴께요.

난 당황해서 알겠다고 하고 돈을 받았어그리고 지원이는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고나와 거실에 있던 사모님은 그 상황에 아무말도 못했지.

날 버스정류장까지 태워주기로 했던 사모님과 나는 사모님차에 탔어.

그리고 사모님은 운전석에 한참을 앉아서 아무말 못하시다가나한테 떨리는 목소리로 고맙다고 하셨어.

지원이를 문밖에서 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내가 한 것만은 아니겠지만그래도 내가 지원이의 마음을 열게 한것 같아서 기뻤지.

그리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강남에 도착했어곧장 2호선 타고 서울대입구역에 도착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서울대입구역 버스정류장에서

한번에 용산가는 버스가 보이길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그 버스를 탔어.

그리고 용산에서 내려서 상가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해외 드라마 및 영화를 파는곳에 들어가고 말했어.

여기 있는 목록에 드라마 있는건 다 주세요다행히 가게에는 종이에 적혀있는 드라마가 비디오는 아니라 cd지만 다 있다고 해서 한숨돌렸지.

사장님이 포장을 하고있는 동안 군복을 입고있던 나한테 말을 걸었어.

군생활 많이 힘들죠연애도 하고 싶고난 그냥 지나가는 말로 묻는 말로 생각하고나도 대수롭지 않게 그냥 그렇다고 말했어.

그 말을 들은 사장님은 말했어내 경험상 말하는건데 휴가때 연애드라마 많이 보는것도 좋지만그래도 까이더라도 진짜 연애를 하는게 좋아요.

난 내가 볼게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그냥 충고 고맙다고 하고 밖으로 한참을 나갔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다시 그 가게로 뛰어갔지그리고 말했어아저씨 여기 있는 드라마 다 봤어요?

아저씨는 다는 아니지만 반은 대부분 봤다고 했어그리고 나머지 반은 보다 말았다고 했고.

난 리스트 중에 대강 어떤장르인지 적어달라고 했어그녀가 부탁한 드라마는 6개 였는데 대부분이 멜로 아니면 밝은 드라마더라.

지금 기억나는건 롱 바케뷰티풀 데이즈러브 제너레이션나머지도 멜로 아니면 밝은 드라마 였어.

분명 지원이에게 부탁해서 처음으로 본 드라마가 멜로드라마 できちゃった結婚 해석하면 해버렸다결혼(우리나라에는 속도위반결혼으로 알려짐)이었지만,

나중에 같이 본 드라마 대부분이 어두운 드라마였거든어느샌가 부터 멜로드라마도 많이 봤었지만 그 당시는 이상하게 생각 안했었어.

지원이가 준 드라마 리스트를 다시보는데한 드라마에는 장르가 안적혀 있었어내가 왜 그렇냐고 물으니까 장르가 애매하다고 했어.

내가 내용은 물어봤어내용은 날라리출신 대학생이 운좋게 한 명문학교에 선생이 되서 학생들을 변화시킨내용이라고 대답했어.

눈치 챈 게이들도 있겠지만그 드라마는 GTO (GREAT TEACHER ONIZUKA )라는 드라마였어난 그때 소름이 끼치더라.

왜 소름이 끼쳤나면아무리 그녀가 한국드라마 일본드라마를 많이 봐도 학교소재의 드라마는 안 봤거든아니 못 본거겠지.

언젠가 그녀가 겨울연가를 본적이 없다길래 같이 본 적이 있는데 초반에 주인공들 고등학교때가 나오거든근데 그걸 안보고 넘어가더라 못보겠다고.

나도 왕따를 당했어서 트라우마가 아직도 있지만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항상 나보다 더 괴로워하는 그녀가 안타까웠어

근데 그런 지원이가 초반에만 학교가 나오는게 아니라학교 자체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본다고 하니까 말 할수없는 기분에 빠지더라.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생각했어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고나는 휴가를 나왔고 달리 뭔가 할 수 있는게 없을까.

나는 집에 도착하고 가족들한테 인사하고 밥먹고계속 방안에서 한참을 생각했어.

그렇게 계속 생각하다가 여러 방법들이 떠올랐지만다 마음에 안들었어.

생각하다보니까 잘시간은 훨씬 지나있었고해가 뜨자 답답해진 나는 담배를 피러 밖에 나갔어.

집 밖에 나가고 담배를 피고 있는데매일 새벽미사를 나가는 우리 할머니랑 마주쳤어.

나는 할머니한테 조심히 갔다오라고 말하고 담배를 끄는데할머니가 나한테 무슨 걱정있냐고 물었어.

할머니한테 걱정끼쳐드리고 싶지 않았던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들어가려고 했어.

그때 할머니가시은이(첫사랑 그녀 물론 가명이야.) 때문에 그러냐고 물으시더라.

나는 할머니한테 할머니때문에 다시 떠올랐다고 다신 걔 얘기 하지마시라고 소리치고 집으로 들어갔어.

방에들어가니까 눈물이 쏟아지더라.

사실 할머니한테 한 말은 거짓말이었어군대에서 매일 맞아도부조리를 당해도지원이를 과외하는 동안에도 매번 그녀생각을 했거든.

군대에서는 그녀 생각이나면 뭐든지 할려고 하고 별 지랄을 다했지만계속 눈물이 나오니까 안할려고 별지랄을 핻 그녀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어.

그녀를 생각하는걸 피하지 않으니까 그녀가 나에게 한 일이 얼마나 고맙고큰 일인지 그리고 난 평생 그녀를 못 잊을 것이라고 인정할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난 지원이를 구할 방법은 정면돌파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내가 그녀의 정면돌파로 구원받았으니까이젠 내가 정면돌파로 지원이를 구할 차례였어.

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지원이가 부탁한 CD를 들고 강남역으로 향했어지원이를 만나기 위해서였어.

나는 지원이를 만나기 위해 버스터미널에서 공관쪽으로 가는 버스표를 샀어.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할때까지지원이를 어떻게 도울지는 생각안했어.

그저 첫사랑그녀 (이하 시은,가명)와의 추억을 생각하고 혼자서 병신처럼 웃고 울뿐이었지.

그녀와 지금 만날 수 없다는 것도 그녀의 생존여부도 몰랐지만그래도 살아있을 거라고

그저 나는 나중에 시은이를 만나도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되자고 생각했어그리고 언젠가가 될줄 모르겠지만 반드시 만날거라고 다짐했어.

그리고 지원이는 만나고 그때 어떻게 할지 결정하자고 생각했어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반드시지원이를 도와줄거라고.

내가 시은이한테 도움받아서 다시 살아갔으니까.

난 정류장에 내려서 택시를 탔어공관에 도착하고 초인종을 눌렀지.

문에서 사모님이 나왔어사모님은 날 보고 놀라더니 휴가인데 왜왓냐고 물었고,

난 지원이를 만나러 왓다고 말하니까 방에있다고 했어.

그렇겠지지원이는 낮에오든 밤에오든 방에 계속 있겠지하지만 더 이상은 그렇게 두진 않을 생각이었어.

난 숨을 크게 쉬고 지원이 방에 노크하고 방에 들어갔어지원이는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엇어.

내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고 또 모기같은 목소리로 왜 오셨냐고 물었는데나는 드라마CD를 건네고 말했어.

이거 갖다 줄려고지원이는 미안해 하면서 제 말은 휴가복귀하실때 갖다달라고 한 뜻이었는데라고 말했어. 물론 난 알고있었지만,

우린 둘다 한동안 말을 못했어난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랐고지원이는 계속 미안해 했어.

그때 기억나더라. CD갖다주면 내 부탁 들어달라고 약속했던거곧장 난 말했어.

네 부탁들어주면 내 부탁도 들어주기로 한 약속 기억나지원이는 기억난다고 했어.그리고 부탁이 뭐냐고 물어봤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어같이 드라마 보자고 할까한번만 웃어달라고 할까.

근데 그때 시은이가 날 구해주고 한말이 떠올랐어나 나한테 빛졌으니까 오늘 하루 나랑 같이 놀자.

지원이한테 말했어너 나한테 빛졌으니까 오늘 하루 나랑 같이놀자.

BGM 궁금해 하는 게이들이 많아서 이번 글부터 첨부한 브금 정보 올릴려고 해

지원이한테 말했어너 나한테 빛졋으니까 나랑 오늘 하루 놀자.

지원이는 아무말도 못하다가 알겠다고 했어그리고 나한테 평소처럼 드라마보냐고 물었지.

난 고개를 저었어그리고 말했지오늘 나랑 밖에서 놀자고네가 부탁해 사온 멜로드라마의 연인처럼 밖에서 몰자고.

난 그때 나름 멋있게 말한것 같은데지원이는 아직 자기한테 무리라고 그런 부탁이면 그 드라마 cd안 주셔도 된다고 말했어.

난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했는데아무 계획도 안하고 온 나라서 이런 상황을 생각지도 못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어.

아무 말도 못하는 나한테 지원이는 나한테 여기까지 오게해서 죄송하지만 나가달라고 했고난 cd를 들고 아무 말도 못하고 나갈수 밖에 없었지.

지원이 방에 나가니까 나와 지원이의 대화를 몰래 듣던 사모님은 실망한 눈치였지하지만 나한테 괜찮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다독여 주셨어.

난 사모님 볼 면목이 없었지휴가 도중에 자신있는 모습으로 지원이를 방에서 꺼낼려고 왔다고 말했는데 이런 결과만 나왔으니까.

사모님은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던 나한테 감사하게도 커피를 갖다 주셨고나와 사모님은 둘이서 커피를 마셨어.

커피를 마시면서 사모님은 나한테 어떻게든 말을 걸었지만나는 대충 대답하고 계속 지원이 생각만 했어

지원이는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달라지고 있는것 같은데점점 밝아지고 있는데 내가 도와줄 수 사실이 너무 처참했어.

그것도 나는 지원이와 같은 트라우마를 가졌었고,심지어 극복했는데 지원이한테 도움을 못준다는 사실에 내가 미워지더라.

나는 커피를 마시고 사모님한테 지원이한테 인사를 하고 가겠다고 했어사모님은 알겠다고 했지.

지원이 방에 노크를 했어그리고 방문을 열려는데 문이 잠겨 있었어난 더 충격에 빠졌지.

아무리 방안에서만 살아도 지원이는 방문을 잠그지는 않았거든내가 지원이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켜버렸던 거야.

문 밖에서 지원이의 말을 들었어오늘은.가주세요안 보고 싶어요.

난 말했지 지원아 얘기만이라도 하면 안 될까지원이는 거기서 애기하라고 했어.

고민 진짜 많이 했어.무슨 얘기를 할지인생은 방안에만 있는게 아니라고 말할까언제까지 이렇게 살거냐고 화낼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얘기하기로 했지.내 진심을 얘기하고 싶엇어나는 방문에 기댔어.그리고 말했어

지원아 내 학창시절엔 어땠을것 같아지원이는 말했지공부도 잘해서 인기 많았을 것 같다고.

난 전혀 아니였다고지원이가 학교에서 얼마나 심하게 괴롭힘을 당했는지 모르겠지만나도 심한 괴롭힘을 받았다고 말했어.

그말을 들은 지원이는 나보고 거짓말쟁이라고 말했어난 그동안의 얘기들을 말했어.

중학교때 IMF로 인해서 임원이던 아버지가 회사에 잘리고그로인해 학교에서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고.

중학교3학년때는 우리 부모님도 돌아가셔서 자살하려고 했었다고.

그리고 시은이 얘기를 해야되는데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어그녀와 헤어지고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거든.

아니사모님과 사단장님에게 이야기를 했긴 했지만자세히는 하지 않았어.

그리고 이야기를 꺼내면 울것 같았거든하지만 얘기했어이 이야기를 통해 지원이가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자살하려고 바다에 들어갔을때 시은이가 구해주게 됬다는 얘기부터결국 그녀와 헤어지게 된 얘기까지 울음을 참으면서 애기했지.

지원이는 얘기하는동안 아무 말도 없었어사실 그녀가 듣고 있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하지만 난 얘기했어듣고 있을거라고 믿으면서.

얘기가 끝나고방안에는 아무 기척도 없었어그때까지는 지원이가 내 이야기를 듣지 않은것만으로 알았어얘기가 되게 길었으니까

얘기를 마치고 난 일어나서 말했어 .나는 널 전혀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지금 네가 방밖에 나가기 싫어하는거 다 이해되

하지만 사단장님이 부탁해서가 아니라 내가지원이 너와 같은 상황을 겪은 사람으로서 그저 널 돕고싶을뿐이야.

그 얘기를 마치고 나갈려는데 문이 열렸어.그리고 지원이가 문틈사이로 말했지.

제가 부탁한 CD주세요난 CD가 들어있는 봉다리를 지원이한테 줬어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했어.

네 부탁대로 CD사왔는데내 부탁은?

지원이는 대답을 하지않고 문을 닫았어나는 딱히 기대도 안했기 때문에 나중에 보자고 말하고 나갔어.

그리고 거실에 불안해하면서 앉아 있던 사모님에게 이제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인사하고 신발을 갈아 신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그땐 사단장님이 계신줄 알았는데 그건 확실히 아니었어사단장님은 훈련을 하고 있었을 거였거든,

그래서 공관병인 내가 길게 휴가 나온거였고.

발소리가 들리고 평소처럼 무늬없는 흰티와 반바지를 입던 지원이가 남방과 청바지를 입고 있었어.

그리고 말했어어디갈거에요?

난 놀랐지만 내색않고 웃으면서 말했지가고싶은데 어디든지 데려갈께.

나와 지원이가 나오는 걸 본 사모님은 아무말도 못했어.

지원이는 그런 사모님한테 엄마 오빠랑 놀러 갔다와도 되라고 말했고 사모님은 놀라서 아무말씀도 없으셨어

내가 지원이 데리고 놀고 와도 될까요라고 물었을때 겨우 잘 갔다오라고 말하셨지.

내가 문을 열고 걷고 있는데 뒤에 따라오는 소리가 안들렸어뒤돌아보니 지원이는 대문턱을 못 넘어가고 있었어.

망설이는 게 보였지그리고 지원이가 말하더라오빠 저 못가겠다고죄송하다고 하더라.

난 지원이 곁에가서 심하게 떨고 있는 손을 잡았어추운 날씨는 아니었는데신기하게도 그때 지원이 손이 되게 차가웠어

난 떠는 지원이에게 여길 그냥 넓은 네 방이라고 생각하라고 했어.

너랑 내가 지금 과외 쉬는시간 도중 얘기하고 있고주변사람들은 창문밖에 보이는 사람이라고

그러더니 차가운 손이 점점 따뜻해지는 걸 느꼈어.그리고 떨리던 지원이의 손의 떨림이 멈추는 것도 느꼈고.

난 말했지 그럼 갈까지원이와 나의 발은 대문 밖을 넘었어그리고 손을 잡고 걸었지.

나는 걸으면서 지원이 한테 물었어어디 가고싶냐고지원이는 망설이더니 자기도 계획없이 가고 싶다고 했어.

난 뭔소린가 하다가그때 알았어지원이는 나와 시은이의 데이트 이야기를 듣고 얘기한 거였어.

우린 택시타고 버스터미널까지 가고버스터미널에서 그냥 아무거나 빠른 티켓을 끊기로 했어.

줄을 서고 우리차례가 되고 내가 가장 빠른 티켓 달라고 말하려는데지원이가 자기가 얘기 하고싶다고 하더라나는 얘기 하라고 했지

그리고 지원이는 정류장직원 한테 떨면서 작은 목소리로 가장.. 빠른..티켓주세요..라고 말했어.

그 직원분은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실래요 라고 되물었고지원이는 한 숨을 쉬더니 큰소리로 가장 빠른 티켓주세요라고 말했어.

그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쳐다봤지만 별로 쪽팔리진 않았어그냥 지원이가 밖에 있다는 것이 기뻤으니까모른는 사람이랑 얘기하는게 기뻤으니까

창구 직원은 당황하면서 서울티켓인데 괜찮냐고 되물었고내가 괜찮다고 달라고 했어.

우린 정류장에서 먹을거리를 사고 버스에 탔어자리에 앉아있는데 지원이가 또 떨어서 괜찮냐고 물었는데괜찮다고 했는데 전혀 안괜찮아보였어.

어떻게 긴장을 풀까 했는데옛날에 어렸을때 아버지랑 버스탔을때멀미때문에 고생하는 나한테 삶은 계란으로 머리떄린게 기억나더라고.

아버지가 이러면 멀미 나아진다면서말도 안되지만 그냥 해보기로 했어.지원이 반응도 궁금했고.

떠는 지원이한테 삶은계란 꺼내서 머리를 때렸어지원이는 떠는걸 멈추고날 쳐다봤지.

난 계란을 머리로 치면 떨림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서 때렸다고 했는데지원이는 어렸을때와 나와달리 나이도 먹었고 똑똑한앤데 믿을리가 없엇지.

지원이도 비닐봉지에서 계란을 들고 오빠도 떠는 거 같은데 도와드린다고 날 떄렸어

아프지가 않더라이렇게 지원이가 농담도 하고 웃기를 바랬는데지원이가 내 눈앞에서 농담도 하고 웃으니까 아파도 그냥 마냥 좋았어.

그렇게 서로 얘기를 하니까 금방 서울에 도착했어.

지원이와 나는 서울에서 아무거나 보이는 버스를 타고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에 내렸어.

그 곳을 구경한뒤 또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에서 내리고.

비록 소위 서울의 잇플레이스는 들리지는 않았지만그래도 지원이는 서울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재미있어 했어.

사람들이 많고지금보면 촌스럽지만 당시 유행하던 패션들이 신기했나봐.

시간은 서울버스정류장에서 미리 예약해둔 시간들이 되어가고나는 지원이 한테 집에 가자고 했어.

지원이는 알겠다고 했어그리고 우리들은 택시를 타고 서울버스정류장에 갔지.

택시를 타는동안 지원이한테 말했어.

지원아 오늘 즐거웠지지원이는 그렇다고 얘기했어.

이렇게 용기를 내서 한발자국만 나아가면 내일도 즐거울꺼야나름 멋잇게 얘기했는데 지원이는 대답을 안했어.

난 다시 불안해져서 되물었지오늘처럼 내일도 다음날도 방 밖에서 즐겁게 지낼꺼지?

지원이는 말했어오늘 즐거웠다고 나한테 고맙다고하지만 아직 방 밖에 나갈 용기가 안난다고 했어.

혼자있으면 즐겁지는 않아도 상처받지는 않으니까 그게 더 좋다고세상엔 나처럼 착한사람만 있는게 아니지 않냐고.

난 아무말도 못했어지원이 말이 사실이니까그리고 지원이 마음이 이해가 되니까.

지금까지 오늘 지원이가 즐거워해서 상처가 치료됬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다 내착각이었어.

아무말도 못했는데택시는 서울버스정류장에 도착했고 나는 이대로 지원이를 보내면 원래의 지원이로 돌아갈것만 같았어.

난 지원이한테 화장실 갔다온다고잠깐만 의자에 앉아있으라고 하고공중전화부스로 뛰어갔어.

그리고 주머니에서 전화수첩을 꺼내서 적어는 놨지만전화를 하지 말아야할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

사단장님 번호전화를 거니까 부관님이 받았었어.

난 사단장님한테 급하게 할 말이 있다고 바꾸어 주실수 있냐고 물었고 사단장님이 전화를 받았어.

사단장님이 받으니까 갑자기 긴장이 되더라그리고 앞으로 내가 할 말은 사단장님한테 욕먹어도 될만할 말이었고.

지원이랑 잘있냐는 사단장님의 말에 난 놀랐어어떻게 아셨냐고 물으니까 사모님이 당신에게 전화 하셨다고 했었어.

뭐 달리 할 말이 있냐는 사단장님의 질문에 한숨을 크게 쉬고 말했어지원이를 오늘 우리 집에 재워가면 안되겠냐고.

사단장님은 그게 지원이를 위해서냐고 물으셨고 난 그렇다고 대답했지.

그랬더니 사단장님은 날 믿는다면서 흔쾌히 알겠다고 했어끊기전에 나 혼자사는거 아니냐고 묻긴했지만.

아니라고 하니까 날 안 믿는게아니라 혹시 몰라서 물었다고 대답하고 끊으였어.

나는 전화를 마치고 지원이 앞에 갔어지원이는 왜 이렇게 늦으셨냐고 버스 시간 다 됬다고 가자고 했는데.

나는 지원이한테 버스표 달라고 했어지원이가 버스표를 주고 난 내꺼랑 지원이 버스표를 찢었어

그리고 지원이 손을 잡고버스표 사는 곳에 줄을 섰어.

지원이는 어딜가냐고 물었고난 가장 빠른 티켓이라고 대답했어

사단장님께 전화한 후, 나는 의자에 앉아 있는 지원이한테 갔어.
혼자 있어서 불안해 했던 지원이는 나한테 화장실 갔다오는데 30분이 걸리냐고 말했고, 탈 시간 됬다고 빨리 가자고 했어.
나는 말해야 했지. 오늘 너는 집에 안 간다고. 나와 같이 있을거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말이 안 나왔어. 내 말을 들을지 그것도 문제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옳은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서.
지원이랑 하루 더 같이 있는다고,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았거든. 아무리 주변사람이 도와줘도 자신이 변하려고 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으니까
그래도 내가 하지 않으면 지원이가 변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니까 난 마음을 먹고 일단 저지르기로 했지.
지원이한테 버스표를 달라고 했고, 내 버스표와 같이 찢었어.
그리고 지원이 손을 잡고, 매표소에 줄을 섰지. 지원이는 어디가냐고 물었고, 나는 가장 빠른티켓 이라고 말했어.
지원이는 예상대로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어.
나는 가도 된다고. 하지만 이미 네 부모님께 전화했고 어차피 좋든싫든 앞으로 방안에서 지낼텐데 이왕 나온 김에 하루만 더 있자고 했어.
지원이는 싫다는 말을 안했고, 줄을 선 매표소에는 우리차례가 됬었어. 난 매표소직원한테 인천행 티켓을 달라고 했어.
빠른 티켓이기도 했고,아무거나 타기에는 이미 시간이 많이 늦은 시간이었거든.
우리들은 서로 말없이 버스를 탔지. 정류장에 도착할때는 아직 밝았었는데, 버스가 출발할 때는 해가 진 후였어.
난 버스에서 말을 꺼낼려고 했는데, 지원이 기분이 좋지는 않아 보여서 무리해서 말을 걸지는 않았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들은 인천에 도착했고,주변 택시정류장에서 택시를 잡았어
난 이왕 인천에 왔으니 지원이한테 바다에 갈까 물었는데, 지원이는 피곤하다고 자고싶다고 해서 난 아저씨한테 근처 숙소로 가자고 했어.
근처 숙소에서 방 2개를 잡고, 나와 지원이는 각각 방에 들어갔지.
난 숙소에서 계속 지원이 생각만 했어. 어떻게 하면 지원이를 도와줄 수 있을까? 언제쯤 밝은 지원이를 볼 수 있을까?
아무리 숙소에서 생각해봤자 답은 안나왔고,답답해진 나는 근처 슈퍼에 맥주를 사러 갔어.
나간 김에 담배도 피고 돌아오니까, 내 방앞에 지원이가 울면서 앉아 있더라고.
지원이는 나한테 어디 갔다 오셨냐고, 혼자서 무서워 죽을 뻔 했다고 화내면서 말했어.
그때의 나는 지원이가 무슨 사연을 가진줄 몰랐고, 그래서 혼자자는걸 무서워한 지원이가 귀여웠어.
그래서 웃으면서 무서웠냐고 달래면서 방 문을 열고 지원이는 방에 들였어.
근데 지원이는 울고 있고 괜찮다고 위로해봤자 지원이 기분도 나아질것 같지도 않고 분위기는 썰렁해서 tv를 틀었어.
운이 좋게도 그때 tv에서는 당시 인기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고, 나는 지원이한테 드라마한다고 했는데 쳐다도 안 보더라고.
그래서 tv를 끄고 지원이를 달릴려고 할때, 지원이가 사온 맥주 좀 달라고 했어.
지원이는 미성년자고 무엇보다도 감정이 격해질때 술이들어가면 더 격해질 수 있어서 줄까말까 망설였지만 그냥 줬어
나도 미성년자일때 술 안 마신것도 아니고, 지원이의 감정이 격해져서 속마음을 들을수 있을까 해서.
지원이는 술을 벌컥벌컥 마시다가 토할듯이 뱉더라고, 왜 이렇게 맛없냐면서.
술을 뒤집어 쓴 난 지원이가 귀엽기도 하고 그 상황이 어이없어서 참으려고 해도 웃음이 나왔어.
그럼 술이 쓰지, 쿨피스처럼 달콤한 맛이 있을 줄 알았냐고 지원이한테 말했고
지원이는 아빠가 맨날 맥주 마실때 맛있다고 말해서 맛있을 줄 알았다고 했어.
둘이서 한참을 웃고, 지원이는 흘린 맥주를 닦고, 난 다시 샤워를 하고 같이 tv를 봤어.
서로 늦은시간까지 tv를 보면서 얘기하다가,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지원이한테 이제 괜찮으면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말 했는데
지원이는 여전히 혼자서 못 자겠다고 말해서 나는 지원이 방에서 요를 가져와서 나는 바닥에 요를 깔았지.
불을 끄고 서로 각자 누웠는데, 나는 잠이 안왔어.
한참을 웃고, 맥주가 들어와서 흥분한 것도 있지만, 내일은 어떻게 지낼지 걱정했던게 제일 컸지.
잠이 슬슬 오려고 하는데, 지원이가 조그만하게 말하는게 들리더라고. 자길 아무리 도와줘봤자, 나만 상처받을거라고.(그렇게 말한듯했어)
나는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워낙 지원이 목소리도 작았고 내가 가수면 상태라서 착각한거라고 생각하고 다시 잤어.
다음날 아침 우리들은 각자 방에서 씻고, 근처 문을 연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어.
그리고 밥을먹고 아침부터 그 전날처럼 아무 계획도 안하고 놀았어. 아무 버스나 타고, 사람 많이 내리는 곳에서 내리고.
그 곳에서 놀고 또 보이는 버스타서, 사람많이 내리는 곳에 내리고.
전날 서울처럼 인천은 놀 곳이 많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서로 재미있게 놀았어.
우연히 게임방에가서 같이 당시 유행이었던 스티커사진도 찍고, 펌프도 하고.
동물철권(이름이 잘 기억안난다.)을 초등학생이랑 붙었는데,내가 계속 져서 초등학생한테 한소리 듣고 지원이는 웃고.
당시 기억이 잘은 기억안나지만, 되게 재미있게 놀았던 것 같아.
시간이 지나고 밤이되서, 나는 지원이한테 이제 집에 가자고 했고 지원이는 고개를 끄덕였어.
택시아저씨한테 버스터미널로 가달라고 해서 가고있는데 도착할때 즈음
갑자기 지원이가 마지막으로 바다가고 싶다고 해서 결국 우리들은 버스정류장을 뒤에 두고 근처 바다로 갔어.
그리고 우리는 바다에가서 서로 말없이 걸었고 모래사장에서 앉았지.
그렇게 서로 30분은 말없이 앉았나? 지원이가 먼저 말을 꺼냈어.
오빠는 절 구해줄수 있다고 생각해요? 난 그렇다고 말했지.
같은 아픔을 겪었고, 같은 아픔을 극복했으니까? 또 난 그렇다고 말했어.
그렇다면 오빠는 절 구할수 없어요. 전 오빠와 다른 아픔을 겪었으니까. 제발 저를 그만 내버려둬요. 관심도 지나치면 민폐에요
난 도울려고 하는 내마음이 무시당한것 같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고생하면서 지원이를 도울려 했는데 그걸 알아주지 못하는것도 서럽고,
무엇보다 민폐라는 말에 결국 이성을 잃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지원이한테 화를 냈어.
그래 시발 왕따 얼마나 좇같은지 나도 알아. 어제 친했던 친구들이 오늘 널 괴롭히니까 좇같지. 학교선생들은 도와주지 않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쁘고,
하루하루가 갈수록 친구들의 괴롭힘과 무시는 더 심해지고. 괴롭힘은 학교가 끝난후에도 게속되고. 좇같은거 너보다 알면 더 알았지 모르진 않아.
하지만 넌 상냥한 가족이 있잖아. 난 부모님돌아가시고, 완전히 혼자였어.
그런 상황에서도 부모님유산 손대고 싶지 않아서 매일 새벽 산동네를 뛰어다니면서 우유랑 신문 돌리고, 학교끝나면 유치원에 있는 여동생 데려오고
내 공부하면서 틈틈히 여동생 공부도 봐주고 쪽잠자고 군대오기 전까지 이렇게 살았어
그리고 입대하고 나서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맞고, 변기에 얼굴을 박은적도 있어. 하지만 지금 이렇게 살고 있잖아.
내가 너보다 더 고통받았으면 받았지. 너보다 덜 받지는 않았어. 근데 너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거야.
화내봤자 상황이 더 나빠질건 잘 알지만 당시 나는 이성을 잃은 상태여서 그냥 생각이 나는대로 말했어. 실제로는 더 심하게 말한걸로 기억해
지원이는 내 말을 듣고 아무 반응도 없었어. 울거나 나한테 화를내는게 정상인데 그냥 내 말을 앉아서 듣고 있었어.
내가 말이 다 끝나자,지원이는 날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어.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고, 작지도 않았어.
오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아무한테도 안하기로 약속해줄래요? 난 다시 모래사장위에 앉아서 알겠다고 했어.
지원이는 잠시 아무말도 없다가 말을 꺼냈어.
오빠가 우리 엄마한테 들어서 대강 사연을 아는것 같은데, 맞아요. 저 왕따 당했어요.
그동안 친구들과 사귀고 이제 친해졌다 싶으면 매번 헤어지는거 그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중학교때는 아무에게도 친하게 안 지낸거고요.
당연히 왕따당할거라고도 알고 있었고요. 그래서 힘들지는 않았어요. 헤어지는게 더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중학교 2학년때..
지원이는 말을 못 이었어. 나는 중학교 2학년때 당시 학교짱이 학교에서 예쁜 지원이를 건들었다는 사실을 이미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모른 척 했어.
중학교 2학년때 학교짱이 저한테 고백하면서 같이 놀러 다니자고 그랬어요.전 당연히 거절했고요.
며칠을 따라다니면서 고백하다가 제가 계속 거절하자 그 애는 저보고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저는 너같은애랑 못 사귄걸 후회할일은 없을거라고 매몰차게 말했어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집에 가는 길에.
그리고 지원이는 아무말도 못하고 눈물만 계속 흘렸어.
난 생각을 안하려고해도 머리속으로 그 후에 지원이한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이 갔지만, 아닐꺼라고 분명히 아닐꺼라고 내 생각을 부정했어.
그 후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서 지원이를 보채고 싶었지만, 온힘을 다해서 참았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게 얼마나 힘든지는 내가 잘 아니까.
한참을 울던 지원이는 뜸을 들이다가 말했어.
집에가는 길에 강간을 당했어요. 그리고 다시 지원이는 울었어.
그때 내가 어떤 감정이었는지 표현을 하려고 해도, 표현을 못하겠다.
그때 지원이는 만난지 오래 된건 아니었지만, 항상 같이 지냈고 같은 아픔을 가졌었고, 또 난 여동생이 있어서 지원이를 큰 여동생같이 생각했거든
그렇게 가족같이 생각한애가 강간을 당했다고 하니까 미치는 줄 알았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헤메는 칼’이라는 작품의 내용이 강간된 딸의 아버지가 강간범들을 죽이는 내용인데 내가 그러고 싶었어

당장이라도 지원이를 강간한 새끼들 찾아가서 뒷일생각 안하고 죽여버리고 싶었으니까

지원이는 울면서 뒷얘기를 계속 했어.

집에가는 길에 학교짱과 그 친구들이 자기를 불러서 가봤는데, 어느샌가 강간을 당하고 있었다고. 그리고 사진을 찍히고 있었다고.

그리고 그 개새끼들이 학교나 경찰에 소문내면 사진 뿌린다고 협박했다고.

그 사건 이후 지원이가 중학교를 안다니자, 삐삐로 연락새 사진을 뿌린다고 협박해 또 강간을 했다고.밤새 4명이서

결국 며칠후 지원이가 삐삐와 집 전화를 부셔버리고 방안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그게 지금까지 오게 된거고.

지원이의 얘기가 끝나고 난 울고있었어. 지원이도 마찬가지였고.

난 지원이를 위로해야했는데, 위로의 말이 안나오더라.

방금전까지만 해도 내가 너보다 더 고통받았다고 화냈는데 나한테 지원이를 위로할 자격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그 개새끼들을 죽여버리고 싶었으니까

지원이는 애써 웃으면서 괜찮다고 울지마라고 하는데, 난 참을려고 해도 눈물을 참을수가 없었어.

지원이는 말했어. 그러니까 오빠. 저 안도와주셔도 되요. 저 도와주려고 해봤자 오빠만 힘들뿐이에요.

나는 병신같이 그래도 돕고싶다고 말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울었어. 울기만 했어.

울음이 서서히 그쳐가고 지원이는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난 택시를 잡고, 다시 정류장에 갔어.

정류장에서 표를 사고 집에가는동안 서로 아무 말도 안했어. 지원이는 나한테 이야기를 해서 한결 편해보였지만, 난 전혀 그렇지 않았어.

그 때 버스를 타고 있는동안 몇번을 나가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늦은 시간에 공관에 도착하고, 지원이는 이미 늦었으니까 공관에서 자고 가라고 했지만 난 괜찮다고 했어. 어차피 잠도 안 왔을게 뻔했고.

지원이가 집에 들어가는 걸 보고, 난 그냥 정처없이 걸었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을 해야 됬지만, 이미 머리속은 포화상태라서 아무 생각도 안났고.

그날밤은 정류장에서 보내고 다음날 집에 돌아갔어. 그리고 집에 도착하고 곧장 침대위에 누웠어.

피곤하긴 했어도 잠은 오지 않았는데, 일단 자고 나서 머리르 비워야 될 것 같더라고.

자고일어나니까 비로소 남은 휴가동안 할 일이 떠올리더라.

개새끼들 찾아가서 지원이 사진 지우기

잠을 한참동안 자 이미 늦은시간이 되었지만, 개의치 않고 사모님한테 전화드렸어.

사모님이 전화를 받고 난 인사도 안하고 지원이 중학교때 같은반 전화번호 있는대로 다 알려달라고 했어.

지원이가 집에 들어가는 걸 보고, 한참을 정처없이 걸었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원이의 얘기의 충격에 빠졌던 그때의 난 아무 생각도 못했어.

이성적으로 생각을 하려고 해도, 그때의 나는 지원이를 강간한 새끼들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지.

내가 이성을 잃은 사이에 나는 그 개새끼들을 죽일 방법들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는 이성을 되찾으려 노력했어.

한 사람의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한 번 자살을 시도했고, 도움받은 내가 잘 아니까. 비록 그게 강간범의 목숨이라도.

난 생각하는걸 안 하려고 노력하고 정류장까지 걸어갔어.

최대한 생각을 안할려고 술을 마실려고 했지만 근처에 슈퍼는 안 보였고, 머리속에는 계속 그 개새끼들을 죽이라고 말하는것 같았어.

난 그 개새끼들을 죽일방법을 생각하는 내가 싫어서, 한밤중이었지만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걸어갔어.

길거리의 사람들이 날 병신보듯이 보고, 또 취한사람들은 나한테 시비를 걸었지만 상관없었어. 아니 오히려 더 좋았지.

그 생각을 잠시나마라도 안 할 수 있었으니까.

한 밤중에 밝은 시내쪽을 향해 걸어갔더니, 어느샌가 나는 버스정류장 앞에 서있었고 난 서울로 가는 표를 예약했어

또 한참을 멍하니 앉아서 기다리다가, 버스시간이 되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탔어.

2일전에 휴가출발할때와 같은 서울행 버스였는데, 2일전의 나와 당시의 나와의 감정의 차가 너무났어.

2일전의 나는 지원이를 도울수 있다는 희망에 가득찼지만, 당시의 나는 지원이를 도울수없다는 절망이 가득찼으니까.

계속되는 지원이 생각에 눈물이 나오는걸 참으려고 다른 생각을 하려고 했는데, 시은이 생각이 났어.

한번 시은이 생각이 나니까 시은이 생각들이 지워지지 않았고, 참으려고 입술에 피가날때까지 깨물었지만 또 눈물이 났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시은이와 헤어지지만 않았으면, 지금쯤 시은이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하면 도울지 물어봤을텐데.

하지만 그때의 나는 시은이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생사조차도 몰랐었지. 헤어질때 아픈 그녀를 뒤로하고 폭언한게 시은이와의 마지막 기억이고.

버스를 타는 동안 너무나도 힘들었어. 지원이한테 전날 막말한게 미안하고, 시은이는 너무나도 보고싶고 아니 생사 그것만이라도 알고싶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지나고, 서울버스정류장에 도착했어. 난 도착하자마자 뛰어가자시피 고통스러웠던 버스밖을 나갔고, 지하철을 탔어.

러시아워 2호선 만원지하철을 타고 서울대입구역에 도착했고, 난 집까지 뛰어갔어.

집에는 여동생은 학교갔고, 할머니는 마실 나가셔서 아무도 안계셨고, 난 침대에 누웠어.

그 때 밤을세서 그런지 피곤하긴 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지.

머리속만 복잡해서 침대밖을 뛰쳐나가서 근처 관악산 정상까지 뛰어가고 싶었는데, 자려고 애를썼어.

몇시간만에 겨우 잠이 들었고, 일어나고 보니 늦은 시간이 됬고, 거실에서 여동생이 TV를 보고있었어.

TV를 보면서 한없이 웃고있는 여동생을 보고있으니까, 남은 휴가동안 할일을 결정했어. 씨발새끼들 찾아가서 지원이 사진 지우기.

여동생을 보니까 또 지원이 생각이 나서 울음이 나오는걸 애써 참고, 괜히 여동생한테 왜 늦은시간까지 TV보냐고 들어가서 잠이나 자라고 화냈지.

여동생은 왜 오랜만에 보는데 화내냐고 울었지만,여동생한테 미안하지만 내가 더 눈물이 나올꺼 같아서 더 화를내고 방에 들여보냈어.

동생이 잠이 든걸 확인하고, 많이 늦은시간이라 전화하면 폐가 되는걸 알면서도 사모님한테 전화를 걸었어.

긴 수화음이 울리고, 사모님이 전화를 받으셨어. 난 예의가 없는 걸 알면서도 받자마자 알고있는 지원이의 중학교 친구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어,

사모님은 처음에 당황하시다가,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셨어.

몇 분이 지나고 사모님은 지원이가 중학교때 친구를 안사귀어서 그런지 중학교 친구 번호가 없다고 하셨어.

혹시나하는 마음에 전화한거라 난 그다지 실망하지는 않았어.

그러면 지원이가 다녔던 중학교 이름이랑 주소,그리고 몇반이었는지만 알려주라고 부탁드리고 사모님한테 다 듣고 전화를 끊었어.

지금 갈지 망설였지만, 어차피 지금 가봤자 학교도 안 열었고, 다시 한번 머리를 식힐려고 일단 자고 다음날 가기로 결심했지.

자려고 방에 들어가기 전에, 내 여동생 깨우고 아까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여동생은 괜찮다고 다음휴가때는 같이 놀아주라고 하면서 웃는데

지원이를 가족처럼 느끼는 나도 지원이의 사연이 가슴이 아픈데, 사모님과 사단장님이 알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지 가늠이 안가더라.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돈을 챙기고 서울역으로 갔어. 서서히 돈은 떨어져갔지만 상관은 없었어.

서울역에서 기차표를 사고 앉아서 기차시간까지 기다렸어. 그래도 무엇을 할 지 정하니까 머리에 잡것들이 떠오르지는 않더라.

기차시간이 되고, 나는 자리에 앉아서 후의 할일들을 계획하려고 했지만, 내가 아는 정보는 너무나도 없었어.

내가 아는 건 지원이 중학교랑 반 그리고 2학년떄 담임선생이름, 그리고 지원이를 강간한 개새끼들이 4명이고, 그 4명이 학교짱이 포함된 그룹이라는 것.

지원이 중학교가 있는 지역에 도착하고, 대강 밥을 먹고 택시를 타고 중학교에 갔어.

택시를 타고, 중학교에 도착하니까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었지.

지원이가 이 학생들처럼 이렇게 어렸을때 그런일을 당했다는게 진짜 가슴이 미어지더라

나는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들에게 물어가면서 교무실에 들어갔고, 교무실에서 사모님이 알려주신 중학교2학년때 담임을 찾았어.

그때 담임은 없었고, 옆에 있는 선생님이 잠시 앉아있으라고 해서 앉아있었어.

찾아온 이유는 단 하나, 개새끼들 주소랑 전화번호 아는게 목적이었거든.

기다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담임선생은 왔고 나한테 왜 왔냐고 물었어. 나는 지원이를 아냐고 물었어.

그 여선생은 어디서 들어보긴 한것같다고 하더라. 그 때 화가 좀 났지만 참았어.

10년도 아니고 불과 몇년전의 반에서 유일한 왕따 학생인데, 그 아이를 기억 못한다는게 이해가 안갔지.

하지만, 난 좋게 얘기했어. 몇년전에 선생의 학생이였고, 왕따를 당해서 나중에 학교 안 나왔다고.

그 여선생은 “아 걔?”그러면서 그제서야 기억이 난다고 했어. 그리고 왜 그러냐고 묻더라.

말투도 싸가지없고, 무엇보다 지원이가 한때의 자신의 반 학생이었는데 관심조차도 안보이는게 화가났지만 한번 더 참고 좋게 말했어.

사실 지원이가 중학교 2학년때 같은반 학생한테 심한짓을 당해서 지금까지 학교도 못다니고 있는데,

그 학생을 만나고 싶은데 전화번호라도 알려줄 수 있냐고.

그 선생은 TV는 사랑을 실고 촬영하는 줄 아냐고, 본인도, 가족도 아닌 분한테 그런거 못 알려준다고 했어.

나도 그제서야 그 당시말로 뚜껑열렸지. 나도 좋게 말하는걸 그만두고 말했어.

당신이 담임 맡은 반에서 왕따가 일어났고, 지금도 왕따 휴유증으로 당신 반 학생이 방밖에 못 나가고 있는데 도와주려고 하지는 못할 만정 그렇게 말하냐

그 여선생은 내 말 듣고, 왕따 당한건 지원인가 지은인가 걔 잘못이고 지금 방밖에 못나가는것도 걔잘못인데 지금 왜 나한테 와서 지랄이야 라고 말하는데.

그 여선생의 ‘지랄이야’ 라는 말이 아니라 ‘지원인가 지은인가’라는 말에 완전히 이성을 잃어서 지금 기억은 안나지만 난 더 심한말을 했어.

결국 그 여선생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울고, 나는 교무실에 있던 몇몇 남자선생님이 날 말리면서 학교 뒤편으로 데려갔어.

남자선생님은 나한테 담배피냐고 물어보고, 같이 담배를 폈어.

그러면서 이해해 달라고 하더라. 선생이라고 다 참 교육자만 있는게 아니라면서. 그리고 학생들의 기록은 본인,혹은 가족이 아니면 못 준다면서.

난 알겠다고 했고 그 선생은 돌아갔어. 난 학교 뒤에서 앉아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면서 담배를 한 대 더피는데

보기에도 정년이 얼마 안남아보이는 선생님이 오셨어. 그 선생님이 나한테 그러더라. 아까 교무실에서 소란핀 분 맞냐고.

난 맞다고 했어. 소란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그냥 그때는 반박할 힘도 안났거든

그 선생님은 자기가 지원이가 1학년때 담임이라고 했어. 그리고 지원이랑 아는 분같아서 인사드릴려고 왔다고 하더라.

그 말만 들어도 알았지. 아까 그 여선생이랑 다른 사람이라고. 난 간단하게 내 소개를 했어. 군인이라는 말만 빼고..

영창 한번 더 가서 또 전출가면 공통분모도 없이 아예 지원이 곁에서 멀어지는 거니까.

그 선생님은 지원이의 안부를 물었고,여기에 왜 왔냐고도 물었어.

난 최대한 그 사건의 언급없이 지원이의 상황을 말했어.

그리고 거짓말 하는 건 싫었지만, 지원이를 괴롭힌 학생이 지원이한테 찾아가 사과하게 할려고 왔다고 그러면 지원이가 나아질것 같다고 거짓말 했어.

그 선생님은 잘 알겠다면서 가슴속에서 편지 한 통을 꺼내더니 나한테 줬어.

내가 그편지가 뭐냐고 묻자, 선생님은 지원이 친구라기에는 부족하겠지만, 유일하게 말을 하던 상대라고 여기 있는 주소로 찾아가 보라더라.

나는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곧장 택시를 잡아서 그 편지에 쓰여있는 주소로 갔어.

남의 편지를 읽는 게 에의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편지를 읽었어. 편지내용은 별게 없었어.

편지의 주인공이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잘 지내고 있다. 선생님도 잘지내라 그런 내용으로 기억해.

뭐 그때는 내 느낌이었지만, 딱 봐도 그 학생이 착하다는 걸 알수 있었어. 왠만해서 졸업하고 어지간히 친하지 않으면 담임선생님한테 연락안하잖아.

택시는 한참을 헤메다가 그 주소앞에 도착했고, 난 아무 망설임도 없이 초인종을 눌렀어.

누구세요 라는 말이 들렸고, 나는 편지에 쓰여있는 이름보고 xxx씨 계신가요 라고 말했어.

그리고 문을 열리더니 지원이랑 비슷한 나이대의 소녀가 나왔어. 그리고 무슨일이냐더라.

지원이랑 아는 사이인데, 물어볼게 있다고 왔다고 하니까 어떻게 날 알게 되냐고 의심하더니,

내가 선생님이 준 편지주소로 왔다고 하니까 밖에서 얘기하자고 해서 밖에 나갔어.

밖에 나가서 근처에 커피전문점(아니, 다방이라고 해야 맞을것같다.)에 들어갔어.

그 친구는 지원이의 안부를 물었고, 난 지원이는 방밖에서 못 벗어난다고 했어.

그리고 난 중학교 2학년때 지원이한테 고백한 학교짱이름이랑 학교 아냐고 물어보니까. 그 친구가 울더라고. 미안하다면서

평소같았으면 달래면서 사연을 물었을텐데 그럴 기분도 아니었고, 뭔가를 아냐고 물어봤지.

그 친구는 지원이의 그 이야기들을 알고있었어. 학교에서 한때 소문이 터졌긴했는데 워낙 신빙성도 없어서 금방 묻혔었는데,

학교짱들이 우연히 얘기하는걸 듣고 사실인걸 알게 됬다고. 근데 보복이 무서워서 선생님께 말을 못했다고.

그 아이는 계속 죄송하다고 하는데, 넓게 보면 그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안한 그아이 탓도 있지만, 그 아이가 잘못한건 아니기에 괜찮다고 말하고

그 새끼들 이름이랑 지금 학교 알고 있는거 전부다 알려달라고 했어.

그 친구는 그 새끼들 이름은 다 알지만, 가장 중요한 그 학교짱과 친구1명이 최근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들었다고 말했어. 난 일단 고맙다고 말하고 나갔어.

그 다방을 나가고 숙소를 정하고 숙소침대에 눕는데 그제서야 한계가 왔어. 지치기도 했고 아직 많이 남았었지만 남은 휴가내에 다 못찾을 것 같았지.

다음 휴가때 찾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번엔 운이 좋게 길게 나왔지만 공관병인 내가 앞으로 이렇게 길게 휴가나오는 것도 없을게 뻔했고.

결국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어. 가장먼저 떠오른게 pc방 형. 그때당시 pc방을 그만하고 다른 사업을 하느라 바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달리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었어.

그리고 예전에 같이 술마실때 형이 조직생활을 했었다고 장난스럽게 말했었는데 들을 당시엔 믿지 않았는데 혹시나하는 마음에 전화했어.

형한테 전화하니까 달갑게 받고 무슨 일이라고 묻더라. 나는 대강 사연을 얘기했어. 지원이를 알게된 계기와, 그 개새끼들을 찾을려는 이유.

왠만해선 형한테도 지원이 사연을 얘기 안 할려고 했는데, 사실대로 얘기했어. 형은 내 사연을 알고, 또 입이 무겁다는 것도 아니까

형은 어디냐고 물었고, 지금 내가 있는 지역과 숙소를 말했어. 그리고 그 개새끼들에 대해 아는거 다 알려주라고 해서 다 알려줬지.

형은 고등학교 어디갔는지 아는 2명 찾아가지 말고, 일단 기다리라고 했어. 어설프게 그 2명 건드리다가 나머지 2명 못찾는다고.

난 알겠다고 했고 거기서 기다린다고 했어.

그 날부터 그 숙소에서 몇날 몇일을 기달렸어. 그 개새끼들 찾으려고 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더 힘들더라.

형한테 도와줄 것 있으면 도움을 줄려고 전화하려고 했는데, 형의 집전화는 계속 안 받았어.

그때 핸드폰이 없던 시기도 아니고, 형 핸드폰이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형 핸드폰 번호를 전화수첩에 안 적어놔서 형 전화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지.

몇일이 지나고 방에 노크소리가 들려서 열어보니까 형이었어. 그리고 그 개새끼들처럼 보이는 2명이 옆에 있더라.

형은 오래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고, 그 개새끼들한테도 나한테 사과하라고 했어.

그 새끼들은 형한테 쫄아서 그런지 나한테 사과를 했어. 얼굴이 형태를 알아볼 수가 없어서 형한테 맞은게 뻔히 보였지만, 딱히 형한테 그 얘기를 안했어.

형은 그 새끼들이랑 문 밖에서 따로 얘기하더니, 혼자서 내 방으로 들어왔어.

그 나머지 2명 소재지를 찾다가 찾게 되서, 일단 그 2명 혼내고 왔다고 했었어.

그러면서 더 심하게 할껄 그랬나 라면서 내 기분을 풀려고 했는데 난 웃을기분도 아니었지

난 형한테 사진의 행방을 물었고, 형은 가슴속에서 봉투를 거냈었어. 여기에 있다면서 한 번 확인해보라고 했는데, 차마 못 보겠더라.

그 사진이 지원이 사진이 맞는지 확인해야 했는데, 봉투를 꺼내기가 쉽지 않았어.

그래서 형한테 그나마 제일 무난한 사진을 달라고 해서, 그사진을 봤어.

형이 골라둔 제일 무난하다는 그 사진을 봤는데,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고 그 순간 2명을 쫓아가서 죽이고 싶었어.

형은 날 말리면서 일단 사진 다 찾고 그 새끼들 어떻게 할지 생각하자고 했어.

난 그 사진이 끝인줄 알았는데 더 있다고 해서 무슨 말인줄 물었는데, 형은 그 새끼들이 사진을 나눠가졌다고.

나머지 2명도 찾아가야 된다고 말했는데,. 그 사진이 졸업사진도 아니고 나눠갖는다는걸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진짜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나왔어

또 형은 내일은 혹시몰라 카메라 현상한 사진관도 찾아갈테니까 걱정마라고 하셨어.

난 사진갖고 있는 개새끼들한테만 정신이 팔렸지 카메라 사진관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형한테 말도 못하게 고마웠지.

날 도와주는 것도, 자기 일처럼 나서주는 것도.

형은 떠나면서 내일 같이 갈건지 물었는데 난 안간다고 했어. 사진을 보고나서 그 새끼들 면판보면 진짜 죽일것 같았거든

나는 형한테 내일도 잘 부탁드린다고 그리고 그 새끼들 데려오지 마라고 말했고 형은 떠났어.

그 날밤은 잠도 안오고 애써 눈에 안들어오는 TV만 봤어. 애국가가 나올때까지.

다음날 밤에 눈이 빠지게 기다렸던 형이 왔어.그리고 형은 봉투를 나한테 건넸어.

나는 혹시나 남아있는 사진 있는거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형은 내가 그런거 생각 안했을것 같냐고 걱정말라고 했지.

형이 꼼꼼한 성격이란 건 잘 알지만 계속 물어봤어. 사진관은 갔다왔느냐, 그 새끼들 입단속은 철저히 시켰냐. 그리고 죽지않을만큼 반성은 시켰냐.

형은 다 그렇다고 더 걱정하지마라고 하자 참을려고 해도 또 눈물을 흘렸지. 진짜 휴가동안 몇번을 울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나서야 비로소 형한테 고맙다고 말했어. 고마운 마음은 지금도 항상 생각하면 고맙지만 그때의 고마움은 말로 표현 못할정도로 컸어.

난 그 날밤 형이랑 술을 먹고, 다음 날 형이랑 같이 집으로 올라왔어.

마음에 찝찝함은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한결 편해져서 남은 휴가동안 평범하게 집에서 가족이랑 지냈어.

여동생이랑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계속 마음이 아팠지만, 애써 내색 안할려고 했지.

그리고 휴가복귀날이 왔고, 휴가복귀후 공관으로 들어갔어.

사모님은 휴가때 지원이 학교는 왜 물어봤냐고 물어봤지만 대강 거짓말을 했어. 지원이에게 있었던 일을 알면 사모님도 나처럼 고통받을 테니까

다음날 1시가 됬고, 난 지원이 방에 들어갔어.

지원이는 휴가때 같이 놀기전보다는 밝아졌고 웃으면서 인사를 했지만, 애서 그런 척 해보인다는게 뻔히 보였어.

나도 애써 밝은척을 했고, 수업을 했어. 수업중에 같이 농담도 하고 웃기도 했지만, 가슴속의 사진들 때문에 애써 편하지가 않았지.

그리고 수업시간이 끝나고 봉투를 주면서 말했어. 내가 옆에서 얼마든지 도와줄테니까 이제 같이 변해가자고.

지원이는 웃으면서 무슨말 하냐고 내 선물이냐고 봉투를 열고 사진들을 보더니, 그 사진들을 나한테 던졌어.

그리고 누가 내 일에 참견하랬냐고 다신 내 방에 들어올 생각하지마라고 말하고 날 밀치고 문을 잠궜어.

그리고 한동안 나는 물론 사모님도 지원이 방에 들어가지 못했어.

 

 

오후5시, 수업시간이 끝나고 나는 지원이 방을 떠나야 됬지만 그러지 못했어.

 

계속 망설이고 있었어. 힘들게 구한 그 사진을 지원이에게 줘야될지, 아니면 내가 갖고있어야 될지.

 

지원이는 수업도 끝났는데 달리 할 말이 있냐고 나한테 물었었는데, 난 아무 대답도 못하고 계속 망설이고 있었어.

 

지원이는 무슨 일 있냐고 나한테 계속 말걸고, 나는 그 전날 밤까지도 고민해서 한 숨도 못자 제정신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나는 나도모르게 지원이에게 사진이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고 있었어.

 

정신을 차려보니 지원이는 내 손에 있는 봉투를 가져갔고, 선물이냐고 나한테 물으면서 봉투에 있는 사진들을 꺼내고 있었어

 

이미 상황은 되돌릴수도 없고 나는 애써 말했어. 내가 전역해서도 옆에서 얼마든지 도와줄테니까 이제 같이 변해가자고. 할수있다고.

 

지원이는 웃으면서 무슨 말 하냐고 이거 내 선물이냐고 사진을 꺼내고 보더니, 날 부모님 원수보듯 봤어.

 

아직도 가끔 지원이를 보면 그 때의 지원이의 눈빛을 잊지 못 할정도로 그 눈은 어떤 말보다 무서웠어.

 

지원이는 그 눈으로 날 쳐다보고 사진들을 나한테 던지고 말하더라.

 

누가 내 일에 참견하랬냐고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다신 내방에 들어오지마라고.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지원이 방에 나올 수 밖에 없었어.

 

내가 지원이 방에 나오니까, 지원이의 큰 목소리에 나온 사모님이 날 쳐다보고 있었고 난 죄송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지.

 

사모님은 나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지만, 난 아무 말도 못했어.

 

부모님 돌아가시고 사모님은 내 어머니 같은 분이 되셨는데, 그 분한테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진실을 말해서 상처주고 싶지도 않았거든

 

그냥 나는 죄송하다고 몇번이나 말할수 밖에 없었어. 울면서

 

사모님은 괜찮다고 일단 오늘은 방안에 들어가서 쉬라고 했고 나는 사모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어. 내가있으면 오히려 폐가 될테니까.

 

밤이 되고 사단장님이 공관에 오시고, 사단장님은 나에게 잠시 얘기 좀 하자고 부르셔서 거실로 갔어.

 

거실엔 사단장님, 사모님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 있었고, 사모님이 물었어.

 

오늘 지원이가 나와 싸운 이후에 방문을 걸어 잠그고 말을 걸어도 대답을 잘 안하는데, 무슨 일이냐고.

 

난 사실대로 말할까 하다가 안 하기로 했어. 사실을 알면 상처받으실테니까. 그냥 죄송하다고 말 할수 없다고 말할수 밖에 없었지.

 

근데 내 말을 들은 사단장님이 화를 내더라

 

내가 지원이 방에서 과외를 하고 난 이후에 감정을 표현하게 되고 문 밖에 나가게 된건 고맙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나쁘게 됬는데 부모한테 어째서 이렇게 됬는지 설명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면서.

 

사단장님이 일개 장병인 나한테 화낸다는거. 지금 생각하면 무섭다는 말로 표현이 안되지만 그때의 나는 상관이 없었어. 지원이 생각밖에 없었지.

 

나는 죄송하다고 사연을 말할수는 없지만 반드시 원래의 지원이로 되돌려 놓겠다고. 그것 하나는 약속 드린다고 말했어.

 

사단장님과 사모님은 결국 내가 그렇다면 알겠다고 방에 들어가라고 하더라.

 

다음 날, 난 원래 공관병이 해야 할 일을 했어. 그동안은 지원이 공부시키느라 사모님이 많이 배려하셨지만, 이젠 상관없는 일이었지.

 

사모님이 계속 말리셨지만, 난 계속 한다고 했어.

 

나중에 사모님이 노파심에 지원이 포기한거 아니냐고 묻긴했지만, 난 포기 안한다고. 잠시 서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 뿐이라고.

 

그러니까 제발 일좀 돕게 해달라고 말했고, 사모님은 알겠다고 하셨어.

 

기상하면서 방안의 불 다 키고, 사단장님의 군복은 만지면 베일정도로 다려놓고.

 

사모님이 식사준비 하시는 거 돕고, 빨래하기.등등  할일들을 다 하면 괜히 안해도 되는 작업을 찾아서 했어.

 

간단한 작업은 최대한 내가 했지만, 일손이 많이 필요한 작업은 본부에 전화를 걸어서 장병들에게 맡겼지.

 

내가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원래 공관병은 작업은 안 하거든. 사복입고 군생활하니 말 다했지.

 

그 사건이후로 잠시 시간나면 1호차운전병 또는 부관님과 농담 몇개만 나눌뿐, 오로지 지원이 생각뿐이었어.

 

1달쯤 지나고, 사단장님이 날 부른다는 부관님의 부름에 나는 사단장님에게 갔어.

 

사단장님은 앉으라고 하신뒤, 며칠뒤 당신께서 휴가를 나가려고 하는데 포상 챙겨줄테니까 나도 휴가나가라고 하더라고.

 

난 알겠다고 했어. 사단장님은 곧장 알겠다고 말하는 날 보고 놀라더니 지원이를 위해 생각한거라도 있냐고 물으셨고, 난 그렇다고 말했어.

 

그리고 그게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보겠다고.

 

사단장님은 알겠다고 하시고 내 방으로 돌아가서 난 전화를 했어. 전화상대는 사장 형.

 

형이 전화를 받고 난 지원이의 현재상황과 계획을 말하고 뭔가를 부탁을 했어.

 

형은 내 계획을 듣더니 내 계획대로 일이 진행될 것 같지도 않고, 또 계획대로 진행되도 지원이가 전혀 나아질 것 같진 않다고

 

그래서 내 부탁은 들어 줄 수 없다고 거절했어

 

형이 내 부탁을 거절한 것도 처음이고, 형은 한번 한 말은 지키는 성격이라 나는 당황했지만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했어.

 

하지만 형은 결국 내 부탁을 거절하고 나는 전화를 끊었지.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어. 형이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한  내 계획은 진행될 수가 없었거든.

 

수많은 계획을 세웠지만, 당시 내가 선택한 계획은 이거였어.

 

지원이에게 인간으로서 하면 안 될짓을한 그 개새끼들이 지원이를 찾아가게해서 사과하게 하기.

 

물론 그 개새끼들이 사과한다고, 지원이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던가 그런건 전혀 바라지도 않았어.

 

그래도 그 개새끼들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이나마 지원이가 변하지 않을까 하는 밑도 없는 희망은 있었지.

 

그 날 이후로 매일 밤 형한테 부탁을 했지만, 형은 결국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고 내 휴가날이 다가왔어.

 

휴가출발전날 사단장님은 지원이를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때 내 마음은 무겁기만 했지.

 

휴가출발날 어쩔수없이 난 지원이의 중학교가 있는 지역에 가서 일단 이름과 학교를 아는 그 2명을 먼저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어.

 

정말 밑도 끝도 없는 계획이었지만 어쩔수가 없었지. 내가 아는 정보가 이름과 고등학교 밖에 없었으니까.

 

저번 휴가 처럼, 평소대로 정류장에 가서 표를 끊고 기다리는데, 그때 그심정이 얼마나 착잡했는지.

 

부산행 버스같은 시간이 지나고 난 서울정류장에 도착했고, 난 곧장 기차표를 예매하러 서울역에 갔어.

 

서울역 매표소에 줄을 서고 내 차례가 되서 표를 예매하려는데 형이 떠오르더라.

 

그리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형을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어.

 

딱히 형이 내 부탁을 들어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일단 찾아가야 될 것 같았어.

 

매표소에서 일부러 4시간 후의 기차표를 예매하고 난 곧장 형의 사업장으로 갔지.

 

형의 사업장으로 들어가자, 형은 놀랄줄 알았는데 전혀 놀라지 않더라.

 

그냥 날 보더니 올 줄 알았다고, 일단 소파에 앉으라고 하셨어.

 

내가 소파에 앉고 형은 나한테 물었어.

 

네가 하는 일이 지원이를 진정으로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냐고. 그냥 네가 지원이 돕는다고 스스로 자위하는 짓 아니냐고.

 

난 아니라고도 말 못했지. 형의 말이 맞으니까.

 

난 그동안 지원이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가 지원이를 돕는다고 생각하고 싶었을 뿐이었니까

 

형은 말도 못하는 날 두고 계속 얘기했어.

 

저번에 도왔던 건 내 얘기를 듣고 내가 하려는 일이 옳다고 생각해서 도운건데, 이번에 내가 하려는 일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나는 어떻게든 형을 설득해야 됬어. 나 혼자서 학교도 모르는 2명을 찾을 수 없을테니까. 하지만 설득할 자신이 없었지. 형의 말이 다 맞으니까.

 

난 알겠다고 소파에서 일어나서 나가려는데 형이 말하더라.

 

이번 일이 계획대로 안되도 후회안할 자신 있냐고.

 

형한테 내 생각을 간파당한 난 후회 안한다고 거짓말 할 힘도 안생겨서 그 때 솔직히 얘기했어

 

후회하겠지 지금처럼 죽도록 후회하겠지.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후회하는게 더 힘든거 아니까 하려는 거 뿐이라고.

 

형은 내 말을 듣고 한숨을 쉬더니 나한테 종이를 건냈었어

 

종이에는 낯이 익은 이름 4개와 주소가 있었지. 그 개새끼들 이름이랑 주소였어.

 

형은 종이를 나에게 주고 말했어. 이번일은 옳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쳐도와달라고 해도 도와주진 않을거라고 자기는 기회만 준다고

 

나는 형한테 고맙다고 말하고 그 곳을 나왔어. 그리고 곧장 지하철을 탔어

 

지하철 타는동안 심정은 주소를 얻게되 좋기도 했지만, 그 주소때문에 정신이 팔려 어떻게 4명 모두를 설득할지 자세히 생각하지도 못해서 막막하기도 했어.

 

서울역에 도착후 미리 예매한 기차를 탔는데 기차를 타는동안 계획을 세워볼려고 했지만, 변수도 너무 많고, 계획대로 될 것 같지도 않아서

 

그냥 일단 가보고 계획을 세우기로 그 때 결심했어

 

그동안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계획 하는것도 지친것도 있고.

 

머리를 비우고 잠을 자니까 어느새 그 지역에 도착했고,나는 역근처에 있는 택시정류장에서 택시를 탔어.

 

그리고 택시아저씨한테 주소가 적힌 종이를 건네고, 가장 가까운 주소가 있는 곳에 가달라고 했어.

 

얼마지나지 않아 그 주소가 적힌 곳에 도착했고, 나는 주변사람한테 물어보고 그 집앞에 섰어.

 

그 집은 고등학교를 다니던 2명중 1명의 집이었고, 난 망설이지 않고 초인종을 눌렀어.그 땐 휴가도 짧아서 망설일 틈이 없었어.

 

초인종을 누르고,노크를 하고 별 지랄을 다했지만, 그집에서 아무도 안나오더라.

 

난 그냥 일단 다른애 집에 갈까 하다가 그냥 기다리기로 했어.

 

언젠가 올 지도 모르고, 다른 집 가기에도 너무 지쳐서.

 

그렇게 계속 기다리니까 어두워질때쯤, 그 새끼가 집에 오는 게 보였어.

 

나는 1달전에 그 새끼가 형이랑 같이 나한테 사과하러 왔기때문에, 그 낯짝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애는 처음엔 날 못알아보더라.

 

처음에 그 새끼가 집쪽으로 걸을때 내가 누군지 모르는 듯 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니까 기억나는

듯 했어

 

난 자리에 일어섰어 그 새끼가 튀면 잡을려고.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 빼고 싸움을 한 적이 없어서 싸움에는 전혀 자신이 없었지만 쳐맞더라도 그 새끼를 놓치지 되도 않는 자신은 있었지.

 

근데 그 애는 날 알아봐도 묵묵히 걸어오더니, 집에 가방만 나두고 나오겠다고 하더라.

 

나는 알겠다고 했어. 뜻 밖의 반응이라 당황한 것도 있지만, 만약 집에서 안나오면 창문을 깨서라도 들어갈 생각이었으니까.

 

그 애는 집에 들어가서 진짜 가방만 두고 나왔어.

 

나는 근처에 조용한데 알면 거기서 얘기하자고 말하고, 그 애는 날 근처 놀이터에 데려갔어.

 

놀이터에는 아직 놀고 있는 초등학생 몇명이 보였지만, 어른들은 보이지 않아서 거기 벤치에 앉았어.

 

어떻게 말을 꺼낼까 생각하고 있는데 그 새끼가 먼저 말을 건네더라. 죄송하다고. 더 떄리고 싶으면 때리라고.

 

물론 때리고 싶었지만, 그 새끼가 나한테 죄송하다고 말한다는 변수는 내가 생각한 범주내의 없었기 때문에 내가 온 의도를 말하지 못했어

그 애는 내가 말을 못 하는 사이에 자기 얘기를 계속 하더라

 

주범인 학교짱과 중학교 친구였는데 처음엔 재미있는 거 하자고 해서 같이 갔었는데 이런 짓을 하게 될줄 몰랐다고.

 

안 하려고 했지만 당시 분위기에 거부할 수도 없었고. 솔직하게 말하면 지원이가 예뻤기 떄문에 나도 모르게 같이 하게 됬다고.

 

당시에는 너무 어렸기 떄문에 자기가 한 짓이 얼마나 나쁜짓인지 실감하지 못했고, 지원이가 학교에 안나와도 대수롭지 않게 지냈다고.

 

근데 1달 전 어떤사람 (내 형)이 찾아와서 때리면서 현재 지원이 사연을 들었는데,

 

내가 잊고 있었던 일로 지원이가 아직까지 고통받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미안했는지 말로 못한다고.

 

그 새끼는 그 말을 하자마자 울었고, 울면서 말했기 때문에 그 후의 말은 못 알아 들었지만, 그 애가 얼마나 반성하는지는 알수 있었지..

 

물론 그 새끼가 용서 받지 못할, 인간으로는 하지 말았어야할 일을 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지만

 

그렇게 울면서 반성하는 애한테 차마 욕하거나 떄릴수는 없더라.

 

난 그 아이한테 탓하지도 못한채 내가 온 목적을 말했어.

 

지원이한테 직접 네가 사과했으면 해서 찾아왔다고 하겠냐고 하니까 그 애는 알겠다고 하더라.

 

나는 그 애한테 다른 새끼들 중에 전화번호 아는애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결국 그 자리를 나올수 밖에 없었어.

 

다시 돌아가서 내 속이 편해질때까지 때릴까 하다가 자기가 한 일을 반성하는 애한테 차마 때릴수가 없었고.

 

그 애한테 전화번호를 받은 2명한테 지원이 오빠라고 거짓말 하고 전화를 걸었어.

 

거짓말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 2명이 아까 그 새끼 태도랑 다르게 나를 신고하면 군인신분인 나는 영창 아니 교도소에 갈테니까.

 

교도소에 가서 지원이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만 있으면 몇번 이라도 가겠지만 그럴 일도 없을 뿐더러 가게되면 내인생도 지원이 인생도 비참해질뿐이니까

 

그 2명을 중학교 안의 벤치에서 만나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어. 그 2명 한테 죄책감을 주고 싶었거든

 

전화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2명은 따로따로 왔고, 이미 밤이 되서 그 새끼들의 표정이 잘 안보였지만 어두워보였어.

 

그 애들도 나한테 죄송하다고 할 말이 없다고 하더라.

 

이미 그런 반응은 아까 겪었기 때문에, 난 미리 준비해둔 말들을 했어.

 

너네들 또 맞을까봐 두려워서 거짓으로 하는 말이 아니냐, 너네가 아무리 반성을 하든 형사책임을 물을꺼라는 협박까지.

 

근데 그 애들은 내 말을 듣고도 그냥 죄송하다고만 하더라.

 

솔직히 협박할때는 그 새끼들의 태세가 변환될 줄 알았는데, 그렇게 해서 내 마음이 편하다면 하라고 말하는데 더 협박할 힘도 안생겼어.

 

난 결국 아까처럼 내가 온 의도를 말하고 그 새끼들을 보냈어.

 

그 새끼들을 보내고 근처 숙소에 2박치를 예약하고 침대위에 눕는데 너무 허탈하더라.

 

물론 일이 생각보다 쉽게 그리고 좋게 흘러가서 좋기는 했지만, 평생을 원망하고 증오하려고 생각했던 새끼들이 이런 말도 안되는 반응을 보이니까.

 

순간 그 애들을 좋게 생각했다가 그 생각을 고쳤어. 아무리 반성한다 해도 그 애들이 인간으로 하지 말아야할 짓을 한건 변함없으니까.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 마자 남은 1명의 주소로 갔어.

 

그 시간이 학교에서 수업할 시간이여서, 하교할 시간에 갈까 했는데 그 애는 학교를 자퇴한 애라 상관 없을 것 같아서 찾아가기로 했지.

 

주소가 찾기 힘들어서 주변사람, 경찰등등 많은 사람한테 물어보고 집을 찾으니까 벌써 점심시간직전 이었어.

 

힘겹게 찾은 그 집에 초인종을 누르고, 노크를 하고 별 지랄해도 그 전날처럼 아무도 안나오더라. 집에 인기척도 없었고.

 

난 배고팠고 아까 오는길에 편의점에 들릴까 했지만, 그냥 기다리기로 했어.

 

혹시나 편의점 가는 길에 집에서 숨어있다가 도망갈까봐. 물론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1,2시간 정도 기다리면 될 줄 알고 기다리기 시작했는데 어두워질때까지 안 왔어.

 

처음엔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밤이 되니까 신경도 안쓰이더라.

 

그냥 멍하니 기다릴 뿐이었어.

 

어두워지고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덩치 좋은애가 내 쪽으로 오는게 보였어.

 

그 애를 본적도 없었지만, 알아챘어. 그 애가 그 새끼라는걸.

 

그 애는 날 보고 누군데 우리 집 앞에 있냐고 물었고, 난 지원이 오빠라고 애기했어.

 

사실 그 전의 3명은 지원이 얘기하면 반성하길래 이 애도 겉으로라도 반성하겠지 했는데 그 새끼는 그때 떄렸으면 됬지 또 왜왔냐고 말하더라.

 

예상못한 대답이기도 해고, 너무나도 뻔뻔해서 나도 모르게 그 애를 때리고 말았어.

 

물론 싸우면 내가 지고, 만약에 신고라도 하게 되면 군인인 신분인 나는 요즘말로 좇되겠지만 뒷일 생각할 여유도 없었지.

 

그 애는 더 때리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할뿐 반성의 태도는 전혀 안 보이더라.

 

너무 어이없기도 하고, 지원이가 너무 불쌍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그 새끼 멱살을 잡고 말했어.

 

너는 지원이가 네가 한 일로 지금까지도 힘들어 하는데 그게 사람으로 할 말이냐고.

 

그 새끼는 내 말을 들어도 표정하나 안바뀌더니 날 밀치면서 얘기했어.

 

나도 그 일 때문에 맞았고,고통받을 만큼 받았으니까 작작좀 하라고.

그 새끼를 이 자리에서 죽이고 싶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말이 통할 것 같지도 않고 해서 그냥 더러워서 그 새끼 곁을 나왔어.

근데 그냥 그 새끼 곁을 떠나면 편생 자기가 한 일의 무거움을 모를것같아서 한마디 했지.

지원이가 네가 겪은 수치의 천배는 더 수치스러웠을거고, 지원이가 네가 겪은 고통 만배는 더 고통스러웠을거다.

더 말을 하고싶었지만, 그냥 나왔어.기다리다가 지쳐 말할 힘도 없었고 벽에다가 얘기하는 게 더 의미있을테니까.

결국 그 날은 아무 소득도 없었고 숙소에 들어가 잤어.

 

다음날 2박3일 휴가의 마지막 날이 되고, 나는 처음 만났던 애한테 공관주소를 말하고 약속한대로 주말에 다같이 오라고 전화했어.

그리고 한번 더 주범개새끼를 설득하러 갈까 하다가 그냥 기차역으로 갔어.

공관병 특성상 휴가복귀를 빨리해야되고, 설득해봤자 소득도 없을것 같아서.

그렇게 그 날은 복귀를 했어.

그 날밤 사단장님이 날 보시고 무슨 말을 하시려다가 그냥 내 어깨를 치고 가시는데 어떤 말보다 무거웠는지 모르겠다.

주말이 오기 전까지 나는 평소처럼 지냈어.

청소, 빨래, 요리 등등 오히려 더 바쁘게 지냈지. 그 애들이 오지않을까 하는 걱정과, 그애들이온다 해도 지원이가 바뀌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

너무나 불안해서 뭔가를 해야 될 것 같아 예초병들한테 내가 예초할테니까 쉬라고 할 정도였어.

그렇게 그 날은 사복입고 예초기를 돌렸지. 바지에 풀 묻는 걷도, 돌이 얼굴에 튀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하지만 그 애들한테 전화는 안 했어. 만약 마음이 바뀌어서 안 온다고 할까봐 불안해서.

토요일이 됬고, 사모님한테 지원이 중학교 친구가 올지도 모른다고 말하니까 기뻐서 요리를 하시더라.

나도 요리하시는걸 도와드렸는데, 거짓말해서 얼마나 죄송스러웠는지.

근데 아무리 기달려도 그 애들은 안왔고, 그 때의 심정은. 배신감이라는 말로 표현이 안됬어.

사모님한테 죄송하다고 하고, 그 애들한테 전화를 걸어서 욕이라도 할려고 했는데, 그냥 끊었어.

쓰레기짓을 한 애들의 거짓눈물을 믿은 내가 병신이니까. 그리고 지원이를 위해 내가 노력해봤자 상황은 나아지지가 않으니까.

다음날 일요일이 됬고 사모님이랑 공관에서 밀린 집안일을 하는데 초인종이 울렸어.

나는 부관님인가 싶어서 문밖을 나가고 대문을 열려는데 그 애들이였어. 3명이었고.

그 애들은 오늘 와서 죄송하다고 어제 주범 개새끼 설득하고 다같이 4명이서 올려고 했었는데, 설득해도 안 온다고 해서 결국 3명이서 왔다고.

난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사모님한테 어제 오기로 한 친구들이 왔다고 말하니까 사모님은 웃으면서 걔네들을 맞이했어.

그 상황을 보는 나도 괴로웠는데, 걔네들도 얼마나 괴로웠을까. 글 쓰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그 애들을 데리고 지원이 방앞에 섰어. 그 사건으로 부터 1달이 지났었지.

예전같았으면 떨었을테지만 떨진 않았어. 이미 일을 저질렀으니까.

난 노크를 하고 지원이한테 말을 걸었어. 지원이는 왜 이제와서 말거냐고 말하더라.

난 일단 문을 열어달라고 했고, 지원이가 문을 열었지.

1달만에 본 지원이는 너무나도 말랐었어. 그 예쁜 얼굴엔 다크서클도 졌고.

나는 지원이가 내 옆에 있는 개새끼들 보면 나한테 화를 내거나, 그 애들한테 화를 낼줄 알았는데 지원이는 그냥 평소의 지원이였어.

그 애들을 못 알아보나 생각했지만 그럴리가 없었지. 성장기라도 몇년새 얼굴이 못 알아볼 정도로 변할리 가 없으니까.

나와 지원이는 서로 아무말도 못하고, 그 애들이 먼저 말을 꺼냈어.

정말로 미안하다고. 그리고 그 애들은 울었지.

지원이는 표정하나 안바꾸고 그 애들을 보면서 한마디 했어. 정말로 반성하냐고 나한테 미안하냐고 옆의 오빠가 데려와서 그런거 아니냐고

그 애들이 정말로 미안하고 평생 속죄하면서 살겠다고 하니까, 지원이는 울음을 참는게 뻔히 보이는데 애써 웃으면서 그럼 이제 괜찮다고 말했어.

그때 제 3자인 내심정도 복잡했는데, 그때 그애들 심정은 어땠을까. 가늠이 안간다.

그렇게 그 애들은 한참을 지원이 방에서 울고서 지원이 방에 나갔어.

대문을 열어주러 같이 나갔는데, 그 애들 중 한명이 나한테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말했어.

그 말을 듣고 나도 울음이 나오려고 해서,일부러 꼴 보긴 싫으니까 다신 나랑 지원이 눈에 띄지마라고 심한 말 할수 밖에 없었어.

물론 와줘서 고마운 감정은 아주 조금이라도 있었지만

나한테 인사하는 그 애들을 보내고 공관에 들어가려는데 지원이가 신발을 갈아신고 있더라. 그리고 나보고 얘기 좀 하자고 했어.

예상 못한 일도 아니기에 난 사모님한테 말씀드리고 지원이랑 같이 공관밖을 나갔어.

나는 지원이가 걷는 길을 따라갈뿐 서로 아무말도 없이 한참을 걸었어.

그리고 지원이가 사람이 없는곳에 멈추더니 나한테 말했어.

누가 이런 쓸떼없는 짓 해달라고 했어요. 예상한 반응이였고 난 미안하다고 말할수밖에 없었어

그 말을 들은 지원이는 갑자기 나를 끌어안았어. 그리고 말했어. 고맙다고.

어떤 말보다 기뻤는지..  먼저 말걸었을때보다, 오빠라는 말보다 표현이 안될정도로 기뻤으니까.

그리고 지원이는 배고프다고 밥먹고 싶다고 해서 난 근처 식당갈까 물었는데, 지원이는 집에서 밥먹고 싶다고 말했어.

곧장 집으로 가서 사모님, 나, 지원이, 집에 있었던 부관님,그리고 소식듣고 온 사단장님, 1호차운전병이랑 같이 밥을 먹었어.

밥은 그냥 평범했지만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르겠다.

지원이랑 같이 식탁에서 밥먹는 거 공관에 오고나서 처음이었지.

 

 

지원이와 같이 밥을 먹고 그 날밤 내 방에서 눕는데, 마치 방금 있었던 일이 꿈만 같았어.

지원이 사정을 알게 된 후부터, 매일 꿈꿨던게 지원이와 사단장님 가족들과 같이 밥먹는 거였으니까.

자고 일어나면 다음날 원래대로의 지원이로 돌아갈것 같았어. 방안에서만 갇혀 사는 지원이로.

그게 너무 두려워서, 그동안 계속 마음고생해서 피곤함이 극에 달았지만 자면 지금까지의 일이 꿈일것 같아서 잠이 안오더라.

결국 잠도 못한채 밤은 지나갔고, 아침이 됬어.

피곤하고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거실에 불을 켜고, 집안일들을 할려고 했는데 불은 켜져 있었어.

그리고 거실에는 도마에 칼을 써는 소리가 들렸지.

그 소리를 듣고 사모님도 나처럼 잠을 못 자서 거실에 먼저 나오계신줄 알았는데, 거실에 있는 건 지원이였어.

지원이가 웃으면서 나한테 아침인사를 하더라. 오빠 잘 잤냐고.

물론 잠은 한 숨도 자지 못했지만, 잘 잤다고 했어.

어떻게든 말을 이어가고 싶어서 나도 잘 잤냐고 물었는데, 지원이도 잘 잤다고 하더라. 난 한숨도 못 잤는데.

지원이는 김치콩나물국을 하고 있었어. 근데 나도 요리를 잘 하는편은 아니지만,그 때의 지원이는 좀 심각할 정도로 못 했어.

사모님 요리를 도우면서 대강 음식은 만들 줄 알았지만, 김치콩나물국은 처음이라서 도울 수가 없겠더라.

무엇보다 지원이의 음식은 음식의 형태를 띄지 않았고..

괜히 내가 요리 돕다가 이미 망한 요리를 사단장님에게 드리면 아무 말씀 없이시지만 눈치 졸라 받거든..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따님이 만들었다고 하면, 사단장님도 맛있게 드실테니 난 다른요리를 준비하면서 지원이한테 물었어.

내가 왜 요리를 하냐고 물으니까, 지원이는 전 날밤 아버지랑 사모님이 술 마시는 걸 보고 해장할 걸 만들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기특한지. 이래서 딸바보가 되는 이유를 알겠더라.

그리고 그 말 듣고 부관님한테 까일 준비하고 이미 망해보이는 요리를 도와주기로 했어.

하지만 이미 요리가 처음부터 망해있었고 나도 요리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도와봤자였지.

포기하려는 순간, 사모님이 거실에 들어오셨어. 나와 지원이가 요리를 하는 모습에 놀란 모습이였어.

사모님은 지원이한테 잘잤냐고 물었고, 지원이는 그렇다고 얘기했어. 그때는 부모자식 관계라기엔 너무 어색해 보였지.

난 그 어색한 분위기를 바꿀려고 사모님한테 김치콩나물국을 같이 만들었는데 맛이 이상하다고 도와달라고 했는데

사모님은 알겠다고 하면서 그 요리를 도와주셨어.

요리를 하시면서 지원이한테 그 요리의 조리법을 알려주시는데 그제야 잠시나마 부모자식간 같더라.

요리를 다 하고 나는 원래 아침에 하던대로 사단장님의 군복을 다리려고 하는데 지원이가 따라오더라고.

그리고 나한테 뭐하냐고 물어서 사단장님 군복을 다린다고 하니까. 자기도 돕고 싶다고 말했어.

나는 그런 지원이가 너무 고마워서 지원이한테 대강 하는 법을 알려주고 다리미를 건넸어. 요리랑 다르게 다리미질은 쉬우니까.

나는 군복의 다려야 할 부분을 접었고 지원이는 다리미로 펴는데 잘 하더라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데, 사모님이 부르시더라고

그래서 지원이한테 접힌부분만 다리미질 하면 된다고 하고 잠깐 나갔다 왔는데 지원이가 울상이더라.

내가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지원이는 군복을 가리켰고, 군복을 보니까 난리가 났지

군복이 타버린거야. 갈색부분이 탔으면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초록색 부분이..

무엇보다도 군복을 보니까 몇개월간 혼신의 힘을 다려온 각의 선이 평행하지가 않았어.

구형군복세대 게이들은 알겠지만, 한 번 각을 잘못 잡으면 되돌릴 수가 없거든.. 하계군복이든 동계군복이든.

어떻게 해보지도 못한채 밥을 먹자는 어머님의 말씀에 일단 나왔어.

그리고 식탁에 앉았지. 식탁에 어제처럼 다 같이 앉아있는데 다들 지원이가 식탁에 앉아있는걸 어색해하더라. 나는 군복생각에 정신이 없었고.

어색한 분위기는 사모님이 지원이가 아빠 술먹었다고 직접 해장국을 만들었다고 하니까 사단장님은 좋아하시고 분위기는 좋아졌어.

사모님이 도와주시긴 했지만 분명히 맛 없을텐데 잘 드시더라고. 나는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해 말했어.

사단장님 군복을 다리다가, 군복을 태웠다고. 행복했던 식탁은 갑자기 싸늘해졌지. 아버님은 괜찮다고 하셨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했어.

나는 죄송하다고 말하려는데 지원이가 말하더라. 그거 내가 태웠다고 죄송하다고.

그러니까 언제 그렇다는 듯이 분위기가 화목해지더라. 지금 생각하면 웃긴 상황이지만 그 때는 심각했어. 장병이 장성의 군복을 태웠으니.

그렇게 아침을 먹고 사단장님을 배웅하고 본격적인 일을 하려는데 지원이가 사모님한테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어.

나랑 공부하고 싶은데 빌려가도 되냐고. 사모님은 원래 나한테 일을 시키는걸 언짢게 생각하셔서 그러라고 하셨고 나는 지원이방에 들어갔어.

오랜만에 지원이와 공부를 하기 위해 지원이방에 들어갔는데 느낌이 남달랐어. 너무 좋았지.

책을 펴고 공부를 시작하려는데, 지원이가 먼저 얘기할게 있다고 해서 나는 책을 덮고 알겠다고 했어.

지원이는 나한테 죄송하다고 하더라. 나는 괜찮다고 얘기를 했는데 지원이는 얘기를 계속했어.

내가 싫어서 방에서 나간게 아니라 그 사진을 나한테 보인게 너무 창피해서 방에서 못 나갔다고.

그동안 마음고생 심하게 시켜서 죄송하다고 말했어. 그 말을 듣는데 그 동안 마음고생하면서 아팠던게 없어지더라.

눈물이 나오려는데, 지원이 앞에서 눈물 흘리기 싫어 일부로 웃으면서 그렇게 죄송하면 앞으로 내 말 잘 들으라고 말했어.

지원이는 환하게 웃으면서 알겠다고 했어. 처음보는 지원이의 환한 웃음이었지.

그 날을 계기로 지원이와 나는 하루종일 공부에 집중했어.

검정고시 시험날이 얼마 안남은 것도 있었지만, 지원이가 공부하려는 의지가 대단해서 안 도울수가 없었어.

지원이는 매번 하루종일 도와줄 필요는 없다고 나한테 쉬라고 했지만, 그냥 도와주고 싶었어. 같이 공부하는게 즐겁기도 했고.

무엇보다 하루종일 공부를 하게된 계기가 됬던건 어느날 밥을 먹는데, 사단장님이 나한테 사소한걸 시키셔서(기억이 잘 안난다.)

내가 밥먹다가 일어섰는데, 지원이가 나한테 일 다 시키려고 하지 말라고 간단한거는 스스로 하라고 아버님한테 말했어.

물론 그때 내 편들어줘서 고맙긴 했지만, 아버님도 어머님도 나한테 힘든거 전혀 안시키셨거든.

오히려 다들 일들을 다 하려하지말고 쉬라고 하셨는데도 내가 일들을 했지..

분위기는 얼어붙고 난 안절부절 못하는데 아버님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알겠다고 말씀하셨고. 그 때부터 내가 집안일 도울려고 하면 더 심하게 말리시더라.

그래서 더욱 지원이를 물심양면으로 돕게 됬고.

물론 나중에는 진짜 가족같은 사이가 되서 지원이랑 같이 집안일들을 도왔지만.

아무튼 가족관계도 원래의 화목했던 가정으로 돌아가, 지원이와 아버님, 어머님은 농담도 하고 웃는 사이가 됬어.

그래서 아버님은 매번 포상휴가를 보내주고 싶다고 하셨지만 검정고시날이 얼마 안남았다고 매번 괜찮다고 거절했어.

하지만 아버님은 거절해도 매번 그런 얘기를 하셨고, 난 더이상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알겠다고 했어. 가고싶기도 했고.

그 말을 들은 아버님이 고맙고 미안하다고 하더라. 고마운 마음은 너무 큰데 이런 거밖에 줄 수 없다고.

내가 매번 거절했을때마다 마음이 편찮으셨을걸 생각하면 그 때 얼마나 죄송스러웠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휴가가 지원이의 검정고시 시험 후의 날로 잡혔어. 하지만 보통 군인처럼 D-day까지 세면서 기다리지는 않았어.

물론 내가 땡보이긴 했지만, 군인인데 휴가 당연히 가고 싶었지. 가족들도 보고 싶었고.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밝아지는 지원이 모습을 보고싶었어. 그것만으로 즐거웠거든. 시험날자가 얼마 안남았다고 거절한건 핑계였고.

시험날이 왔고, 다 같이 지원이를 배웅하러 갔어. 근처 가게에서 다 같이 기다리는데 내가 더 떨리더라. 수험생부모님들 처럼

공부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지원이는 내 고3때처럼 열심히 공부했고 원래 머리도 좋은애라 떨어질 일은 없을테지만 떨렸어.

근처 카페에서 아버님, 어머님과 커피를 마시면서 지원이를 기다렸어. 기다리면서 얼마나 떨렸는지

시험 끝나는 시간이되고 대문 앞에서 기다리는데 지원이 표정이 밝았어.

그리고 우리 일행을 찾았는지 우리쪽으로 뛰어왔어. 코앞까지 왔는데 계속 뛰어오더니 날 껴안더라.

기분이 좋긴 좋았지만, 아버님 어머님 다 있으셔서 마냥 좋지만은 않았지.

지원이가 날 껴안고 아버님, 어머님한테도 포옹을 해서 분위기는 좋아졌고 다 같이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어.

다음 날이 되고 내 휴가 출발날이 되기 전까지 공부는 쉬기로 했기 떄문에, 수업시간에 둘이서 놀았어.

지원이는 밖에서 놀자고 했지만, 아무리 내가 땡보고 사복입고 군생활해도 그럴 수는 없었지. 그래도 군인이니까

그래서 예전처럼 같이 일본드라마를 보고 지냈어. 그 때 내가 예전에 용산에서 사온 드라마를 봤어.

지원이는 그 드라마 같이 볼려고 안 봤다고 하더라고. 그 드라마는 말했듯이 대부분이 멜로드라마였고.

멜로드라마다 보니 키스신이 많았고, 키스신에서 지원이의 분위기가 이상했지만 지원이가 어려서 그렇다고 생각했었어.

그 때 지원이가 날 좋아한다는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그 때까지 지원이는 내 여동생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눈치챌리가 없었지.

그렇게 우리 둘은 휴가출발전까지 같이 일본드라마를 봤어.

일본드라마를 보는데 예전부터 지원이랑 친해질려고 몰래 열심히 일본어를 공부했는데 그 떄 성과가 보이더라.

사온 드라마중 하나가 자막이 깔려있지 않아서 지원이가 예전처럼 드라마 내용을 말해주는데, 대강 내가 해석한거랑 비슷했거든

그 얘기를 지원이한테 하니까 지원이는 한 번 확인해본다고 시험삼아 해석해보라고 했는데 내가 해석을 하자 다른장면 해석해보라고 하고.

그렇게 그 드라마로 일본어 공부를 했어. 드라마로 일본어 공부하니까 재미가 있더라. 드라마도 재미있었고.

참고로 드라마는 Long vacation이라는 드라마였어. (ロング バケー 롱 바케).  후에 알았지만 역대 일본드라마 top5 안에 항상 들더라.

각설하고 보통 군인들 휴가나가기전에 시간이 멈춘다고 표현하잖아. 난 시간이 너무 빨리가서 아까울 정도였어.

어느새 휴가출발 전날이 되고, 지원이는 예전처럼 같이 놀아도 되냐고 물어봤지만 난 안된다고 했어.

예전 상황은 지원이가 방안에만 살아서 어쩔수없이 반강제로 끌고 나온거지만, 다 큰 여자를 데리고 외박을 시키는건 다른 얘기잖아.

어머님,아버님도 불안해하실게 뻔하고. 그럴일은 절대로 없을테지만 불안하게 만들기 싫었거든

 

지원이에게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했는데, 너무 실망한 모습을 보여서 나도 모르게 다음휴가때 같이 놀자고 말하긴 했지만..

그렇게 휴가 날이 되고 사모님이 날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셨어.

어머님한테 인사를 드리고 정류장에게 가려는데 봉투를 주시더라. 어머님은 편지 한 통 썼으니 가는 길에 읽으라고 하셨어.

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기차를 타는동안 봉투를 여니까, 편지와 꽤 많은 돈이 있었어.

편지내용은 지원이를 위해 해준 것들이 고맙다는 내용이였고, 돈은 부모한테 받은거라 생각하고 쓰라고 하셨어.

당신께서도 나를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챙겨주는 거라고.

그 편지를 보고 또 한참을 울었는지 모르겠다. 휴가때 타는 버스에서 울일은 앞으로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렸을때 부모님사랑을 많이 받긴했지만, 사춘기시절 부모님이 안계셨으니 양친 계신 사람들 보면 부러웠거든

물론 지금도 돌아가신 부모님을 보고싶긴 하지만, 아마 그때부터 양친 살아계신 사람들을 부러워하진 않았던 것 같아.

버스를 타고 집에 왔는데 할머니도 반가워했지만 여동생이 날 되게 반가워했어.

여동생은 이번 휴가는 내내 집에 있을거냐고 물었는데, 생각해보니까 휴가내내 여동생과 같이 지낸적이 없었더라.

100일 휴가는 여동생이 학교에서 캠프가느라 며칠 못보고, 1차휴가와 다음 포상휴가도 대부분 지원이 중학교 지역에서 지냈으니.

입대했을때 어리기만 한 여동생은 어느새 2차성징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고.

그 사실이 너무 미안해서 그 휴가는 내내 여동생을 위해 쓰기로했어. 그래서 그 주의 주말은 여동생이 가고 싶다는 곳을 데려갔지.

그리고 다음 주의 월요일 동생은 학교를 가고, 나는 할 일도 없어서 시간이 남는 김에 지원이 책을 사려고 강남의 서점에 갔어.

검정고시도 끝났으니 수능책이 필요했거든. 나도 다시 수능 보려고 했으니까 내 책도 살겸.

서점에서 참고서를 고르고, 계산을 하려는데 저 편에 외국서적이 보이더라.

말했듯이 당시 나는 일본어 공부에도 재미를 들린 상태라서 그 코너에 갔어. 계산대 줄도 길었고.

그 코너에서 일본어 공부할 책을 한 권 고르고 다시 계산대로 가려는데, 한 책이 눈에 띄었어. 일본유학시험에 관한 책이었지.

물론 난 일본유학갈 생각 하지도 않았지만 한 번 꺼내봐서 봐봤어. 지원이가 관심을 가질까봐.

그 책을 보니까 그 때 당시의 불과 2,3년 전 일본유학시험이 새로 만들어져서 일본유학이 체계화되고 가기 쉬워진걸 알게 됬어.

계산대 줄이 줄어든게 보이고, 그냥 그 책을 두고갈까 하다가 그 책도 같이 계산했어. 잠깐 깨끗이 보고 환불할려고.

그리고 근처 카페에서 그 책을 계속 봤어. 출제문제를 보니까 뭔말인지 모르겠더라.

수학문제는 도표도 있고 해서 감은 오는데 일본어로 된 문제는 전혀 해석을 못했어.

그 때 일본어공부를 했지만 독학으로 해서 한자의 음독,훈독도 모르던 상태였거든. 그냥 회화책중심으로 공부했으니까.

환불받고 돌아갈려고 다시 서점쪽으로 가는데 근처에 학원들이 많이 보이더라.

근데 학원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 비록 내가 지원이를 가르치지는 못해도 이런 시험이 있다는 것은 알려줘야 되지 않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남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학원을 찾기 시작했어.

찾은지 얼마 안되 강남에 학원이 많아서 그런지 일본어학원을 쉽게 찾을수 있더라.

근데 그 학원에 들어가서 물어보니까 일본유학시험은 안 가르친다고 하더라고.

동생이 학교에서 올 시간도 다됬고 돌아갈까하다가 다시 다른 학원을 찾았어. 원래 성격이 한 번 결심하면 어떻게든 하는 성격이라.

결국 다른 학원을 찾았는데, 그 학원은 일본유학시험 대비반이 있다더라. 그래서 설명을 들었어. 내가 간다고 구라치고.

그 강사의 말을 들으니까 지원이도 어느정도 가능성 있어보였어.

지금은 모르겠는데 그 시험의 출제언어가 일본어만 있는게 아니라 영어도 있다고 하더라고. 물론 일본어 시험은 일본어지만.

영어는 내가 가르치면 되고. 수학 과학문제는 어차피 영어로 되있을테니까 해석하고 내가 알려주면 되고.

일본어는 뭐.. 지원이가 잘하니까. 지원이도 일본어 독학으로 공부 했긴 했지만 잘 했거든. 원서로 된 책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방에서 하루종일 있을때 일본어 공부만 했다고 하더라.

학교에는 나쁜기억이 있어서 교과공부는 하기 싫고, 그렇지만 공부는 하고 싶어서 일본어 공부만 했다고.

각설하고 나는 강사의 시험설명을 듣고 전역하고 다시 오겠다고 하고 나왔어.

그 말을 들으니까 군인이냐고 묻더라. 당시 머리가 꽤 길었거든.. 공관병이니까.

나는 일단 집으로 갔어. 이번 휴가는 여동생과 같이 보내기로 했으니까.

다음날 또 여동생이 학교에 갔을때 다시 강남으로 갔어. 다른 학원의 설명을 들을려고.

다른 학원에서 직접 영어로 된 문제들을 풀어보니까 꽤 풀만하더라. 교과과정은 좀 달랐지만 공식은 같으니까 시간은 걸렸지만 꽤 잘 풀었어.

학원에서 채점하더니 국립대보내준다고 학원다니라고 했는데 전역하고 다시 온다고 나왔어.

한 번 문제를 직접 풀어보니까 지원이를 가르칠 수 있을것 같아서 그 날부터 그 시험에 관련된 문제들과 참고서는 다 모았어.

서점에서 책을 사는 건 물론, 학원 돌아다니면서 전역하면 다시 올테니까 문제집만 주시면 안되냐고 돈 드리겠다고 하면서.

그렇게 복귀전에 짐을 다 싸들고 가려고 하니까 문제집이 너무 많아서 가방을 메고 복귀를 했어.

지금은 지하철에서 가방을 멘 군인들 많이 보이지만 당시 당연히 안됬지. 하지만 난 공관병이니까…

복귀날 동생 학교를 보내고 여유롭게 짐을 싸고 집을 나섰어. 말했다시피, 공관병은 복귀를 빨리 해서리.

물론 복귀 빨리 하라고 하신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빨리 가고 싶었어. 지원이한테 이 제도를 소개하고 싶었고 어머님들도 보고싶었고.

복귀를 하고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잠을 자려고 하는데 떨렸어.다음 날 지원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볼 생각을 하니까.

다음 날 수업시간에 내가 준비한 자료를 들고 지원이 방에 들어갔어. 수능공부를 하고 있던 지원이는 이게 다 뭐냐고 묻더라.

난 설명을 했지. 일본유학시험이라고 몇년전에 새로 생겼는데 이 시험을 잘보면 도쿄대 빼고 일본대학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시험문제는 영어로 된 문제를 가르치면 된다고 말했어.

당초 내 예상으로는 이런 제도 알려줘서 고맙다는 지원이의 웃는 모습을 예상했는데, 지원이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어.

그러면서 알겠다고 말했어.뭔가 찜찜했지만 그 날부터 같이 그 시험준비를 같이 했지. 나는 일단 영어부터 알려줬어.

근데 지원이는 검정고시 공부할 때 영어는 내 전 사수가 기초를 잘 가르쳐서 그런지 왠만한 문장은 해석할 줄 알더라. 단어도 어려운 단어까지 알기도 했고.

한 일주일간 영어를 가르치니까 부족한건 문제를 풀면서 가르치면 될 것 같아서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시험준비 하자니까 지원이는 대답을 안 했어.

알겠지 라고 노파심에 한 번 더 물어봤지만 지원이는 대답을 안 했어. 지원이는 처음봤을때부터 항상 대답을 했는데 대답을 안 하길래 물었어.

나랑 같이 공부하기 싫냐고. 아니라고 하더라.  그러면 일본어도 못하는 내가 가르치는게 별로냐고 물어보니까 그것도 아니라고 했어.

나는 왜 기분이 안 좋은지 말해달라고 하니까 지원이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나한테 물었어. 내가 싫냐고.

싫어하는애한테 군인이 휴가때 시간내면서 이런 일을 하겠냐고 웃으면서 얘기하니까

지원이는 근데 왜 내 의사도 안묻고 날 일본으로 보내려고 하냐고 하더라.

난 머리가 한 대 맞은것처럼 멍했어. 또 지원이 생각도 묻지않고 내 생각을 강요했으니. 다신 그런짓 안하기로 사진사건 이후에 다짐했건만.

난 지원이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고, 한국대학 아니 대학교에 가고 싶냐고 물었어. 지원이는 그제야 웃으면서 그렇다고 하더라.

또 난 한국대학에 가고 싶냐고 물었는데 지원이는 망설였어.

지원이가 망설이길래 외국대학에 가고싶나 생각해서 미국이든 아프리카든 다 보내주겠다고 하니까

수줍게 웃으면서 나와 같이 대학생활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

난 그제야 안심이되고 그럼 같이 수능준비하자고 했어. 지원이가 날 좋아한다고 그 때는 상상도 못하고.

그 날로 지원이와 나는 한국의 대학교를 목표로 잡고 공부를 하기로 했어.

다시 내 방에가서 사왔던 수능공부책을 가져왔어. 지원이 방에 올라오고 책을 피기전에 지원이한테 물었어.

어느 대학교를 목표로 공부하고 싶냐고. 게이들도 알겠지만 목표, 공부할때 되게 중요하거든.

목표를 세워놓는 것 만으로도 의욕이 생기고, 목표를 가능성이 없을만큼 높게잡아도 목표 근처까지는 해낼수있는 계기가 되잖아.

지원이는 내 물음을 듣고 곧장 나한테 어느 대학교 가고 싶냐고 묻더라고.

난 망설였지. 첫사랑 그녀와 헤어지고 내 목표를 세운적이 없었으니까

군대에서 공부를 했지만 그건 나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지원이를 가르치기 위해 공부했던 거였고

2002 불수능에서 의대에 갔지만 첫사랑 그녀와 헤어지고 제대로 마음먹고 수능공부를 한 적이 없었어

무엇보다도 지원이를 만나기 전까지 수능을 다시 볼 생각 자체를 안했으니까.

근데 지원이도 지원이지만, 나를 위해서도 다시 진지하게 목표를 세워야 될 것 같더라.

진지하게 수능을 다시 볼 결심을하니까 내 목표는 알아서 정해졌어. 난 지원이한테 내 목표는 서울대라고 말했어.

말했듯이 원래 난 목표를 크게 잡는 스타일이니까.

지원이는 처음에는 내 말을 듣고 당황하더니 웃으면서 나한테 말했어. 그럼 나도 서울대가고 싶다고.

그 말을 듣고 같이 웃었어. 하지만 속으로는 반드시 지원이를 보내주기로 생각했어.

지원이가 힘든 학창생활을 보낸만큼 대학교만은 나와 같이 제대로 대학생활 해주고 싶었으니까.

근데 지금 글쓰면서 느끼는 건데 대학교 자퇴생과 검정고시생이 서울대학교를 서울대입구역 가는 것처럼 쉽게 말했던 것 같네.

하지만 그 떄는 진지했어. 누구보다.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지.

오래되긴 했지만 난 불수능에서 의대에 갔다는 전적이 있었으니까.

그 날부터 우리 둘은 공부에 매진했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원래 하루종일 같이 공부할려고 했는데 서로 악영향이여서 그만뒀어.

나는 가르치느라 힘들고, 지원이는 문제를 계속 설명만 들으니까 혼자 문제 푸는 습관이 안 들게 되서 혼자푸는 걸 어려워하고.

가끔씩 수학같은 과목은 한 문제에 몇시간을 투자해서 푸는게 바보같은 짓이 아니라 분명히 보이지 않는 성과가 있거든.

물론 계속 그런식으로 풀면 바보같은 짓이지만

매일 아침에 지원이의 진도를 나가고, 점심부터는 각자 공부하고 자기전에 복습과 잠깐 예습하는 형식으로 하루를 보냈어

그리고 난 하루종일 공부한게 아니라 매번 어머님일을 도와드렸어.

기분전환보다는 그래도 군인신분인데 일과를 안 한다는게 공부하면서 걸렸거든, 무엇보다 어머님을 도와드리고 싶었고

말리시긴 했지만 예전에 나한테 썼던 편지내용을 인용하면서 아들이 도와준다고 생각하라고 하니까 그 후 말리지는 않으시더라.

하지만 지원이는 방안에서 계속 공부했어. 방문을 열어두고 공부를 했기 때문에 공부하는 모습이 계속 보였어.

이따금 나와 같이 집안일들을 돕긴 했지만 거의 하루종일 방안에서 공부만 했어.

집안일 도우면서 지원이 방을 지나갈때 한번씩 봤는데 한 번도 자거나 드라마를 보는걸 못 본것 같아.

원래 머리도 좋던 지원이가 그렇게 하루종일 공부하니까 실력이 늘었던 건 당연지사였고.

그렇게 매일 공부하다가 어느샌가 상병이 꺽였고 휴가가 잡혔어. 2차휴가.

어느샌가 앞이 안보이던 26개월 군생활이 끝이 보이기 시작했지.

26개월. 입대할땐 언제 전역하나 싶었는데 군생활이 다이나믹해서 그런지 금방 오더라.

그 날밤 지원이한테 복습하면서 지나가는 말로 휴가 잡혔다고 하니까,지원이는 내가 휴가가기를 기다렸다고 좋아하더라고.

처음엔 상처받았지. 그렇게 내가 보기 싫었나 해서. 아무렇지 않은척 장난식으로 내가 보기 싫었냐고 하니까.

무슨 말이냐고 저번 휴가 나때 같이 놀기로 하지 않냐고 하더라고. 그 떄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한 말이었는데 그걸 기억하더라.

그떄 지나가는 말로 한거라고 말하기엔, 지원이는 너무 신나했어.

언제 휴가가는지 물어보고 달력에 디데이를 쓰면서 표시하는 걸 보니까 도저히 같이 못 가겠다고 말할수가 없더라.

지원이와 공부를 마치고 잠을 자러 내 방에 가려는데 거실에 아버님과 어머님이 있었어.

망설였지. 물어봐야 되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머리 속을 정리하니까 허락을 받지않고는 지원이와 갈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자신감있게 또박또박 사연을 말하고 휴가때 며칠간 지원이와 같이 지내도 되냐고 물었어.

이상한 짓 하겠다는 것도 아니라서 난 당당하니까. 물론 말하면서 내 속은 떨렸지만.

아버님과 어머님은 다음 날 말씀드린다고 하셨고, 난 알겠다고 했어.

그 날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생각해보니까 허락하셔도 문제고, 허락안 하셔도 문제더라고.

허락하시면 어머님과 아버님이 불안해하실테니까 그건 내입장에서 달가운 것도 아니고, 허락 안하시면 지원이의 기분이 상할테니.

다음 날 아침이 되고, 난 평소처럼 지원이와 사모님과 아침상 만드는 걸 도와드렸어.

허락가부가 궁금했지만 애써 내색을 안 했어.

아침먹을 시간이 돼서 다 같이 아침을 먹는데 아버님이 지원이한테 그러시더라. 나랑 같이가서 뭐 할려고 군인휴가 따라가냐고.

지원이는 그 말을 듣고 당황하더니 잠깐 생각을 하더니 말했어. 그냥 같이있으면 즐거워서 같이있고 싶다고.

아버님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지원이의 말을 듣고 잠깐 생각하시더니 오래있으면 나한테 폐가 되니까 3일간만 갔다오라고 하셨어.

그 말을 듣고 지원이가 내가 오래있으면 폐가 되냐고 물었는데 온 가족의 시선이 나한테 집중되고 얼마나 난감했는지.

폐가 된다고 하면 지원이가 실망할테고, 폐가 안 된다고 하면 아버님 체면이 구겨질테니까.

온 가족은 대답을 기달리고 머리를 굴리고 나온 답이 고작  조금 폐가 된다고 말했어. 지원이는 당연히 실망하더라.

근데 어쩔 수가 없는게 군인이잖아. 땡보긴 해도. 직속상관 위신을 챙겨야지 어쩌겠어.

밥을 먹고 평소처럼 공부하러 지원이 방에 들어가려는데, 정색하면서 앞으로 폐를 끼치지 않게 혼자 공부하겠다고 했어.

와 그때 얼마나 식겁했는지. 예전의 지원이로 돌아가는 줄로만 알았어.

하지만 지원이는 웃으면서 장난이라고 점심먹고 도와달라고 했을떄 겨우 가슴을 쓰려내렸지.

점심시간에 달래면 되겠지하면서 이대로 혼자 공부할려고 했는데

사모님이 대문 아다리(맞는말 모르겠다..)가 안 맞는다고 도와달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도와드렸는데 혼자서 못 할것 같아서 본부에 전화해서 작업병을 불렀어.

얼마 지나지 않아 작업병이 왔고, 용접이랑 공구리를 다시 해야될 것 같다고 하면서 일이 길어지더라.

점심을 먹고도 작업은 끝나갈 기미가 안 보였고, 난 초조했어.

지원이가 장난이라고 말했지만 조금이라도 삐쳤을게 분명하니까 달래야 되는데 작업은 끝나갈 기미가 안 보였으니까.

사실 그냥 갈까했는데 아저씨라도 같은 군인장병이 스파크 튀는데도 작업을 하는 걸 보니까 차마 그러지는 못하겠더라.

1시쯤 되니까 지원이가 문에서 나온게 보였어. 나는 공부하러 왜 안오냐고 말할려고 나온걸로 생각했지.

하지만 그때 지원이가 그렇게 말해도 공부하러 들어갈 생각은 없었었어. 지원이가 삐치더라도 작업병들을 돕고싶었으니까.

하지만 지원이는 그대로 작업병들에게 고생이 많다고 인사하고 대문 밖을 나가더라. 처음엔 어디가나 했어.

몇분 지나지 않아서 지원이는 봉다리를 들고 오더라. 봉다리 안에는 음료수가 종류별로 있었고.

지원이는 수고가 많다면서 아이스크림도 사왔으니까 먹으라고 말하니까 작업병들은 참을려고 하는게 보이는데도 헤벌쭉하대더라.

지원이가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사오자, 휴식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작업병들이 어찌나 친한척 말을 걸던지.

서로 얼굴은 알지만 작업병들은 날 싫어했거든. 맨날 뭐하면 작업병들을 부른다고.

군인이라서 여자한테 관심갖는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원이는 나한테 여동생같은 존재라서 보호할려고

유학갔다온 사단장님 딸이라고 먼저 쉴드쳤어. 다시 유학간다는 거짓말과 함께.

근데 걔네들은 유학갈때까지만이라도 무슨 일 있으면 작업병 꼭 부르라고 하더라고.

맨날 이런 일로 우리들을 부른다고 핀잔할땐 언제고. 하지만 솔직히 그때는 이제 눈치 안 보고 불러도 되니까 좋더라.

지원이 효과(?)덕분인지 작업은 그 후로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됬고 난 저녁먹기전에 지원이 방에 들어갈 수 있었어.

방에 들어가서 지원이를 달랠려고 했는데, 지원이는 내가 그렇게 예쁘냐고 말하더라.

이건 뭐 자기 예쁜거 자랑하나 생각했는데 밖에서 얘기하는 거 문도 열렸고 거실에 있어서 다 들었다고 말했어.

그러면서 내가 언제 유학갔다왔냐고 거짓말 했냐고 하는데, 얼마나 쪽팔리던지.

남자는 다 늑대라서 친해지면 늑대짓 할꺼라서 일단 둘러댔다고 하니까,지원이는 나한테 자심한테 늑대짓할꺼냐고 물었어

난 대수롭지 않게 널 여동생으로 생각해서 그럴일은 절대로 없다고, 그럴 걱정은 말고 공부를 하자고 하면서 책을 폈어.

그런데 지원이가 내 말을 듣고 갑자기 표정이 안좋았어. 그러면서 오늘은 그냥 가달라고 하더라. 혼자 공부한다고.

난 또 장난인지 알고 장난치지 말라고 했는데 지원이는 장난 아니라고 진짜 나가달라고 말했어.

난 어쩔 수없이 나갈 수 밖에 없었지.

다음날이 되고 지원이 방에 들어갔는데 그때는 방에서 나오라고 하지는 않았어.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웃음이 넘치던 수업시간은 조용한 수업시간으로 바뀌었어. 그냥 EBS처럼 내가 가르치기만 했어.

아침수업이 끝나고 방에 들어갔는데 지원이가 갑자기 왜 그러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가 않더라.

지원이가 신경쓰여서 공부도 안되고.싶다고.

저녁을 먹고 저녁수업을 하러 들어갔는데, 지원이가 오늘은 괜찮다고 하더라고.

지원이를 다슬려 말할 힘도 자신도 없어서 직접적으로 말했어. 나한테 왜 화났냐고.

이유를 알고 사과하고 싶다고 하니까 지원이는 화 안났다고 이유는 말 할수없다고 하더라고.

난 대답을 듣기 전까지 방에서 안 나간다고 말했는데도 지원이는 얘기 안한다고 말하더라.

나름 엄포를 했는데 지원이가 아무 반응도 없어서 그냥 돌아갈까 했어. 지원이도 나처럼 고집이 되게 쎄거든

하지만 곧장 나가기엔 멋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잠깐 있다가 나갈려고 바닥에 앉았어.

당연히 지원이는 시간이 지나도 나한테 말을 걸지 않았고 내 방에 갈려고 자리에 일어섰어. 그리고 말했지.

내가 무슨 잘못을 한 지 몰라도 미안하고 날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갈려고 하는데 지원이가 뜸을 들이더니 말하더라.

날 좋아한다고.   난 그 말을 듣고 날 좋아하면 어제랑 오늘 왜 그랬냐고 물었는데 고개를 숙이던 지원이가 내 눈을 쳐다보면서 말했어.

오빠를 좋아하는데, 오빠는 날 여동생으로만 생각한다고 해서 삐쳐서 그랬다고.

나는 무슨 말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어. 지원이가 날 남자로 좋아한다는 뜻이었던거였지.

갑자기 머리는 복잡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분위기는 이상해지고 무슨 말이라도 해야될 것 같아서 병신같은 말을 했어.

고마워. 그리고 아무 말도 못했지. 여동생같은 지원이가 날 좋아한다는 건 생각하지도 못했거든. 바보같지만.

지원이는 내 마음 전했으니까 이제 됬다고 내일 보자고 말하니까 그제서야 나는 방에 나갔어.

곧장 내 방으로 가자마자 방금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

물론 지원이는 예쁘고 나와 통하는 게 있고 무엇보다도 착하지만 연애대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거든.

물론 나도 남자고 군대이다보니까 꿈속에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원이로 야한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만

잠에서 일어나면 있어서는 안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

무엇보다 첫사랑 그녀를 당시에도 잊지 못했고.

예전처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거나 보고싶어서 탈영하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항상 보고싶었던 마음은 있었거든

첫사랑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와 연애를 하고 잠을 잔다는건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 날밤 하루종일 설치다가 겨우 잠에 들었어.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까 잠을 못자서 그런지 평소 일어난 시각에 1시간이 늦었더라고.

좇됫다 싶다는 마음에 거실로 뛰어가니까 지원이와 사모님이 요리를 하고 있었어.

지원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미리 결정하지 못했던 난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는데

지원이는 군인이 늦잠자도 되냐고 아버님한테 이른다고 장난쳤어.

평소대로의 지원이의 태도에 나도 장난으로 답했고, 그 날 아침은 다행히 평소처럼 지냈지.

그리고 아침에 지원이 방에 들어가는데 평소의 지원이였어. 착하고 밝고 농담도 잘하는.

그때의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서로 없는 일로 치는구나 생각했고 평소대로 수업했어.

시간이 지나고 점심시간이 되서 같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데 지원이가 그러더라.

어색해지는게 싫어서 평소처럼 대한 것일뿐, 어제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할 생각은 없다고. 진심으로 날 좋아한다고.

난 알겠다고 하고 너의 마음의 답은 언제 대답하면 되냐고 물었어.

물론 지원이를 사랑하긴 했지만 그건 에로스적인 사랑이 아니라 아가페적 사랑이기에 지원이의 고백에 승낙할 생각은 없었어.

그냥 생각할 시간을 갖는 척을 하고, 거절하려고 했었거든.

근데 지원이는 언제까지나 좋아할 거니까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더라.

그 대답을 듣고 점심을 먹었는데 밥을 입으로 먹었는지 코로 먹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점심을 먹고 집안일을 돕고 내 방에 눕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어.

지원이를 여자로서 좋아하지는 않는데 사귀었다가 지원이가 상처를 받을게 뻔하고, 거절했도 지원이는 상처를 받을테니까.

하루종일 생각을 했지만 너무 지치고 정답이 없는것 같아서 휴가끝나고 거절하기로 결심했어.

사귀었다가 지원이가 날 더 좋아하게 되면 지원이의 상처가 더 클테니까. 나와 첫사랑그녀의 일처럼.

그 결심을 하니까 마음이 한 결 편해져서 그런지 휴가출발전까지 서로 편하게 예전처럼 지냈어.

같이 공부하고, 집안일들도 나눠서 하고. 작업병이 왔을때 작업이 끝나고 작업병이랑 같이 수다떨고 웃고.

후에 알았지만  한 작업병이 후에 지원이한테 연애편지를 줬다고 하더라. 물론 거절했다고하지만.

그렇게 평소처럼 지내다보니 어느새 휴가출발 전날 밤이 됬어.

나는 방에서 짐을 싸는데, 아버님이 찾아오셔서 돈을 주시더라.

난 괜찮다고 이번에는 안 받는다고 하니까 너 쓰라고 주는 돈 아니라고. 지원이한테 쓰라고 그리고 방은 반드시 2개 잡으라고 하셨어.

나는 괜히 멋쩍어지고 알겠다고 했어. 되게 쪽팔리더라 그때.

다음날이 되고 아침을 먹고 곧장 출발했어. 미리 지원이가 정류장에 예매를 했었거든.

정류장에서 도착하고 버스를 타려는데 버스표는 서울행이 아니라 부산행이었어.

왜 부산행 끊었냐고 물으니까 가고싶어서 끊었다고 하는데 거짓말인걸 알았어.

지원이가 거짓말을 하면 티가나기도 하고, 언젠가 내 사연을 말했을때 분명히 말했거든.

첫사랑그녀와 헤어지고 그녀가 떠올라서 부산을 가본 적이 없다고.

버스는 출발할려고 해서 그냥 일단 탔어. 버스를 타는동안 부산에 왜 가는지 생각을 하는데 가늠이 안되더라.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버스에서 자니까 어느새 부산에 도착해있었어.

부산에 처음 왔다는 지원이를 데리고 그 날은 하루종일 부산시내에서 놀았어.

지원이는 나중에 또 데이트하자고 말했지만 못 들은척 했지. 지원이의 마음을 거절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까.

부산에 오후에 도착해서 그런지 어느샌가 밤이 됬고, 숙소에서 방을 2박치 2개 잡았어. 그리고 각자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잤어.

혹시나 지원이가 내 방에 들어올려고 할까봐 무서웠지만 그런 일은 없었어.

다음날이 되고 아침을 먹고 어디가고 싶냐고 물어보니까 지원이는 망설였어.

돈도 많으니까 가고싶은데 어디든지 데려가겠다고 하니까,

지원이는 오빠만 괜찮다면 시은(첫사랑그녀,가명)언니랑 다녔던 곳을 같이 가고 싶다고 말했어.

그제야 지원이가 부산에 가고 싶었던 이유를 알겠더라.

나는 알겠다고 했어. 나도 궁금하기도 했거든. 그 후 얼마나 변했는지.그리고 그 장소를 돌아다니면 내 마음이 아플지.

지원이와 기억나는데로 당시 다녔던 곳을 돌아다녔어.

그 장소를 다니면 마음이 아플 줄 알았지만, 아프지 않았어. 그냥 시은이가 가끔 떠올랐을 뿐.

하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지원이에게 활기찬 모습을 보였어. 지원이는 내가 내색하는 걸 알았겠지.

난 표정을 못 숨기는 성격이니까. 하지만 지원이도 나처럼 애써 밝은 척한게 보였기 때문에 내 표정을 신경안썼어.

그렇게 같이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밤이 됬고, 난 숙소에 돌아가자고 했는데 지원이는 내가 괜찮으면 그 바다에 가자고 했어.

그 바다. 내글을 처음부터 본 게이들은 알겠지만 내가 자살을 기도하고, 첫사랑그녀가 날 구해준 바다를 말한거였어.

난 알겠다고 했어.그 날 첫사랑그녀와 추억이 있는 장소에 가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서 괜찮을 줄 알았거든.

택시를 타고 대강 위치를 설명하는데 그 장소를 시간이 많이 지난후 겨우 찾았어. 당시 소주를 산 구멍가게 때문에 찾았거든.

그 구멍가게에서 추억(이라곤 하기에는 좋은 추억이 아니지만)의 새우깡을 사고 모래사장위에 앉았어.

우리는 서로 말이 없었지. 하지만 지원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알았어. 날 위로해주려고 했겠지.

시간이 지나 완전히 어두워지자 난 돌아가자고 말하려는데 지원이가 뜬금없이 묻더라고.

혈액형이 뭐냐고. 난 내 혈액형을 말하고 나도 지원이한테 가벼운 질문들을 했어.

좋아하는 연예인,가수 같은것들.(했던 질문들 생각해보려고 해도 기억이 안난다.워낙 쓸떼도 없는 걸 물어봐서)

그 질문의 지원이의 답은 일본 배우로는 기무라 타쿠야, 한국배우로는 차태현을 좋아하고,

가수는 한국가수로는 신승훈씨, 일본 가수로는 지금 BGM의 가수인 아라시라는 남자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

생각해보니까 지원이 이 4명 아직도 좋아하네.

아무튼 각설하고, 그렇게 쓸모없는 걸 계속 물어봤어. 서로 웃고 농담도 하면서

별 대단치 않은 정보이긴 했지만 어색한 분위기를 막는데는 좋았어.

그렇게 한참을 웃으면서 서로 가벼운 질문을 물어보고 답하다가 서로 질문할 거리가 떨어지고

난 그때가 지원이의 마음을 거절하기에는 좋은 때인것 같아서 말을 꺼내려는데 지원이가 먼저 말을 꺼냈어.

오빠는 시은언니를 잊었어요?

어차피 지원이의 마음을 거절할려면 시은이의 얘기를 꺼내야 했기에 솔직하게 말했어.

예전에는 시은이를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슬프고 내 가슴이 아팠지만, 이제는 많이 괜찮아 졌다고. 그냥 살아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지원이는 그러면 시은이를 잊을 수있냐고 물었어.

난 아니라고 잊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그러니까 날 좋아해봤자 네 마음을 받을수 없다고 거절하려고 했는데

그 날 지원이와 시은이와의 추억이 있는 거리를 다녀도 내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어.

그리고 지원이와 만난후 시은이를 생각한 횟수가 점점 없어진것도 사실이니까.

지원이한테 거짓말을 하기 싫어서 난 잘 모르겠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어. 지원이는 알겠다고 했어.

서로 한 번도 꺼내지 못한 얘기를 해서 그런지 분위기는 좋았고

난 이 때가 아니면 나도 지원이한테 궁금한 걸 못 물어볼 것 같아서 항상 물어보고 싶었던 말을 꺼냈어.

그 일을 잊을 수 있겠어?

그 일이 뭔지 직접적으로 말 하진 않았지만 지원이는 그 일이 무슨 일을 말하는지 아는 듯했어.

지원이는 잠깐 생각을 하고 말하더라.

아니 아마도 죽을때까지 못 잊겠지. 하지만 오빠덕분에 그 일을 생각하면 예전처럼 숨이 멈출정도로 고통스럽지 않아.

오빠가 나를 위해 해준 일들이 먼저 생각나지. 그 바보같은 일들. 하지만 고마운 일들

다만 걱정되는건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때 그 사람이 그런 일들을 알게되고 날 싫어하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긴 해.

오빠가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꺼야?

나는 생각하지도 않고  곧장 내 진심을 말했어.

나는 다 이해해줄꺼야. 그런 아픔까지 다 사랑할꺼고.

지원이는 내 말을 듣고 환하게 웃더니 말하더라.

그럼 내 유일한 고민이 해결 됬네.

난 지원이의 마음에 거절은 커녕 더 키운것 같아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어.

오히려 좋았지.

그 후 지원이와 가벼운 얘기를 하고 전날 예약해둔 숙소로 돌아갔어.

샤워를 하고 TV를 잠깐 보고 잘려고 침대에 눕는데, 계속 지원이가 떠올랐지.

지원이의 웃는 얼굴, 지원이의 농담들, 지원이의 진심어린 고백.

그리고 그 고백을 받고 난감하기는 커녕 좋아하던 나.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어. 그리고 지원이 생각만 하는 내가 너무 싫더라.

지금 내가 있는 곳, 부산은 시은이와 추억이 있는 곳이고 시은이덕에 다시 살아가게된 계기가 된 곳인데 지원이 생각만 하고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시은이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생사여부도 모르는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의 죄책감이 너무 컸고.

지원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어. 만난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매일 같이 생활하고 사연도 있다보니까 가족만큼 정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때까지 연애감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원이의 고백으로 다시 지원이에 대한 내 감정을 생각해보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 감정이 연애감정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가 없었어.

지원이가 계속 나를 좋아하면 내가 계속 지원이를 거절할 자신이 없었거든.

지원이에 대한 내 마음은 같이 있을수록 더 커졌으니까.

잠을 얼마 자지도 못한채 다음 날이 되고 지원이가 날 깨우러 내방에 노크를 했어.

방문을 여니까 지원이는 평소처럼 잘잤냐고 물었어. 난 자지도 못했지만 잘잤다고 얘기를 했지.

지원이는 둔한건지, 아니면 아무렇지 않은 듯 노력하는 건지 환하게 웃으면서 평소처럼 대하는데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이 내 꿈에서 일어난 것같은 착각이 들정도였어.

하지만 그 전날 밤있었던 일들은 사실이었어. 지원이가 날 좋아한다는건.

그것도 지원이의 사랑이 사춘기 소녀의 한 순간의 사랑이 아니라 어른 못지않은 진지한 사랑이라는 걸.

우리들은 근처 식당에서 아침 밥을먹고 나는 지원이한테 정류장으로 가자고 말했어.

지원이는 나와 더 같이 있고 싶은지 점심먹고 가자고 했지만, 난 안된다고 했어.

점심먹고 정류장에 가면 지원이가 도착했을때 밤이 될테니까. 밤에 지원이 혼자보내기는 싫었거든.

지원이는 왜 점심먹고 가면 안되냐고 묻자 이유를 말할려고 했는데 말이 안 나왔어.

도착하때 즈음 어두워질떄쯤이니까 혼자 보내기 싫다는 이유는 마치 연인사이의 이유같았으니까.

뭐 지금 생각하니까 꼭 연인들사이의 국한 된 이유만은 아니지만, 그때는 지원이를 너무 의식해서 차갑게 대하고 싶었거든.

나는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고 지금 가자고 했어. 지원이는 어쩔수 없이 알았다고 했지.

사실 나도 지원이와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었지만, 지원이와 즐겁게 지내고 있는건 시은이한테 죄를 짓는것 같았어.

그것도 시은이와 추억이 있는 부산에서 지원이와 즐겁게지내고 있는 사실이 더 힘들었고.

무엇보다 지원이와 거리를 두고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고.

정류장에 도착하고 매표소에서 각각 집으로 가는 버스표를 샀어.

서울행 버스표 시간이 되서 나는 지원이한테 나먼저 간다고 집에 가면 연락하라고 집 전화번호를 적어줬어.

지원이는 자기 어린애 아니라고 장난스럽게 화내고 웃으면서 알겠다고 했어. 그 모습을 본 나도 나도모르게 웃음지었어

내 가방을 버스 짐칸에 넣고 버스를 탈려고 했는데 지원이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나는 뭐냐고 말했지

내가 말을 하라고 하니까 사람이 많다고 귓속말을 하고 싶대서 귀를 댔는데 지원이가 나한테 뽀뽀를 하더라.

그리고 말했어 사귀는 사이는 아니더라도 이정도는 봐주라고. 여동생의 뽀뽀로 생각해달라고.

나는 당황해서 지원이한테 꿀밤한대를 때리고 버스에 탔어.

흥분한 내가슴을 진정시키고 버스자리를 확인하고 내 자리에 앉는데 유리창에 흐릿하게 비친 내 모습은 웃고 있더라.

정색하려고 해도 볼의 감촉이 기억나 다시 웃게 되고…

겨우 웃음을 그쳤지만 내 마음을 속일수는 없었어. 지원이에게 연애감정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사실을.

그 날 집에 도착하고 여동생은 밖에서 놀자고 했지만 다음에 놀자고 하고 집에 있었어. 지원이 전화를 기달렸으니까.

그 날 밤이 되서야 지원이 전화가 왔어.

지원이는 전화가 늦어서 죄송하다고 전화 기다렸냐고 물었는데

나는 전혀 안 기다렸다고 까먹었었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아마 지원이는 내가 거짓말을 한걸 알았을꺼야.

지원이도 그렇지만 나는 거짓말을 하면 너무 티가나서.

전화를 오랫동안 웃고 떠들면서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옆에 있던 내 여동생이 그러더라. 시은언니냐고.

할머니는 나와 시은이의 당시 관계를 알았지만, 여동생은 당시 어릴때라 헤어졌다고 말을 못했거든.

그리고 여동생이 시은이를 잘 따르기도 해서  거짓말을 하기가 너무 힘들었었고.

나는 여동생한테 그냥 친구라고 거짓말을 하고 내 방으로 들어왔어.

내 방에 들어가자 그 때 알았어. 집에 오고나서 한번도 시은이 생각을 안했다는 걸.

내가 어떻게 된건지.

시은이는 첫사랑 이전에 내 목숨도 구해준 사람이고 삶의 희망을 준 사람인데 그 사람을 지원이가 고백했다고 쉽게 잊다니.

진짜 그때만큼 내 자신이 미운적이 없었던 것 같아.

하지만 그 때의  내 마음의 지원이가 너무 커져있었어. 막을수도 없을만큼

방에서 아무리 생각해봤지만 이 일의 정답이 보이지 않았어.

시은이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내 곁에 없고. 다시 만날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지만 다신 못만나다 해도 그녀를 잊을 자신이 없고

지원이는 언제나 내 곁에 있으면서 날 사랑할테고, 지원이에 대한 내 마음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있다는건 사실이니까.

이대로 지원이와 사귈까 라고 몇번을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정답이 아닌 것 같았어.

시은이를 잊지 못하면서 지원이와 사귄다는 건 지원이한테 내 고통을 책임전가하는 것 밖에 안되니까.

그리고 사귀면서 서로 힘들어 할게 뻔하니까.

휴가내내 몇날며칠을 그 생각으로 괴로웠어.

휴가내내 시은이도 보고싶었지만,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지원이가 보고싶었어.

지원이의 목소리와 농담, 장난 하나하나 무엇보다 지원이의 환한 웃음이.

지원이 생각을 하면 할수록 시은이 생각이 나 괴로웠지만, 지원이 생각이 나는 걸 막을 수가 없더라.

그렇게 고민만하다 보니까 어느새 긴 정기휴가가 끝나고 복귀날이 되고 집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했어.

버스를 타는 동안 지원이를 보고싶었던 마음과 시은이를 보고싶은 마음에 얼마나 복잡했는지 모르겠다.

상관없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군시절 고속버스에 안 좋은 추억들이 많아서, 전역하고 탄 적이 없어. 기차만 탔지.

각설하고 죄책감의 버스시간이 지나고 정류장에 도착했고 복귀를 했어.

공관에 복귀를 하니까 지원이가 문 밖에 서있었어. 그리고 잘 갔다왔냐고 환하게 웃으면서 날 맞이했지.

순간 나중에 지원이와 결혼하면 이렇게 날 맞이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내가 얼마나 밉던지.

나는 내색하지 않고 잘 갔다왔다고 거짓말을 했어.

다음 날이 되고 난 평소처럼 지냈어.

아침에 사모님과 지원이와 같이 집안일들을 잠깐 하고, 아침을 먹고 지원이와 같이 공부를 하고 점심먹고 다시 집안일들을 다시 돕고.

평소대로 지냈지만 달랐던 건 나였어.

지원이의 하얗고 가는 허벅지를 보고 나도모르게 지원이를 여자로 생각했고, 지원이의 티셔츠에 비치는 브래지어끈을 보고 욕정을 하고.

내가 군대오고 성욕을 푼 적이 없어서 그런가 해서 친했던 1호차운전병한테 부탁해 스파크와 외국잡지를 봤는데도 아무렇지 않았어.

그냥 가슴이 크네. 유두가 예쁘게 생겼네. 그 정도 생각밖에 안들고, 그 여자를 안고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

그걸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어. 지원이에 대한 내 감정이 성욕때문이나 군대라는 특수성 떄문이 아니라는 걸.

지원이에 대한 내 감정이 연애감정이라는 걸.

복잡했던 내 마음이 정리됬지만, 전혀 개운하지 않았어.

지원이가 사단장님의 딸이라는 신분이나, 지원이가 과거에 겪었던 일들? 그것들은 전혀 상관이 없었어.

계속 시은이가 마음에 걸렸을뿐.

지원이를 생각하면 할수록 시은이가 떠올라 더 괴로웠을 뿐.

지원이와 집안일을 할때나 같이 공부를 하면, 지원이는 나를 보고 환하게 웃거나 장난을 치면서 스킨쉽을 하는데

정색을 하려고 해도 웃지 않을 수가 없었어.

지원이의 웃음은 나도 모르게 웃음짓게 되거든. 너무 해맑고 예뻐서.

하지만 예전처럼 지원이의 웃는 얼굴을 그저 귀엽고 예쁘게만 받아드리지는 못했어. 지원이의 웃는 얼굴에 시은이의 웃는 얼굴이 오버렙되니까.

2차휴가를 갔다오고 그렇게 마음고생만 계속 했어.

내 이등병생활때보다 더 힘들더라. 차라리 맞는게 더 편했지.

그렇게 고통스럽게 지내더니 어느샌가 난 병장이 됬어. 뭐,, 공관병은 사복이라 오버로크를 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만.

그래도 병장이 되니까 좋더라. 하지만 마냥 좋지는 않았어. 지원이와 헤어져야 된다는 뜻이니까.

고위장교는 2,3년을 주기로 보직이 바뀌기 때문에 내가 군생활이 더 남았어도 어차피 헤어져야 됬지만 조금이라도 더 있고싶었어.

병장이 되고 아버님,어머님이 부르시길래 거실로 갔어. 오랜만의 3자대면이었지.

어머님은 힘든 일이 있으시냐고 괜찮으면 말해줄 수 있냐고 물으셨어. 난 말을 못했지. 다른 여자를 잊지 못한채로 따님에게 사랑에 빠졌다고.

난 죄송하지만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어. 거짓말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거짓말은 하기 싫었거든.

아버님은 휴가나가서 마음정리라도 하겠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감사히 가겠다고 했어.

지원이를 보는게 내 큰 행복이었지만, 그만큼 시은이가 떠올라서 고통스러웠거든

언제 가겠냐는 물음에 최대한 빨리 가고싶다고 하니까, 부관님을 부르시더니 내 휴가를 글피안에 보내라고 하시더라.

눈 깜빡할 사이에 2일이 지났고, 휴가출발날이 됬어.

아침에 출발할때 지원이는 정류장까지 같이가고 싶다고 말했고 우리들은 같이 정류장까지 걸어갔어.

정류장거리까지 걷기에는 무리일 정도로 꽤 멀었는데, 나도 지원이도 버스를 타고 가자는 말을 안했어.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었으니까.

부대들을 지나갈때마다 위병소의 군인들이 부러운 듯이 쳐다보는 것고 좋고, 지원이가 내 팔을 잡고 걷는것도 좋고

지원이가 날 보고 환하게 웃는 것도 좋고, 날보고 오빠라고 부르는 것도 좋고. 모든게 좋았어.

천천히 걸은 것 같은데 어느새 정류장에 도착했고, 같이 간단하게 밥을 먹고 나는 버스표를 예약했어.

같이 의자에 앉아서 버스시간까지 기다리는데 지원이가 손을 잡았어.

시은이와 손잡은게 떠올라서 가슴이 괴로웠지만 손을 떨쳐내지는 않았어. 지원이와 손을 잡는 그 기쁨이 괴로움보다 더 컸거든

버스출발시간이 되서 지원이한테 가겠다고 말하고 가려는데 지원이가 할말이 있다고 했어.

말하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많아서 귓속말로 하고 싶다고 했지.

또 뽀뽀하나 생각하고 귀를 댔는데, 지원이는 나에게 귓속말을 했어.

나는 언제까지나 기다릴테니까 마음고생하지마라고.

그리고 뽀뽀를 하고 지원이는 돌아갔어. 그래도 아이는 낳고 싶으니까 30살 안에 말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머리속은 복잡을 넘어 한계상태가 왔고, 그 상태로 집에 도착했어.

집에 도착하고 곧장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을 전화했어. 전화해서 말씀드렸지. 상담드리고 싶은게 있는데 만나고 싶다고

그 사람들은 지금은 다른 사업체를 운영하는 pc방사장형, 그 사업체의 직원으로 일하는 예전 pc방 단골아저씨, 신문집 사장할배, 그리고 예전 사수형.

글이 너무 자세해져서 길어질까봐 안 썼는데

사수가 전역하고도 매번 공관으로 전화하고, 공관에 찾아오다보니까 어느새 내 나이 또래들중에 제일 친해졌고

사수형이 신림동 고시촌에서 고시준비를 하다보니 집도 가까워서 휴가때 만났었는데 술을 마시고 술김에 내 사연들을 다 말했었거든.

봉천동 포장마차에서 만나서 일단 서로 안부를 묻고 술을 마셨어.

사수형은 여전히 말을 잘해서 초면인 세 사람한테 분위기 좋게 말을 잘하더라.

진짜 서울대 김국진이라는 별명이 그냥 붙은게 아니었어.

서로 취기는 올라갔고 형이 물었어. 짐작은 가지만 상담을 하고 싶은게 뭐냐고.

포장마차에는 주인과 우리 5명밖에 없었고, 나는 시은이와 헤어진 후의 사연들을 이야기 했어.

지원이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한다는 게 마음이 걸렸지만, 그 4명은 누군가에게 남의 이야기를 하는 입이 가벼운 사람들이 아니고 무엇보다 믿었거든

지원이의 그 사건에 대해서는 어물쩍대고 나머지는 사실대로 다 말했어. pc방형은 지원이의 그 일을 알지만 그냥 넘어가줬지.

그 후 사연들을 말하고 물었어. 시은이를 잊지 못하고, 또 앞으로도 잊을 자신이 없는데 지원이를 사랑해도 되는지.

그 질문에 네 사람은 아무 말도 못했어. 네 사람다 누구보다 말을 잘하는 사람인데 쉽게 말을 못 꺼내더라.

서로 생각을 하더니 pc방 단골형이 먼저 말을 꺼냈어.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진다고.

그 얘기를 필두로 포장마차에는 토론장이 열렸어.

사장형은 내 사연을 알면서 그렇게 쉽게 잊혀질것같냐고 반박하고, 사수형은 어떤 노래의 가사처럼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고 하고.

난 말하지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어.

그들이 내 걱정을 자신 일처럼 걱정해주고 해결책을 말해주는 건 감사했지만, 선택지만 더 늘어난 것 같아서 답답하더라.

확실한 해결책 없이 서로 토론을 했고, 다들 정답이 없다는걸 깨달았는지 나중엔 이야기를 멈추고 다들 술만 마셨어.

시간도 늦어졌고 다들 술을 너무 마셔 사장형이 파장할까 말하는데 한마디도 안 하셨던 신문할배가 말을 꺼냈어.

그 얘기는 평소에 귀가 닳도록 들은 할매이야기.

할매이야기는 할배가 매번 술이 들어가면 하셨던 이야기라서 단어 하나하나까지 다 알고있었어.

6.25전쟁에서 북한에서 한국으로 피난오신 할아버지가 부산에서 할머니를 만나고 서로 고생하신 이야기들.

사장형이 할매얘기는 그 얘기는 충분히 많이 들었으니 다음에 술드셨을때 하시라고 하셨는데, 할배는 화를 내면서 끈까지 들으라고 하셨어.

우리들은 화를 내시는 할아버지한테 당황을 하고 끝까지 들었어. 할아버지는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셨어도 화내신적은 없었거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이야기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나 했는데 할배의 이야기는 듣던것과 같았어.

할배의 이야기는 할매가 돌아가신 이야기로 끝이 나고 나와 형들은 눈으로 파장하자고 신호를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근데 할배는 할매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했는데도 이야기를 계속하시더라.

그 후 이야기를 들은적이 없던 나와 형들은 다시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들었지.

할아버지는 말하셨어. 사실 북한에 남겨둔 아내와 아들이 있다고. 한국으로 피난올때 헤어지셨다고.

그 사실을 그 때 처음 들은 나와 형들은 서로 아무말도 못하고 이야기를 계속 들었어.

할배는 처음에는 할매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고 하셨어. 그저 일하던 집의 딸이라서 어떻게든 먹고살고싶어서 딸을 꾀셨다고.

우리들은 들은 이야기들과 다른 이야기에 서로 할 말을 잃었지. 할아버지는 계속 이야기 하셨어.

결혼도 먹고살려고 했고, 아이도 가게때문에 가졌다. 나는 북한에 남겨져있는 아내와 아들만 생각했다고.

그리고 할아버지는 우셨어. 매번 술을 드시고 할매이야기를 하고 우셨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졌어.

할배는 울음을 그치시더니 이야기를 계속 하셨어.

할매랑 오래 살다보니 나중엔 할매를 사랑하게됬지만, 북한에 있는 아내와 아들을 잊은적이 없다고.

그렇게 북한에 있는 아내를 잊지못한채로 수십년을 살았고, 할매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한마디도 못한채 할매는 돌아가셨다고.

우리들은 할배의 이야기의 뒷얘기에 할말을 잃었지.

할매를 직접 본적은 없지만, 매번 할배는 할매이야기만 했기 때문에 금술이 좋은줄만 알았거든.

이야기를 하시고 할배는 내 이름을 불렀어. 난 대답을 했고, 할배는 말했어.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지는 사랑도 있고, 다른사람으로 잊혀지는 사랑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만의 사정일뿐, 네 사랑의 결말이 어떻게 될 지 나도 모르겠구나.

그저 나중의 네가 나처럼 나이가 들면 그 사랑의 결말을 알겠지.

내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졌구나. 아니면 시간이 지나니까 잊혀졌구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다른 사람을 만나도 잊혀지지 않는 사랑도 있어.

다만 확실한건 다른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괴로움이 없어지지는 않지만 점점 옅어진다는 거야.

또 네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도 확실하고.

내 바람이지만 그 지원이라는 아이를 지금 사랑하면 너를 위해서라도 잡았으면 한다. 자신이 이기적이라고 생각이 들더라도.

그 지원이라는 아이와 만나면 그 아이는 당연히 힘들어하겠지. 자신의 남자가 예전여자를 잊지 못하고 있으니.

하지만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 너와 지원이 둘 다 더 괴로울꺼야. 하지만 같이 있으면 그 괴로움을 나눌 수 있겠지.

널 손자라고 생각하니까 괜한 훈수둬 보았다. 하면서 할아버지는 자리에 일어나셔서 계산을 하시고 포장마차를 떠나셨어.

남은 4명은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어. 계속 술만 마셨지.

술이 약한 나는 이미 만취한 상태였지만 계속 술을 마셨어. 마시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거든.

포장마차 아저씨가 문 닫을 시간이라고 말하고 나서야 우리들은 일어났고, 잘 가라고 한마디씩 하고 헤어졌어.

집에 가기도 전에 나는 길바닥에서 쓰러졌고, 일어나니까 내 방이었어.

할머니한테 물어보니 동네사람이 데리고 왔다고 하더라고.

머리는 깨질듯이 아파서 다시 자고싶었지만 억지로 일어났어. 해야할 일이 있었거든.

난 비틀대면서 집 전화기 수화기를 들고 외운 번호를 눌렀어. 공관번호였지.

전화를 거니까 사모님이 받으셨고, 난 공손히 인사하고 지원이를 바꿔달라고 했어.

지원이는 전화를 받았고 난 말했어. 예전여자를 잊지못하는 남자를 만나면 힘들텐데 괜찮겠어?

지원이는 곧장 말했어.

다 이해해주고 그 아픔마저 사랑하겠다고.

지원이의 그 말을 듣고, 나는 말했어.

그럼 내 유일한 고민이 해결됬네.

그리고 둘이서 서로 한참을 웃었어.

 

 

나와 지원이는 내 고백 이후로 한참을 통화했어.

 

여동생은 TV보는 척 하면서 내 전화를 엿들었지만 딱히 신경쓰이지는 않았어.

 

지원이와 계속 통화하고 싶었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지원이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으니까.

 

별 얘기를 안 했는데 시간은 많이 흘러가고 나는 지원이한테 내일 통화하자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어.

 

지원이는 내일 꼭 전화한다고 알겠다고 했지. 내가 잘자라고 말하고 끊으려는데 지원이가 수줍게 내꿈꿔라고 말하고 끊었어.

 

옛날에 누군지 기억이 안나는데 CF에서 한 여자가 내꿈꿔 라고 말해서 대박난 적이 있었거든.당시 연인들한테 유행어였고.

 

실제로 연인한테 내꿈꿔라는 말을 들으니까 되게 설레더라. 그게 지원이라는게 더 좋았고.

 

내 여동생은 내가 전화를 끊자 시은이냐고 물었어.

 

그 말을 듣고 언제나 그랬듯이 가슴이 아프기는 했지만, 여동생한테 제대로 설명해야 될 것 같았어.

 

여동생은 예전의 어리기만 한 여동생이 아니고 나도 시은이를 가슴안에 품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으니까. 언제까지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고.

 

여동생을 앉히고 얘기했어. 시은이와는 헤어진지 오래됬고, 새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다고.

 

그리고 사진을 보여줬어. 지원이 검정고시 치를때 찍은 사진들과 어머님이 찍어주신 여러 사진들.

 

여동생은 왜 헤어졌냐고 시은이와 통화하고 싶다고 울었지만 난 시은이한테 전화를 안 한다고 했어.

 

나도 시은이와 통화를 하고 싶었어.아마 여동생이 시은이와 통화하고 싶은 마음보다 더 컸을꺼야.

 

시은이한테 현재 상황들을 말하고 싶었으니까. 허락을 구하고 싶었으니까.

 

이제 나는 너를 잊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너도 나를 좋은기억으로만 생각하고 살아가길 바란다고 앞 날을 축복해주고 싶었으니까.

 

고맙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당시에는 시은이 번호는 커녕 시은이의 생사여부까지 몰랐기 때문에 전화를 할 수가 없었어.

 

그때는 평생 시은이한테 연락을 못 하게 될줄 알았지.

 

나는 우는 여동생을 달랬어. 나도 울고싶었지 물론. 하지만 내 감정보다 어린 여동생이 우선이었어.

 

하지만 여동생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와 말도 안할려고 하고 방으로 들어갔어.

 

여동생 방이라고 해봤자 나와 같이 쓰긴 하지만.. 그 때 할머니 몸이 안 좋으셔서 여동생을 내방으로 옮겼거든.

 

그때 내가 군대가 있었기도 하고.

 

내가 수십번 노크를 했지만 여동생은 보고싶지않다고 문을 열지 않았고, 나는 할머니방의 옷장에서 요를 꺼내서 거실에서 잤어.

 

거실에서 눕는데 어린마음에 괜히 여동생이 밉더라. 나도 힘들게 결정한 선택인데 여동생이 날 믿어주지 않아서. 그리고  날 매정한 놈 취급해서.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여동생이 충분히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여동생과 시은이는 실제로 만난 기간은 얼마 안되지만 평소 언니를 갖고 싶고 엄마를 그리워한던 내 여동생한테 잠시나마 친언니처럼 엄마처럼 대해줬으니까.

 

하지만 그때는 여동생이 그저 얄미웠지. 마침 그때가 사춘기 시작할 때라서 평소에도 얄밉게 굴어서 인 것도 있지만.

 

다음날이 되도 여동생은 여전히 나와 얘기를 안 했어.

 

방학기간이라 나와 여동생 둘다 집에서 지냈는데 집안분위기가 안 좋은건 그때가 처음이었어

 

전화기가 거실에 있다보니 내가 지원이와 전화를 하면 여동생이 옆에 있었는데 일부러 전화선을 빼고 그랬지.

 

나는 화도 못냈지. 시은이와 헤어졌다고 2년넘게 거짓말을 했으니까.

 

내가 여동생 상황이 됬어도 같은 짓을 했을것 같기도 하고.

 

다음날 여동생은 방학이라 친구집에 갔고, 나는 내 방에 숨겨두었던 통장을 꺼냈어.

 

부모님 유산이 있는 통장은 아니고 내가 알바해서 번 돈들이 들어있는 통장.

 

여동생이 집에 있는 동안에는 집에서 지원이한테 통화를 못할테니까. 지원이와 통화를 오랫동안 하고 싶었거든.

 

시은이를 잊거나 한건 아니었어. 지원이 생각날때마다 족쇄처럼 시은이가 생각났으니까.

 

하지만 할배말씀대로 지원이를 더 사랑하게 되서 시은이의 생각이 점점 옅어지기를 바랬을뿐.

 

나는 버스를 타고 용산으로 갔어. 용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니까 예전 기억들이 나더라.

 

지원이한테 오빠라고 처음 들어 신난 내가 지원이가 부탁한 cd를 사러 가던 길.

 

지원이가 부탁한 드라마cd가 연애드라마라는 사실을 알고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오던 길.

 

지원이의 추억은 이 곳 서울에도 있었어.

 

용산에서 핸드폰을 사고 지원이한테 전화하지 않고 집에 왔어. 첫 핸드폰이라서 사용법을 잘 몰라 사용법을 봐야만 했거든.

 

시티폰(진짜 옛날 핸드폰인데 공중전화기 근처에만 통화가 됨.)부터 치면 핸드폰 역사는 꽤 됬지만, 핸드폰 살 생각을 안 했거든.

 

비싸기도 했지만 학창시절엔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대학시절에는 시은이 생각에 정신이 없었고, 헤어진 후에는 그냥 정신이 나갔으니까.

 

군생활이 공관병이라서 마음만 먹으면 소지할 수 있었지만 그럴 필요를 못 느꼈어.

 

하지만 그 때 상황은 달랐지. 전역도 앞두고 있었고 매일 전화를 하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사용법을 대강 보고 전화번호부에 공관번호를 추가했어.

 

그리고 전화했지. 전화를 하니까 사모님이 받으셨고 나는 인사를 하고 지원이를 바꿔달라고 전화했어.

 

근데 지원이가 우리 집에 전화하고 나를 만나러 간다고 나갔다고 하더라고. 나보고 몰랐냐고 물으시고.

 

나는 까먹었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어. 근데 전화를 끊고나서 한참을 생각해도 그런 약속을 한 기억이 없었어.

 

전화할때 숙취로 머리가 아팠긴 했지만 그날 전화했던 내용들이 하나하나 다 기억났거든.

 

잊을 수가 없었지. 지원이와 사귀게 난 후로 첫 통화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하나밖에 없었어. 내가 나간동안 여동생이 지원이 전화를 받았겠지.

 

난 집에 있던 여동생한테 물어봤어. 혹시 전화온 거 없었냐고.

 

여동생은 모른다고 했어. 하지만 내 여동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 알았어. 여동생도 나 닮아서 거짓말을 못하거든.

 

왜냐하면 옛날부터 여동생이 거짓말을 하면 내가 심하게 혼냈거든. 부모없이 자란 자식이라는 말 들을 일 없게

 

여동생을 혼내고 물어볼까 했는데 포기했어. 혼내봤자 내 여동생은 지원이한테 악감정만 더 커질테니까.

 

나는 여동생에게 알겠다고 하고 거실에 앉았어.

 

그리고 괜히 나는 혼잣말을 했지. 여자가 혼자서 기다리면 무서울텐데. 나쁜사람 만나게 되면 어쩌지. 하면서.

 

여동생은 내 혼잣말에 움찔하고 말을 하려고 하는게 보이는데 끝까지 말을 안했어.

 

뭐 그땐 여동생이 말을 안해도 상관없었어. 지원이가 서울 도착하면 우리집에 전화를 할테니까.

 

하지만 시간이 밤이 되도 지원이한테 전화가 안왔어.

 

노파심에 공관에 전화를 걸었지만 어머님이 꼭 오늘 집에 안 보내도 되니까 복귀할때 지원이랑 같이 오라고 말씀하시더라.

 

아버님도 내 집에서 머무는 조건하에 허락하셨다고. 아직 지원이가 집에 안온거였지.

 

나는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어.

 

그제서야 지원이가 걱정되기 시작했어.

 

지원이는 트라우마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자신의 방이나 폐쇄된 곳이 아니면 밤을 무서워하거든. 지금도 약간 그렇고.

 

지원이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나는 여동생한테 화를 냈어. 지원이한테 전화받은 거 다 안다고. 어디있는지 말하라고.

 

근데 여동생은 울면서도 끝까지 말을 안했어. 그 언니가 지금 내 여자친구인거 다 안다고. 시은이가 아닌 사람이 내 여자친구인건 싫다면서.

 

그 말을 듣고 여동생에게 더 이상 화를 내봤자 소용없을것 같더라.

 

여동생에게 시은이는 언니를 넘어서 엄마같은 존재였을테니까.

 

여동생에게 하루만에 시은이를 잊고 지원이를 받아드리라고 하면 당연히 힘들었겠지. 안그래도 힘들었을텐데.

 

나는 반항하는 여동생을 억지로 앉히고 얘기를 꺼냈어. 사실대로 다.

 

시은이는 병을 숨긴채 나를 만나러 한국에 왔고 그로인해 우리 엄마,아빠처럼 이세상을 떠날뻔했어.

 

나도 시은이와 언제까지나 같이 있고 싶었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시은이와 나 서로에게 엄청 힘들었을거야.

 

그래서 시은이와 나는 서로 사랑하지만 서로를 위해 헤어졌어.

 

내 이야기를 듣지 않을려고 몸부림을 치던 여동생은 나를 뿌리치고 일어나서 나한테 묻거라.

 

서로 사랑하는데 왜 헤어졌냐고. 그런일이 이 세상에 어디있냐고.

 

여동생의 물음에 나는 아무말 못했어.

 

사실 후회했거든. 우리가 더 사랑했다면 안 헤어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때마다 자위했던 생각을 여동생한테 말했어

 

시은이는 나를 위해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프겠지만 괜찮은 척 하고, 나는 그런 시은이를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힘들테니까.

 

나와 같이 있으면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못하고 참을테니까. 나를 위해 죽을만큼 아파도 살려고 할테니까. 그래서 서로 사랑하지만 헤어졌어.

 

여동생은 내 말을 듣고 가만히 다시 앉았고, 나는 계속 이야기를 했어.

 

지원이를 만나게 된 계기, 지원이와 친해진 계기. 지원이와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들.

 

지원이의 그 일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심한 왕따를 당했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여동생은 내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한듯 했어

 

이야기를 끝내고 나는 여동생에게 말했어.

 

시은이는 몸이 아팠지만, 지원이는 마음이 아픈애야.

 

지금 밤인데 혼자있게 되 누구보다 무서울꺼야.

 

내 여자친구라고 생각하지 말고 같은 여자로서 착한 내 여동생이 지원이가 어디에서 기다리기로 했는지 말해주면 안될까?

 

그제서야 내 여동생은 울면서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린다고 말했어.

 

여동생에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뛰어가려고 하는데 여동생이 지원이한테 사과하고 싶다고 같이 가고싶다고 말하더라.

 

여동생의 그 마음이 고맙고 예뻐서 나는 마음이 급했지만 알겠다고 하고 여동생과 같이 집을 나왔어.

 

집을 나서고 뛰어가는데 당연히 어린 여동생은 뒤쳐졌고 나는 여동생에게 지원이를 집에 데려오면 사과하자고 말을 했지만 여동생은 같이 가고싶다고 했어.

 

같은 피 아니랄까봐 나닮아서 똥고집이었지.

 

여동생을 두고 나혼자 갈까 했지만 그건 여동생의 마음을 짓밟는것 같아서 여동생을 쌀포대 드는 것처럼 어깨에 짊어들고 뛰어갔어.

 

당시 여동생이 그렇게 어린 나이가 아니였기 때문에 당연히 무거웟지만 상관 없었어. 그런거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뛰어가다보니 금방 지하철역에 도착했고 지하철을 탔어.

 

타는동안 내 속이 얼마나 타던지. 그냥 지하도를 내가 뛰어가고 싶을 정도였어.

 

정신과 시간의 방같은 지하철을 타고 나는 버스터미널역에 내렸어.

 

터미널에는 역시나 사람들로 북적였고 나는 여동생을 터미널 역실 안에 두고 나 혼자 지원이를 찾았어.

 

한참을 찾아봤지만 지원이는 안 보였어. 지원이가 또 나쁜일을 당했을까봐 불안해져서 눈물이 나올려고 하는데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어.

 

지원이였지. 지원이는 내 곁으로 뛰어오고 왜 이렇게 늦게 오냐고 장난식으로 말하는데 안심이 되기도하고 얄미워서 꿀밤을 때렸어. 그리고 말했지.

 

왜 집에 연락안하냐고. 걱정 많이했다고.

 

지원이는 우리 집번호를 따로 안적고 가서 계속 기달렸다고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데.

 

내가 더 미안했지. 밝은 곳이지만 밤에 지원이가 혼자 못 있는걸 내가 잘 아는데.

 

나는 지원이를 데리고 여동생한테 데려갔어.

 

여동생은 지원이에게 오빠한테 일부러 얘기안했다고 죄송하다고 말하고 우는데 지원이는 여동생을 안으면서 괜찮다고 말했어.

 

역실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다행이라고 박수쳐줘서 약간 창피하긴 했지만, 얼마나 보기 좋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지원이를 데리고 집으로 데려왔어.

 

내 여동생은 집에서 시은이 생각이 났는지 지원이를 살갑게 대하지 않았지만, 지원이는 특유의 상냥함으로 여동생과 이야기를 했어.

 

나는 그저 둘을 보고만 있었어. 여동생과 지원이 사이가 살갑게 될려면 아직 멀어보였지만, 여동생도 지원이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어.

 

일부러 차갑게 대하는척하는게 보였지만 지원이 얘기에 웃고 질문하고 그랬거든.

 

시간이 많이 지나서 나는 여동생을 재웠어. 그리고 지원이를 데리고 밖에 나왔어.

 

지원이 걱정하느라 마음고생 심했던 나는 차갑게 갑자기 말도 안하고 왜 왔냐고 물었는데

 

지원이는 웃으면서 남자친구가 너무 보고싶어서 나도 모르게 왔다고 하더라고.

 

지원이 대답이 너무 예쁘고 웃는게 귀여워서 나도모르게 웃었어.

 

그리고 차갑게 대하는건 그만두고 서로 애기를 했어.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해서 사소한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래도 얼마나 좋았는지.

 

지원이를 내 방에서 여동생과 재우고 나는 거실에서 잠을 잤어.

 

다음날 일찍 일어났어. 복귀 날이라서 시간이 많이 없었거든

 

지원이와 아침밥을 먹고 일단 나가려고 하는데 지원이가 그러더라. 내가 괜찮으면 여동생도 같이 놀자고.

 

나는 그러자고 했어. 나도 여동생이 많이 걸렸거든. 첫 데이트에 여동생과 동행하면 지원이한테 미안해서 지원이한테 말을 못 했을뿐.

 

정말 고맙더라. 첫 데이트면 바랬던게 많았을 텐데 여동생까지 배려도 하고.

 

여동생에게 물어보니 여동생은 귀찮은 척하면서 옷을 갈아입었고 세명이서 밖을 나왔어.

 

일단 세명이서 나왔는데 갈 곳이 없어서 막막했어. 늦어도 점심먹고 돌아와야 됬으니까.

 

어디를 갈지 지원이와 의논하는데 답은 나오지 않았고 일단 근처 역으로 갔어.

 

역으로 가도 막막하고 시간에 쫓겨 생각은 안나는데 지원이가 역옆에 사람들이 줄을 왜서고 있냐고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서울대가는 버스탈려고 줄을 선다고 말하니까.

 

그때 딱 생각이 났어. 서울대. 거리가 가깝고 우리가 목표로 하는 대학이고 관악산이 껴있어서 경치도 좋으니까.

 

나는 지원이한테 제안을 했는데 지원이도 좋다고 했고 우리들도 버스정류장에 줄을 섰어.

 

버스는 기다린지 얼마 안 되서 왔고 우리들은 만원버스를 타고 서울대에 도착했어.

 

지원이는 서울대 처음 와봤다고 신기해하고 좋아했어. 여동생도 마찬가지고.

 

나는 관악산 갈때 많이 들려서 뭐 그렇게 신기하지는 않았지만 둘이 좋아하니까 나도 좋았지.

 

일부러 샤대문근처에서 내려서 샤대문을 걸어들어갔어.

 

지원이는 샤대문을 걸어들어간 것만으로도 똑똑해지는 것 같다고 하면서 좋아했지. 그럴리는 없겠지만.

 

서울대게이들은 알겠지만 서울대. 진짜 크기만 졸라게 크고 놀거리 진짜 없거든. 관악산에 있어서 가파르기만 하고.

 

근데 우리들은 재미있게 놀았어. 서울대 잔디광장에서 앉아서 얘기하고 관악산입구에 들어가서 나무많은곳에서 일회용사진기를 사서 사진찍고.

 

일찍 나왔지만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서울대 건물안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니까 갈 시간이 됬어.

 

여동생도 아쉬워 했지만 나도 많이 아쉬웠지. 여동생과 지원이가 더 친해질 수 있었는데 시간은 한정되 있어서.

 

나와 지원이는 다시 버스를 타고 서울대입구역으로 갔어.

 

여동생에게 곧장 집으로 가라고 말하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데 지원이가 내 옆에 없었어. 여동생과 얘기하고 있었지.

 

지원이는 여동생에게 다음에 또 올테니까 같이 놀자고 말하고 새끼손가락을 걸고 있었어. 여동생은 알겠다고 말하고.

 

지원이가 고마웠지. 하루만에 여동생의 마음을 열어줬으니까.

 

나와 지원이는 그 날 손을 놓지않고 공관으로 복귀했어. 손만 잡았을 뿐인데 얼마나 설렜는지.

 

공관에 도착하고 평소처럼 지냈어. 병장이긴 했지만 공관병이 짬대우가 있는것도 아니고 평소처럼 지내는게 너무나도 행복했으니까.

비록 내 공부하고 지원이를 가르치는게 피곤하긴 했지만, 그 피곤함은 지원이의 웃음 하나 보면 싹 풀렸어.

 

집안일도 어머님과 지원이와 같이 하니까 빨리 끝나서 할 일도 없었고.

 

전역이 100일 정도 남았던 날. 어머님과 아버님이 나를 부르시고 물으셨어. 지원이와 사귀냐고.

 

당시 지원이와 자지도 않았고, 순수하게 사랑했기때문에 그렇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지원이 나이가 걸리더라. 미성년자 였으니까.

 

하지만 거짓말은 하고 싶지는 않았어. 당시 나도 지원이도 어린나이였지만 언젠가 지원이와 결혼을 생각했으니까.

 

나는 그렇다고 말했어.

 

어머님은 역시나 하는 표정이었지만 아버님은 전혀 그런 표정이 아니었어.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 기분이셨겠지.

 

그 표정을 보고 공포를 느꼈는데 더 무서운 사실은 아버지처럼 느껴가지고 자각은 못했지만 아버님이 사단장님이라는 사실이었어.

 

순간 영창 아니 육군교도소를 갈까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아버님이 말씀하시더라.

 

나니까 지원이와 사귀는걸 허락한다고. 내가 아니였으면 전역 안시켰다고.

 

나는 감사하다고 순수하게 사귀겠다고 말하고 내 방으로 뛰어들어갔어.

 

방에 들어가서야 내가 한 일에 소름이 끼치더라. 미친짓이었지. 전역도 안한놈이 사단장님 딸을 건들였으니.

 

그 날이후로 아버님 눈치를 봤지만 아버님이 안 계시면 지원이와 나는 주변눈치 안보고 애정표현을 했어.

 

어머님은 나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지원이와 애정표현에 크게 관여안하셨고.

 

지원이와 지내다보니 어느샌가 전역을 앞두게 됬어. 내 부사수가 온거지.

 

부사수가 온다고 했을때 전역이 실감났는데 그리 좋지만은 않았어.

 

전역한다는 뜻은 지원이와 매일 붙어있을수 없다는 뜻과 동의어니까. 하지만 언제든지 내가 지원이를 보고싶으면 볼수있다는 사실을 위안삼았어.

 

부사수는 명문대출신이고 일도 잘하고 싹싹한게 소위 말하는 A급병사였어.

 

인수인계를 하는데 할 필요를 못 느낄정도로 일도 잘하고 어머님과 친해졌더라.

사실 첫 맞후임이라 못하면 혼낼려고 했는데 너무 잘해서 혼내지도 못했지..

 

사실 맞후임 혼내는거 군생활 꿈이었거든. 맨날 혼나기만 해서.

 

지원이 과외하는것도 인수인계를 했는데 자세하게는 하지 않았어.

 

사단장님의 임기가 얼마 안남으셔서 전역하고 얼마 안되서 지원이도 이사를 갔거든.

 

지원이에게 가르칠 것도 없고 어려운 문제들만 알려주면 되는 정도 였으니까.

 

지원이와 과외를 마치고 부사수가 물으더라. 지원이 남자친구 있냐고. 군대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대학교에서도 이렇게 예쁜애 못봤다고.

 

나는 마음속으로는 지원이 칭찬에 기뻐서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만 내색안하고 내가 지원이 남자친구라고 했어.

 

그때 부사수가 부러움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이 나네.

 

부사수에게 인수인계를 다하고 부사수가 자리를 잡았을즈음 나는 말년휴가를 앞두고 있었어.

 

26개월 하고도 15일..의 군생활이 끝이 난거지.

 

말출나가기전 나한테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줬는데 그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평소에 무서웠던 부관님도 나에게 축하해주시고 아버님과 어머님은 전역하고 파출부 알바하겠냐고 하시고. 내 인생에 즐거웠던 순간이었어.

 

그리고 말출을 무사히 다녀온후 전역을 했지.

 

전역을 했지만 다른건 없었어. 당시 수능공부에 정신이 없었으니까.

밤에 지원이와 전화를 하는 것을 제외하면 하루종일 공부만 했어.

 

하루종일 공부하는거 힘들었지만 지원이와 대학생활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했어.

 

그러던 어느날 집에서 공부를 하는데 초인종이 울렸어.

 

나는 무시를 하고 공부를 했지. 산동네에 잡상인들 많이 오거든.

 

돌아갔나 싶었는데 또 초인종이 울리더라고. 문제도 안풀리고 짜증나서 문을 열었는데

 

문앞에는 시은이가 있었어.

 

시은이는 수줍게 웃으면서 말하더라.

 

잘지냈어?

 

 

 

 

 

초인종은 계속해서 울렸고, 나는 짜증나서 밖에 나왔어.

 

문을 열고 화를 내려던 순간 앞에 보이는 사람은 남자가 아니었어. 젊은 여자였지. 그것도 내가 매일 그리워했던 사람

 

시은이였어.

 

예상치도 못한 시은이의 방문에 나는 아무말도 못했어.

 

그리워한건 맞지만 그 당시에는 이세상을 떠났을거라고 생각했거든.

 

시은이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줍게 웃으면서 말했어.

 

잘 지냈어?

 

나는 그 상황이 믿기지 않았어. 시은이가 내 앞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잘있었냐고 이야기를 하다니.

 

정신을 차리고 겨우 말 한마디를 했어.  응. 그 한마디.

 

말 한마디라도 하니까 정신은 제대로 돌기 시작하고 시은이를 봤어.

 

꿈이 아니었지. 그 때 시은이는 짧은 단발머리였지만 모든게 예전 그대로였어.

 

웃을때 볼에 잡히는 보조개도, 하얀 피부도, 순진한 그 예쁜얼굴도 모든게.

 

시은이는 멍하게 있던 나에게 말했어. 언제까지 밖에다가 나둘꺼냐고.

 

그제서야 나는 시은이를 안에 들였지.

 

시은이는 집에 들어서자 ‘집은 그대로네?’ 하고 말하는데 같이 집에 지냈던일이 어제같았어.

 

같이 삼겹살을 구워먹던 날들. 사랑을 말하던 날들. 같이 일어나서 아침을 먹던 날들.

 

하지만 그 날로부터 벌써 3년도 넘게 지나있었지. 많은 시간이 흘러가 있었어.

 

나는 시은이에게 커피를 가져다 주고 시은이 옆에 앉았어.

 

집이 좁았기 때문에 시은이 바로 옆에 앉을 수 밖에 없었는데,

 

시은이의 냄새를 맡는동안 다시 시원이와 사랑을 하던 때로 돌아간것 같았어.

 

하지만 시은이와 헤어지고 나는 군대도 갔다오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어. 상황이 그때와는 많이 달랐었지.

 

하지만 시은이를 사랑한 건 맞았어. 그 사랑이 연애감정이라고 말하기엔 지원이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시은이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물었고, 내가 군대 갔다왔다고 하니까 놀라더라고.

 

의대생은 의사자격증따고 군대가지 않냐는 물음에 자퇴했다고 말했어.

 

자퇴는 왜 했냐는 시은이의 물음에 나는 아무말도 못했어.

 

애초에 의대를 시은이때문에 갔고, 너가 곁에 없어서 의학공부를 할 의미가 없어 자퇴했다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나에게 시은이도 아무 말도 못했어. 그 침묵으로 왜 자퇴를 했는지 이유를 알았겠지.

 

시은이는 고개를 못드는 나를 안아줬어. 나도 시은이를 안았지.

 

지원이가 머리속에 떠올랐지만 시은이를 안은 손을 놓지 않았어. 놓을 수가 없었어.

 

헤어지고 하루도 빼먹지 않고 그리워한 시은이가 날 안고 있었으니까.

 

정신을 차려보니까 나는 지원이에게 키스를 하고 있었고, 그제서야 시은이를 떨쳐냈어.

 

더이상 있다가는 이성을 잃을것만 같았거든.

 

시은이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고, 나도 미안하다고 말했어.

 

나는 시계를 보면서 여동생이 오기만을 바랬었고, 나와 시은이 사이에는 무거운 공기만이 흘렀어.

 

한때 서로 목숨만큼 사랑했지만 하루만에 3년만의 공백을 매꾸기에는 역부족이었어.

 

무거운공기의 중갑감에 나는 시은이에게 말을 꺼냈어.

 

소소한 이야기들. 무거운 이야기를 하기엔 공기가 너무 무거워서 감당을 못할것 같았어.

 

시은이와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도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여동생이 집에 들어왔어.

 

여동생은 시은이를 보자마자 시은이에게 뛰쳐가서 안겼어.

 

그리고 여동생은 살아있을줄 알았다고 울기 시작했어. 시은이도 여동생 따라서 울기 시작했고.

 

나는 울지않고 애써 담담한척 그들을 쳐다봤어. 나도 울게되면 시은이에대한 내 감정이 터져 나올것 같아서.

 

시간이 지나고 서로 감정은 진정됬고 내 여동생이 시은이에게 물었어. 그 후 어떻게 지냈냐고.

 

내가 묻고싶었던 말이었지. 나는 눈빛으로 여동생에게 잘했다는 신호를 보냈고, 시은이를 쳐다봤어.

 

시은이는 질문한 내여동생대신 내 눈을 보고 얘기를 꺼냈어.

 

“한국에서 안정이 될때까지 치료를 한 후 다시 미국에 갔어. 아무래도 미국이 한국보다 장기이식을 받을 확률이 더 높았거든.

 

혈액형도, 이식환경도, 수술성공률도 모든게. 하지만 내 몸에 맞는 장기는 쉽게 찾을 수 없었어.

 

혈액형이 특이성이 가장 큰 이유지만, 장기이식리스트가 다시 내려간 상태였거든.”

 

시은이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어.

 

“가면 갈수록 고통은 심해지고, 시한부 판정을 다시 받았어.

 

시한부판정은 예전에도 많이 받았지만, 이번에는 피할수 없을 것만 같았어.

 

인생을 정리하던 어느날. 연락이 왔어. 수술준비하자는 연락이었지.

 

병원 근처에 교통사고가 일어났는데 사고자가 장기이식서명자였고 나와 같은 혈액형이 었거든..

 

그 날 그렇게 수술을 받고 병원 밖을 나가게 됬어.”

 

시은이의 이야기가 끝나고 여동생은 물론 나까지 울고 있었어.

 

의학용어가 너무 많아서 여동생은 무슨 말인지 못알아들었을텐데 다행이라고 말하면서 시은이를 끌어안았어.

 

나도 시은이를 끌어안았어. 시은이도 나와 헤어지고 나처럼 아니 나보다 힘들었겠지. 생과사 사이에서 고통스러웠을테니까.

 

나는 무거운 분위기를 바꿀려고 괜히 웃으면서 말했어. 너 또 수술받았다고 거짓말해서 온 거 아니지?

 

시은이는 들켰네 하면서 눈물을 닦고 애써 웃었지만 그 때 일들이 떠올라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하지만 내색안하고 말했어. 이번에도 거짓말한거면 나한테 죽는다고.

 

시은이는 내 말을듣고 환하게 웃는데. 얼마나 바라던 순간이였는지.

 

시은이와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는게.

 

못다한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저녁시간이 됬어.

 

시은이에게 저녁먹고 가라고 말을 했는데 시은이는 약속이 있어서 가야될 것 같다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여동생은 신발을 갈아신던 시은이에게 가지말라고 시은이의 다리를 잡았지만 시은이는 곤란해할뿐 안간다고 말하지는 않았어.

 

시은이는 곤란하단 듯이 나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여동생을 말리지 않았어. 여동생이 아니었으면 내가 시은이를 붙잡았을테니까.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못했어. 시은이를 붙잡으면 다시 시은이와 사랑에 빠지게 될것 같아서.

 

아니 마음속에서는 이미 확실히 알고 있었지. 시은이를 잡으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이대로 시은이를 보내는 게 맞았지. 서로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아니 추억속에 묻어두는게 맞았어.

 

하지만 나는 “시은아 내일 아침에 다시 와.”라고 말하고 있었어.

 

시은이는 내 말에 웃으면서 알겠다고 말했고 여동생은 시은이를 잡은 두 손을 풀었어.

 

여동생은 시은이를 역까지 배웅하겠다고 시은이와 같이 집밖을 나갔어.

 

문을 닫자 나는 그자리에 주저앉고 미친듯이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어.

 

방금 있었던 모든 일들이 꿈만 같았어. 내 볼을 꼬집어봤지만 꿈이 아니었어. 시은이는 살아있었어.

 

시은이의 생사여부. 그거 하나만이라도 알고 싶어서 안가던 성당에 갈정도로 그렇게 바라고 바랬는데,

 

막상 시은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까 나도모르게 시은이와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어.

 

그때 그냥 시은이를 보냈으면, 어떻게 됬을까. 이렇게 지금 글쓰면서 괴로울 필요가 없었을텐데.

 

서로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지금 글쓰면서 드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은이를 역까지 배웅하러 간 여동생은 돌아왔고 나는 밝은척을 하고 여동생한테 물었어.

 

시은이 보니까 좋지?

 

여동생은 대답을 안하고 또 울고 있었어. 그리고 말했어. 시은이한테 거짓말을 했다고.

 

내가 여동생에게 무슨 거짓말을 했냐고 묻자 여동생은 말했어.

 

시은이가 여동생에게 나한테 여자친구 있냐고 물었는데 없다고 거짓말 해버렸다고. 거짓말해서 미안하다고.

 

원래 여동생이 거짓말을 하면 심하게 혼냈지만 혼내지 않고 여동생을 껴안았어.

 

여동생도 힘들게 고민하고 얘기했을테니까.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여자친구없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여동생의 말에 안도를 하고 있었어.

 

여동생이 울음을 그치자 나는 여동생과 아무 말없이 밥을 먹었어.

 

밥은 당연히 넘어가지 않았고 여동생도 마찬가지인듯 했어.

 

밥을 먹고 습관처럼 책상에 앉아서 책을 폈지만 공부가 될리가 없었지.

 

정신을 차리는게 고작이었으니까.

 

여동생은 나에게 내일 학교 안가도 되냐고 물었고, 나는 그러라고 말했어.

 

여동생은 내 대답을 듣고 안심을 했는지 한숨을 크게 쉬더니 안대를 끼고 침대위에 누웠어.

 

자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간이었지만 말리지 않았어. 여동생도 힘들었을테니까. 나는 방에 불을 끄고 의자위에 앉았어.

 

의자에 앉아서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려고 해도, 지원이를 생각하려 해도, 시은이의 환한 웃음이 떠올랐어.

 

그것도 아주 생생한 시은이의 웃음.

 

시은이와 헤어지고 시간이 지나고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사귀고, 시은이에 대한 내 감정을 정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시은이에 대한 내 감정은 시은이를 보자마자 잡을 수 없을만큼 다시 커져있었어.

 

하지만 지원이를 포기할 수는 없었어. 지원이를 정말로 사랑했으니까. 시은이도 마찬가지였지만…

 

동네가 조용해질정도로 깊은 밤이 되고 지원이한테 전화가 왔어.

 

안 받으려고 했는데 그건 지원이한테 해선 안 될짓 같아서 전화를 받았어.

 

지원이는 왜 하루종일 전화도 안 하냐는 물음에 가슴이 아팠지. 너무나도.

 

평소의 애교많은 지원이의 목소리라서 더욱더.

 

지원이의 목소리를 듣는게 너무나도 괴로워서 지원이에게 아팠다고 거짓말을 했어.

 

지원이는 약은 먹었냐고. 내일 병간호하러 갈까 라고 물었는데

 

너무나도 상냥한 지원이에 참을수 없는 울음이 나오고 전화를 끊었어.

 

그리고 지원이한테 문자를 보냈어. 괜찮다고..

 

문자를 보냈지만 핸드폰에는 전화가 계속 울렸어. ‘내 사랑’   지원이였지.

 

나는 핸드폰을 창문 밖에 던졌어.

 

‘내 사랑’ 이라는 글자가 너무나도… 차마 볼 수가 없었어.

 

내가 너무나 미웠지. 내가 하려는 일은 세 사람다 나락속에 빠지게 하는 일이었으니까.

 

한가지 확실한건 지원이, 시은이 둘 중 한명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지만 그러지 못했어..

 

지원이를 선택하려 하면 시은이와의 못잊을 지난날의 추억이 떠오르고, 시은이를 선택하려하면 지원이의 환한 웃음이 떠올랐으니까.

 

그 티없고 예쁜 그 환한 웃음.

 

그 날 의자위에 앉아서 밤을 보냈어.

 

해는 떠오르고 나는 여동생을 깨웠어.

 

우리 둘은 아침을 먹고 씻고 거실에 앉아서 시은이를 기달렸어.

 

TV를 켰지만, 당연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여동생도 마찬가지 인듯 했고.

 

그런 상태로 몇시간을 있었을까? 초인종이 울렸고 여동생은 뛰어갔어. 시은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어.

 

어제봤지만 봐도봐도 믿기지가 않았지. 시은이가 살아서 내눈앞에 있다니..

 

나는 시은이에게 말했어. 일단 나가자. 시은이는 알겠다고 했어.

 

시은이에게 예전처럼 계획없이 돌아다닐까 말했는데 시은이는 사실 가고 싶은곳이 있다고 말했어.

 

나는 어디냐고 물어봤어.

 

시은이는 말했어. 부산. 너와 같이 한번더 가고 싶었거든.

 

시은이의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어. 이미 지원이와 갔다 온 적이 있으니까. 시은이를 잊기위해 다녀왔었으니까.

 

나는 아무 말않고 고개를 끄덕이고 가자고 했어.

 

여동생과 시은이와 나. 이렇게 세명이서 지하철을 탔어. 몇 년전 같이 데이트를 하던 그 때로 돌아간 것 같았어.

 

다른건 여동생은 많이 자라있었고, 나는 시은이가 아닌 다른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거겠지.

 

나와 시은이 사이에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는 것도 그중 하나였고.

 

다행히 여동생이 대화를 이어갔어. 덕분에 예전처럼 어색하지 않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지.

 

서울역에 도착했고 우리들은 부산행 표를 끊었어.

 

부산. 다시 시은이와 가게될 줄은 상상조차 못 했었어.

 

기차안에 들어가려는데 내 이성은 가지마라고 말하는 듯했어.

 

시은이와 함께 추억이 있는 부산거리를 걸으면 그떄의 감정이 떠오를게 틀림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기차에 몸을 실었어. 지금 아니면 시은이와 다시 헤어질것 같았으니까

 

기차에 같이 웃고 떠들다보니 금방 부산에 도착했어.

 

그리고 다시 예전처럼 아무 계획없이 떠돌아 다녔어. 5년전 그날로 돌아간것만 같았지.

 

너무나도 행복했던 그날. 다신 잊을 수 없는 그날.

 

예전처럼 잡히는 버스를 타고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에 내렸는데 5년전 장소에 내렸어.

 

나와 시은이는 옛날 생각에 아무 말도 못했어.

 

우리 둘 서로 힘들었던 상황에 이 장소에서 같이 웃고 사랑을 느꼈으니까.

 

여동생이 말을 꺼냈지만 나와 시은이는 아무 말도 안했어. 그저 나와 시은이는 손만 잡았어.

 

여동생도 말을 안하고 같이 그 거리를 걷기 시작했어.

 

나와 시은이는 그저 발걸음이 닿는데로 걸었을뿐인데 그 날 걸었던 곳과 같은 곳이었어.

 

한참을 말없이 걸었을까? 저녁이 됬고 우리 셋은 그 날처럼 분식점에 가서 배를 채웠어.

 

그때와 같은 분식점은 아니었지만 그 시절로 돌아간것 같았어.

 

여동생은 화장실을 갔다온다고 하고 밖에 나갔고 우리 둘만 남았지. 부산에서 처음으로.

 

나는 말을 꺼냈어. “그떄 기억나? 우리 돈 많이 없어서 떡볶이 500원 어치만 더 달라고 했잖아.”

 

시은이도 웃고 말했어.  “맞아. 근데 그거 알아? 버스표 사고 돈 많이 남았었어.”

 

서로 그때의 얘기들을 했어. 나는 처음에 시은이를 봤을때 천사인지 알아서 천국으로 간지 알았다고 말하고. 시은이는 웃고.

 

서로 할 얘기가 떨어졌을무렵 난 일어나서 계산을 하려는데 시은이가 말했어.

 

“나는 널 처음봤을떄부터 사랑하게 될 걸 알고있었어.”

 

시은이가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처음이었어.

 

나는 시은이의 말을 듣고 나도모르게 말했어. “지금도 날 사랑해?”

 

시은이는 내 물음에 곧장 답했어. ” 널 사랑해. 아마도 죽을때까지 사랑할꺼야. 너는 날 아직도 사랑해?”

 

난 시은이를 사랑했어. 하지만 대답을 못했어. 지원이가 머리속에 떠올랐으니까.

 

시은이는 대답을 못하는 나를 보고 울었어.

 

우는 시은이에게 사랑하다고 말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렇게되면 나와 지원이 사이는 끝나게 되겠지. 그래서 차마 말을 못했어.

 

화장실에 갔다온 여동생이 돌아오고 나는 계산을 하고 분식점을 나왔어.

 

그리고 우리 셋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로 정류장을 향했고 서울행 티켓을 끊었어.

 

여동생은 잠이 들었고 시은이는 계속 울었어. 날 한번도 쳐다보지 않은채.

 

그런 시은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않았어. 계속.    참았어.

 

서울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나는 세상편히 자고있는 여동생을 업고 시은이에게 말했어.

 

숙소 예약 안 했으면 우리집에서 자고 가라고.

 

시은이는 고개를 끄덕였어. 나와 말을 안하려고 하는 시은이가 약간 미웠지만 이해가 됬어.

 

죽기 직전까지 나를 생각했을텐데 그런데 나는 시은이를 사랑한다고 말을 안했으니까.배신감이 컸겠지.

 

서로 아무 말없이 택시를 타고 집 앞에 내렸어.

 

집 앞에 택시가 서자 앞좌석에 앉아있었던 시은이는 돈을 택시아저씨한테 건네고 택시 밖을 나갔어.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밖에 나갔지.

 

집에는 불이 켜져있었어. 할머니가 잠들 시간인데 켜져있어 이상하긴 했지만 그대로 문을 열었어

 

문을 열자 먼저 보였던건 봉지 안에 있는 약이었어.

 

여동생을 업고 있어서 바닥을 보고 있었거든.

 

이상한 마음에 고개를 들었어.

 

지원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여동생을 업은 채 집에들어갔어.

 

늦은시간에 문밖에 불빛이 세고 있어서 이상하게 생각은 했지만, 시은이 생각에 정신이 없어서 의심하지는 못했어.

 

여동생을 업고 있어 고개를 떨구고 있었던 나에게 가장 먼저 보였던건 봉지안의 많은 약들.

 

그떄 생각이 났지. 전 날 지원이가 했던 말. ‘아프면 내일 병간호 갈까?’

 

고개를 들었어. 지원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시은이는 나와 지원이를 번갈아 봤고 나는 아무말도 못했어.

 

지원이는 나에게 약봉지를 던졌어. 죄스러워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던 나는 지원이를 쳐다보았는데 지원이는 울고 있었어.

 

몇년전 사진 던졌을때처럼.

 

그떄 이후로 다신 지원이를 울게 할 일이 없게 한다고 다짐했건만, 내가 다시 울게 했지.

 

나는 울고 있는 지원이에게 위로 한 마디와 변명조차 하지 못했어.

 

지원이가 울고 있는 이유가 바로 나때문이고, 무엇보다 옆에 시은이가 있었기 때문이였지..

 

지원이는 나와 시은이 사이를 지나가고 문 밖을 나갔어.

 

지원이를 잡아야 했어. 그건 알고있었어. 하지만 시은이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에 발이 움직이지 않았어.

 

그 순간까지 나는 시은이와 지원이를 재고 있었던거였지. 나는.

 

참 개새끼였지. 나는. 하지만 그때는 시은이마저 내 곁을 떠나면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 그정도로 두 사람을 사랑했기 때문에. 내 목숨보다.

 

지원이가 문을 닫고 나가자 나는 그 자리에서 힘이빠져 주저앉았어. 그리고 지원이한테, 내 옆에있는 시은이한테도 너무나도 미안해서 울고말았지.

 

시은이는 그런 나를 안아줬어. 그 따뜻함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자신이 죽기직전까지 사랑한 남자가 자신을 잊고 여자친구를 사귀었다고 생각했을텐데 시은이는 그저 아무말없이 날 안아줬어.

 

내가 서서히 눈물이 그쳐갈때 시은이는 일어섰고 문을 열었어.

 

나는 가려고 하는 시은이 다리를 잡았어. 전 날 여동생처럼. 자존심 생각할 여유조차도 없었어. 그떄의 나는

 

지금 시은이를 보내면 다시 못 볼것 같았거든.

 

하지만 시은이는 다리를 잡은 나에게 말했어.

 

“아파서 너무 힘들때에도, 죽기직전까지 갔어도,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을때 누굴 먼저 떠올랐는지 알아?

 

나를 위해 멀쩡한 회사를 위장파산한 부모님? 아니야 가장 먼저 너를 떠올랐어.

 

나를 떠날때 나와 잘려고 만났다고 말했던 너를.

 

근데 너는 다른사람을 만났잖아. 며칠 전까지 나를 잊고 살았잖아.

 

어떻게 끝까지 이기적이야 너는.”

 

시은이의 그 말을 듣고 난 시은이를 잡은 두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어.

 

지금도 시은이의 말이 단어 하나까지 기억날 정도로 내 가슴에 깊게 박혔거든.

 

시은이는 문을 닫았고 나는 1시간도 안되서 내 목숨보다 사랑하는 2명을 잃었어.

 

그런 상황에서도 자고 있는 여동생을 내 방의 침대위에 눕히고 난 집 밖의 계단에 앉아서 담배만 폈어.

 

줄담배를 피다보니 폐가 아플정도 였지만 그 떄는 상관이 없었어.

 

인생의 목표이자 희망을 잃었으니까. 살 의욕을 잃었으니까.

 

그 때 중학교때 이후로 처음으로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정도로 괴로웠지.

 

날은 밝았고 여동생은 나에게 시은이는 어디 갔냐고 물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모든 일이 다 나 때문이고, 말할 힘조차 없었으니

 

여동생은 대답을 하지 않는 나에게 시은이 오늘 오냐고 되물었지만 나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어.

 

그런 나에게 여동생은 가느다란 팔로 날 떄렸지만 막지 않았어. 막을 힘도 없을뿐더러 맞아도 쌌으니까.

 

할머니가 여동생을 말리시자 여동생은 내 곁을 떠났고 한마디 했어. 오빠 미워 보기도 싫어.

 

부모님 대신 여동생을 키우면서, 후레자식이라는 말을 듣지 않게 위해 나름 엄하게 키웠지만

 

그래도 여동생은 내게 밉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던지.

 

여동생의 그 말을 듣고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었어.

 

여동생을 볼 면복이 없었고, 무엇보다 가만히 앉아있는 내가 너무나도 부끄러웠으니까.

 

나는 내 방에 들어가서 통장을 꺼냈어. 돈이 얼마 안남은 내가 돈을 모은 통장.같은 방에있던 여동생은 날 쳐다도 보지 않았고 그런 여동생에게 말했어.

 

시은이와 지원이한테 사과하고 올께.

 

여동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훌쩍거리면서 울기만 했지.

 

난 그런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고 내 방을 나갔어.

 

방을 나가니 할머니가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어서 애써 웃음짓고 말했어.

 

할머니 조금 늦을 수 있으니까 기다리지 마세요.

 

할머니는 알겠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웃음으로 대답했어.

 

신발을 신고 있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보니 여동생이 있었어. 여전히 울고있었고 나한테 말했어.

 

시은언니랑 지원언니중.  누구야?

 

대답을 못했어. 그 생각은 하면 할수록 너무나 괴로워서 정하지 못했거든.

 

애초에 가만히 있는게 너무나 괴로워서 나가는 거였고.

 

애써 웃으면서 말했어. 오빠도 잘 모르겠네.

 

내 말에 여동생은 말했어. “둘 중에 한 명은 앞으로 영영 못 보는거야?”

 

그렇겠지. 한 번 헤어지고 친구로 지내기엔 서로 너무나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난 대답을 하지 않았어.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고 일어서서 문을 열었어.

 

시은이는 전화번호도 주소도 몰랐기 때문에 , 일단 지원이에게 갈 수밖에 없었어.

 

혹시나하는 마음에 지원이한테 전화를 했지만, 지원이의 핸드폰은 꺼져있었어.

 

그럴만도 했지.

 

전화도 안받는 남자친구가 걱정되 병간호 하려고 먼 길을 왔지만 나는 다른 여자 그것도 5년도 넘게 사랑한 여자와 같이 나타났는데

 

그 때의 지원이의 마음은.. 상상이 안간다.

 

서울역에 도착하고 매표소에 표를 사려고 줄을 서는데 그 때 생각났어. 지원이가 이사를 간걸.

 

지원이 집 번호도, 어머님 핸드폰 번호도 다 핸드폰에 저장되 있었고 핸드폰은 나한테 없었어. 전날 핸드폰을 던져버렸으니까

 

아는 정보는 지역. 그거 하나. 매표소 줄에서 나와 다시 지원이한테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핸드폰은 꺼져있었어.

 

대책이 없었지. 하지만 매표소에서 일단 표를 끊었어.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기차를 타고 그 지역에 도착했고 혹시나하는 마음에 사수한테 전화했어.

 

수화음이 울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신에게 빌었는지 모르겠다.

 

수 번을 걸어서야 형이 전화를 받았고 나는 안부인사도 묻지않고 물었어. 혹시 지원이 이사간 곳 주소 알아?

 

형은 다행히 안다고 했어.

 

난 주소를 알아내고 전화를 끊었어. 예의 차릴 여유조차도 없었지.

 

주소는 알았지만 지원이를 만나야한다는게 너무나도 괴로웠지만 가야만 했어.

 

지원이와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거. 지원이의 미소를 다시 한 번 보지못한다는 것.

 

상상도 하기 싫었으니까.

 

택시를 타고 그 주소를 갔어. 그 주소에 택시는 도착했고, 공관병이 문 앞에 나왔어.

 

내 부사수는 아니었지. 당연하지만

 

그 공관병에게 사연을 말하고 공관안에 들어갔어.

 

공관안에는 어머님이 있었고 어머님은 지원이와 같이 왔냐고 물어봤지만 같이 있을리가 없었지.

 

어머님에게 말했어. 지원이와 싸웠는데 올때까지 기다려도 되냐고.

 

어머님은 그러라고 하셨고, 지원이 방에서 쉬라고 하셨어.

 

지원이 방에 들어갔어. 전역하고 처음이였지. 방에 들어가자 나는 울지않으려고 해도 또 울수 밖에 없었어..

 

왜냐하면 지원이 방에는 내 사진으로 가득찼거든. 책상에도, 벽에도.

 

작업병들과 작업을 같이하고 같이 찍은 사진. 검정고시 시험이 끝나고 대문 앞에서 다 같이 찍은 사진. 책상위에 내가 눈을 붙일때 찍은 사진..

 

내 방에는 지원이 사진 한 장도 붙이지 않았는데. 지원이는 나로 가득찼지.

 

스탠드에는 군장점에서 맞춘 커플군번줄이 걸려있었고, 옷걸이 맨 위에는 내 전역모가 걸려있었어.

 

더 이상 지원이 방에 있는 게 죄스러워서 거실에 나왔지만 거실에도 지원이의 냄새가 났어.

 

그리고 기억이 났어. 거실에서 같이 TV를 보면서 같이 웃은 기억들. 식탁에서 같이 밥을 먹던 추억들.

 

결국 숨이 차서 뛰어나가듯이 집을 나올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집밖에 나오자마자 토를 했어.

 

공관병과 어머님이 괜찮냐고 물어보셨지만 난 고개만 끄덕였을 뿐. 말은 하지 못했어.

 

어머님은 병원에 데려다 주신다고 하셨지만, 난 거절을 하고 숨이 찰때까지 뛰어나갔어.

 

뒤에서 어머님이 부르시는 소리가 들렸지만 멈추지 않았어. 지원이 향이 나는 그 곳에서 떠나고 싶었으니까.

 

숨이 찰때까지 뛰고 멈춰서서 한참을 울었어.

 

사실 그때까지는 마음속으로 지원이와 시은이 중 한 명을 정해야 된다면 시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원이의 방을 보고 난후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 지원이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됬으니까.

 

한참을 울고 다시 기차역으로 갔어. 지원이 얼굴을 볼 자격이 없었으니까. 나는.

 

기차표를 살때도 기차를 탈때도, 울음은 멈추지 않았고 하늘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어.

 

왜 이렇게 계속 시련을 주냐고. 왜 여동생과 나만을 남겨두고 부모님을 먼저 보내고, 사랑하는 여자를 두 명이나 줘서 힘들게 하냐고.

 

끝까지 이기적이었어. 그 때의 나는. 내 잘못인 걸 모르고.

 

기차에서 한참을 울다보니 서울에 도착했고 택시를 탔어. 사람이 많은 곳에서 울기는 싫었으니까.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했어. 한 것도 없는데 벌써 하늘은 어두워져있었지.

 

여동생에게 지원이와 시은이한테 사과를 하기 전까지 오지 않겠다고 했지만, 어쩔수가 없었어.

 

익숙한 장소에서 쉬고 싶었으니까.

 

지친 몸을 이끌고 문을 여니 지원이가 있었어. 여동생과 같이 TV를 보고 웃고 있었어.

 

피곤해서 잘못봤나 싶었지만 아니었어. 지원이였어.

 

지원이는 그런 나에게 말했어. “어디갔다 지금왔어? 얼마나 기다렸는데. 전화는 안되고.”

 

지원이의 눈은 전 날처럼 날 원망하는 눈빛이 아니었어. 평소의 지원이였어. 날 사랑스럽게 보는. 그리고 웃음이 가득찬.

 

전 날의 일이 꿈인가 싶었지만 그건 절대로 아니었어.

 

난 가만히 서있을 수 밖에 없었고, 지원이는 나에게 말했어. “나가서 얘기좀 할래? 오빠”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지원이와 같이 문 밖을 나갔어.

 

지원이는 걸으면서 내 손을 잡았어. 너무나도 죄스러워 손을 놓고 싶었지만 놓지는 않았어. 지원이가 내 곁을 떠날까봐.

 

지원이는 조용한 곳 아냐고 물었고 나는 근처에 한 초등학교에 데려갔어.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나마 주변에 가장 사람이 없는 데였거든.

 

지원이는 철봉과 구름사다리를 탔고 오랜만이라며 웃었어. 하지만 내 눈엔 애써 웃는게 보였지. 눈은 웃지 않았으니까.

 

나와 지원이는 서로 그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어. 아니, 서로 말을 안꺼냈지.

 

나는 지원이에게 사과를 해야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어. 사과하기엔 내가 한 잘못이 너무 컸으니까.

 

얼마나 있었을까. 지원이가 먼저 말을 꺼냈어.

 

오빠 그거 알아? 어제 집에 나가고 집앞에서 오빠 기다렸는데 오빠는 나 잡으러 안 오더라?

 

죄스러운 마음에 말을 못했고 지원이는 얘기를 계속했어.

 

오빠가 안 오길래 집에 가려고 걷고 있는데 누가 날 잡았어. 시은언니였어.

 

너무 놀라서 나도모르게 말했어. 시은이?

 

응 시은언니.

 

시은언니가 우는 날 잡더니 괜찮냐고 묻더라고. 자기도 울고 있었으면서.

 

예상치 못한 시은이의 행동에 말을 못했어. 지금 생각하면 시은이 성격이면 그럴만도 했지만.

 

그러면서 같이 얘기 좀 하자고 하더라고.. 나는 싫다고 했지만 시은언니가 나에대해 알고 싶다고 했어.

 

그 말을 듣고 나도 시은언니에 대해서 궁금했어.

 

어떤 여자이길래 오빠가 수 많은 시간이 지나도, 이렇게 예쁜 여자친구가 있어도 잊지 못할까.

 

근처의 포장마차에서 얘기를 했는데 역시나 좋은 여자더라. 오빠가 몇년이 지나도 언니를 잊지못할만큼

 

서로 분위기는 좋아졌고 염치 불문하고 난 지원이에게 물었어. 무슨 이야기들을 했어?

 

지원이는 구름사다리에서 내렸고 얘기했어.

 

그냥.. 오빠 얘기. 어떻게 해서 만났고, 어떻게 해서 사랑에 빠졌고. 또 얼마나 사랑하는지.

 

물어보선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내 입은 말하고 있었어. “시은이가 뭐라고 했어?”

 

시은언니가 죽을때 유일한 걱정거리가 오빠를 다시는 못 본 다는 거였대.  그정도로 오빠를 사랑한대.

 

그 말을 듣고 울고 싶었지만 입술에 피가 날정도로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참았어. 지원이한테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니까.

 

하지만 내가 울기도 전에 지원이가 울고 있었고 나도 울고 말았어.

 

지원이는 울면서 얘기를 계속 했어.

 

사실 그 말 듣고 오빠 포기할려고 했다? 그게 맞는 일인것 같아서.

 

하지만 포기 안 할려고. 만난 기간은 시은언니보다 짧을 지 몰라도 나도 오빠를 죽음보다 더 사랑하니까.

 

지원이의 그 말은 어떤 말보다도 날 아프게 했어. 그리고 더욱더 날 힘들게 했지..

 

지원이는 우는 나에게 키스를 하고 말했어. 집에 연락도 못해서 부모님 걱정하실테니까 집에 갈께.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지원이는 떠났고 난 한참을 앉아있었어. 담배라도 피고 싶었지만 담배는 없었고 마음은 더욱 답답했지.

 

지원이와 시은이 중 한 명을 결정하는건 너무나 잔인한 일이니까.

 

한참을 앉아있는데 누군가가 나한테 뛰어왔어. 지원이였어.

 

지원이 눈에는 눈물로 가득찼고 숨을 헐떡였어. 그리고 말했어.

 

사실 말 안할려고 했어. 오빠가 내 곁을 떠나갈까봐. 하지만 이런 짓 하면서까지 오빠곁에 있고 싶지않아.

 

두서없는 말에 지원이에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어. 지원이는 말했어.

 

시은언니가 전해달랬어. 오늘 그 바다에서 기다리겠다고. 만약 날 선택한다면 그 바다로 와달라고 전해달라고. 안 오더라도..

 

지원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운동장을 뛰어가고 있었어. 머리속엔 시은이 생각 뿐이였어.

 

 

 

 

 

 

 

시은이가 그 날 하루만 그 바다에서 기다린다고 한 지원이의 말에 나는 운동장에 뛰어가고 있었어.

 

뛰어가는 내 모습을 볼 지원이의 생각조차 하지 않고.

 

시계를 보니까 8시 즈음. 자정까지 부산에 도착할 가능성은 없었지만 망설일 시간조차도 없었어. 조금이라도 늦으면 시은이를 다시는 못 보게 되니까.

 

내 목숨을 구해주고, 나에게 살 희망을 주고, 사랑이란 걸 알게 해준 시은이를.

 

무작정 집으로 뛰어가다가 역이 보이길래 서울역에서 기차를 탈까 생각했지만 포기했어.

 

당시 KTX가 막 개통됬긴 했지만 표시간도 모른채 불확실한 가능성만으로 가기는 싫었거든.

 

결론은 차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주변에 차가 있는 사람을 생각했어.

 

이 주변에 차가 있는 사람은 PC방형밖에 없었지.

 

형의 사업장으로 뛰어갔어. 뛰기에는 먼 거리였지만 택시잡을 시간조차도 없었기 떄문에 어쩔수 없었어.

 

숨이 멈출때까지 뛰고 형의 사업장에 도착했어. 다행히 창문 밖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

 

문을 열자 형이 보였고 나는 말했어. “형, 차 좀 빌려줘.”

 

형은 뜬금없이 찾아와서 차를 빌려달라는 나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보고 사정을 말하라고 했지만, 나는 급하다고 일단 빌려달라고 말했어.

 

형은 자리에 일어나서 말했어. “너 면허는 있냐?”

 

면허. 없었지. 군대에서 1호차운전병한테 짬나면 배운게 다였으니까.

 

그때의 난 염치도 없이 말했어. “형이 운전해주면 안 될까?”

 

형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고 사정은 차 안에서 듣는다고 자리를 정리했고 같이 주차장으로 내려갔어.

 

너무나도 형이 고마웠지. 아는사람중 사회인인 사람이 형밖에 없어서 매번 도움만 받았으니까.

 

나와 형은 차에 탔고 고속도로 진입로로 향했어.

 

러시아워 끝물이라서 차는 많이 막혀있었고 나는 많이 늦어질까봐 불안해만 했어.

 

경부고속도로를 타자 겨우 달리기 시작했고 형이 물었어.

 

“내가 밤을 새면서까지 널 도와야되는 이유가 뭐냐? 별거 아니면 뒈질 각오하고 말해라.”

 

형은 내 사정을 다 알기때문에 나는 숨김없이 말했어.

 

죽은줄로만 안 시은이가 날 찾아온 것 부터, 그 사실을 지원이한테 들킨 것. 그리고 시은이가 바다에서 기다린다고 말한것까지.

 

형은 시계를 보고 말했어. 아무리 빨리가도 정각까지는 부산까지 무리인건 알지? 대구까지면 몰라도.

 

나는 알고있다고 그래도 가주면 안되겠냐고 말했어.

 

형은 그런 내 말을 듣고 과속딱지 나오면 내가 내라고만 할 뿐 불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형은 다만 무서울 정도로 속도를 올렸어. 형의 차가 갤로퍼였는데도 차가 흔들릴 만큼

 

얼마나 달렸을까. 형이 긴 침묵속에서 물었어. “지금 시은이에게 간다는 건 시은이를 선택한다는 뜻이야?”

 

나는 아니라고 말했고 형이 다시 물었어. ” 그럼 지원이를 선택할꺼야?”

 

그것도 아니라고 말했고 형은 다시 말했어. “그럼 지금 부산에 왜 가는거야. 시은이가 자신을 선택하려면 오라고 말했다면서.”

 

나는 말했어. ” 오늘 아니면 시은이를 영영 다신 못 보게 되는거잖아. 그래서 가는거야.”

 

형은 내 대답에 한 숨을 크게 쉴뿐. 더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어.

 

나도 시은이와 지원이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

 

그때 상황을 3명모두 알게 된이상 그 상태가  그 상황이 지속될수록 3명 모두 괴로울테니까.

 

하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선택을 하지 못했지.바보처럼.

 

1명을 선택한다는 말은 다른 1명을 다신 못 본다는 뜻이니까.

 

나와 형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자정이 훨신 지나서야 부산 톨게이트에 도착했어.

 

시간도 시간이지만 또다른 문제가 있었어.

 

그 바다의 정확한 장소를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

 

지원이와 가 본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택시아저씨의 도움이 컸고,

 

당시에 마음속에는 시은이가 죽었을거라 생각해 그 장소를 다시 올 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해 기억하지 않았었거든.. 추억속에 묻으려고.

 

결국 대강의 기억과 내 감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형한테 대강 내가 아는 장소를 말하고 그 곳에서의 해변도로를 천천히 달렸지만 찾지 못했어.

 

정각을 지나 시간은 새벽이 됬지만 그래도 나는 조급했어. 시은이가 날 기다릴거라고 믿으면서.

 

계속 둘려봐도 찾을기미가 안 보이자 나는 형한테 택시타고 찾는다고 말하고 차에서 내렸어.

 

형은 그런 나에게 돈 있냐고 물어보고 내가 많이는 없다고 하자 돈을 챙겨줬어.

 

그리고 나에게 후회없는 선택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어.

 

나는 나오려고 하는 눈물을 참고 형이 내민 손에 있는 돈을 받고 택시를 잡았어.

 

얼마나 찾았을까. 한참을 택시를 타고 그 바다를 찾고서야 그 바다에 도착했어. 이미 시간은 새벽을 지나 일출즈음이 되었지.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어. 포기를 한다는 말은 시은이를 다시 못보게 된다는 뜻이니까. 작은 가능성조차도 없어진다는 뜻이니까.

 

바다에 도착하니 그때 시은이와의 그 추억이 떠올랐어. 세상에서 가장 괴로웠던 순간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공존하는 추억.

 

그리고 다시는 시은이를 못 볼수 있다는 생각에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그 흐르는 눈물때문에 앞은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바다에서 소리쳤어. 시은아. 시은아.

 

되돌아오는 소리는 없었어. 눈앞에 보이는 건 멀리서 보이는 등대빛뿐.

 

그제서야 실감이 됬어. 다시는 시은이를 못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드려야 됬는데 아무리 인정하려해도 도저히 인정이 안되더라.

 

죽은줄로만 알아 겨우 포기했던 시은이가 살아있는데도 다신 못 본다는건 상상이 안가니까.

 

나는 눈물만 흘렸어. 계속 계속. 시은이 이름을 소리치면서.

 

멀리서 내 이름이 들렸어. 환청인가 싶었지만 아니었어. 소리는 점점 커졌으니까..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찾으려고 해도 눈물때문에 앞은 보이지 않았고 주변은 멀리서 전봇대 빛만 보일뿐 깜깜했지.

 

나도 소리쳤어. 시은아.

 

멀리서 내 이름이 들렸어. 시은이의 목소리였어. 난 그 목소리가 들리는 곳에 뛰어갔어.

 

눈앞에 시은이가 보였어. 꿈이 아니었어. 다신 못본다고 생각했던 시은이였어.

 

시은이와 나는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와서 서로 껴안았어.

 

그리고 나는 발이 풀려 무릎을 꿇었고 시은이도 무릎을 꿇어 날 안으면서 서로 울었어.

 

몇년전 그날 처럼.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그리고 시은이와 나는 입을 맞추었어. 지원이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어.

 

영영 못 볼줄로만 안 시은이를 만났으니까. 입을 맞추고 있었으니까.

 

입술을 떼고 또 서로 한참을 울었어.

 

바다에 해는 떠오를고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고 시은이는 자리에 일어났어.

 

난 일어난 시은이의 손을 잡고 말했어. “어디가려고 시은아.”

 

시은이는 내 눈을 쳐다보고 말했어. “안 가. 평생 네 옆에 있을거야.”

 

시은이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떠오르더라 지원이가.

 

시은이가 자신을 선택하려면 그 바다에 오라고 말했지만, 나는 시은이를 선택해서 그 바다에 간게 아니었거든.

 

단지 그 날 바다에 가지 않으면 시은이를 다신 못 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아무 생각없이 간 거였으니까.

 

그 사정을 시은이에게 말할까 짧은시간동안 생각했지만, 말을 하지 않았어.

 

그 말을 하면 시은이를 다신 못 볼것만 같아서.

 

그래서 난 말했어. ” 나도 네 곁에 평생 있을거야.”

 

그 말을 들은 시은이는 환하게 웃으면서 내게 키스를 했어.

 

시은이와 키스를 해 좋았지만, 마음속에는 지원이 생각에 너무 괴로웠지.

 

바닷가에는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시은이는 말했어.

 

“내가 여기에서 처음 했던 말 기억해?”

 

난 말했어. “개새끼야. 네가 보는 앞에서 누가 자살하래 아닌가?”

 

난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 시은이는 그 말 말고 하면서 웃고 말했어.

 

“아니 그 말 말고 해뜨고 나서 내가 한 말 있잖아. 까먹었어?”

 

시은이의 그 말. 잊을리가 없었지. 시은이의 그 말 한마디로 나는 새 삶을 살게 됬고, 미친듯이 사랑하고,

 

그 말로 인해 나뿐만 아니라 지원이도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나는 말했어. ” 너 나한테 빛졌으니까 오늘 나랑 하루동안 같이 놀자…”

 

시은이는 말했어. ” 응. 그 말. 근데 그 말 바꿔도 돼?”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시은이는 웃으면서 말했어.

 

“너 나한테 큰 빛졌으니까 평생 내 옆에 있어줘.”

 

마음은 기뻤지만 몇년전처럼 큰소리로 “응”이라고 말할수 없었어. 그러기엔 지원이에 대한 내 마음이 컸기에.

 

둘 다 내 목숨보다 사랑했기 때문에.

 

시은이는 왜 대답을 안 하냐고 말했고 난 말해야했어.

 

대답을 하면 지원이와는 영영 헤어지게 되고 하지 않으면 시은이와 영영 못 본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지만

 

나는 말했어.큰 소리로. 응. 결국 나는 시은이를 선택했어.

 

시은이는 날 선택해줘서 고맙다고 날 껴안았고 난 시은이를 더욱 더 세게 껴안았어.

 

시은이를 선택했으니 이제 지원이를 잊어야 하기에.

 

나는 시은이에게 말했어. 둘만 있고 싶다고.

 

시은이는 내 말을 듣고 처음에는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으면서 말했어.

 

나도 너와 둘이서 있고 싶다고.

 

우리들은 근처에 숙박업소를 찾았어. 체크아웃시간도 안된 시간이었지.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 한 군데를 찾아 2일치 값을 내고 방안에 들어갔어.

 

나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시은이의 옷을 벗겼어. 시은이는 먼저 씻고싶다고 했지만 시은이의 그 말을 무시했어.

 

혼자있게되면 지원이 생각이 날 것만 같아서.

 

시은이의 옷을 다 벗기고 나도 옷을 벗으려고 하는데 시은이가 자신의 상처를 가리키면서 말했어.

 

이 상처 보기 흉하지?

 

나는 말했어. 그런거 신경썼으면 너한테 오지도 않았다고.

 

시은이는 아무생각없이 한 내말에 눈물이 글썽였고 애써 웃으면서 내 옷을 벗겼어.

 

그렇게 나와 시은이는 그 곳에서 시간이 가는줄 모른채 사랑을 나눴어.

 

눈을 뜨니 창밖은 어두워져있었고 옆에 시은이는 사랑스런 얼굴로 자고 있었어.

 

시은이의 잠든 모습을 보면서 머리결을 넘기는데 시은이에게서 지원이 모습이 비치더라.

 

순간 행복했던 감정은 심장이 멈춘듯이 괴로워졌고 방을 뛰어나가듯이 나가 담배를 폈어.

 

수없이 생각을 해도 이 괴로움은 시은이를 만나는 동안 계속될 게 뻔했지.

 

지원이를 만나는 동안 시은이 생각에 항상 괴로웠으니까.

 

그래도 그떄는 시은이가 죽었을 거라고 수없이 생각해 점차 나아졌지만 지원이는 그때와 달리 건강히 살아있고

 

그떄의 시은이에 대한 감정보다 컸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지원이와 정리도 없이 시은이를 만나면 평생 죄책감을 가질게 뻔했으니까.

 

정리도 없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건 사랑했던, 아니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할 짓도 아니고.

 

나는 다시 방에 올라가서 시은이를 깨우고 말했어.

 

“나. 지원이 만나서 정리하고 올께.”

 

시은이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종이에 뭔가를 써서 나한테 줬어. 시은이 핸드폰번호였지.

 

시은이는 말했어. 정리하고 마음이 편해지면 다시 연락하라고.

 

난 알겠다고 말하고 모텔 밖에 나와 택시를 탔어.

 

그리고 터미널로 향했지..

 

터미널에 도착하고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기차를 탔어.

 

가는동안 마음이 내내 무거웠어. 나는 헤어짐을 말하기 위해 가는 거니까.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너무나도 괴로워서 하루종일 먹지 않아 공복인 상태였지만 토 할것만 같았어.

 

택시를 타서 지원이 집에 내렸어. 집 앞의 초인종을 눌러야 했지만 누르지 못했어.

 

초인종을 누르고 지원이에게 이별의 말을 하면 지원이도, 부모님 같았던 지원이 부모님도 못보게 된다는 뜻이니까.

 

한 참이 지난후에야 초인종을 눌렀어. 공관병이 나왔고 나는 지원이를 불러달라고 말했어.

 

지원이가 나왔어. 눈은 부어있었어.나처럼 한참을 울었겠지.

 

지원이는 애써 밝은 표정을 했지만 눈은 웃고 있지않았어.

 

가슴이 아팠지. 하지만 말해야 했어. 너와 헤어지려고 왔다고.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할까 망설이던 나에게 지원이가 먼저 말을 꺼냈어. 근처 조용한데서 말할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지원이가 향하는 곳을 뒤따라 걸었어.

 

며칠전만 해도 만나면 손을 잡고 사랑을 말하면서 걸었지만 그때의 우리는 아무 말없이 걸을뿐이였지.

 

우리는 벤치에 앉았고 지원이가 먼저 얘기를 꺼냈어.

 

“시은언니 만났어?” 난 지원이한테 너무 미안해 말이 안나왔고 고개를 끄덕였어.

 

“시은언니 만나기로 한거야?” 나는 한참후에 고개를 끄덕였어. 지원이는 울기 시작했어.

 

나는 우는 지원이에게 위로 한마디조차 하지 못했어. 너무나 미안해서

 

지원이는 한참을 울고 울음을 그치더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날 안았어.

 

나도 참았던 눈물을 흘르고 지원이한테 껴안고 말했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하단 그 말밖에 하지 않았어. 다 내 잘못이니까.

 

한참을 껴안고 지원이는 내 손을 놓고 웃으면서 말했어.

 

“그래도 다행이다 나 대신 만나는 사람이 시은언니라서.”

 

지원이의  그 말에 나는 다시 울기 시작했고 지원이는 계속 말했어.

 

“그래도 오빠때문에 지옥같았던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사랑이 뭔지 알게 됬어.

 

그래서 나는 오빠를 원망안해. 너무 자책하지말고 괴로워하지마.

 

날 위해서라면 시은언니랑 행복하게 지내야 돼. 알겠지?

 

내 걱정은 하지마. 나도 언젠가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할꺼야.

 

하지만 그때가 올때까지 오빠를 사랑할거야. 그건 허락해줄꺼지?”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어. 그저 고개를 숙인채 울기만 했지.

런 나에게 지원이는 내 이마에 키스를 하고 돌아갔어.

 

나는 사랑하는 지원이와 헤어진게 된거지..

 

 

 

지원이가 떠났지만 그 곳에서 한참을 울었어.

 

사랑하는 여자를 보내야하는 현실이 너무나 싫고, 지원이와 어머님,아버님과 다신 못 보게 된다는 현실도 믿기지 않고.

 

무엇보다 지원이에게 너무나 너무나 미안해서.

 

지원이와 처음 사귀었을때부터 헤어진 날까지 나는 마음속에 다른여자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지원이에게만 내 사랑을 주지 않았으니까. 그 사실이 너무나 괴로웠어.

 

그곳에서 한참을 울고, 다음날 해가 뜨고서야 터미널로 갔어.

 

집에 도착하니 점심이 지난 시간. 하루종일 먹지 않아 뭐라도 시켜먹으려고 수화기를 들었는데 그 때 생각이 났어.

 

시은이가 준 전화번호. 시은이한테 전화를 할까 고민했지만.. 하지 않았어.

 

시은이 목소리에 지원이가 떠오를것만 같아서. 시은이 전화번호를 전화기 옆에 올려만 놓을뿐 전화를 하지 않았어.

 

그 날 이후 며칠동안 집에만 있었어.

 

처음엔 멍하니 있었지만 그럴수록 시은이와 지원이 생각에 가슴이 너무나 아파서 공부에 집중했어.

 

너무나 피곤해서 밤에 아무생각없이 잠만 잘수있을만큼.

 

그렇지 않은채 잠을 자려 하면 지원이가 떠올랐으니까. 지원이의 웃는 모습이 보였으니까. 지원이 웃음소리가 들렸으니까.

 

지원이와 헤어지고 보름이 지나서야 그나마 일상생활을 할 수있을만큼 진정됬고, 한 달이 다되서야 시은이한테 전화를 했어.

 

내 전화의 시은이의 첫마디는 “괜찮아?”였어.

 

지원이 마음정리가 안 돼서 전화를 늦게 한 나를 전혀 책망하지 않았어.

 

시은이는 나와 지원이 걱정뿐이었지. 시은이는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시은이는 자신때문에 무리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고, 나는 덥석 나중에 통화한다고 말했어. 바보처럼

 

그때 무리해서라도 시은이를 만났어야 했었어. 하지만 시은이를 보면 너무나 아플것 같아서 만나지 않았어.

 

이기적이였지. 내 생각만 하고. 내 전화를 기다릴 시은이 생각을 하지 않고. 괴로울 시은이를 생각하지 않고

 

그 후로 보름이 지나서야 나는 다시 시은이한테 전화를 했어.

 

마음도 꽤 진정이 됐고, 시은이마저 잃으면 안되기에.

 

나는 시은이에게 애써 밝은 척 연기를 하며 만나자고 연락을 했어. 시은이는 웃으면서 알겠다고 했고.

 

나는 강남역에서 만나기로하고 전화를 끊었어.

 

우리는 사귀기로 한지 한달하고 보름만에 만나게 됬어.

 

강남역 앞에 시은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시은이가 보였어.

 

시은이가 점점 내 쪽으로 오고있는데, 시은이 모습에 너무나 가슴이 아프더라.

 

시은이는 예전모습보다 생기를 잃은 모습이였어.

 

눈밑에는 다크서클이 짙어졌고, 하얀피부는 햐얗다못해 창백했고, 무엇보다 시은이는 불면 날아갈정도로 말라있었어.

 

그런 시은이는 나를 보고 보고싶었었다고 껴안았는데 시은이 등에는 뼈밖에 느껴지지 않아서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나처럼 아니 나보다 고통스러웠을텐데 오랜만에 본 시은이는 예전의 시은이처럼 밝았어. 아니 밝은척 한거 겠지.

 

나도 애써 밝은 척했어. 그렇지 않으면 울 것만 같아서.

 

우리들은 강남 주변에서 데이트를 했어. 신촌 ,이태원보다 데이트명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볼만한게 많았어. 먹을것도 많고.

 

강남역을 돌아다니는데 교보빌딩을 지나갔어.

 

지원이와 추억이 떠올라 나는 내색안하고 서둘러 지나가려하는데 시은이가 교보문고에 가고싶다고 말했어.

 

교보문고에 가면 지원이생각이 떠올라 가슴아플게 뻔했지만 나는 알겠다고 했어.

 

마음속에 지원이 생각을 하는 내 모습을 시은이한테 보이기 싫어서.

 

우리는 교보문고에 내려갔어. 교보문고에서 시은이는 여기 처음와봤다면서 좋아하더라.

 

예전부터 이메일을 통해 시은이가 책을 좋아하는건 알았지만, 많이 좋아했어.

 

하지만 나는 그런 시은이의 모습을 보고도 마냥 좋지만은 않았어.

 

시은이에게 교보문고가 그저 큰 서점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지원이와 행복했던 추억이 있는곳이니까.

 

시은이는 책을 고르고 앉아서 읽기 시작했고 나도 옆에서 앉아 아무책이나 집어서 읽는 척을 했어.

 

눈으로는 책을 보고있었지만 글자가 보일리가 없었고, 그저 시은이가 빨리 책을 고르기만을 바랬어.

 

며칠같았던 몇 분이 지나고 시은이는 계산대로 갔어. 나는 밖에서 기다린다고 말하고 그 곳을 뛰어나갔어.

 

가슴이 아파 빌딩 옆에서 담배를 피는데 너무나 괴롭더라. 괴로울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괴로웠어. 정말로.

 

시은이가 빌딩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고 나는 서둘러 담배를 껐어.

 

시은이는 담배피는 사람 극도로 싫어하거든. 왜 스스로 몸을 괴롭히고 다른사람도 피해주는지 모르겠다면서.

 

시은이는 담배꽁초를 쥐고 있는 내손에 꽁초를 가져가서 버리더니 말했어.

 

내 남자친구가 담배를 피는게 너무나 싫지만, 그런거로 뭐라하는 여자가 되고 싶진 않다고.

 

다만 같이 오래살고 싶으니까 내 생각해서라도 조금만 폈으면 좋겠다고.

 

나는 날 생각해주는 시은이의 말은 고마웠지. 하지만 그보다 더 괴로웠어.

 

시은이는 내 생각만 하고 있지만 나는 시은이만 생각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 계속 지원이생각을 했으니까.

 

나는 결국 시은이한테 말했어. 여기 교보문고 지원이와 추억이 있는곳이야. 그래서 너무나 괴로웠어.

 

시은이는 그런 내 말을 듣고도 왜 자신과 있으면서 지원이 생각을 했냐고 탓하지 않았어.

 

오히려 시은이는 그런 곳에 데려간 자신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어.

 

나는 계속 날 탓하지않고 사과만 하는 시은이의 말에 미칠것만 같았어. 내 자신이 너무나 싫어서.

 

결국 난 울고 말았는데 시은이는 그런 나를 껴안았어. 미안하다 말하면서. 잘못한것도 없으면서.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서 울음을 멈추려고 해도 눈물은 멈추지 않고 나도 시은이를 껴안았어.

 

우리들은 그 곳에서 한참을 울고 옆에 있는 강남역 출구앞에 섰어.

 

잘가라고 말하려고 해도 내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고, 시은이도 마찬가지 인듯했어.

 

시은이가 먼저 말을 꺼냈어. 다음에 언제 만날래?

 

나는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어. 1달후에 만난다 한들 또 지원이생각에 괴로울 게 뻔했으니까.

 

그렇다고 내 마음이 정리가 될대까지 기달려달라고 말하는건 시은이한테 못될짓이고.

 

나는 고개를 숙였는데 순간 시은이가 서점에서 산 책이 담긴 종이백이 보였어. 변명할 거리가 떠올랐고 난 시은이한테 말했어.

 

“수능이 얼마 안 남아서 당분간 못 볼것 같아.”

 

거짓말이었지. 시은이를 위해서라면 수능따위 안 봐도 됬었으니까. 평생 고졸로 살아도 상관없었으니까.

 

하지만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변명은 그것밖에 없었어.

 

시은이는 가끔 집에 찾아오겠다면서 데이트는 수능 끝나고 실컷 하자고 말했어.

 

나는 수능이 끝나면 지원이생각이 안나기만을 바라면서 알겠다고 했지.

 

시은이는 내 입술에 키스를 하고 헤어졌어.
그 날이 지나고 나는 말그대로 하루종일 공부만 했어.

 

아침 6시에 일어나 새벽 2시까지.

 

당시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내가 여동생 밥도 챙겨주고, 공부도 봐주긴 했지만 집밖은 떠나지 않았어.

 

담배를 피거나 책을 사러갈때만 제외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수능이 100일 정도 남았을무렵 방에서 공부를 하고있었는데 밖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서 밖에 나가봤더니 시은이가 서있었어.

 

나는 갑작스런 시은이의 방문에 얼어붙었어.

 

참 이상하지. 사랑하는 사람이자 연인인 그녀가 찾아왔는데 어색하다니.

 

나는 하던 공부를 그만두고 거실에 앉았지만 나와 시은이 사이는 어색했고 대화는 여동생이 주도했어.

 

여동생이 주도하는 대화에 나는 말문을 열었어. “저녁은 먹었어. 시은아?”

 

시은이는 먹지 않았다고 말했고, 나는 주방에 가서 간단한 요리라도 하려고 일어났는데 시은이가 그러더라.

 

사실 내가 밥은 잘 먹고다니는지 걱정되 요리좀 하고 왔다고. 그러면서 자기 옆에 있는 도시락통을 꺼냈어.

 

도시락통은 4단이었는데 4통모두 음식으로 꽉찼어. 모두 정성이 가득한 음식이었어.

 

내가 직접 다 요리했냐고 물으니까 시은이는 그러더라. 직접 다 요리했다고.

 

그리고 말했어. 하루종일 공부만 해서 힘들텐데 음식이라도 잘먹는지 걱정되서 왔다고.

 

나는 그런 시은이의 마음이 너무나 고마워서 이마에 뽀뽀를 했어. 키스하기엔는 여동생 눈치가 보였고.

 

시은이는 그제서야 환하게 웃었어.

 

시은이와 사귀게 난뒤 처음보는 환한 웃음이었지.

 

그 날을 계기로 시은이는 거의 매일같이 우리 집에 왔어. 매번 직접요리한 음식들을 가지고서.

 

나는 괜찮다고 매번 말했지만, 시은이는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내가 먹는 모습이 큰 행복이라고 말하니 나도 어쩔수가 없었지.

 

나는 그런 시은이의 모습이 너무나 고맙고 행복하면서도 가슴 저편에는 괴로움이 공존했어.

 

매일 웃고 있는 시은이의 모습을 보면서, 지원이는 울고있지 않을까 걱정하고.

 

시은이가 해준 음식들을 먹으면서, 지원이는 밥은 제대로 먹을까 생각하고.

 

시은이와 동네를 산책하면서, 지원이는 또 방에만 있는건 아닐까 걱정하고.

 

심지어 나는 밤에 시은이와 사랑을 나눌때도 지원이가 떠올랐어.

 

다른 사람과 사귀어 자고있지는 않을까.

 

난 그랬어. 그런놈이었어.

 

수능이 50일 정도 남았을 무렵 시은이는 아예 우리집에 살았어. 곁에서 도와주고 싶다고.

 

우리집에서 자고 간 건 아니었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 집에 있었어. 나는 공부에 집중하라면서.

 

시은이는 나대신 여동생에게 요리를 해주고, 여동생 공부도 봐주고, 놀아주고, 할머니 병간호도 해주고.

 

그런 시은이가 내 옆에 있어줘서 너무나 고마웠지만 그저 편치만은 않았어.

 

시은이는 이렇게 날 위해주지만, 나는 시은이 생각만 하지 않으니까. 함께 있으면서도 지원이 생각을 하니까.

 

마음은 편치만은 않았지만, 나는 더욱더 공부에 집중했어.

 

내가 만약 수능을 망치면 시은이는 자신 탓을 할테니. 자신 탓이 아니어도.

 

시은이 덕분에 나는 하루종일 공부만 하게됬고 그러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지나 어느새 수능 전날이 왔어.

 

수능 전날에 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응원해주고 엿과 떡을 주고갔어. 너무나 감사했지.

 

그리고 그 날밤. 시은이는 어느때처럼 저녁을 먹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나에게 말을 걸었어.

 

“나와 하고싶은 얘기가 있는데 잠깐 밖에 나와줄래?”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 밖을 나갔어.

 

나와 시은이는 같이 밖을 나갔지만 한참을 말없이 걸었어. 역이 눈앞에 보이자 그때 시은이가 말을 꺼냈어.

 

“우리 수능끝나고 데이트 많이 하기로 한 약속기억해?” 나는 기억난다고 말했어.

 

그런데도 시은이는 한동안 말이 없었어. 역앞에 다다르자 시은이는 내 입술에 키스를 하고 말했어.

 

“내일 수능 잘봐.” 그리고 역으로 뛰어갔어.

 

시은이 눈가에 눈물이 고인것 같았지만 내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갔어.

 

다음 날 평소대로 일찍일어나서 여유롭게 출발했어.

 

당시 수능 공부란 공부는 다 해서 솔직한 마음은 수능 만점도 자신있었지만 수능날 아침은 여전히 떨리더라.

 

시험학교에서 고등학생이 주는 커피를 받고 담배 한대를 피고 시험장에 들어갔어.

 

자리에 앉자마자 준비한 것들을 확인했어.샤프,수험표,컴싸 등등 다행히 다있었어.

 

유일한 걱정거리는 처음보는 선택형수능이라는 점과 시은이와 지원이 생각이 문제푸는 도중에 떠오르는 것.

 

그 2가지 뿐이었어.

 

1교시 언어영역. 문제를 푸는데 문제가 이상할 정도로 쉬웠어. 만점받아야 1등급 맞는거 아닌가 싶을정도로.

 

문제가 쉽다보니 당연히 머리속에는 다른생각으로 가득찼어. 시은이와 지원이.

 

그래서 머리속을 정리하느라 5분간 헛되게 보냈는데 자기최면을 걸었어.

 

시은이와 지원이를 위해서라면 여기서 망치면 안된다고. 착한 두사람은 자신을 자책할 거라고.

 

그런생각을 하니 겨우 마음 편히 수능을 마무리 할 수 있었어.

 

수능이 끝나고 가채점을 해보니 대체로 잘 본 편이었어. 수리영역에서 좀 나가긴했지만 어려웠기 떄문에 등급컷이 낫기만을 바랄뿐이었지.

 

집에 들어가니 집안은 소란스러웠어. 문을여니 시은이와 지인들로 가득찼어. 2002년 여름 그 날처럼.

 

잘 봤냐는 여동생의 물음에 서울대 정도는 될것같다고 장난스럽게 말하니 사라믈은 준비한 폭죽을 터트리고 환호했어.

 

그리고 예전처럼 삼겹살도 굽고 파티를 했어.

 

2002년 그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그 행복했던 날들.

 

밤이 되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하고 나와 시은이만 남았어.

 

나와 시은이는 뒷정리를 하고 시은이가 가려고 하기에 나는 시은이를 붙잡고 데려간다고 말했어.

 

시은이는 고맙다고 말하고 우리는 같이 역으로 향했어.

 

나는 시은이와 얘기를 하며 걸었지만 뭔가 어색한 분위기는 막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나와 시은이는 말없이 걸었는데 시은이가 내 손을 잡았는데 지원이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그 손을 뿌리쳤어.

 

제정신이 든 나는 시은이한테 미안하다 말하고 시은이 손을 다시 잡았지만 시은이가 내 손을 뿌리쳤어.

 

그리고 시은이 눈에는 눈물이 보였고 시은이는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역으로 뛰어갔어.

 

사귀고 난뒤 처음보는 시은이의 눈물이였어. 아니 시은이는 뒤에서 항상 울고있었겠지.

 

자신이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과 사귀게 됬는데도 그 남자는 수능을 핑계로 만나는걸 꺼려하고, 다른 여자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나도 적어도 시은이 앞에서 만큼은 지원이를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어.

 

하지만 난 시은이와 같이 있을떄면 지원이 생각이 멈추지가 안았어.

 

내 옆에 있는 시은이의 모습에 지원이가 비췄으니까. 지원이 걱정을 했으니까.

 

표정에 드러나지 않으려고 해도 표정관리가 안되는 나는..

 

시은이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알았을거야. 아니 알았겠지. 힘들어 하는 날.

 

그 날 이후로 시은이는 우리 집에 찾아오지도, 전화조차도 하지 않았어.

 

나도 시은이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어.

 

자존심, 밀당 그런것 때문이 아니라 지원이 생각만 하는 내 모습이 시은이한테 보이기 싫어서.

 

시은이를 다시 만난다면 지원이를 완전히 잊은채로 만나고 싶었어. 그러지 않으면 나와 시은이 둘다 힘들어할테니까.

 

그런 상태로 시간은 흐르고 수능성적표를 받았어. 수리빼고 거의다 만점.

 

하지만 수리도 아마 내 기억으로 87점인가가 1등급 컷일정도로 어려워서 대부분 과목다 상위 1등급이였어.

 

물수능이었지만 전략을 잘짜면 의대에 갈수있는 점수였지만 나는 의대에 갈 생각이 없었기때문에 소위 대학 자유이용권을 얻을 점수를 받았어.

 

그렇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더라.

 

02년도 수능이랑 비슷한 정도의 점수였지만 그때는 시은이를 내가 직접 고쳐줄수 있다는 그 희망하나로만으로 기뻤지만,

 

이제는 목표가 없었으니까. 가고싶은 대학이나 학과가 있는것도 아니고 단지 지원이와 시은이를 머리속에서 떠오르지 않게 공부한것 뿐이니까.

 

성적표에는 1이라는 숫자 밖에 없었지만 그저 난 괴로웠어.

 

시간은 지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지만 나는 점점 괴로웠어. 시은이에게 연락은 해야했지만 너무나 죄책감이 들어서 하지 못했어.

 

12월 30일 사람들은 새 해에대해 희망에 갖고 있을때 나는 어느때처럼 집에 있었는데 초인종소리에 나가보니 시은이가 있었어.

 

그리고 말했어. “잘있었어?”

 

진작 그런 말을 하는 시은이는 잘지내보이지 않았어. 안 그래도 마른 몸은 얼굴에 광대뼈가 보일만큼 더 말라있었고 눈가는 충혈되 있었어.

 

나는 그런 시은이 모습을 보고 울고 말았어. 지금 내가 시은이를 너무나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걸 보고.

 

시은이는 연말에 왜 우나며 나를 달랬어. 시은이는 입술만 깨물뿐 울지 않았지.

 

나는 미안하다며 시은이를 껴안았고 시은이는 괜찮다며 나를 달랬어. 끝까지 시은이는 울지 않았어.

 

한참을 울고 나서야 나는 눈물을 그쳤고 시은이는 말했어. “다 울었으면 가자”

 

나는 어디가냐고 물었고 시은이는 말했어. “어디기는 데이트지.”

 

시은이는 내 손을 잡고 거리로 달려갔어.

 

우리는 예전 월드컵의 추억이 있는 장소로 갔어. 광화문거리. 서래마을. 인천공항.등등

 

그때와의 추억과 비교하며 우리는 여는 연인처럼 데이트를 했어. 그때 나는 이상하게도 지원이 생각은 나지 않았어.

 

그저 내 머리가 지원이 생각은 그만하고 그 순간만을 즐기라고 말하는것 같았지. 마치 그날이 마지막인것처럼.

 

어느새 밤이 되고, 우리는 마지막으로 보라매병원으로 갔어.

 

시은이가 쓰러져서 입원한곳. 나와 시은이가 헤어진 곳.

 

나와 시은이는 근처의 벤치에 앉았고 시은이가 먼저 얘기를 꺼냈어. “우리가 헤어졌던 곳이네.”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어.

 

시은이도 그렇겠지만 나한테도 좋은 추억이 있는곳이 아니라서.

 

시은이는 말했어. “이제와서 묻는건데 정말로 나 따먹으려고 만난거야?”

 

나는 말했어. “아니, 그저 병때문에 괴로워하는 너가 나를 만나기위해 한국에 왔다는 걸 알고 너와 헤어져야 될 것 같아서 잔인하게 말했어.

 

그렇지 않으면 너는 나 때문에 더 아파할거니까. 괴로울테니까.”

 

시은이는 내 말을 듣고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향했어.

 

나는 어디가냐 물었고 시은이는 말했어.”너 따먹으러”

 

우리는 근처 모텔로 갔고 사랑을 나눴어. 마치 마지막 밤인것처럼.

 

다음날 우리는 당연하다시피 부산으로 향했어. 부산으로 가는동안 우리는 어색했던 분위기는 없어지고 즐겁게 지냈어.게임을 하거나 농담을 하면서.

 

ktx를 타서인지 시은이와 같이 있어서인지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우리는 부산역에 도착했고

 

우리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과거 추억이 있는곳을 돌아다녔어.

 

자갈치시장 맛집에서 밥을 먹고, 서면근처에서 놀고, 국제시장에서 서로 옷을 봐주면서 쇼핑을 하고.

 

마치 과거와의 기억을 끊으려는 것 처럼.

 

그렇게 놀다보니 어느새 밤이 됐고 시은이는 말했어. “우리 바다가자”

 

시은이가 말한 바다는 그 바다를 말하는 거라고 알고있었지만 나는 못알아들은척 되물었어. “해운대 갈까?”

 

시은이는 고개를 저었고 말했어 “아니 우리가 처음만난 바다”

 

나는 마음 한 곳에서 알고있었어. 그 바다에 가면 안된다는걸. 하지만 다른 것도 알고있었어. 그 바다에 가지않으면 평생 우린 힘들어할거라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그 바다에서 내렸어.

 

우리는 모래사장에 앉았고 시은이는 얘기를 꺼냈어.

 

“이제 새로운 해가 되면 우리 벌써 이 곳에서 만난지 10년이 다되가네.”

 

시계를 보니 05/12/31 그리고 11시 30분 즈음. 그러고 보니 그 날은 한해의 마지막 날이었어.

 

나는 아무대답도 하지 않았고 시은이는 얘기를 계속했어.

 

“나 한국에서 병원생활할떄 책이나 영화많이 본거 알지? 이메일에 항상 그 날 본 영화나 소설책 적었잖아.”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내가 봤던 영화중에 가장 감명깊게 본 영화가 뭔지 알아?”나는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았어.

 

“옛날 영화이긴한데 ‘라밤바’라는 영화야.” 라밤바. 어디서 많이 들은 단어였지. 시은이는 얘기를 계속했어.

 

“왜 감명깊게 봤냐면 그동안 봤던 소설이나  영화들이 다 해피엔딩이였는데 그 영화는 그렇지 않았거든.

 

남자주인공이 죽으면서 영화가 끝나니까. 그래서 더 감동적이였던 것 같아.

 

그래서 내 이메일 아이디가 리라밤바(re-labamba) 잖아. 라밤바처럼 운명적인 사랑해보고 싶어서.”

 

시은이는 울기 시작했고 여전히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정말 우연히도 이메일을 만들지 얼마 안되서 너를 만났고 영화같은 사랑을 하게됬어.

 

그리고 내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만들기로 결심했고 나는 노력했어.

 

너무 아파서 거부한 치료도 받고, 기다리다 지쳐 포기한 장기이식도 희망을 갖고 기다리게 되고

 

결국 라밤바의 남자주인공과는 달리 나는 죽지않고 살아 너와 다시 사귀게 됬어.”

 

나는 목이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고 그저 울기만했어. 시은이도 울었지만 얘기를 계속했어.

 

“최근에 라밤바를 다시 보게됬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들의 사랑이 아름다웠던 이유는 그들이 결국 이어지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서로 부모의 반대를 무릎쓰고 끝까지 만났으면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은 아니지 않았을까?”

 

시은이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시은이를 붙잡고 말했어 “가지마. 제발”

 

시은이는 말을 계속 했어

 

“그래서 결심했어. 이렇게 우리 둘이 같이 있으면서 서로 괴로워하기 보다는 헤어지고 서로 좋은사랑으로 남는게 옳은것 같다고.”

 

나는 시은이의 다리를 더욱 세게 붙잡았지만 시은이는 아무렇지 않은듯 말했어.

 

“너 너무 착해서 나와 지원씨 선택 못하잖아. 선택하더라도 선택한 사람과 잘살기 보다는 선택못한사람 걱정만 계속할거잖아.그래서 떠나려고.”

 

시은이는 자리에 앉아 내 이마에 키스를 하고 말했어.

 

“그동안 고마웠어.”

 

나는 풀었던 손을 풀었고 시은이는 그 자리를 떠났어.

 

나는 시은이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도 못한채 시은이를 보내고 말았지.

 

 

 

 

시은이는 내 이마에 키스를 하고 말했어.

“그동안 고마웠어.”

나는 시은이를 쳐다봤어.시은이 눈에는 눈물이 고였지만 웃고있었어.

 

시은이를 어떻게든 잡으려고 했던 나는 애써 웃고있는 시은이의 모습을 보자 그 생각을 접을수 밖에 없었어.

 

시은이 말대로 나는 시은이와 행복하게 지내기 보다는 시은이와 있으면서 지원이 생각을 할테니까. 괴로워할테니까.

 

그런 나를 보고 시은이는 지금처럼 애써 웃으면서 속으로는 많이 아파할테니까.

 

나는 시은이 다리를 잡았던 손을 놓고 시은이의 머리결을 만졌어. 다시는 시은이의 머리결을 못 만지기에.

 

그리고 나는 생각했어. 이왕 시은이를 보내는거 웃으면서 보내주자. 좋은 기억으로 남게 하자

 

나도 시은이처럼 애써 웃고 말했어. “나 없이 살 수 있겠어? 나같은 남자 찾기 쉽지 않을텐데.”

 

시은이도 웃으며 말했어.”나는 예쁘니까 그런 남자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걸. 너야말로 괜찮겠어? 나같은 여자 찾기 힘들텐데.”

 

우리는 울고 웃으면서 서로를 껴안았어. 나는 그 순간이 영원하길 빌었지.

 

하지만 시은이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말했어.

 

“지원씨 한 번 밖에 못 만났지만 좋은여자더라. 예쁘고, 착하고 무엇보다 널 되게 사랑하고 있었어.

 

이제 그만 나와 지원씨 사이에서 그만 괴로워하고 지원씨와 평생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너는?” 나는 물었어.

 

“나도 다른 남자 만나 행복하게 살께. 그러니까 앞으로 내 걱정은 하지마. 잘지낼거니까.. 우리들은 이제 추억이되는거야. 좋은 추억.”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고개를 숙였어. 우는 모습을 보이기가 싫어서.

 

시은이는 고개를 숙인 나에게 어깨에 손을 올렸고 나는 고개를 올렸어. 시은이도 울고 있었고 말했어.

 

“나랑 약속 하나 하자.”      “약속?”     “응, 약속.”

 

시은이는 내 손을 잡더니 새끼손가락을 걸었고 말했어.

 

“우선 첫째. 나때문에 울거나 괴로워하지 않기”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시은이는 울고있는채로 말했어.

 

“두번째. 서로 안부도 묻지 않고 평생 행복하게 살기.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가끔 아주 가끔이라도 좋으니까. 내 생각 해줘.”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시은이는 울고있는데도 애써 웃기에 나도 애써 웃음지었어.

 

우리는 마지막으로 키스를 했고 시은이는 말했어.

 

” 다시 말하지만 그동안 정말로 고마웠어. 사랑이란걸 알게해줘서.”

 

나는 울고있어서 앞이 잘 안 보였지만 시은이를 똑바로 쳐다봤어. 다신 못볼 시은이 얼굴이기에.

 

나는 한참을 쳐다보았고 말했어. “나야말로 정말로 그동안 고마웠어.” 시은이는 내 말을 듣고 환하게 웃었고 그 바다를 떠났어.

 

시은이가 떠나고 한참을 운뒤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어. 다들 새로운 해의 일출을 보러 온거 였지.

 

06년의 새 해는 뜨기 시작했지만 나는 그 해를 등지고 해변가를 나왔어. 시은이가 내 곁을 떠났다는게 실감이 되서.

 

한참을 울어서인지, 해가 떠서 밝아져서 인지 더 이상의 눈물은 나오지 않았고 나는 역에서 표를 끊고 기차를 탔어.

 

기차는 전 날과 같이 KTX였는데 전날과 다르게 너무 느리게만 가는 것 같았어.

 

내 옆에 아무도 없는걸 보고 시은이가 없다는게 실감이 되고, 하지만 울지는 않았어. 시은이와 약속했으니까. 울지 않기로.

 

집에 도착하고 나는 집안에 있는 물건 중에 시은이와 관련된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어. 잠시 아주 잠시동안 시은이를 잊으려고.

 

시은이와 찍은 사진들. 시은이가 사준 물건들. 등등

 

큰 박스안에 집어다 넣었는데 박스안이 넘치더라. 그정도로 시은이와 나는 많은 추억들이 있었어.

 

나는 두 박스로 나누어서 시은이와 추억이 있는 물건들을 정리했고  나는 냉장고에 갔어.

 

냉장고에는 수없이 많은 시은가 요리한 음식들이 있었어.

 

아무리 그래도 시은이가 해준 음식들을 버리는건 못할짓 같아서 나는 시은이가 해준 음식들을 식탁위에 꺼냈어.

 

시은이가 해준 음식들을 밥없이 먹는데 가슴이 아프더라.

 

왜냐하면 그동안 해 준 음식들이 맛있는건 당연하고 하나같이 시간이 많이 들고 정성이 필요한 음식들이였어.

 

직접 담구었다는 김치, 장조림, 그리고 시은이가 전 날 갖고온, 아직 먹지 않은채 가스레인지 위에 있는 사골.

 

나는 먹다가 밖으로 튀어나왔고 토를 했어. 그동안 맛있다고만 생각했던 내가 너무나 밉더라.

 

공관병으로 일해서 이런 요리하는게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지 아는데도 나는 그걸 눈치채지도 못한채 나는 그냥 먹기만 했거든.

 

나는 처음에만 맛있다고 말 했을뿐, 나중에는 당연해져서 그런 말조차 하지 안했다는걸 깨달았어.

 

나는 씨발 개새끼였어. 정말로.

 

나는 내 걱정하기에 바뻐 시은이가 얼마나 괴로웠했을지 생각조차 안했고,

 

나는 시은이를 위해서 연락을 안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나는 그저 시은이를 피한거였어. 시은이를 만나면 내가 괴로우니까.

 

시은이와 약속한것도 있어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눈물이 나왔어. 너무나 시은이한테 미안해서. 이런 병신같은 날 사랑하게해서.

 

가장 괴로웠던 이유는 그런 시은이에게 지금껏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점.

 

시은이는 수없이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때의 나는 부끄러워 “나도” 같은 말밖에 하지 못했지. 병신같이.

 

다시 집에 들어왔고 시은이가 해준 반찬은 냉장고 안에 집어넣었어.

 

무리해서 시은이를 잊기보다는 그저 추억으로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어.

 

그래서 박스안에 박아놓았던 시은이 사진도 다시 책상에 붙였어. 지원이 사진과 같이.

 

시간이 지나고 대학합격날. 정시에 올인했던 나는 결과를 확인했는데 가나다군 3개대학 다 합격했어.

 

따로 무리해서 상향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였지.

 

합격한 학교중 한 학교가 카이스트였는데 사실 그 대학에 가려고 했어. 나와 아무 연고도 없어 시은이를 잊기에 좋을것 같아서.

 

하지만 중학생인 여동생을 할머니와 두기도 그렇고, 편찮으신 할머니도 마음에 걸려고.

 

또 이대로 카이스트에 가는건 시은이를 추억속에 두는게 아니라 그저 도피니까.

 

나는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 가기로 했어. 어딘지 밝히지 않는건 양해 부탁할께.

 

난 대학생활을 꽤 열심히 했어. 학점관리도 잘했고, 많은 친구들과 선배들을 사귀었고, 장학금도 받고. 과외도 하고.

 

과외를 여고생한테 했는데 지원이가 많이 떠오르더라. 정말로 많이.

 

수학문제를 어려워하던 그 아이를 보면서 지원이가 떠오르고, 괜시리 잘 지내고 있나 궁금해지고.

 

미친척하고 찾아가볼까 생각해 보았지만 이내 그 생각은 접었어. 혹시나 지원이가 나를 잊고 있는중이면 폐가되니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지원이한테 가고 싶지 않았어.

 

시은이랑 헤어졌으니까 지원이한테 가는것처럼 보일까봐 그런것도 있고.

 

무엇보다 지원이한테 너무나 미안해서.

 

사귀었을때도 시은이 때문에 마음고생 심했을텐데 나란 놈은 시은이가 나타나자마자 지원이를 버리고 시은이에게 갔으니까.

 

사랑했기에 그만큼 미안한 감정도 컸어.

그래서 그저 지원이가 행복하기를 바랬어. 나를 잊고. 나는 아직 지원이를 사랑했지만.

 

군대를 갔다온 늦깍이 신입생이라서 그런지 나는 미필동기들보다 학교생활을 잘했고, 그래서 과에서 꽤 인기가 많았어.

 

물론 그 인기의 비결이 대다수가 남자인 공대라는점이 컸지만.

 

그래서 미팅이나 과팅같은게 많았고 대부분 나를 불렀어. 거절하기엔 너무 많이 부탁하고 그래서 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지.

 

수 번째 미팅을 하던 어느 날. 서로 짝이 맞아졌고 나도 자연스럽게 한 여자와 짝이 됬어.

 

그녀는 시은이와 지원이처럼 누구나 인정할정도로 예쁜얼굴은 아니였지만 그보다 큰 매력이 있었어.

 

다니던 학과가 예술과 쪽이였는데 예술과답게 옷도 잘입고 몸매도 좋고 그보다 말이 잘 통했어.

 

최근 시사이슈도 알고있었고, 내가 알던 예술과 애들과 달랐지.

 

미팅이 끝나고 다들 2차로 갔지만 나는 과외때문에 가야해서 먼저 가본다고 말하자 그녀는 다시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 돌직구였지.

 

번호를 묻는 그녀의 물음에 나는 쉽사리 번호를 알려주지 못했지.

 

왜냐하면 시은이와 지원이가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건 생각하지 못해서.

 

하지만 그만큼 언제까지나 후회하고, 자책하면서 살기 싫었고 다시 한 발자국 걷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그리고 결심했지. 한 번 두사람을 잊고 다시 시작해보자.

 

나는 그녀에게 내 번호를 알려주고 내일 연락한다고 말했어.

 

다음날이 되고 그녀에게 문자가 왔어. 바쁘지 않다면 보자는 내용의 문자였지.

 

내 방의 시은이와 지원이의 웃고 있는 사진이 보였지만 나는 알겠다고 문자를 보냈어.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은 없었지만.

 

그 날 점심즈음 그녀 학교인 홍대에서 만났어.

 

홍대에서 그녀를 보았는데 전 날과는 다른 매력이더라. 그녀는 화구통을 메고 있었는데 멀리서봐도 매력적인 미대생처럼 보였어.

 

우리는 서로 인사를 했고 홍대거리를 돌아다녔어.

 

홍대에 가본 적은 있었지만 밤에 술먹으러 갈때밖에 안 가봤기 때문에 화창한 낮의 홍대거리는 처음이였는데

 

낮의 홍대거리는 밤의 홍대와 다르게 또다른 매력이 있더라.

 

그런 홍대거리를 매력적인 여성과 같이 걷고 즐겨서 좋았지만은 설레지는 않았어.

 

그녀와 나는 홍대거리와 홍대를 돌아다니며 데이트를 했고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지려는데 그녀가 말했어.

 

내가 괜찮으면 계속 만나고 싶다고.

 

고민 많이 했어 그때. 가슴에 다른 사람을 품고있는데 만나도 되나 싶었고 또 그녀조차 상처주는게 아닌가 싶었고.

 

하지만 나는 알겠다고 얘기를 했어. 그녀는 오늘부터 1일 이라며 기분 좋은 듯이 얘기를 했고 헤어졌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착잡하더라. 원래 드라마나 소설보면 처음 사귀게되면 설레고 그러던데 나는 그런게 전혀 없었거든.

 

죄책감만 들기만 했지 설렘과 들뜬 마음은 없었어.

 

나와 마찬가지로 신입생이던 그녀와 자주 만나서 데이트를 했어.

 

많이 만날수록 좋아하는 감정이 생길줄로만 알았지만 그런 감정은 전혀 없었지.

 

100일때 되던날 그런 상태로 우리는 호텔로 갔어. 호텔에서 그녀의 옷을 벗기고 샤워를 하고 관계를 가지려는데

 

그녀의 질막이 내 눈에 보였어.

 

질막은 사람마다 모양과 크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그녀의 질막은 의학서에서 보던 것처럼 질바깥쪽에 위치해 있었어.

 

순간 그냥 모른척하고 관계를 가질까 했지만 도저히 그렇게 못 하겠더라.

 

나는 옷을 다시 입었어.

 

그녀는 나한테 왜 그러냐 물었고 나는 말했어. ” 처음이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래서 싫냐고 말했어.

 

나는 침대에 앉아 그녀에게 말했어.

 

“싫기는. 처녀 싫어하는 남자가 세상에 어디있겠어. 다만 내가 너의 첫상대가 되게에는 부족한 남자라서 그래.”

 

그녀는 왜 그러냐 물었고 나는 내 사연을 말했어. 간략하게.

 

그녀는 내 사연을 듣고도 지금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고. 계속 만나다보면 좋아질거라고 말했지만.

 

나는 미안하다고 말 할수 밖에 없었어.

 

우리는 호텔밖을 나갔고 그녀는 말했어.

 

“아직 사랑에 대해 잘 모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다른 사람을 만나는건 옳지 않은일이라고 생각해. 나한테도 오빠한테도”

 

그녀의 말이 맞았어. 마음속에 한 사람이 있는데 다른사람을 만나는 건 나한테도 그녀에게도 상처만 주는 일이었지.

 

나는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말했고 그녀는 자신은 괜찮다고 지원이를 찾아가서 얘기해보라고 했어. 끝까지 날 생각해줬지.

 

아마 시은이와 지원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녀와 지금까지 함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녀와 헤어지고 한참을 며칠동안 고민했어. 지원이를 찾아가야 될지.

 

여전히 지원이를 사랑했기 때문에 나는 한걸음에 지원이에게 가고싶었지만 지원이가 나에대한 감정이 어쩔지. 그것때문에 한참을 망설였지.

 

나를 잊고 있는중이라면 지원이한테 폐가 될테니까.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어. 혹시라도 지원이가 나를 좋아한다면 나도 지원이도 이렇게 떨어져서 괴로울 이유가 없을텐데.

 

그런 생각이든 나는 전화기를 들고 한참을 망설이다 지원이 핸드폰 번호를 눌렀어.

 

수화음은 울리지 않고 없는번호라는 수신음이 들렸고 나는 전화를 끊었어.

 

없는번호라는 수신음에 나는 지원이가 나를 잊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지만 한쪽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했어.

 

지원이도 나를 잊고 새로 시작하는것 같아서.

 

시간은 지나고 해가 바뀌였어. 하지만 해가 바뀌어도 시원이와 지원이가 그리워지는건 그대로였지.

 

새학기가 들어가고 오랜만에 간 학교에 우리 학과는 축제분위기였어. 공대에 대박 신입생들이 왔다는 게 그 이유였지.

 

당시 내 학비와 동생 생활비때문에 방학기간동안 과외를 4팀이나 돌아서 ot를 가지 못한 나는 얼마나 예쁜 신입생이길래 그런가 싶었고 큰 관심은 없었어.

 

뭐 공대도 군대처럼 남자만 모여있다보니 여자얘기만 하면 환장하기 때문에 나는 그런가 싶었어.

 

수업날 나는 평상시처럼 이른시간에 강의실 앞에 앉아 책을 펴고 복습을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 옆자리에 앉았어.

 

뒷자리에 자리가 없었지만 뭐 그런가 싶었어. 우리학교는 꽤 상위권이라서 시험기간이 아니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많았거든.

 

신경쓰지않고 과외때문에 까먹은 내용을 복습하는데 옆의 학생이 말했어.

 

“ot때 왜 안왔어? 오빠.”

 

익숙한 목소리에 화들짝 옆을 보니 지원이가 웃고있었고 말했어.

 

“보고싶었어.”

 

 

 

브금은 팀의 사랑합니다라는 곡이야.

 

당시 토토가 못지 않게 가요의 전성기였는데 무명가수가 이 노래로 몇주동안 1위를 했던게 기억이 난다.

 

벌써 이 노래가 나온지 12년이 넘었네.. 시간 참 빠르게 간다. 그지?

 

이 노래 들었던 세대의 게이들은 공감할것 같다.

 

늦게 올려서 미안하고. 다음 글은 주말에 올릴 것 같네.

 

벌써 이 글을 올린지 21번째 글이다. 이렇게 오래 쓸지 몰랐는데. 진짜 기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글로 쓴다면 이렇게 길고 아름답지 않을까?  비록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이 글이 언제 끝나냐는 묻는 게이들이 많던데 길어도 30편이 될것 같아.

 

더 길어질수도 있겠지만 짧으면 짧았지 왠만해서는 30편 이상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길어지는데도 계속 봐줘서 고맙고,

 

이 글 처음보는 게이들은 민주화 줘도 돼.

 

좋은 밤 되라.

 

 

 

평상시처럼 강의시간보다 빨리온 나는 강의실에 들어갔어.

 

강의실안에는 그닥 친하지 않은 복학한 선배와 모른는 학과 학생들이 몇명 있었고 난 가볍게 인사를 하고 앞자리에 앉았어.

 

뒷자리에 앉은 성배들과 어색한 사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원래 왠만하면 앞자리에 앉거든.

 

과외하다보니 개인 공부시간도 많지 않고, 수업시간에 다른 짓 하는것만큼 멍청한 일도 없으니까.

 

오랜만에 듣는 교양과목이라 앞자리에 앉아서 책을 펴고 복습을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 옆자리에 앉았어.

 

나한테 인사도 하지 않는 것 보니까 나랑 안친한사이 인건 분명하고 뒤에 자리도 많은데

 

굳이 왜 내 옆에 앉으면서 앞에 앉으려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크게 의미를 두진 않았어.

 

우리학교는 꽤 상위권이라 시험기간이 아니라도 학구열이 꽤 높으니까.

 

나도 신경쓰지 않고 공부를 하는데 옆의 여학생이 말했어. “OT때 왜 안왔어. 오빠?”

 

익숙하고 그리운 목소리였어. 지난 몇년간 계속 그리워한 그 목소리. 그리고 그 향기.

 

옆자리를 보니 지원이가 있었어. 웃고있었지. 그리고 지원이는 말했어.

 

“보고싶었어.”

 

지원이를 매일 그리워하던 나였지만 정작 내 눈앞에 지원이가 보이자 나는 얼어붙고 말았어. 말도 못하고.

 

지원이는 그런 나에게 웃으면서 말했어. “오랜만에 만났는데 뭐라도 말 좀해”

 

하지만 나는 계속 말을 못하고 지원이를 쳐다만 보았어.

 

2년 조금 안되 만난 지원이는 예쁜것도, 장미향이 나는 냄새도, 웃을때 접히는 눈주름까지 그대로였어.

 

변한거라면 그저 소녀같았던 지원이가 소녀티를 버리고 여자가 되있었다는거겠지.

 

나는 지원이의 손을 잡고 밖으로 데려갔어.

 

지원이의 손을 잡자 지원이와 사귀였을때가 어제있었던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지.

 

실제로는 2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자판기의 커피를 마시고 지원이한테 말했어. “어떻게 우리학교에.. 우리 학교 학생이야?”

 

지원이는 웃으며 말했지. “그러면 도강하러 온거겠어? 수업들으러 왔지.”

 

“너 내가 이 학교 온건 어떻게 안거야? 나 싸이(옛날 SNS인데 예를들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도 안하는데”

 

“XX오빠(사수 형)가 알려줬지.”

 

지원이의 그 말에 이야기의 톱니바퀴가 맞더라. 어째서 지원이가 나와 같은 대학 같은 과에 들어왔고, 교양과목조차 맞는지.

 

2학년 강의선택할때 사수형이 뜬금없이 찾아와 강의선택 잘했는지 봐준다며 강의시간표를 봤거든.

 

나와 지원이가 만난 교양과목은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은 과목이였고.

 

형한테 당장이라도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고시 공부한다고 안 받을게 뻔했고 지원이한테 다른 궁금한 걸 물었어.

 

“지원아 너 나 잊은거 아니였어?”

 

지원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말했어.”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너한테 전화했었는데 네 핸드폰이 없는 번호라길래.”

 

지원이는 핸드폰을 꺼내 내 눈 앞에 꺼냈고 말했어.

 

“예전에 쓰던 핸드폰이 고장나서 바꿨는데 작년인가부터 법이 바뀌어서 핸드폰 신규가입할때 무조건 010 쓰도록 했잖아.

 

그래서 어쩔수 없이 앞번호를 바꿀수 밖에 없었어.”

 

그 생각을 못했던 나는 너무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어.

 

017대신 010을 누르면 되는데 지원이가 나를 잊으려고 핸드폰번호를 바꿨다고 생각해 한동안 가슴앓이 했으니까.

 

참고로 어린친구들이 모를까봐 설명하는데 예전엔 핸드폰 번호 앞자리가 지금처럼 010이 아니라 통신사별로 있었어.

 

011, 017, 018, 019등등 이렇게 나뉘었어. 아마 2005년부터 인가 모든 신규가입자들은 010을 쓰게 했을거야.

 

다시 그때 이야기로 돌아가면, 나는 헛움을 짓다가 지원이한테 말했어. “나는 그저 네가 나를 잊으려고 핸드폰을 없앤줄로만 알았어.”

 

지원이는 웃음을 멈추고 수줍어 하더니 말했어.

 

“우리 헤어졌을때 말했잖아. 오빠처럼 좋은 사람 만날때까지 오빠 계속 좋아할거라고.

 

하지만 오빠같은 사람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데 어떻게 해. 오빠 계속 좋아해야지 뭐.”

 

나는 지원이를 껴안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 지원이를 껴안고 다시 사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니니까.

 

만약에 또 다시 시은이가 나타난다면 나는 또 방황할테니까.

 

나는 괜히 수업시간 다 됬다고 말을 돌리고 강의실로 들어갔어.

 

강의실에 들어가니 어느새 강의실은 꽉차있었고, 같은 과 동기와 선배는 서로 아는 사이냐고 물었고 나는 아무사이 아니라고 둘러댔어.

 

지금은 모르겠는데 당시 대학은 신입생이 입학한지 얼마 안 되 선배랑 사귀면 안 좋은 소문들이 돌았거든. 발랑 까졌다고.

 

지원이는 예쁘니까 그런 소문이 더 악질적으로 돌게 뻔했고.

 

공대라는 특성상 남자가 많다보니 여자들은 자연스럽게 관찰의 대상이 되잖아.

 

내 변명에도 동기는 지원이한테 다시 물었어. 정말 아무사이아니냐고.

 

지원이는 아무사이는 아니라고 둘러댔어. 나는 다행의 한 숨을 쉬었지. 나는 남자라서 상관없는데 지원이한테 악소문이 퍼지는건 바라지 않으니.

 

나는 자리에 앉는데 지원이는 자리에 앉지않고 얘기를 계속했어.

 

“아무사이가 아니라 한때 오빠랑 사귀었고, 제가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지원이의 그 말에 지원이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 했고 나는 동기의 눈총을 받았어. 나 같아도 그랬겠다.

 

남자뿐인 공대에 아름이(옛날 통신사 CF에서 나온 용어인데 공대에 예쁜 여자 속칭)가 나를 보려고 학교에 왔다고하니.

 

교수님이 들어오고 수업을 시작했지만 강의가 머리속에 들어올리가 없었고 지원이만 쳐다 보았어.

 

지원이는 자기는 잘못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웃었고 수업에 집중하는게 얄밉기도 했지만 귀엽기도 했어.

 

수업이 끝나고 당연하다시피 나와 지원이 앞에 같은 수업을 들었던 선배동기들이 찾아와 많은 질문을 해댔어.

 

언제부터 사귀었나, 왜 헤어졌었나, 우리학교는 나때문에 온건가 등등.

 

지원이가 그 질문에 대답하려 하자 나는 지원이를 끌고 그 자리에 나왔어.

 

그리고 지원이한테 화를 냈지. 신입생이 입학한지 얼마 안되서 선배랑 사귀면 안 좋은 소문을 듣는데 왜 그런 얘길 했냐고.

 

지원이는 내 화에도 아무렇지 않은지 웃으면서 얘기를 했어.

 

“학교에 다닌지 얼마 안됬을뿐 오빠를 안지 얼마 안된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했을뿐이야 안좋은 소문이 퍼진다해도 상관없어.”

 

지원이의 반박에 나는 할 말을 잃었고 괜히 쑥스러워 꿀밤을 살짝 때리고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말했고 지원이는 다시 웃었지.

 

우리는 학식에서 밥을 먹었는데 같은과에 소문이 퍼졌는지 과동기들의 시선이 느껴졌어.

 

나는 지원이한테 안 좋은 소문이 퍼질까봐 불안했는데 지원이는 신경 안 쓰는척 하는건지, 신경을 안 쓰는거지 학식 맛있게 먹더라.

 

원래 밥 잘먹던 애긴 한데.

 

점심을 먹고 다음 수업이 달랐던 우리는 예상 질문에 대비해 입을 맞췄고 우리는 각각 다른 강의실로 갔어.

 

가기전에 우리는 학교 시비 앞에 만나기로 했고, 가기전에 지원이는 내 핸드폰에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찍어주고 갔어.

 

다신 전화하지 못할줄로만 알았던 지원이 핸드폰 번호였지.

 

강의실에 들어서자 당연하다시피 친구들이 나와 지원이 관계를 물어봤고 나는 미리 지원이와 입맞췄던대로 말했어.

 

어렸을때 같은 동네 살아서 알게 됬다고.

 

만약 군대에서 공관병생활하다가 만났다고 사실대로 말했다면 아버님한테 폐가 될테니. 지원이도 마찬가지고

 

모든 질문들이 예상한 질문들이였고, 나는 지원이와 입 맞춘대로 대답을 했어.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님이 왔고, 강의를 시작해 한 숨 돌렸지.

 

길고 긴 강의가 끝났고 나는 강의가 끝나면 만나기로 한 시비로 달려갔어.

 

지원이는 시비 앞에 서있었는데 갑작스런 상황에 미쳐 깨닫지 못했는데 지원이. 진짜 예쁘더라.

 

한떄 질리도록 매일 봤지만 다시 봐도 지원이는 예뻤어. 예쁜 사람은 성격이 나쁘다는 말도 지원이한테 해당되는 말이 아니였고.

 

지원이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자 나도모르게 나도 손을 흔들었어.

 

정신이 든 나는 손을 내리고 지원이쪽으로 걸어갔어.

 

지원이는 여전히 손을 흔들고 있었는데 참으려고 해도 웃음이 나오더라. 너무 귀여워서.

 

지원이와 나는 교문 밖을 나갔고 교문 근처의 호떡집에서 호떡을 먹었어.

 

지원이는 호떡을 먹다가 호떡이 뜨겁다고 인상을 지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웃었는데 옛날로 다시 돌아간 것만 같았어.

 

나는 지원이한테 어디 가고 싶은데 있냐고 물었고 지원이는 내 여동생이 보고싶다고 말했어. 얼마나 컸을지 궁금하자면서.

 

그럴만 했지. 시은이를 만날떄까지 지원이와 내 여동생은 항상 문자를 하며 지냈을 정도로 친했으니까.

 

나와 지원이는 지하철을 타고 집에 향했고 집에 도착했어. 당시 내가 살던 집이 이사를 가서 산동네의 그 집은 아니였는데 지원이는 안타까워했어.

 

그 집이 저 정감이 갔었다고. 나도 마찬가지였어. 그 곳에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났으니까.

 

하지만 할머니 몸도 안 좋은데 언제까지나 동네를 오르내리락 하게 할 수도 없었고 여동생한테 중학교 만큼은 좋은 중학교에 보내고 싶어서

 

어쩔수 없이 이사를 갔어. 부모님이 남겨주신 유산과 산동네 개발로 인해 집값도 꽤 올랐고 그 수입으로.

 

집에 도착했는데 당연하게도 여동생은 없었어. 중학생이던 여동생은 학원을 다녔으니까.

 

당시 사춘기가 시작된 여동생은 나보다 학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떼를 써서 결국 보냈거든. 내가 더 잘 가르치는 것도 모르고.

 

할머니도 마실을 나가셔서 집에는 나와 지원이 뿐이였어.

 

지원이와 단 둘이 있어 어색했던 나는 주방으로 가 저녁요리를 했는데 지원이가 옆에서 도왔어.

 

지원이의 요리실력을 아는 나는 앉아서 쉬라고 했는데 지원이가 돕고싶다고 해서 결국 돕게했는데 예전의 김치콩나물국도 망치는 지원이가 아니였어.

 

채썰기부터 요리 손질까지 순간 어머님의 잔상으로 보일만큼 잘하더라.

 

언제 요리를 했냐는 나의 물음에 지원이는 어머님한테 배웠다고 말 했는데 역시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다시 깨달았지.

 

우리는 늦은 저녁을 먹었고, 할머니가 집에 와서 할머니와 잠시 이야기를 했는데 여동생이 집에 왔어.

 

여동생은 지원이의 모습을 보자 소리를 질렀고, 둘은 껴안고 웃었어. 어느새 내 여동생은 지원이의 어깨까지 키가 자랐지.

 

우리 셋은 얘기를 나눴어. 대화내용은 나와 헤어지고 난 후의 지원이의 사연. 나도 궁금했기떄문에 집중해서 얘기를 들었지.

 

지원이의 사연은 이랬어.

 

나와 헤어지고 한동안 나를 잊으려고 괴로워했고 그런 상태로 수능을 봐 원래 성적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냥 입학했다 하더라.

 

그 학교에서 잠시 생활하다가 지원이가 사수형한테 연락해 만나게 됬는데 그떄 나와 시은이가 헤어졌다는 얘길 들은 지원이는 학교를 자퇴해

 

반수해서 내가 다니는 학교를 다니게 됬다고. 지원이의 사연은 이랬어.

 

나는 지원이가 밝은 상태라서 나와 헤어지고 잘 지낸줄로만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였어. 지원이도 나와 헤어지고 나처럼 괴로워한거였지.

 

지원이는 얼어붙은 나와 여동생 떄문인지 애써 밝은척하며 다른 얘기를 꺼내며 웃었고 나와 여동생도 밝은척하고 웃었어.

 

즐겁지 않은데도(적어도 나한테) 즐거운척 웃다보니 시간은 깊은 밤이 되고 나는 지원이를 데려다주러 밖을 나갔어.

 

봉천고개쪽으로 이사를 가 서울대 입구역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해서 상가 앞의 버스정류장에 가려는데 지원이가 나를 잡으면서 말했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은데 걸어가고 싶다고.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 같이 역을 향해 걸었어.

 

나는 지원이가 시은이와 나의 사이를 물을 줄 알았는데 지원이는 시은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어. 그저 드라마나 연예인 얘기를 했지.

 

평소에 tv를 보지 않는 나때문에 얘기른 계속 끊겼지만 지원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를 계속 했고 서울대입구역에 도착했어.

 

지원이는 언제 서울대입구역 앞에 큰 건물이 생겼냐고 놀란척을 했지만 전혀 놀라보이지 않았어. 연기가 너무 티났거든.

 

나는 자취하는 곳까지 데려다 줄까 내가 물었고 지원이는 괜찮다고 말했어. 나는 잘가라고 말하고 지원이가 가는 걸보고 집쪽을 향해 가는데

 

지원이가 내 등을 껴안았고 지원이는 말했어. “예전에 말했던 것 처럼 나 오빠 계속 기달릴꺼야.”

 

나는 뒤돌아서서 지원이를 쳐다보았고 지원이는 말했어.

 

“예전에 버스정류장에서 말했듯이 그래도 30살 되기 전까지 말해줘. 아기는 낳고 싶으니까. 오빠 닮은 남자애로.”

 

지원이는 내 볼에 뽀뽀를 하고 역을 향해 걸어갔어.

 

집에 돌아가서 한참을 고민했어. 몇년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지원이와 사귀어야 해야하나.

 

이번에 사귄다면 만약 시은이가 돌아와도 지원이와 헤어지지 말아야했어. 두번 다시 지원이를 상처주긴 싫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없었어. 시은이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된후 안 그래도 컸던 시은이에 대한 마음이 더 커졌으니까.

 

지원이도 그만큼 아니 그 이상 사랑했지만, 이번에 지원이와 사귄다면 시은이 때문에 고민조차 하기 싫으니까.

 

고민하기 시작하면 나는 괴로울테고 그렇게 되면 나뿐만이 아니라 지원이도 덩달아 괴로워할테니.

 

나는 마음을 먹었어. 만약 시은이가 나한테 다시 와도 고민하지 않을 정도가 되면 지원이와 사귀자.그때까지는 친구로 지내자.

 

다음날 학교에 왔어. 전공수업이 있는 날이였지. 지원이한테 안 좋은 소문이 퍼질까봐 걱정을 많이 해서 잠도 많이 못 잔 채였지.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당연하게 소문이 퍼진 후였고 모든 동기 및 선배의 시선은 나한테 향했고 나한테 많은 질문들을 했어.

 

하지만 다행히도 지원이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은 없더라. 오히려 좋은 소문들이 퍼졌어.

 

나때문에 재수해가면서 나와 같은 학교에 왔다고. 대단하다는 소문이 대다수 였지. 얼마나 안도를 했는지 그때.

 

그래서 나와 지원이는 학교에서 같이 어울려 다녔어. 같이 수업듣는 날이면 항상 옆자리에 앉았고, 같이 점심도 먹고.

 

그래서 지원이가 친구가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얼마 없는 여자동기들과 친하게 지내더라.

 

하긴 지원이가 성격이 너무 좋아 지원이를 싫어하는 사람 없을거야.

 

우리들은 항상 붙어다니니 다시 예전사이처럼 살가운 사이가 됬어. 주위에서 사귀냐고 물어볼 정도였지.

 

하지만 사귀지는 않았어. 그때까지 시은이가 그리웠기 떄문에.

 

1학기가 지나고 나와 지원이는 지원이 집으로 갔어. 오랜만에 간 어머님과 아버님은 환대하게 환영해주셨고 나는 감사했지.

 

수많은 공관병중 하나일 뿐인 나를 거창하게 환대해주시니.

 

우리들은 같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어. 여전히 공관병도 함께였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원래 스타가족이랑 공관병은 따로 밥먹는다 하더라고. 공관병은 운전병이나 부관이랑 먹는다 하더라.

 

이렇게 자상한 어머님 아버님과 군생활을 한건 행운이였지. 무엇보다 지원이를 만나게 됬고.

 

우리들은 저녁을 먹고 주변 산책을 하러 나갔어. 예전 말년때 항상 저녁먹고 지원이와 같이 주변 산책을 하곤 했는데 그 시절로 돌아간것만 같았어.

 

다만 그 시절보다 지원이에 대한 감정이 더 커졌고, 시은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는게 그때와 다른 점이였겠지.

 

분위기는 좋았지만 지원이는 애써 시은이에 대해 묻지 않았어. 그런 지원이가 고마웠지만 날 배려할 수록 더 괴로움은 커져갔지.

 

다음날 나는 집으로 갔고 방학내내 과외때문에 바쁘게 지내 지원이가 있는 곳으로 가지 못했어.

 

과외를 째고 가고 싶었지만, 이사 비용때문에 부모님 유산중 남은 돈은 내 여동생 대학 학비정도 밖에 남지 않아 어쩔수가 없었지.

 

할머니가 나 쓰라며 그동안 모으신 돈을 주긴 했지만 고아원에 갈뻔한 우리를 걷어준 할머니 돈을 차마 쓸수는 없었고.

 

그래서 지원이와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하면서 방학을 보냈어.

 

그러던 어느날 방학 막바지쯤. 과외를 하고 있는데 pc방형한테 전화가 왔어. 신문할배가 돌아가셨다는 전화였지.

 

난 과외학생 어머님한테 양해를 구하고 장례식장으로 뛰어갔어. 아무 생각도 없이.

 

장례식에 들어서고 웃고있는 할배사진을 보는데 가슴이 얼마나 찢어지는지.

 

자식이 있지만 자식과 연락을 하지 않는 할배는 날 항상 손자처럼 대해주셨거든.

 

항상 다른 배달원 몰래 돈을 더 챙겨주셨고, 우리집 tv가 안나와서 여동생이 tv볼일이 있을때 항상 집에가도 반갑게 맞이 해 주셨고.

 

내가 의대합격할때도, 다시 수능을 봐 대학에 합격하셨을때도 다른 할배들한테 자랑할 정도로 날 손자처럼 생각해주셨고.

 

난 할배 영정앞에 한참을 울고 형이랑 같이 상주를 했어. 자식들이 할배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 돌아가신후 상주할일은 없을거라 생각했건만, 가족이 떠난 것만큼이나 가슴이 아팠지. 가족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을 떠나서.

 

직장인이였던 형은 해가뜨면 회사에 갔고 나는 상주로 계속 있었어. 힘들지는 않더라 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파서.

 

2일째 밤이 되는 날. 형과 상주를 교대하고 나는 밖에 나와 담배를 피러 나왔어.

 

담배를 계속 펴다보니 폐가 아파 담배를 물지 않고 들고만 있는데 연기가 눈에 들어와서 눈물을 흘렸는데 멈추지가 않더라.

 

한참을 울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날 껴안았어.

 

장미향이 나는 샴푸냄새. 누군지 뒤돌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지. 지원이였어.

 

지원이도 울기 시작했고 안그래도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던 나는 더 서글프게 울 수 밖에 없었어.

 

나와 지원이는 서로 한참을 울었고 지원이는 내 옆자리에 앉았어.

 

나는 지원이한테 그동안 가슴속에 묻고싶었던 말을 물었어. “지원아, 왜 나와 시은이 사이의 일 안물어봐?”

 

지원이는 말했어. ” 오빠랑 시은언니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건 아닐거 아니야. 서로를 위해서 헤어졌겠지.”

 

“시은이와 헤어졌는데 계속 시은이를 그리워하는 내가 밉지 않아?”

 

지원이는 애써 웃으며 말했어. “싫기는. 오히려 시은언니한테 고맙지. 시은언니가 오빠를 도와줘서 내가 오빠를 만나게 됬는데.”

 

지원이의 말이 고마워서 나는 참았던 눈물을 다시 흘렀고 지원이한테 물었어.

 

“아마도 나 너와 사귀어도 계속 시은이를 그리워하고 사랑할거야. 그래도 괜찮아?”

 

지원이도 나 따라서 울고 있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 “그럼 어떻게 해.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나보다 시은언니를 먼저 만나게 됬는데.기다려야지.”

 

“언제까지 기다려줄꺼야?”

 

지원이는 눈물을 닦고 웃으며 말했어. “뭐야 까먹었어?  말했잖아 평생 기다린다고”

 

나는 지원이를 껴안고 키스를 했고 말했어. “사랑해 지원아.”

 

지원이와 나는 그 날 다시 사귀게 됬어.

 

 

 

 
신문할배의 초상을 치르고 나는 한동안 힘들어했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우는 어린나이의 나에게 많은 편이 였지만, 아무리 많이 겼어도 익숙해지지가 않더라.

 

신문할배가 날 손자처럼 대했던만큼, 나도 할배를 진짜 할아버지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생각했기에.

 

하지만 생각했던것처럼 많이 힘들지는 않았어. 곁에 지원이가 있고 날 위로해줘서.

 

자취를 하던 지원이는 나를 위해 집에 와줘서 나를 위로해주고,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어.

 

나는 처음에 지원이의 농담에 겉으로 웃었지만, 나중에는 진짜 웃을 수 있게 되었지.

 

지원이 덕분에 아픔에서 빨리 벗어나게 되었고, 지원이에 대한 사랑도 점점 커졌어.

 

하지만 시은이에 대한 내 감정은 없어지지가 않았지. 손쓸수 없을만큼.

 

할아버지 장례를 치르면서 시은이도 혹시 죽지는 않았을까 걱정하고. 혹시 나 없이 아파 혼자 괴로워할까봐 고민하고.

 

이식했다고 가바직 건강해지는게 아니니까. 생존율만 높아질뿐.

 

건강한 이식환자가 갑자기 악화되는 케이스가 많으니.

 

하지만 시은이를 걱정하지 않기로 했어. 시은이는 긍정적이고 활기찬애니까. 고작 병때문에 죽을 애가 아니니까.

 

무엇보다 나는 시은이의 소식을 모르니까 괜찮을거라고 자위할 수 밖에 없었고.

 

내가 3학년이 되고, 지원이가 2학년이 되던 해. 나와 지원이는 학교 공식cc가 되었고 더이상 우리 관계를 묻는 사람들은 없었어.

 

내 주위의 동기들은 하나둘씩 군대를 갔고, 내 주변의 동기들은 RT나 방위갈 애들 밖에 없었지.

 

RT나 방위인 동기나 선배들 중 친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학교에서 더더욱 지원이와 붙어 다녔어.

 

내 성격상 안 친한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성격도 아니고.

 

왠만하면 같이 수업도 맞추고, 수업이 맞지 않아고 같이 밥을 먹고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데이트를 하고.

 

그리고 3학년 1학기 어느새 나와 지원이가 만난지 5주년이 다 되가고 나는 지원이한테 말을 꺼냈어.

 

“우리 만난지 5주년인데 같이 여행이나 갈래?”  지원이는 외박이냐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지원이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알겠다고 이야기를 했어. 우리의 첫날밤이 될 그 날이니까.

 

지원이는 다시 웃으면서 속옷 사러가야겠다고 농담을 했고 나도 덩달아 같이 사러 가줄까 농담을 했어.

 

그 날부터 나는 지원이와의 첫날 밤이 완벽한 밤이 되도록 준비를 했어.

 

가평 펜션에 대해 잘 아는 과대한테 펜션정보를 물어보고 호텔처럼 비싼 펜션을 예약하고, 주변사람의 충고를 들어 괜찮은 와인도 사고.

 

5주년이 되던 그 주의 주말 우리는 가평의 한 펜션으로 향했어.

 

펜션에 도착한 우리는 계곡에서 물장구를 치고, 바베큐를 먹으며 놀았어.

 

지원이와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둘이서만 보내는게 오랜만이라 너무나 기뻤지만 내 심장은 너무나 빠르게 뛰고 긴장하고 있었지.

 

지원이와 첫 관계를 맺는 날이니까.

 

군 시절 공관병 생활을 했을때는 한 집에서 생활을 했지만 오히려 한 집에서 생활을 했기 때문에 더더욱 지원이를 손 대기 힘들었고,

 

전역하고 나서는 기회도 많고 지원이도 신호를 보냈지만 지원이의 과거을 때문에 혹시나 관계를 맺게 되면 나쁜기억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다 하지 못했고.

 

대학이 되서 만나서는 신문 할배일과, 혹시나 지원이와 관걔를 맺을때 시은이가 떠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도 손을 대지 않았어.

 

어찌보면 5주년 그때가 최고의 기회였어. 만난지 5주년이라는 의미도 컸고, 지원이를 사랑하고 있었고, 시은이와 관계를 맺은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밤이되고 지원이가 샤워하는 동안 먼저 샤워를 한 나는 몰래 준비해놓은 와인잔을 식탁에 배치해두고, 준비한 와인을 얼음속에 놓았어.

 

그리고 지원이가 샤워를 마치기만을 기다렸지. 기다리는 동안 어찌나 긴장되고 속이 타는지.

 

지원이는 나이트가운 한 장을 입은채 나왔고 내가 와인을 준비한걸 보고 준비성이 좋다면서 웃었어.

 

나도 아무렇지 않은듯 웃었지만 심장은 빠르게 뛰고있었지.

 

얼마후면 지원이의 그 가운을 벗기고 관계를 맺기 때문에.

 

지원이는 자리에 앉았고 나는 와인을 디켄팅을 했어. 디켄팅은 처음이라 나는 어설프게 디켄팅을 했는데 지원이는 웃으면서 말했어.

 

“와인 디켄팅 처음이지? 디켄터에 와인을 콸콸 붓는 사람이 어디있어?”

 

나는 쪽팔려서 아니라고 했지만 디켄팅은 처음하는게 맞았어.

 

주변 사람한테 와인 추천받고 디켄팅하라고 조언을 들었지만 와인을 마셔본 적이 없는 나는 디켄팅이 그저 와인을 유리병에 옮겨 담는걸로만 알았으니까.

 

지원이는 나한테 있어보이는 척한다며 놀려댔고 분위기는 평소처럼 좋아졌어.적어도 나와 지원이 사이에는 어색함은 없었지.

 

얼어있던 나는 지원이의 농담으로 마음이 편해졌고 우리는 와인을 촛불앞에서 마셨어.

 

어두워진 것이 점점 눈에 익숙해졌고 나는 아무 말없이 지원이를 바라보았어.

 

술이 약한 지원이는 몇잔 안되서 볼이 빨개져있었고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지.

 

또 지원이의 향기나는 몸냄새와 머리를 넘길때 보이는 지원이의 하얀 목은 더욱더 나를 흥분하게 했어.

 

눈은 자연스럽게 아래를 향했고 지원이의 가슴을 봤는데 얇은 나이트가운 위 지원이 가슴이 보였어.

 

지원이의 어깨를 보니 지원이의 브래지어끈이 보이지 않았지. 나이트가운아래 맨살일 지원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내 몸은 점점 뜨거워졌고 기회만을 노렸어.

 

기회는 많았지만 나는 망설이고 있었어. 너무나 소중해서 만지면 사라질것만 같아서.

 

어느새 와인은 몇잔 남지 않았고, 술이 약한 지원이는 약간 취해있었어.

 

와인을 다 마시면 그때 거사를 치루자 결심했던 그때 계속 웃기만 했던 지원이가 웃음을 멈추고 진지하게 말을 꺼냈어.

 

“오빠”    “응”   “오빠는 시은언니랑 섹스 많이 했어?”

 

예상치 못한 지원이의 질문에 나는 차분해졌고 생각했어. 많이 안 했다고 거짓말을 할까. 솔직하게 말할까.

 

몇번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해도 됬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어. 지원이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짓말은 하기 싫으니까.

 

나는 말했어. “응 많이 했어.”

 

많이 했다는 말에 술에 취한 지원이는 울기 시작했고 지원이는 말했어. “왜 나랑은 섹스 안해? 내가 매력이 없어서 그래?”

 

그럴리 없었지. 공대의 아름이 아니 학교의 아름이한테 매력이 없을리가. 그것도 내가 죽을만큼 사랑하는 사람인데.

 

나는 변명아닌 변명을 했어. “과거에 너가 안 좋은 일을 당했기 때문에 너와 관계를 하기 쉽지 않았어.”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던 지원이는 더 울기 시닥했고 말했어. “내가 처녀가 아니라 싫은거야?”

 

나는 지원이를 껴안았고 지원이와 진한 키스를 했어.

 

지원이는 어느샌가 눈물을 그쳤고 나는 지원이를 들어 침대에 눕혔고 말했어. ” 난 너가 창녀라도 상관없어.”

 

지원이는 나를 껴안았고 나는 지원이의 가운을 벗겼어. 그렇게 우리는 밤이 세도록 사랑을 나누었지.

 

그 날 이후로 우리는 평소대로 돌아갔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면 지난날 못했던 사랑을 매일 하루같이 나누었다는 점.

 

지원이가 자취를 했기때문에 우리는 항상 수업이 끝나면 잠깐 주변에서 데이트를 하고 매일 밤 지원이의 자취방으로 향했어.

 

그때까지는 우리 사랑이 영원할 것만 같았지.

 

2학기가 되고 그때가 지금처럼 취업이 잘 되지 않을때라 나는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시작했어.

 

 

취업시장이 활발하지 않은해였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있어보였어.

 

학점은 1학년때부터 관리를 해 4점대고, 학교도 좋고, 영어는 물론 일본어도 잘했으니까. 지원이가 곁에서 일본어를 알려줬거든.

 

비록 다른 동기들처럼 해외봉사나 돈이 많이 드는 스펙은 없었지만 자소서에 승부를 보면 확율은 충분히 있었어.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으니까.

 

무엇보다 학교 선배들이 날 계속 스카웃하려 했거든. 벤처든 대기업이든.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인맥이 꽤 많아져서.

 

그리고 그때부터일꺼야 아마. 그때부터 나와 지원이는 결혼계획을 세웠어.

 

구체적인 결혼계획은 세우지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지원이가 대학을 졸업할때 즈음 나는 직장을 잡아 안정적일테니 그때즈음 하기로 했지.

 

행복했어. 매일 사랑을 나눈뒤 자녀계획을 세우고 어디서 살지 고민하고 지냈으니까.

 

돈은 없었지만 지원이와 함께 살수 있다면 다시 산동네에 살라고 해도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지원이를 사랑했으니까.

 

겨울방학이 되고 나와 지원이는 매번 방학때처럼 지원이네 집을 찾아갔어.  예전처럼 어머님과 아버님은 예전처럼 반겨주셨지.

 

지나가는 말로 지원이와 결혼에 대해 말했는데 어머님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찬성하셨고 가장 걱정이던 아버님도 나라면 맡길수 있다고 찬성하셨어.

 

우리는 어깨의 짐을 푼것 같아 기뻤지. 이제 내가 취업을 하고 지원이가 졸업하는 날만 기다리면 되니까.

 

우리는 며칠을 지원이의 집에서 보내고 우리집으로 향했어.

 

할머니와 내 여동생한테 지원이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말하니 할머니는 어린 손자 결혼하는거 보고 죽게 됬다고 눈물을 흘리셨고

 

내 여동생도 자기 일처럼 기뻐했지. 진짜 언니 됬다면서.

 

이제 우리에게 남은 장애물은 없었어.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고, 내 취업준비도 잘 되가고 지원이가 졸업하는 것만을 기다리면 됬으니.

 

그때 시은이는 그렇게 크게 날 괴롭히지 않았어. 지금 지원이와 만나는 것도 시은이의 뜻이고 시은이도 잘 지낼테니까. 그렇게 바랄뿐이였지만.

 

그때부터 나는 내 지인들을 만나면서 그 소식을 알렸어. 너무나 기뻐서 같이 기쁨을 나누고 싶어서.

 

일산 연수원에 있던 내 사수형도 그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와 날 축하해주었고, PC방형 회사에 다니던 주식폐인형도 날 축하해주었어.

 

하지만 PC방형은 겉으로는 축하할뿐 진심으로 축하해주는것 같지는 않았어.

 

형도 나와 만난지 10년이 됬을때라 형의 얼굴만 봐도 속마음을 알수 있었거든. 그정도로 친했으니까. 가족처럼.

 

형은 같이 술을 마시자 했고 우리는 주변 술집으로 갔어. 형의 표정은 계속 어두워있었지.

 

우리는 술을 마셨고 처음에는 계속 다른 이야기를 했어. 정치얘기 형의 여자얘기 등등. 형이 자기 회사에 취직하라는 농담에 분위기는 점점 좋아졌지.

 

얼큰하게 취했을무렵 형이 말을 꺼냈어. “결혼하고도 시은이 때문에 후회안할 자신 있어?”

 

나는 말했어. “지금 지원이와 행복한 이유도 시은이가 날 배려해줘서이고 시은이도 행복하게 살꺼라고 말했으니까.”

 

형은 아무 말없다가 말했어.”시은이가 아직까지 널 생각한다 해도?”

 

나는 계속 시은이 얘기를 하는 형한테 화가 나서 화를 내며 말했어.

 

“나와 시은이 사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얘기하지마. 시은이는 나와 헤어질때 자신은 나를 잊고 잘지낸다고 말했어. 지원이랑 잘 지내라면서 나와 헤어졌고.

 

오히려 시은이 생각을 하는게 시은이한테 폐가될꺼야. 시은이는 이제 가슴속에 묻을꺼야. 그러니까 다신 시은이 얘기 안 꺼냈으면 좋겠어.”

 

형은 미안하다 나에게 사과를 했고 화가 난 나는 그 자리에 나왔어. 그리고 시은이는 잘 지낼거라며 자위했어. 그럴수 밖에 없었지.

 

시간이 지나서 4학년 1학기가 되고 나는 여러 대기업에 지원서를 냈어. 처음에 아는 선배가 하는 벤처기업을 생각했지만 포기했어.

 

연봉은 꽤 좋았지만 앞으로 혼자 사는게 아니라 지원이와 살게 될텐데 불안정한 미래를 살기는 싫었으니까. 우리나라 벤처문화가 발달한것도 아니고.

 

수 많은 면접을 보고 나는 여러 기업에 합격했어. 동네 갈비집에서 취업합격 잔치를 하고 나와 지원이는 앞으로 남을 행복한 미래만을 생각했지.

 

갈비집에 수많은 지인들이 모였지만 PC방형의 모습은 밝지만은 않았어. 그때의 나는 그저 안 좋은 일이 있다고만 생각했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은 하지 않았어.

 

잔치가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지고 나는 집으로 향했어.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전화가 울렸어. 형이였어.

 

전화가 울리는데 설명할 수 없지만 그때 전화를 받지 말아야 될것만 같았어. 전화를 받으면 지금까지의 행복이 없어질 것 만 같았지.

 

전화 안 받냐는 여동생의 말에 어쩔수 없이 전화를 받았고 형은 말했어. “나 아까 그 고기집인데 지금 올 수 있어?”

 

나는 가겠다 말하고 다시 그 고기집으로 향했어. 고기집은 아까 그 즐거운 분위기는 없어진 후였지.

 

형이 앉아있는곳에 마주 앉았고 형은 나에게 술을 따랐어. 형은 이미 술에 취한 후였지. 형은 말했어.

 

“XX아 만약에 아주 만약에 시은이가 아직 널 그리워하면 어떻게 할꺼야?”

 

나는 웃으면서 말했어. “형 저번에 말했잖아. 시은이 얘기 하지 않기로.”

 

형은 내 눈을 쳐다보며 말했어. “말해줘. 시은이가 아직 널 그리워하면 어떻게 할지.”

 

나는 소주병에 따라진 소주를 마시고 말했어. “나 지원이를 사랑해. 만약 그런다해도 지원이와 결혼할꺼야.”

 

형은 울기 시작했어. 10년간 알던 형이였지만 우는 모습은 처음이여서 나는 안절부절 할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어.

 

그런 나에게 형은 말했어. “시은이가 지금 죽어가고 있는데 널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다면?”

 

이상한 예감이 들었어. 내가 알던 형은 부정적인 상황을 가정하며 걱정하는 성격이 아니였기때문에 너무나 불안했고 나는 말했어.

 

“형 시은이랑 연락했어?”

 

형은 고개를 끄덕였고 말했어. “시은이 얼마 안 남았어. 그리고 아직 너를 사랑한대”

 

나는 패닉에 빠지고 말았지.

 

 

시은이가 날 아직도 사랑하고 있고, 죽어가고 있다는 형의 말에 방금까지 있었던 행복은 사라지고 나는 얼어붙었어.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멍하니 있었고 형은 술만 마실뿐이였지. 나는 그런 형이 미웠어.

 

왜 행복했던 나에게 시은이 얘기를 꺼내서 나를 구렁속에 빠지게 하는지. 나를 또 왜 괴롭게 만드는지.

 

형은 울기 시작하고 나도 어느샌가 눈물을 흐르고 있었고, 눈물은 그치지가 않았어. 난 눈물을 닦으며 말했어. “형. 지원이랑 어떻게..”

 

뒷말은 목이 메어 나오지 않았지만 형은 뒷말을 듣지 않아도 아는 듯 했고 말했어.

 

“너 수능날 다 같이 모여서 파티하고 밥 먹었잖아. 그때 시은이가 나한테 명함달라고 해서 명함을 줬었는데

 

너랑 시은이랑 헤어지고 몇 달 지나서 이메일로 연락이 오더라. 너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데 근황 좀 알려줄 수 있냐며.”

 

수능날이라면 우리가 헤어지기 1달전쯤. 그떄부터 시은이는 나와 헤어진 생각을 했었던 거였어. 그리고 헤어질때까지 수많은 날들을 혼자서 괴로워했겠지.

 

그 생각이 너무나 괴로워 연거푸 술만 마셨어. 테이블 위의 술이 다 떨어질때까지.

 

술이 다 떨어지고 나는 술을 더 시키고 형에게 말했어. “형. 처음부터 다 얘기해줘. 하나도 빠짐없이”

 

형은 고개를 끄덕였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어.

 

“3년전, 너와 시은이가 헤어지고 반 년정도 지났을 무렵 나한테 시은이에게 이메일이 왔어. 너가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된다는 내용이였지.

 

너 그때 시은이와 헤어지고 되게 많이 힘들어했잖아. 겉으로는 안 그런척 했지만. 그래서 시은이한테 너가 힘들어한다고 솔직하게 말했어. 혹시나 시은이가 돌아올까봐.

 

하지만 시은이는 너 걱정을 했지만 돌아온다고 하진 않더라. 돌아오면 너가 더 힘들거라고. 나에게 잘 부탁한다고 부탁할뿐.

 

아무튼 그때를 계기로 시은이는 너가 잘지내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주기적으로 나에게 메일을 보내서 물어보고 난 대답하고 그렇게 메일을 하게 됐어.”

 

술을 너무 마셔서인지 시은이 생각이 날 너무나 괴롭게해서인지 가슴은 너무나 아프고 답답해 난 밖을 나갔어.

 

길거리의 사람들은 행복한듯이 웃고 있었고 나는 한없이 괴로웠지. 담배 한 대를 펴고 형한테 다시 돌아와 말했어. “형 계속 얘기해줘”

 

형은 술을 술잔위에 따르고 말했어. “시은이는 일주일에 한번은 나에게 메일을 보내 너가 어떻게 지내는지, 행복한지 계속 물었고 나는 최대한 솔직하게 얘기했어.

 

나쁜짓 많이 한 나지만 널 사랑하는 시은이에게 거짓말을 하는건 너무나 못 된짓을 하는 것만 같아서.

 

그렇게 몇년간 시은이와 메일을 주고 받은 나는 시은이에게 정이 들었고 시은이에게 다른 사람 만나라고 말했지만

 

시은이는 너말고 다른 사람 만날 생각 없다고 하더라.”

 

시은이에게 너무나 미안한 나는 고개를 박으며 펑펑울었고 형도 마찬가지고 울고있었어.

 

형은 나에게 담배를 피자며 밖으로 나왔고 나와 형은 밖에 나와 같이 담배를 폈어. 밤이지만 후덥지근한 밖의 날씨는 날 더 괴롭게 했지.

 

난 형한테 물었어.”그렇게 몇년간 내 안부를 물은거야?” 형은 고개를 끄덕였어.

 

“내가 지원이와 사귀었을때도?” 형은 고개를 끄덕였어.

 

가슴이 아픈 나는 괜히 형한테 화풀이를 했어. 왜 나에게 얘길 안 했냐고. 왜 결혼을 앞둔 지금에서야 이야기를 하냐고.

 

형은 울면서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화가 풀리지가 않았어. 지금 생각하면 형이 잘못한건 하나도 없었지.

 

그저 형에게 자기가 형과 연락한다는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는 시은이얘기를 따른것 뿐이니까.

 

하지만 그때의 나는 형에게 화가 풀리지 않았고 화내면서 형한테 얘기했어. “시은이가 아픈건 어떻게 안거야.”

 

형은 말했어. “한동안 메일이 안오다가 몇달전에 메일이 왔어. 너의 안부를 묻는 내용은 없었고 그저 나보고 널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였어.”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형환테 말했어. “메일이 마지막이라는 거지. 아프다는 내용은 없었잖아. 형이 너무 비약한거 아니야?”

 

형은 고개를 저었고 말했어. “나도 처음엔 그저 시은이가 드디어 널 잊고 살아가려 한다고 생각한줄로만 알았지만 아니야..”

 

난 헛움음을 지으면서 말했어. “무슨말이야 형. 뭐가 아니라는 건데?”

 

형은 고개를 내리고 말했지. ” 그 메일을 받고 며칠후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지인들한테 부탁해 조사해봤는데 지원이 입원했어.”

 

“어느 병원.. 유명한데야? 존홉? 메사추세츠? 클리블랜드? 메이오?” 나는 미국의 유명한 병원이란 병원은 말했지만 형은 계속 고개를 저었고 말했어.

 

“..호스피스.”

 

호스피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고통없이 죽을 수 있게 도와주는 병원. 내가 지원이와 미래를 준비하고 행복해 있는 동안 시은이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어.

 

난 내가 너무나도 미웠어. 그저 시은이가 행복하게 잘 살거라고만 생각했으니까. 아니 그렇게 자위를 한거였지.

 

시은이 생각을 하면 내가 괴로우니까. 내가 힘드니까. 난 결국 이기적인 놈이였던거야.

 

나는 괜히 형에게 욕을하며 화풀이를 했고 나오려고 하는 눈물을 참고 혼자있을곳을 찾다가 근처 성당으로 들어갔어.

 

성당에 들어가 한참을 울고 기도했어. 제발 시은이를 살려달라고.

 

내 목숨 100번 바쳐도 좋으니까. 시은이를 제발 살려달라고. 만약 하느님이 있다면 어이없었을거야. 성당도 안다니는 놈이 갑자기와서 기도를 하니.

 

하지만 나는 너무나 간절했어. 시은이가 죽는다는것. 상상도 못했기때문에. 상상조차 하기 싫었기때문에.

 

한참을 울고 기도하다가 눈물콧물 범벅인 얼굴을 닦고 성당밖을 나갔어.

 

집으로 가는 길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했어. 많이 망설였지. 하지만 확실한건 예전처럼 망설이고 고민할 시간조차도 없었어.

 

하루 멍설이고 고민한다는 뜻은 시은이를 하루 더 볼날이 없어진다는 뜻이니까.

 

결정해야했어. 시은이를 보러 미국에 가야할지. 아니면 시은이를 잊은채 이대로 탄탄대로 합격한 직장다니면서 지원이와 결혼을 하고 살아갈지.

 

확실히 시은이를 보러가면 잃을게 많았어. 어렵게 잡은 직장도 놓치게 되고, 또다시 지원이를 아프게 할게 뻔했지.

 

하지만.. 시은이를 보러가지 않으면 평생. 신문할배처럼 후회하며 인생을 살아갈게 뻔했지.

 

내 목숨을 살려주고, 사랑을 알려주고, 살 희망을 준 시은이의 마지막을 보지 않은걸.

 

집에 도착한 나는 더이상의 고민도 하지 않고 내 방으로 달려가 캐리어에 며칠 아니 얼마나 될지 모르는 긴 여행의 짐을 담았어.

 

소란스런 소리에 잠에서 깬 여동생은 지원이와 여행가냐고 물었고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 나만 아프면 되는걸 내 여동생까지 아프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

 

컴퓨털르 켜고 비행기표를 예매하려 했는데 동부 서부행이 나누어져 있었고 나는 망설임없이 형한테 전화를 했어.

 

늦은 시간 이였고 형에게 몇시간전 욕을하며 화풀이를 했었지만 그런거 신경쓸 여유조차 없었지. 한시가 급했으니까.

 

수화음이 얼마 가지 않아 형은 전화를 받았고 나는 곧장 말했어. “형 시은이 있는 곳 어디야. 동부 서부.”

 

형은 다시 한번 말하라고 말했고 마음이 급한 나는 크게 말했어 “동부 서부중 어디냐고” 형은 말했지. “근데 너 비자는 있어?”

 

비자. 있을리가 없었지. 해외에 나가본적도 없었으니.

 

형은 비행기 예약은 자신이 할테니 나보고 애야할 일들을 하라고 말했고 전화를 끊었어.

 

난 한시가 급했지만 오히려 한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어. 남은 기간동안 해야할일들을 할 수 있으니.

 

지금 상태로 아무생각없이 시은이를 만나러 갔다가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울기만 할테고. 지원이와 만나 얘기도 해야하고.

 

난 책상위에 앉아 노트를 펴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적었어.

 

첫째로 미국비자를 만들어야 됐고, 두번째로 시은이를 만나서 어떻게 해야할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을 해야됬어.

 

마지막 세번째. 제일 힘든일. 지원이에게 말하기.

 

어느새 해는 뜨고 나는 다시 서울대입구역으로 내려갔어. 여권사진을 찍기 위해서 였어. 나는 여권도 비자도 없는 채로 미국에 가려했었던 거였지.

 

사진을 찍고 나는 미국에 여행갔다온적이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어. 그리고 미국비자를 받는 법을 물어봤지.

 

그 날밤이 되고 내가 해야 할일들을 대강 다 끝냈어. 이제 남은 일들은 여권이 올때까지 비자를 받을때까지 기다리는 일.

 

하지만 제일 큰 일이 있었어. 지원이에게 이 사실들을 말하기.

 

전 날밤에는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 지원이에게 사실들을 얘기하는 걸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시간이 많이 남자 막막했어.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뜻은 고민할 시간도 많다는 뜻이고 고민을 많이 할수록 나만 괴로우니까.

 

남은시간동안 지원이를 속일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간이 있는데도 지원이에게 말을 하지 않고 미국에 갈 수도 없었고.

 

나는 결심을 하고 꺼놓았던 핸드폰을 켜고 지원이에게 전화를 걸었어. 지원이는 말했지. “오빠 하루종일 핸드폰도 꺼놓고 뭐했어. 바람핀건 아니지?”

 

지원이는 평소처럼 농담도 하고 밝은 목소리였고, 나는 말해야했어. 시은이를 만나러 미국에 간다고.

 

이 얘기를 전화로 하는건 옳지 않은 일 같아서 나는 말했어. “지원아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잠깐 만날래?” 지원이는 알겠다 말하며 전화를 끊었어.

 

지하철을 타고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가는데 사실들을 말하기로 내 마음을 먹었는데도 계속 망설여졌어. 이게 옳은 일인지.

 

결론을 내지 못한태로 만나기로한 장소에 도착했고, 역앞에 있는 지원이를 만났어. 지원이는 날 보자 웃었고 나도 애써 웃었지. 하지만 환하게 웃지는 못했어.

 

지원이는 근처에서 밥이나 먹자고 말했지만 나는 더이상 지원이와 같이 있는게 괴로웠고 나도 모르게 내입은 말했어. “시은이. 아프대”

 

지원이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날 멍하니 쳐다보았고 나는 말했어. “시은이 얼마 안남았대”

 

지원이 앞에서 시은이때문에 울기 싫어 나는 입술을 깨물었고 나오려는 울음을 참았어. 근데 오히려 지원이가 울고있었어.

 

나에게 화를 내거나 욕을 할줄 알았지만 지원이가 울거라곤 예상치 못한 반응이였지. 지원이는 말했어. “얼마나 남았대?”

 

나는 모른다고 말했고 지원이는 눈물을 닦았지만 계속 눈물을 흘렸어. 어쩌면 나보다 더 슬퍼하는것 같았지.

 

나중에 지원이한테 그때 왜 그렇게 울었냐고 물으니까 그러더라.

 

시은이를 1번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그 1번의 만남에 서로 마음을 열고 진실하게 얘기를 했고 서로 어떤삶을 지냈는지 아니까 10년친구처럼 가깝게 느꼈다고.

 

지원이는 울음을 그치고 말했어. “시은언니 만나러 갈꺼지?”

 

나는 고개를 그덕였고 미안하다 말했어. 지원이는 그런 나에게 말했지.

 

괜찮다고. 결혼 조금 늦게 해도 상관없으니까 시은이 마지막까지 보고 천천히 오라고. 그리고 마음정리하고 다시 나한테 전화해달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지원이를 한참을 안고 헤어졌어.

 

다음날이 되고 나는 바쁘게 지냈어. 시은이가 다니는 병원과 그 주변에 대해 조사하고, 비자도 받고, 시은이와 해야할 일들을 적고.

 

해야할일들을 적으면서 우리가 지내왔던 추억들을 회상하고 이 일들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너무나 아팠어.

 

하지만 울지는 않았어. 마지막은 기쁘게 보내주고 싶었으니까. 바보같은 난 한 번 울기 시작하면 계속울테니.

 

그렇게 시간이 지나 여권도 발급받고 미국비자도 받은 나는 형한테 부탁해 비행기표를 예매했어.

 

형한테 이미 수없이 많은 도움을 받아 자존심때문이라도 더이상 도움을 받기는 정말 죽기보다 싫었지만 어른이라도 사회인이 아니었던 당시의 나는

 

또다시 형의 도움을 받을수 밖에 없었지.

 

출발 전날 형은 나를 주변 술집으로 불렀고 우리는 술을 마셨어. 나도 형도 말없이 줄창 술만 마셨지.

 

다음날 오전 비행기였던 나는 형한테 이제 집에 가서 잔다고 말하고 일어서는데 형은 가슴속에 흰봉투를 꺼내 나에게 주었어.

 

조명이 어두워 안에 뭐가 있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았어. 돈이였지. 그것도 봉투가 가즉찰만큼의 큰 돈.

 

나는 모른척 그 돈을 받았어. 나는 그런 형이 너무나 말도 못 할 만큼 고마웠지만 고맙다 말하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고개만 숙이고 그 자리에 빠져나왔어.

 

집에 도착해 억지로 자려고 침대에 누웠고 2가지를 다짐했어.

 

첫번째 형의 은혜를 내가 죽을때까지 잊지말고 다 갚자. 그리고 두번째 시은이의 마지막만큼은 행복하게 해주자.

 

다음날이 되고 나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났고 나갈준비를 했어.

 

모든 준비를 끝내고 집을 나가기 전 여동생방에 들어가 책상위에 내가 없을때 쓸돈을 올려놓고 자고있는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고 방을 나갔어.

 

여동생에게 모든 사실들을 말할까 생각했지만 역시난 말을 안하는게 나을것만 같았지.

 

물론 나중에 모든 사실들을 말할때 동생은 말을 하지 않은 나를 원망하겠지만 나만아프면 됬지 여동생까지 아프게 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신문할배 돌아가셨을때 어린 여동생은 나보다 많이 힘들어 했었는데 만약 시은이도 죽게되면 여동생은 말도 못할만큼 괴로워할테니.

 

나는 여동생 방을 나와 인천공항으로 향했어.

 

인천공항 예전에 왔던 것처럼 크고 사람이 많았어. 하지만 나와 상황들은 달라져 있었어.

 

처음에 시은이를 만나기 위해 간 장소였지만 이제는 시은이의 마지막을 보기위해 들려야 되는 것이 되버렸지.

 

나는 예약해둔 표를 발권을 받고 공항안으로 들어갔어.

 

아주 어렸을때 제주도에 갔었지만 너무 어렸을때라 기억이 잘 안나 사실상 첫 비행이였지만 떨리거나 설레지가 않았어.

 

기다림에 지친 나는 그냐 빨리 시은이를 보고싶을뿐이였지. 그 큰 면세점을 보는 듯 마는 듯 나옸고 나는 타야 할 게이트 앞에 앉아 출발시간만을 기다렸어.

 

기다리는 동안 답답해 몇번이나 흡연실을 왔다 갔는지.

 

출발시간이 되 나는 비행기 안 내 자리를 앉았어.

 

자리에 앉아서 곧장 자려했는데 당연히 잠은 안오고 시은이와 해야할 일들은 적은 노트를 꺼냈어. 수도 없이 그 노트를 봤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나 불안해서

 

기내식을 먹고 비행기의 불이 꺼지고 나는 억지로 잠을 자니 어느샌가 미국에 도착했고 나는 서둘러 공항밖을 빠져나갔어.

 

이제는 해맬시간조차 없었어. 시은이와 보낼시간은 한정되 있으니까.

 

미리 알아본 공항버스를 타고 병원근처에 내려 택시를 탔어. 택시를 타기에는 먼거리이고 미국 택시비는 비싸지만 상관없었어.

 

시간이 지날수록 곧 시은이를 만난다는 생각에 점점 가슴은 뛰기 시작했고 난 침착하려 애썼어.

 

택시가 병원앞에 서고 나는 시은이가 병원안에 들어갔어. 그리고 안내원에게 말했지. xxx병실에 있는 시은이를 보러왔다고.

 

그 안내원은 무슨 관계냐 물었고 나는 한참을 생각하고 오랜 친구라고 말했어. 안내원은 잠시 앉아 기다리라 말하고 나는 자리에 앉았어.

 

자리에 앉아 주변사람들을 봤는데 그들은 병원 홈페이지 사이트 사진처럼 웃고있었어. 병원도 익숙했지. 매일 그 병원 사이트를 봤으니까.

 

얼마나 기다렸을까 멀리서 시은이의 모습이 보였어. 시은이는 날 못봤는지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과 같이 내 쪽으로 오고있었지.

 

시은이를 보자 그동안 계속 참았던 내 눈엔 눈물이 흘렸어. 그동안 시은이를 봐도 울지 않기로 수없이 다짐했건만 이미 참을 수 없을 정도롤 울고있었지.

 

시은이는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며 내 쪽으로 오고 있었고 나와 눈이 마주쳤어.

 

나와 눈이 마주친 시은이는 걸었던 발걸음을 멈추고 울기 시작했지. 옆의 어머니는 왜 우냐고 묻는것 같았지만 시은이는 계속 울고 있었어.

 

더이상 시은이를 보고만 있기는 싫어 나는 시은이가 있는쪽으로 걸어갔어. 시은이도 날 보고 나에게 오고 있었지.

 

우리는 서로를 향해 걷고 있다가 어느샌가 뛰고있었고 나는 서로를 껴안았어.

 

시은이를 안자마자 나는 더 서럽게 울었고 시은이도 그런듯했어.

 

시은이에게 보고싶다는 말을 하려 했지만 목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고 그저 나는 울었어.

 

한참을 껴안고 우리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지. 시은이는 곧 죽을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얼굴이 좋아보였어.

 

그저 나는 시은이가 곧 죽는다는이 현실이 너무나 미웠지.

 

시은이는 그런 나에게 말했어.

 

“잘지냈어?”

 

 

 

글이 또 일주일이나 늦어졌네. 내 글 기다린 게이들한테 너무나 미안해.

 

변명을 하자면 최대한 빨리 쓰려했지만 처음글쓸때와 달리 글이 쓰지지 않았어. 너무나 기억이 생생해서. 그래서 가슴이 아파서.

 

사실 조금 솔직하게 말하자면 더이상 쓰고싶지 않았어.슬퍼서 혼자서 울다가 오늘 잠깐 일베에 들어갔는데

 

구라칠게 생각이 안나서 늦는다는 등. 가슴 아프단 새끼가 일베나 쳐하고 있다는등. 빨리 소설 올리라는 등 그런 댓글들을 보고.

 

일베 험한건 5년째 일베를 하고 있는 내가 잘 알고 인증하기 전에 그런 댓글들을 많이 봐 지금은 그런 댓글들을 봐도 그렇게 가슴이 아프진 않지만

 

내 글 지금까지 읽고 조언해준 게이들의 아이디가 그런 댓글들을 다는걸 보고 진짜 뒷통수 맞은 느낌이였어.

 

내 글 지금까지 읽은 게이들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그래도 형처럼 친구처럼 생각했는데 그렇게 배신하니 조금 서운하더라..

 

일베에 의리같은거 바라는건 아닌데 그래도 내 글 읽고 조언해주고 잘보고 있다 이런 댓글 달아준게이들이 그런 댓글을 달다니 솔직히 지금 충격이 커.

 

주작설 같은건 이젠 대수롭지 않은데 어떻게 지금까지 내 이야기를 다 듣고도 다 보고도 막장테크라고 말을 하냐.

 

막장테크..

 

솔직히 더이상 쓰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끝까지 올리기로 약속했으니까 끝까지 올릴께.

 

그중에 정말로 진심으로 조언해주는 게이도 응원해주는 게이도 많을거라 믿고.

 

그제 25편의 글. 긴 이글을 본 게이들한테 바라는건 주작이라 생각해도 좋고 저격해도 좋아

 

하지만 부탁하나만 하자면 막장테크니, 감성팔이니 같은 말은 안했으면 좋겠어.

 

부탁할께.

 

 

말이 길었네. 미안하고 다음 글 올릴께.

 

 

 

 

 

 

 

 

 

 

시은이와 한참을 안으며 울었어.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라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느껴졌지만 그런 시선따위 신경쓸 여유가 없었지.

 

아무리 사람들 신경을 많이 쓰는 나지만. 우리는 한참을 울고 서로를 안으면서 서로를 바라보았어.

 

시은이는 처음 만났을떄처럼 긴머리도 커다란 눈도 새하얀 피부도 모든게 그대로였어.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그런 시은이가 곧 죽는다는 거겠지. 이제는 정말로 더이상의 1%의 희망이 없는채로.

 

나는 시은이의 얼굴을 보며 그동안 보고싶었다는 말을 하려 했지만 목이 막혀 말은 나오지 않았고 그저 울면서 시은이를 쳐다만 보았어.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을 하려해도 시은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은 진정되지가 않았어.

 

그런 나에게 시은이가 먼저 말했지. “잘지냈어?”

 

잘지냈냐는 시은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시은이는 다시 날 끌어안고 말했어. “다행이다.”

 

시은이는 나와 헤어지고 혼자서 괴로워하고 몸도 안좋아져서 많이 힘들었을텐데 그런 시은이는 날 먼저 생각할 뿐이였어.

 

나는 다시 시은이를 끌어안았지. 너무나 미안하고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시은이를. 내 목숨보다 사랑하는 시은이를.

 

시은이를 끌어안으며 눈을 뜨니 내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어.

 

나와 시은이의 모습을 울면서 바라보는 파란눈의 외국인들. 흐뭇하게 바라보는 외국인. 그리고 시은이 뒤에 있는 몹시 낯이 익는 중년부부.

 

처음에 몹시 낯이 익어 내가 아는 사람인가 했는데 중년 남성을 보자 기억이 났어. 병원에서 나를 때린사람. 그리고 시은이를 포기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한 사람.

 

시은이 아버님이셨지. 옆에 있는 시은이를 닮은 중년 여성은 날 위로해준 시은이 어머님이시고.

 

난 시은이를 안은 손을 풀고 아버님,어머님께 인사를 드렸어.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xxx입니다.”

 

어머님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웃으며 내게 인사해주셨고 아버님은 무표정으로 내 인사를 받으셨어.

 

내 인사를 받으신 어머님은 나에게 말했어. “아침 안먹었으면 같이 아침먹을래요? 우리도 먹을 참이였는데.”

 

그러고보니 아침비행기로 미국 도착했을때 해가 뜨고 있었으니까 그때 시간이 아침시간이였어.

 

아버님이랑 같이 밥을 먹는게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시은이와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었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같이 식당으로 갔어.

 

식당으로 가 아침을 먹는데 병원이라 믿기지 않을만큼 음식이 꽤 많았어. 그중에는 베이컨도 있었지.

 

나는 그나마 친한 어머니한테 말했어. “시은이 몸도 안좋은데 이런 음식 먹어도 돼요?”

 

시은이 어머님은 말했어. “원래.. 먹으면 안되지만. 호스피스는 왠만하면 음식가지고 통제 안하거든..”

 

그제서야 실감이 나더라. 시은이가 몸이 많이 안좋은게. 이젠 식단관리가 의미없을만큼.

 

나는 다시 우울해졌지만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 “시은이 좋겠네. 이런 음식도 실컷먹고. 너 먹는게 되게 좋아하잖아.”

 

내 말을 듣고 시은이는 웃었어. 그게 너무나 가슴이 아팠지. 내 말에 웃는 시은이가.

 

어머님,아버님과 나와 시은이는 웃으면서 같이 밥을 먹었어. 무뚝뚝한 아버님이 제일 걱정이였지만 아버님도 웃으면서 대화를 계속 했지.

 

비록 그 웃음이 가짜 웃음이란걸 나는 알고있었지만.

 

우리는 같이 밥을 먹고 주변 공원에서 산책을 했어. 공원이라도 호스피스 공원인만큼 휠체어나 링거를 꽃고있는 환자들이 많았어.

 

하지만 그 중 하나가 시은이라는게 너무나 가슴이 아팠지.당시 시은이는 시한부삶을 가졌다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건강해 보였거든..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도.

 

어머님이 우리를 배려하기 위해서인지 어머님은 아버님이랑 잠깐 일이 생겨 나갔다오신다 말씀하셨고 어느새 공원에는 나와 시은이뿐밖에 없었어.

 

그토록 바래고 바랬던 시은이가 바로 내 옆에 있었는데 나는 어색하고 시은이한테 너무나 미안해 아무 말도 못하고 엑윽대고 있는데 시은이가 먼저 말을 꺼냈어.

 

“어떻게 지냈어?” 여전히 시은이는 웃으면서 내게 말을 걸었지.

 

시은이와 헤어지고 난 후의 나는 지원이를 만나고, 대기업에 합격했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그것을 다 말하기에는 너무나 망설여졌어.

 

내가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는 동안 시은이는 병으로 아파하고, 나때문에 가슴아파했을테니까.

 

하지만 나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마음을 먹었어. 어차피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형한테 사연을 들어서 잘 알테고 웃는 시은이 얼굴을 바꾸고 싶지 않았으니까.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이야기를 했어. 잠깐 내가 미대생과 사귀었다는 얘기, 지원이와 다시 만나게 된 얘기 등등.

 

지원이는 웃고 질문하면서 내 이야기를 맞장구 쳐주었고 나는 내가 행복하게 지낸거 같아 가슴이 너무나 아팠지만 나도 웃으면서 얘기를 계속 했어.

 

내 표정이 어두워지면 시은이 표정도 어두워질테니.

 

나는 웃으며 내 이야기를 마무리 했고 시은이는 다시 물었어. “내가 있는곳 어떻게 온거야?”

 

시은이와 형이 이메일을 보낸건 서로 비밀로 했기때문에 형의 입장이 난처해질것 같아서 여차여차해서 왔다고 거짓말을 하려 했는데 그런생각이 들더라.

 

나는 끝까지 시은이한테 거짓말을 하려 하구나.

 

시은이는 날 처음 만났을때부터 진심으로 대했는데 나는 시은이가 얼마후면 이 세상에 없는데 거짓말을 하려하구나.

 

나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심했고 형이 말해서 왔다고 말했고, 시은이는 말했어. “미안해.”

 

나는 뭐가 미안하냐고 물었고 시은이는 말했어. “우리 헤어졌을때 서로 안부도 묻지 않고 행복하기로 했었잖아. 진작 내가 말한 내가 못 지켰네.”

 

그 말을 하면서 시은이는 웃었지만 나는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울고말았어.

 

시은이는 계속 미안하다고 나를 달랬고 나는 그런말 하는 시은이때문에 더 울고말았지.

 

시은이는 언제나 그랬어. 내가 잘못한 일도 별것 아닌일도 언제나 나에게 먼저 사과를 했어. 언제나 언제나.

 

내가 시은이와 이메일을 했을때 시은이는 자기가 아파서 미안하다 사과를 했고,

 

내가 지원이를 만났을때도 시은이는 자기가 신경쓰지 못해서 미안하다 사과를 했어.

 

시은이는 언제나 나에게 사과를 했지. 자기 마음을 숨긴채. 내 마음을 먼저 생각을 한채.

 

내가 계속 울자 시은이도 나를 따라서 울기 시작했고 우리는 서로 안은채 울었어. 그 상황이 얼마나 싫었는지.

 

10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내가 시은이에 대한 내 감정을 깨닫고, 지금까지 내가 시은이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깨달았는데

 

시은이와 서로 안으며 울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다음달. 내일. 1시간 후일수도 있었으니까. 시은이와 이제 작별을 해야하니까.

 

우리는 서로 한참을 울고 눈물을 그쳤고 시은이는 다시 웃으며 말했어. “울었더니 배고프다. 우리 밥이나 먹자.”

 

한참을 울다가 갑자기 배고프다는 시은이의 말에 나는 웃었고 말했어. “그래.”

 

우리는 서로 농담도 하고 웃으면서 밥을 먹었어. 2002년 그날처럼. 다른점이 있다면 내가 시은이가 곧 죽는다는걸 알면서 인지한 상태라는 거겠지.

 

우리는 밥을 먹고 다시 공원을 산책하다가 간호사가 시은이를 불렀고 시은이는 병원으로 불려갔어. 시은이는 떠나면서 말했어. “이젠 내 곁 떠나지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시은이는 내 볼에 입을 맞추고 병원을 향했어. 시은이가 내 시야에 사라지고 난 또 바보처럼 한참을 울었지. 숨쉬는것조차도 괴로웠으니까.

 

나는 울음을 그치고 나도 병원으로 향했어. 할일이 있었거든. 병원 카운터에 가서 시은이의 담담의사가 있는곳을 찾았고 그 의사가 일하는 진료실에 들어갔어.

 

그리고 말했지. 시은이 현재 증상 어떻게 되냐고. 의사는 챠트를 꺼냈고 내게 시은이의 현상을 설명했어.

 

의사가 하는 말이 영어고, 가물가물한 의학용어가 난무했지만 나는 의사의 말을 집중해서 들었고 의사가 하는 말을 다 이해했어.

 

애초에 의대 입학하고 예과1때 시은이의 장기에 관련된 서적은 선배나 교수님한테 물어가면서 공부를 했으니까.

 

의사의 설명을 들으니 기적이 없는한 시은이가 살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어. 혹시나 하는 기대가 사라지고 나는 현실에 마주하자 다짐했지.

 

나는 ct챠트를 가리키면서 물었어. 지금 그 상태면 얼마나 사냐고. 의사는 말했지. 6개월에서 1년이라고.

 

6개월에서 1년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충분히 긴 시간이였어. 시은이와 난 실제로 만난 기간은 1년 조금 넘으니까.

 

시은이와의 남은 시간을 잘 보내자 다짐하고 의사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일어서는데 의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어. 자기 말을 내가 착각한것 같다고.

 

난 무슨 말이냐고 물었고 의사는 말했어. “ct촬영은 반년전에 했어요.”

 

난 이해가 안됬어. 아니 이해를 안하려고 노력했지. 그런 의사는 내게 쐐기를 박으면서 말했어. 이제 최대 반년이라고.

 

말이 최대 반년이지 의대생이였던 난 알았거든.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최대한 사는 케이스는 잘 없다는걸. 대부분 시한부선고 내에 혹은 그 이전에 죽으니까.

 

물론 선고후에 사는 경우가 심심찮게 많지만 시은이한테 해당이 되진 않았어. 왜냐하면 시은이는 병원이 아니라 호스피스에 입원을 했으니까.

 

병과 싸우기 보다는 타협하며 고통을 절감하는 치료를 받고 있으니까.

 

나는 노의사한테 인사를 하지 못한채 병원을 빠져나왔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어. 시은이는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란걸 인지하기가 너무나 힘들었지.

 

멍하니 앉아있다보니 내 핸드폰에는 시은이와 만나기로 한 시간에 알람이 울리고 나는 정신을 차리고 시은이에게 갔어.

 

시은이를 나를 보자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나도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어. 마음은 전혀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나와 시은이는 웃으며 이야기를 했고 난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어. 시은이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머리속에는 시은이의 남은 날 생각뿐이였으니까.

 

어느새 시간은 지나 밤이 되었고 어느새 내 옆에는 시은이 부모님이 계셨어. 그리고 시은이 어머님이 말하셨어. “시간도 늦었는데 내일 다시 오자.”

 

어느새 밤이 된 상태였던거지. 1분1초가 소중한 그때 나는 멍하니 있었던거야. 그 생각에 더이상 시간을 허투로 쓰기 싫어 안가려 했지만 어쩔수가 없었어.

 

나는 시은이에게 내일 다시 온다 말하고 어머님 아버님과 문밖을 나가는데 시은이는 말했어. “슬퍼하지마. 난 지금 널 보고있는것만으로 행복한걸.”

 

그 말을 듣고 눈물이 나올꺼 같아 시은이에게 잘자라고 이마에 키스를 하고 문밖을 나갔어.

 

시은이는 알고있었던거야. 내가 겉으로 티는 안냈어도 슬퍼하고 있었다는 걸.

 

아버님은 나에게 말씀하셨어. “혹시 호텔 예약했나?” 난 그런거 신경쓸 여를 없이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곧장 왔기때문에 예약한곳이 없었고 그렇게 말하니

 

아버님은 당연하다시피 당신의 집으로 데려가셨어. 나는 조금 불편했지만 시은이가 산곳이 궁금했기때문에 나도 말없이 그 차에 몸을 실었어.

 

한참을 차를 타고 달려가서 시은이의 집에 도착했어. 집은 2층집이였지만 그렇게 크진 않았고 미국영화에서 보던거처럼 평범한 가정집이였어.

 

지금 생각해보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집에 들어서자 시은이의 향기가 났어. 그 포근하고 집에 온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그 향기. 그리운 향기.

 

나와 시은이 부모님은 밥을 먹었고 어색하게 대화를 이어갔어.

 

어머님과 나는 어떻게든 즐거운 분위기에 밥을 먹으려고 대화를 이어갔지만 아버님은 아무 말씀 안하셨고 식사를 마쳤어.

 

밥을 다먹고 설거지를 도우려 했지만 어머님은 날 말리셨고 할게 없는 나는 집밖의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면서 노트를 꺼냈어.

 

시은이와 할일을 적어놓은 노트. 쓸때 나름 진지하게 썼지만 다시 보니 할수 있는게 없었어. 진작 시은이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내일 아니 어쩌면 내가 담배를 피고있는 지금 죽을지도 모르니까. 노트를 찢어버리고 머리를 박고 나오려는 울음을 참고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

 

담배를 물고 있는 아버님이셨지. 나는 자리에 일어나서 아버님에게 인사를 드렸고 집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아버님이 말씀하셨어. 괜찮으면 한대 더피고 가라고.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었지. 내가 담배를 맛있게 피자 아버님은 말씀하셨어. “너 언제부터 담배폈냐? 원래 안폈잖아.”

 

곰곰히 생각해보니 담배를 피게된 계기는 보라매병원에서 아버님이 담배를 준게 계기였어.

 

난 소심하게 “그때 그 병원 앞에서…”라고 말했고 아버님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어.

 

“아 그랬나. 괜히 미안하네. 안 좋은거 알려주고.”나도 아버님따라 웃었고 금방 다시 분위기는 차가워졌지.

 

아버님은 다시 말씀하셨어. “미안하네.” 나는 괜찮다고 어차피 군대에서 배웠을거라고 말했는데 아버님은 말씀하셨어.

 

“아니. 그거 말고. 그때 자네한테 심하게 말했던거.” 난 아무말 못했고 아버님은 말씀하셨어.

 

“그때 자네때문에 우리 시은이가 아파한다고 화를 냈지만 그런게 아니였어. 시은이는 자네를 위해 열심히 치료도 받고 지금까지 살게 된거야.

 

시은이 원래 성인이 되기 전에 죽을꺼라고 아주 조그마할때부터 의사한테 들었거든. 하지만 자네를 만나게 되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게 된거야.

 

정말로. 고맙네.”

 

나는 차가운줄로만 알았던 아버님의 말씀에 마음이 녹아내렸고 아버님은 계속 말씀하셨어.

 

“그러니 시은이가 지금 아프다고 절대로 자책하거나 슬퍼하지 말게.

 

나도 내 마누라도 마찬가지지만 정말로 자네덕분에 시은이는 지금까지 살게 된거야. 그것도 행복하게.

 

아마 시은이도 마찬가지일걸세. 내 딸이니까 내가 잘 알아. 그러니까 자책하지 말고 시은이와 마지막을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버님은 내 어깨를 몇번 치고 돌아가셨어. 너무나 감사했지. 나를 탓하기는 커녕 시은이를 행복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니까.

 

아마 아버님의 그 말씀이 없었으면 지금 내가 이자리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담배한대를 더 피고 방으로 올라갔어. 침대가 있는 방이 없어 시은이가 쓰던 방을 썼는데 시은이 향기에 오히려 더 가슴이 아팠어.

 

그리고… 시은이 방에는 내 사진이 붙여져 있었어. 그것도 누군가가 찍어준듯한 사진. 형이 찍은 사진이였어.

 

대학합격잔치를 하던 사진. 내가 처음 파마를 하고 찍은 사진. 여동생과 같이 찍은 사진. 그리고 월드컵때 광화문에서 서로 입을 맞추고 찍은 사진.

 

진작 나는 지원이와 사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은이와의 사진을 떼고 장롱 깊숙한 곳에 박았건만. 시은이는 그 때묻은 사진을 간직하고 있었어.

 

10년이 가까이 지난 그 사진을.

 

너무나 너무나 현실이 싫더라. 그런 시은이를 곧 떠난다는 사실. 시은이가 아파하는 동안 난 지원이와 행복하게 지냈다는 사실들이.

 

난 가슴이 너무나 아파서 한참을 흐느끼며 울었어. 내가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면서. 그리고 기도했지. 제발 나와 시은이의 목숨을 맞바꾸어주라고.

 

충분히 한국에서 마음을 먹었다고 생각을 했지만 난 전혀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

 

잠을 자지 못한채로 한참을 기도하고 후회하고 자책을 하니 해는 밝아져 있었고 나는 거실로 내려가 아침밥을 만들었어.

 

정신을 다른곳에 두고 싶기도 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밥을먹고 시은이에게 가고 싶어서.

 

밥을 다 만들고 일부러 소리를 내서 어머님 아버님을 깨웠고 밥을 먹었어.

 

어머님과 아버님이 말을 거셨지만 내 머리속에는 시은이 생각뿐이였어. 만나서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을 했는데 도저히 좋은생각이 안나더라.

 

노트에 시은이와 할일을 수십개를 적었지만 얼마 안남을 시은이의 날에 쓰잘때기 없는것들 뿐이였고

 

지금 상황에 맞는 할일들을 하려했지만 생각이 나지 않았어.

 

밥을 먹고 씻고 생각을 하니 어머님과 아버님은 준비를 다하시고 밖에 나가있으셨고 나는 차를 탔어.

 

차를 타면서 현재 상황을 정리했어. 첫째로 시은이는 얼마 안남은 상태였어. 두번째로는 병원에서 할수있는게 한정되어 있다는 거였지.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나는 시은이와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정리를 해야했어.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수 있게. 나한테도 시은이한테도.

 

어느새 나는 병원에 도착했고 시은이에게 갔어. 시은이는 나를 보자 웃으며 반가워했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나도 웃었지. 걱정했거든. 혹시나 죽지는 않았을까.

 

어머님과 아버님은 잠깐 얘기를 하다가 우리때문에인지 자리를 피하셨고 나는 또다시 시은이와 둘이 되었어.

 

전날 시은이의 상태를 들었을때 멍하니 얘기를 들었지만 그날은 그러지 않았어. 1분 1초가 소중한 시간이니까. 추억이니까.

 

우리는 서로 못했던 얘기들을 하고 웃으면서 서로의 눈을 마주쳤어. 시은이는 계속 웃고있었지.

 

얘기를 하다가 서로 찍은 사진얘기가 나왔고 시은이는 서랍에서 앨범을 꺼내서 나에게 보여주었어. 나와 찍은 사진뿐이였지.

 

중학교 2학년때 같이 찍은 스티커사진도, 월드컵때 찍은 사진도, 재수할때 찍은 사진도 다 있었어. 사진 밑에는 시은이의 글귀가 적혀있었어.

 

스티커사진뒤에는 ‘행복했던 여름 어느날.” 월드컵때 신문할배집에서 다같이 찍은 사진은 “사랑하는 남자와 월드컵을 보면서 그리고 첫키스.” 라고 쓰여져있었어.

 

그리고 어느새 앨범의 페이지는 얼마 남지 않았고 마지막 사진이 있었어. 마지막 사진은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찍은 사진. 그리고 사진뒤에는 이렇게 쓰여있었어.

 

‘언젠가 xx이랑 다시 부산에 갈수 있을까?’ 그 글귀를 보고 나는 시은이에게 말했어.

 

“가자.” 시은이는 어딜가냐 물었고 말했고 나는 시은이의 손을 잡고 일어선채 말했어.

 

“어디긴 부산이지.”

 

 

 

 

 

브금은 김형중의 오늘의 운세라는 곡이야.

 

타이틀곡이 아니라서 많은 게이들이 이 곡을 모를것 같네. 브금스토어에 이곡이 없어 직접 컨버트해서 올렸는데 잘 올라갔는지 모르겠다.

 

잘 안나오면 수정해서 다시 올릴께.

 

그리고 막장테크라고 짤방에 올렸던 게이 0렙됬던데… 미안하다. 나때문에 0렙되고.

 

게이들한테 배신감이 컸다고 아까 썼지만 사실 그보다 고마운 마음이 더 커. 이 긴글을 많은 게이들이 읽어주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으니까.

 

덕분에 새 삶을 살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됬으니까.  사실.. 이번에 결혼날자가 잡혔어.

 

누군지는.. 아마 알겠지? 글의 마지막에 다 쓸게. 괜찮다면 글 조언해준 게이들이나 몇몇게이들 초대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물론 축의금 바라지도 않는다.ㅎㅎ

 

난 괜찮은데 만약 하게되면 친목벤이라고 게이들 벤먹을지 모르겠다.

 

게이들 생각은 어떤지 댓글 남겨줬으면 좋겠다.

 

다시 말하지만 글이 늦어서 미안하고 좋은 밤 보내라

 

글을 못올리는동안 많은 일이있었어.

 

갑작스럽게 결혼도 했고, 신혼여행도 가고.  새로운 직장을 다니게 되고.

 

시간이 없었던건 아니였어. 사실.

 

쓰려고 했는데 결혼식때 들통났어. 이 글을 쓴걸.

 

다행히 몇명안되고 절친이라서 그다지 걱정은 없는데, 또 내 글을 통해 내가 누군지 알게되는게 너무 두렵더라.

 

그래서 못썼어. 정말 미안하다 말하고 싶다.

 

다들 수능때 성적표 인증한거 그걸로 알았다고 하더라. 역시 일베 인증은 함부로 하는게 아닌가봐.

 

이번 글은 그떄 올릴려다 포기했던 글이야.  뒤에 더 쓴게 많은데 그건 수정을 못해서 지금 못 올릴것 같아. 내일 회사도 가야되서.

 

그리고……. 게이들이 놀랄 만할  일이있어. 계약상 말은 못하지만.

 

늦어서 미안하고 날 욕해줘.

 

 

 

 

 

나는 시은이의 손을 잡고 말했어.

 

“가자”

시은이는 어디를 가냐 나에게 물었고 난 웃으며 말했어. “어디기는 부산이지.”

 

시은이는 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더니 말했어. “그래, 가자. 부산”

 

마음같아서야 나는 지금 시은이의 손을 잡고 공항으로 향하고 싶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같이 쌓여있었어.

 

우선 시은이 건강상태가 안좋다보니, 비행기 티켓은 적어도 비즈니스로 끊어야 됬고, 돈이 그정도로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가 됬어.

 

그밖에도 여러가지 자잘한 문제들이 많지만 가장 큰 문제는 2가지가 있었어.

 

첫째로 시은이가 반나절되는 장시간 비행을 견딜수 있을정도로 건강하지 않다는 점이고 마지막 두번째는 시은이 부모님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이였지.

 

시은이가 건강하면 모를까,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상태에서 둘이서 여행을 간다는 건 어머님, 아버님에게 씻지못할 상처를 주는 것이니까.

 

자식을 먼저보내는 현실도 어머님, 아버님이 견디지 못할만큼 힘들텐데 자식의 마지막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는건 부모에게는 큰 상처를 줄테니까.

 

하지만 나와 시은이는 같이 부모님을 설득할 계획을 세웠어. 시은이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거든.

 

 

아니, 사실은 내가 시은이와 둘이서 보내고 싶어서였지만.

 

같이 몇시간을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세웠지만 뚜렷한 정답이 보이지 않았어.

 

비록 전날 아버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날 용서하셨지만 아버님은 날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시은이가 계속 불안해했어.

 

만약 한국에서 부모님없이 죽게되면 부모님에게 큰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며. 시은이는 부모님에대한 사랑이 컸거든.

 

부모님이 몸이 안좋은 자신때문에 고생한걸 어렸을때부터 옆에서 지켜보았으니까. 부모님이 자신의 치료비를 위해 멀쩡한 회사를 계획도산할 정도니..

 

나는 말했어. “시은아 그렇게 부모님이 걱정되면 부산가지말고 여기서 지내자.” 하지만 시은이는 고개를 저었고 말했어.

 

“너와 헤어지고 얼마나 바랬는데 너와 다시 부산으로 가는 날을. 너와 부산에서 같이 웃고 울 그날을.. 같이 사랑을 나눌 날들을..”

 

나는 시은이를 껴안고 말했어. “그래. 가자 부산. 가서 맛있는거 많이 먹고 실컷 놀자.” 시은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입맞춤을 했어.

 

시은이와 다시 만나고 첫 입맞춤이였지. 시은이와 입을 맞추니 세상이 멈추는것 같았어. 복잡했던 내 머리속은 시은이와 입맞춤 한 번에 정리되는듯 했어.

 

시은이가 곧 죽는다는 현실도, 걱정들도, 지원이 생각도 나지 않았어. 오직 내 머리속은 시은이 생각뿐이였지.

 

우리는 길고 긴 입맞춤을 멈추고 다시 웃으며 계획을 짰어. 말도 안되는 계획을 얘기하고 서로 놀리며 웃고. 또 웃고.

 

나와 시은이는 점심을 먹고 즐거운 이야기들을 나누다 시은이는 치료를 받고 잠이 들었어.

 

잠이 든 시은이의 모습을 그저 지켜보고 싶었지만 나는 할일이 있었고 그곳을 나왔어.

 

나는 담배한대를 펴고 생각을 정리한 후 다시 시은이의 담당의사를 찾아갔어.

 

시은이 그때 상태를 들었을때 나는 시은이의 가족이라고 거짓말을 했기때문에 다시 상담을 요청할 수 있었지. 담당의사가 오고 나는 담당의사에게 말했어.

 

“시은이 한국으로 가려하는데 괜찮을까요?” 의사는 당연히 말렸어. 내가 의사라도 당연히 말렸을것 같다.

 

하지만 난 의사가 날 말릴거란걸 예상했기에 난 당황하지 않았고 침착하게 다시 말을 했어.

 

“저와 시은이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선생님이 말리셔도 우리는 한국으로 갈겁니다.

 

다만 알려주세요. 법적으로 시은이가 비행기를 탈 수 있는지. 탈 수없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비행기를 탈수 있을지.”

 

지금도 기억은 잘안나지만 잠깐이였던 의대시절 얼핏 들었던것 같았거든.

 

고도가 올라가면 산소 압력이 감소하니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는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시은이는 심장에 이상이 있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사는 내 질문에 한숨을 크게 쉬더니 말했어.

 

“법적으로는 비행기를 타도 제한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셔야 할게 지금 환자는 시한선고를 넘어서 살고 있습니다.

 

비행기 타고 있는동안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면 치료할수 없다는걸 알아야 되요. 전문장비가 없는 비행기내에서 치료를 할 수없다는 건 물론이고,

 

태평양을 건너면 착륙할 곳도 없고. 그점 인지해주시고 가족분들과 상의후 다시 오시면 제가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호스피스병원의 의사답게 의사는 나를 무리해서 말리지 않았고 나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 밖을 나섰어.

 

시은이는 비행기를 탈 수있었어. 다만 문제는 중간에 랜딩할수도 없는 태평양을 건너야 한다는 점과, 시은이 부모님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이겠지.

 

담배를 한대 더 펴고 병실에 들어오니 시은이는 깨어있었고 나를 웃으며 반겼어.

 

곧 죽는사람의 웃음같지가 않았지. 너무 환한 웃음이였으니까. 마치 촛불의 마지막 불꽃이 제일 환하듯이.

 

나도 아무렇지 않은듯 환하게 웃었고 시은이의 옆자리에 앉았어. 시간을 보니 아버님, 어머님이 오시기 거의 1시간 전이였지.

 

우리는 아직 당신들께 말을 어떻게 꺼내야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어. 순간 내머리속엔 좋은 생각이 났고 난 말했어.

 

“시은아. 아버님, 어머님과 같이 넷이서 한국에 가면 되잖아.” 그리고 난 웃었지.

 

 

다같이 한국에 가면 돈은 조금 들겠지만 치킨게임이 아닌 서로 윈윈하는 결과니까.

 

시은이는 내 말을 듣고 좋은생각이라 말하고 웃을줄 알았지만 시은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고 말했어.

 

“저번에 말했는데 기억해? 우리 아빠 계획도산 했다는거..”

 

난 말했어. “응.. 기억해. 돈때문이라면 돈 걱정은 하지마. 모아둔 돈도 있으니까. 그거 쓰면 돼.”

 

시은이는 내 말에 고개를 저었고 다시 말했어. “돈도 돈이지만 아빠 한국으로 다시 가지 않을거야.. 채권자들과 관련이 있는것 같아.

 

2002년때 나 쓰러졌었을때 아빠가 한국에 왔을때 일이 조금 있었거든.. 자세한건 묻지 않아서 모르지만”

 

그때 얼마나 참담했는지. 나름 어머님, 아버님과 시은이 모두 만족할만할 계획이라 생각했건만.. 우리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 갔지.

 

하지만 아까처럼 다시 환한분위기가 아니라 어두운 분위기속에 우리는 계획을 다시 세웠고, 이내 우리는 서로 말을 하지 않았어.

 

서로 만족할만할 계획이 없단것을 깨달았기에.

 

나는 시은이에게 가지말자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 시은이가 나와 부산에 가고싶은 마음이 얼마나 큰지 아니까.

 

아마 나와 헤어지고 매일 바라고 꿈꿨겠지. 나와 다시 웃으며 부산에 갈 날을. 다시 사랑을 나눌 날들을.

 

얼마나 말을 하지 않았을까? 어느새 시간은 지나가고 어머님, 아버님이 병원에 찾아왔어.. 시은이와 소중한 1분 1초의 하루를 허투로 보낸거지.

 

나는 시은이에게 내일보잔 가벼운 인사를 하고 병원에 나왔지.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시은이를 찾아가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줄 알았건만. 시은이의 마지막을 웃으며,

 

그리고 행복하게 지낼줄 알았건만 그러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너무나 괴로웠어.

 

어머님은 그런 나에게 무슨일 있냐 물었고 나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했지만 표정관리를 잘 못하는 나에게 위화감을 느끼셨는지 눈치 채신듯 했어.

 

하지만 나에게 아무 말씀 안하셨지. 고맙게도. 나와 어머님, 아버님은 다 같이 늦은 저녁을 먹고 나는 방으로 들어갔어.

 

시은이 향기로 가득한 그 방은 나를 더욱 괴롭게 했지. 이제 그 향기를 더이상 맡을 수 없고, 시은이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는 내가 너무 한심해서.

 

사진속 나와 시은이의 웃는 모습은 나를 더욱 괴롭게 만들어 나는 담배를 피러 밖에 나왔고 밖에는 아버님이 의자에 앉아 계셨어.

 

나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계단위에 앉아 담배를 폈지. 담배 한모금 한모금이 내 가슴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지만 도저히 그만 필수가 없었어.

 

몇 개피를 줄담배로 폈을까? 아버님이 내 옆자리에 앉으셨어. 그리고 말씀하셨지. “혹시 무슨 고민 있냐? 오늘 하루 표정이 좋지 않네.”

 

무섭기만 했던 아버님의 따뜻한 아버님의 한마디에 내 마음은 녹아 사실대로 말할뻔했지만 말 하지 않았어.

 

시은이가 부산에 가시는 걸 허락하셔도 혹은 허락하지 않으셔도 아버님은 괴로울테니까. 거짓말을 하기로 결심했지.

 

“아니에요 아버님 별 일 없어요.” 아버님은 내 말을 듣고 일어서셔서 내 어깨를 몇 번 치시더니 말씀하셨지.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너는 쓸때없는 다른 걱정 하지말고 너는 불쌍한 시은이의 마지막만이라도 행복하게 해주는것 그것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그게 나와 내 마누라의 소원이니까. 그리고 담배 많이 피지 마라. 아들아.”

 

아버님은 집안으로 들어가셨고 나는 울었지. ‘아들’이란 그 한마디가 너무나 고마워서. 표현할 수 없을만큼.

 

그리고 아버님의 그 한마디에 내 모든 고민은 해결되었지. 나는 그저 시은이만 행복하게 만들면되니까.

 

나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고 불똥을 날렸어. 그리고 꽁초를 아직 많이 남은 담배곽과 같이 옆의 쓰레기통에 버렸어.

 

그동안 시은이가 없는 인생 오래 살아 뭐하나 하는 생각으로 담배를 폈지만 내가 아프면 지금의 나처럼 슬퍼할 사람이 많으니까.

 

어리기만한 내 여동생도, pc방형도, 주식아재도, 어머님 아버님도, 그리고 지원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건 정말 못할짓이니까. 미칠듯이 괴로우니까.

 

나는 집안으로 들어갔어. 아버님 어머님은 거실에서 tv를 보고있었지. 나는 한숨을 크게 쉬고 아버님 어머님에게 말했어.

“아버님, 어머님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이되고 소란스런 소리에 잠을 깼어. 어머님이 시은이 옷장에서 옷을 꺼내 캐리어에 짐을 실고 있었지.

 

꿈이 아니었어. 나와 시은이는 부산에 갈 수 있게 된거야.

 

시은이와 부산에 가고 싶단 말 그 한마디 했을뿐인데 어머님 아버님이 쉽게 허락하셔서 꿈인줄로만 알았건만 현실이였지.

 

어머님은 나에게 식탁에 밥이 있으니 밥먹으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간단히 씻고 1층으로 내려갔어.

 

아버님은 식탁위에 노트북을 두드리고 핸드폰을 귀에 대며 통화중이셨어.

 

비행기표를 구하고 계셨지. 나는 아버님에게 인사를 하고 혼자 밥을 먹었어. 전날 평화로웠던 아침식사와 다른 양상이였지.

 

밥먹고 옷을 갈아입고 소파위에 앉아있으니 어머님이 내려오시고 말씀하셨어.

 

“어떡하지 우리도 나중에 따라가려면 해결할 일들이 많아서 혼자 가야될것 같은데 괜찮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어머님에게 네비게이션 작용법만 배우고 차를 탔어. 꿈만 같았지. 일이 잘 해결됬으니까.

 

표만 구하면 그날 당일 한국에 돌아 갈 수 있으니까.

 

아버님일도 잘 해결될듯 했어. 일들을 해결하고 한국으로 어머님과 같이 돌아오신다고 하셨으니까. 그때까지는 그런줄로만 알았지.

 

나는 차를 주차장에 주차하고 곧장 시은이의 병실로 찾아갔어. 시은이는 언제 우울했단듯 웃으며 날 반겨주었지.

 

시은이를 오래본 난 시은이의 그 웃음이 가짜웃음이란걸 알고 있었지만 애써 모른척했어.

 

비행기표를 구하고 담당의에게 상비약을 얻으면 시은이에게 그 사실을 말할테니까.

 

그토록 바라던 부산 그곳을 갈수 있다는 사실을.

 

나와 시은이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부산얘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어. 그저 다른 즐거웠던 우리들의 이야기들을 했지.

 

시은이는 점심을 먹고 투약을 하고 잠이 들었고 나는 시은이 담당의를 찾아갔어.

 

 

담당의는 어머님, 아버님께 먼저 소식을 들었는지 날 기다렸다 말했고 나는 자리에 앉았지.

 

나는 담당의의 말을 주의깊게 들었어. 투약시간, 주의해야 할점, 응급상황 대치법등등.

 

 

다행히 짧았던 의대시절 시은이를 위해 따로 공부했던 공부가 도움이 되었지.

 

의사의 주의점들을 듣고 시은이의 병실에 들어갔는데 시은이는 여전히 자고 있었고 나는 병원 밖을 나가 핸드폰을 켰어. 아버님 핸드폰이였지.

 

전원을 켜니 어머님 이름으로 된 수신목록이 보였고 나는 전화를 걸었어. 아버님이 받으셨지.

 

“전화하셨어요?”   “그래. 표 구했다. 지금 갈테니까 시은이한테 퇴원준비 하라고해.”

 

 

난 병실로 올라갔어.

 

 

 

 

다음글은 퇴근하고 수정하고 곧장 올릴께. 시은이와 겪었던 일들은 다음편이 마지막이고, 그 후 지원이와의 이야기들은 그 다음편이 될것 같다.

 

늦어서 정말로 미안하고 좋은 밤되라.

 

그리고 이건 확정된건 아니지만 내 이야기 드라마로 될것 같아. 프로덕션에서 말하지 마라고 했지만 뭐 지금 술취해서 머리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고.

 

일단 밝혀둘려고. 자세한 사정은 다음 글 올릴때 올릴께. 만약 사정 적지 못하면 프로덕션에서 막은거라고 생각해줘.

 

어떻게든 이번편으로 시은이와의 이야기를 끝낼려고 했는데 너무 간략하게 글을 끝내는건 나에게도 글 기다린 게이들한테도 할짓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다음글에 완결을 지으려고 해. 간략하게 이미 글을 다 적었지만 그 상태로 올리면 용두사미가 될것 같아서.

 

내 이야기의 끝을 기다린 게이들한테 미안하고 꼭 내일 완결지을께.

 

다음편이 시은이와의 이야기의 마지막이고 그 다음편이 후기랄까. 그 후의 지원이와의 이야기들을 적으려고해.

 

그리고 후기에는 괜찮다고 생각되는 선까지 시은이와의 사진, 그리고 지원이와 사진들을 올릴께.

 

 

 

 

 

 

 

 

표를 구했다는 아버님의 말씀에 나는 한걸음에 시은이가 있는 병실에 달려갔어. 병실에 뛰어가는 동안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

 

시은이가 곧 죽는다는 사실도 잊은채. 시은이와 같이 부산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날 기쁘게 만들었지. 얼마만에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꼈는지.

 

병실에서 시은이는 여전히 자고 있었고, 나는 시은이에게 말했어. “가자 시은아.”

 

시은이는 잠에서 덜깬체로 어딜가냐 물었고 나는 기쁜감정을 숨긴채 말했어. “어디기는. 부산이지.”

 

시은이는 날 한동안 멍하니 보다가 소리를 지르다가 나를 껴안았고, 나도 시은이를 껴안았어. 시간이 그대로 멈추기를 바랬지. 그녀의 병도. 나도. 그대로

 

우리는 한참을 껴안고 있었어. 아버님이 올때까지. 아버님은 헛기침을 하시면서 기척을 내셨고 우리들은 멋쩍게 웃고 짐을 싸기 시작했어.

 

짐을 싸기 시작하고 얼마 안되 담당의가 찾아와 시은이와 아버님을 불렀고, 나 혼자 병실에 남아서 짐을 싸기 시작했지.

 

시은이의 병실은 반년정도 입실한 환자의 병실이라 믿기지 않을만큼 믿기지 않을정도의 많은 짐들이 있었어.

 

수없이 많은 소설책들이 있었고, 뜨개질하다만 목도리도 있었지. 아버님이 갖고오신 캐리어에 짐을 옮겨담고 있는동안 앨범이 눈에 띄었지.

 

나와 시은이 사진이 있는 앨범. 한번 보긴했지만 시은이가 쑥쓰럽다고 듬섬듬섬 봤기때문에

 

다시 보고 싶어서 나는 프라이버시라는걸 알면서도 앨범의 첫장을 열었어.

 

그 앨범은 수없이 많은 사진이 담아 있었지. 중간중간 빈 사진들이 있었지만 밑에 써져있는 글귀로 보아 시은이 방에 있던 사진들이란걸 알수 있었지.

 

나는 한장한장 그 앨범의 사진들과 밑에 있는 글귀를 보았어.

 

앨범의 첫장의 사진은 중학교때. 시은이를 처음만났을때의 스티커 사진. 그리고 “행복했던 여름 어느날”이라는 짤막한 글.

 

조그마한 스티커사진에는 밝은 표정의 시은이와 달리 웃고있지만 어딘가 우울해 보이는 내 모습이 대비되 보였지.

 

다음장으로 넘기니 어느새 훌쩍 커버린 나와 시은이와 어떤 금발의 외국인이 있었어. 2002년 월드컵 다시 만났을때 서래마을에서 찍은 사진이였지.

 

사진 밑에는 “다시 만난날. 서래마을”이라는 글귀가 써져있었고.

 

사진 한장한장 보다보니 지난날의 추억들이 마치 어제일처럼 느껴졌어. 그동안 소설로 쓸수 있을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2002년때 사진은 인천경기장에서 찍은 포르투칼전이 마지막이였고. 그 사진의 밑에는 ‘언젠가 다시 만나길’이라는 글귀가 써져있었지.

 

그 글귀로 보아 시은이에게 나는 차마 할 수 없는 막막을 했지만 시은이는 날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다는걸 알고 있었어.

 

그 글귀를 보자 나는 눈물을 흘렸지만 애써 참았어. 언제 시은이가 돌아올지 모르니까. 그리고 앨범의 다음장을 폈지.

 

앨범의 다음장은 수년이 지나고 후의 사진. 내가 군대를 갔다오고 지원이를 만나고 있었을때의 사진.

 

수없이 많은 사진이 있었지만 모든 사진들의 공통점은 내가 웃고있지 않다는 점이였어.

 

아니, 웃고있었지만 환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웃고있지 않다는걸 알수 있었어. 그때 지원이와 헤어지고 많이 힘들었을때였지만,

 

시은이에게 그다지 내색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건만, 아니였어. 나는 시은이에게 나 힘들다고 얘기를 하고 있었어. 표정으로

 

그런 나를 보고 시은이는 나보다 더 힘들었겠지. 자신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고 생각할테니

 

시은이 자신은 날 보기위해 힘든 수술을 하고 재활을 했지만 나란 놈은 그동안 다른 여자를 만나고 또 그 여자와 헤어지고 내가 힘들어하는걸 보고.

 

그때의 나는 이기적이였지. 나보다 힘들어할 시은이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채 나 혼자 힘든건만 생각했으니.

 

사진 한장 한장 넘어갈수록 내 표정은 조금이나마 밝아졌지만 시은이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어.

 

결국 수능날 동네잔치에서 찍은 사진에서 시은이 표정은 건드리면 울 것같은 표정이 되버렸지.

 

어느새 앨범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마지막 사진은 전에 봤던것처럼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찍은 사진.

 

그리고 짧은 글귀 “언젠가 xx이랑 다시 부산에 갈 수 있을까?”

 

그리고 앨범의 사진은 끝이 났지. 난 눈물을 닦고 결심했어. 얼마 남지 않은 시은이 삶. 마지막이라도 행복하게 해주자.

 

그리고 캐리어안에 앨범을 넣었어. 캐리어 안에 짐을 다 넣으니 얼마 안가 아버님과 시은이가 밝은 표정으로 병실에 들어왔고

 

나도 밝게 시은이를 맞이했어. 실제로는 한바탕 울고 싶었지만 시은이를 위해서 눈물을 참았지.

 

시은이는  병원관계자에게 인사를 하고 옷갈아입고 온다고 나와 아버님을 먼저 보냈고 나와 아버님은 병원밖을 나갔어.

 

병원밖을 나와 주차장에 나와 아버님밖에 없다는걸 확인하고 난 참았던 눈물을 흘렸지.

언제 시은이가 돌아올지 모르니 참으려고 해도 눈물은 계속 흘렸고 아버님은 손수건을 주면서 날 달랬어.

 

병원밖을 나가니까 그제서야 실감이 나더라. 이제 시은이는 죽는다고.

 

그리고 만약 시은이가 발작을 일으키면 그게 시은이의 마지막이라고.  장비도 의사도 없으니.

 

아버님은 나에게 담배를 권했고 나는 미친듯이 담배를 피고 싶었지만 피지 않았어.

 

더이상 시은이가 슬퍼할 일을 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제 시은이를 웃게 만들고 싶으니까.

 

한참을 울고나서야 눈물이 그쳤고 시은이는 밝은 표정으로 주차장으로 왔어.

 

옷은 시은이가 즐겨입던 원피스. 머리가 많이 짧아진 시은이였지만 여전히 예전처럼 예뻐보였어.

 

나는 시은이에게 여전히 예쁘다고 말했고 시은이는 웃었어. 시은이의 그 환한 웃음은 그대로였지.

 

우리는 뒷자리에 앉아 부산에서 무엇을 할지 말하면서 시간을 보냈어. 아버님이 운전하고 있었지만 우린 신경쓰지 않았어.

 

그저 남은 시간들을 즐겁게 보내고 싶었으니까. 시간. 돈. 남의 눈치 등등 신경쓰지 않고.

 

길기만 한 집으로 가는 시은이와 얘기를 하도 보니 금방 지나가고 우리들은 집에 도착했어.

 

시은이는 집앞에 내렸는데 시은이의 표정을 보니 금방이라도 울듯 했어. 나는 시은이를 안아주었지.

 

아버님은 차고에 차를 대고 우리를 쳐다보고는 집안으로 들어가셨어. 나는 시은이를 껴안고 말했어.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시은이는 고개를 저었고 말했어.

 

“안 울꺼야. 시한부판정받고 결심했거든. 더이상 울지 않기로. 이미 한번 울었지만. ”

 

나는 시은이에게 키스를 했어. 타운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신경쓰지 않았지. 이제 시은이 하나만을 바라보기로 결심했으니까.

 

우리는 긴 시간의 키스를 하고 집안으로 들어갔어.

 

집안으로 들어가자 어머님이 눈물을 흘리며 시은이를 안아주었고 시은이도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으로 어머님을 안아주었어.

 

시은이가 “엄마 배고프다. 밥먹자.” 라고 말해서야 어머님은 시은이를 놓으셨고 말했어. “그래 밥먹자.”

 

비행기는 다음날 아침비행기. 공항과의 거리를 보아 시은이의 마지막 집밥이였지. 아마 시은이는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을테니.

 

식탁으로 들어가자 몸에 좋단 음식이란 음식은 차려져 있었어. 이곳이 미국이 맞나 싶을정도로.

 

우리들은 즐겁게 웃으면서 식사를 했어. 난 밥을 먹지 않아 많이 배고팠지만 최대한 천천히 먹었어.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이탈리아 와인을 마시면서 식사를 했지만 어느새 차려진 음식은 동이나고 영원하길 바란식사시간은 끝이났지.

 

나도 아쉬웠지만 시은이는 많이 아쉬운듯 했어. 그랬겠지. 아마 마지막 집밥일테니까.

 

나와 시은이는 설겆이를 하겠다는 어머님을 말리고 같이 설겆이를 했어. 재수할때 시은이가 우리집에 찾아올때처럼

 

어머님 아버님은 다음날 아침비행기니 먼저 자겠다고 말씀하시고 방으로 들어가셨고 큰 2층집에는 나와 시은이 뿐이였어.

 

우리는 설겆이를 다하고 시은이방에 올라가 캐리어 안에 짐들을 담기 시작했어.

 

한국에 얼마나 오래있을지 모르지만 최대한 많이 담았지. 최대한 한국에 오래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짐을 다싸니 우리 사이에는 어색한 공기가 흘렸어. 며칠간 단 둘이서 수많은 얘기를 했지만 밤에 우리둘이 있었던적은 없었기때문에.

 

계속 어색한 공기가 흘렸고 나는 말했어.”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될것 같은데 우리도 잘까?”

 

시은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난 말했지. “내가 내려가서 소파에서 잘께. 넌 네 방에서 자.”

 

내 말에 시은이는 웃으면서 말했어. “같이 자야지 무슨 소리야. 몇년만에 같이 자게 됬는데.”

 

평소에 먼저 섹스하잔 말을 전혀 하지 않던 시은이의 말에 나는 얼어서 아무 말도 못했고 시은이는 다시 웃으면서 말했어.

 

“같이 자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키스를 하고 옷을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지만 나는 밑의 어머님, 아버님이 불안해져서 말했어.

 

“여기 방음 잘돼?” 시은이는 내 말에 웃으면서 말했어. “아니 옛날집이라 잘 안될걸? 근데 엄마 아빠 다 이해하실거야.”

 

너무나 뻔뻔한 시은이의 말에 나는 웃음이 나왔고 다시 옷을 벗었어.

 

처음에는 최대한 소리 안내며 했지만 나중에는 소리같은건 신경 쓰지 않았지. 우리는 그렇게 수없이 많은 사랑을 나누었어.

 

다음날 눈을 뜨니 어머님이 방에 들어오지 않고 노크를 하면서 우리를 깨웠고 나는 일어났다고 말했어.

 

침대위에 나와 시은이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로 누워있었고 그제서야 어제밤의 일 때문에 얼마나 부끄럽던지.

 

나는 시은이를 깨웠고 시은이는 눈을 뜨자 나와 입을 맞추었어. 시은이는 신경안쓰는듯 했지.

 

 

우리들은 방옆에있는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1층으로 내려갔어.

 

어머님 아버님은 tv를 보고 계셨고 어젯밤일을 신경쓰지 않은척 한다는 걸 알 수 있었지. 하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감출수 없었어.

 

시은이의 활발함으로 어색한 분위기는 금방 바뀌었고 우리는 간단한 식사를 하고 차에 탔어.

 

바깥세상은 아직 어스름이 졌을때였지. 나와 시은이 그리고 어머님, 아버님은 차에서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

 

많은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몇시간이 걸리는 공항에 도착했고 우리는 공항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캐리어를 내렸어.

 

캐리어를 내리고 공항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차에서 즐겁게 얘기를 나누었던게 꿈이였던것처럼 우리는 아무말도 나누지 않았지.

 

나와 시은이는 체크인을 하고 남은건 공항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됬어. 하지만 시은이의 발은 어머님 아버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지.

 

그리고 시은이는 눈물을 흘렸어. 시은이가 울자 어머님, 아버님도 울기 시작했고 그들은 서로를 껴안았어.

 

한참을 껴안고 울다가 시은이는 눈물을 그치고 말했어. “엄마, 아빠 한국에서 xx이랑 있을테니까 빨리 문제 해결하고 한국으로 와.”

 

어머님, 아버님은 고개를 끄덕였고 시은이는 나를 보고 애써 웃으며 말했어. “가자.”

 

나는 어머님 아버님에게 인사를 하고 공항안으로 들어갔어.

 

시은이는 눈물을 닦았고 말했어. “이제 안울거야. 허파빠지도록 웃기만 할거야.” 나도 애써 웃었어.

 

우리는 정말로 웃으면서 면세점에서 아이쇼핑을 하고 웃으면서 비행기를 탔어. 아마 다른사람이보면 긍정적인 연인으로 보였을거야.

 

사실은 웃지 않으면 울것만 같아서 웃었지만. 우리는 비행기를 탔어. 처음타는 비즈니스 티켓이였지.

 

자석이 넓다는 점만 빼면 비즈니스와 똑같았지만 우리에겐 그저 즐거운 일이였어.

 

무엇이든 즐거웠지. 시은이와 같이 있으니까. 같이 한국에 갈 수 있으니까. 시은이도 나와 같은 이유로 즐거운듯 했고.

 

 

 

 

 

저번글에 밝혔듯이 내 이야기들을 곧 드라마를 통해 나올것같아.  확정된건 아니지만 아마 올해 늦으면 내년에.

 

드라마화 안한다고 하다가 하게 된 이유는 후기에 밝힐께. 너무 길어질것 같다.

 

이미 친구들한테 저격됬으니 이제는 홀가분하다.  의외로 주위에 일베하는애들 많으니까 게이들은 조심해라.

 

매번 글 올릴때마다 ‘저격되면 어떡하지?’  ‘만약 이 글이 일베에 올라가면 어떡하지?” 등등 걱정했었는데

 

이젠 일베에 올라가도 상관없어. ㅎㅎ 어차피 드라마화되면 저격당할테니까. 내 글 알아보니 꽤 많은 곳에 퍼졌더라.

 

2ch에 요약되서 올라간거 보고 진짜 깜짝놀람. 일본에서까지 퍼질줄이야.

 

그동안 이 글 다른 곳에 퍼가도 되냐고 물어본 게이들 많던데 퍼가도 되.  어차피 곧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보게 될테니.

 

그동안 글 안올려서 기다린 게이들한테 다시 한 번 미안하고.

 

좋은밤되라.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날. 술먹고 울면서 썼던글이 3월까지 쓰게 됬네..

 

글 한편당 만자는 넘으니까 거의 30만자. 왠만한 소설 2권 분량이더라..

 

오랜만에 한국어로 글쓰고 필력도 안 좋아서 보는데 지장있었을텐데 그동안 내 긴글 봐준 10000명 가까운 게이들한테 고맙다.

 

길었던 내 이야기의 마지막 이야기 적으려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동안 내 글을 봐주고 조언해줘서 고마워.

 

 

 

 

 

 

 

 

시은이는 전 날 못잔 잠을 자며 비행기 시간을 보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어.

 

비행기라는 밀폐된 공간 속에서 혹시라도 시은이가 갑자기 발작을 할까봐. 혹시 내가 잠이 들면 그 순간이 시은이와의 마지막이 되니까.

 

그래서 난 한숨도 못자 피곤한데도 내내 깨어있었지. 자고 있는 시은이의 상태를 시간마다 확인하면서.

 

다행히 아무 이상없이 나와 시은이는 한국에 도착했고 시은이는 내내 환한 웃는얼굴이였지. 시은이는 수하물을 찾자마자 공항밖으로 뛰쳐나갔어.

 

그리고 한동안 공항에 멈춰있었지. 그리고 울고 있었어. 출국장앞의 사람들은 시은이를 이상한 듯이 쳐다보았고, 난 시은이를 껴안았어.

 

시은이는 울면서 말했지. “이건 노카운트. 슬퍼서 우는게 아니라 행복해서 우는거니까.”

 

시은이와 나는 전날밤 사랑을 나눌때 약속했거든. 서로 울때마다 소원 한 가지씩 들어주기.

 

나는 고갤 끄덕이고 시은이를 더 세게 껴안고 말했어. “그래, 이건 노카운트. 그러니까 실컷 울어.”

 

시은이는 더욱 서글프게 울었고 출국장에 같은 비행기를 탄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왔을때쯤에서야 시은이의 눈물은 그치고 우린 출국장 밖으로 나갔지.

 

공항밖을 나가고 난 말했어. “김포공항으로 빠져서 곧장 부산으로 갈래?” 시은이는 고개를 저었고 말했어. “아니. 부산은 나중에. 우선 우리 데이트하자.”

 

시은이와 나는 예전 2002년때처럼 공항밖에 서있는 공항리무진중 한 대를 탔어. 어디행인지도 모르는 버스였지.

 

시은이는 버스에 타자마자 말했어. “옛날생각난다. 그지?” 난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지. “그래. 그때 우린 참 어렸지.”

 

벌써 우리는 그때로부터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있었지. 나와 시은이가 만난지는 10년이란 시간이 지나있었고.

 

10년. 강산이 변하는 시간동안 우리는 몇번을 헤어지고 만났지만 우리의 사랑은 전혀 변하지 않았었지. 아니 더 커져있었어.

 

죽음이라는 막을 수 없는 장벽이 우릴 사이를 갈라 놓고 있었지만. 하지만 그것조차 우리 사이를 변하게 하지 않았지. 우리의 사랑은 그것보다 더 크니까.

 

운이 좋게도 그 버스는 강남쪽으로가는 버스였고, 나와 시은이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당역에서 내렸어.

 

사당역. 내가 재수할때 추억이 많은 곳이였거든. 같이 서점도 가고 영화를 보고 맛있는것도 먹고.

 

시간이 많지 않던 재수생이였던 나는 시은이와 데이트를 대부분 사당역에서 했으니까.

 

사당역에 내리니까 지난날의 내가 너무나 후회됬어. 시은이에게 이런 곳말고 더 좋은곳을 데려갔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많이 데이트를 했어야 했는데.등등

 

사당역의 익숙한 풍경이 내 눈 앞에 펼쳐지자 후회는 더욱 미친듯이 하게 되고 결국 난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

 

시은이 앞에서 절대 울지 않겠다는 내 다짐은 결국 깨지고 말았지. 시은이는 날 껴안고 말했어. “울었으니까 내 소원 들어줘야지?”

 

시은이가 날 웃게 할려고 한 말이란건 알았지만 너무나 뻔뻔한 시은이의 말에 난 웃었고 어느새 내 눈물은 멈춰있었어.

 

“그래. 소원이 뭔데?” 시은이는 웃으며 말했어. “업어줘.”시은이는 그 말을 하고 팔을 벌렸고 나는 시은이에게 등을 갖다댔어.

 

그렇게 나는 시은이를 업고 데이트를 했어. 사당역의 많은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이 우릴 이상한듯이 쳐다보고 웃었지만 그런 시선 신경쓰지 않았지.

 

내가 아는 사람이 날 알아볼까봐 약간 걱정됬긴 했지만.

 

핸드폰은 2G에서 3G로 바뀔만큼 시간은 많이 지나있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2005년 그때로 돌아갔어.

 

사당역의 유명한 보쌈집에서 밥을 먹고, 시은이가 좋아했던 크리스피크림도넛에서 도넛을 먹으며 얘기를 하고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그렇게 예전처럼 정신없이 놀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지나있었고 밤이 되있었어.

 

나는 말했어. “호텔 예약할까?” 전날밤 우리가 사랑을 나누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였지.

 

시은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 “집에 가도 될까? xx(내 여동생)도 보고싶고. 할머니도 보고싶네.”

 

나는 시은이의 팔을 잡고 역으로 향했어. 몇분 지나지 않아 우리는 서울대입구역에 도착했고 근처의 버스정류장을 향했는데 시은이가 말했어.

 

“집 이쪽방향 아니잖아. 왜 그쪽으로 가?” 그러고보니 시은이는 내가 이사간걸 모르고 있었지. 시은이와 헤어지고 이사를 갔으니까.

 

난 말했어. “할머니 건강도 안 좋으시고, 시은이 좋은 학교 보낼려고 근처 아파트로 이사갔어.”

 

시은이는 내 말을 듣자 금방이라도 울 표정을 지으며 말했지. “많은게 변했네. 넌 이사가고, 서울대입구역에는 이상하게 크기만한 건물이 생기고.”

 

그 당시 서울대입구역은 많이 바뀌였으니 그럴만 했어.

 

낡은 건물들은 철거를 하고, 영화관이 있는 복합건물이 들어섰고, 무엇보다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니까.

 

시은이가 금방이라도 울것 같자 난 분위기를 바꾸려 말했어. “어, 너 울면 우리집 봉천고개인데 거기까지 업어달라 할꺼야.”

 

시은이는 내 말에 웃었고 난 그런 시은이에게 키스를 하고 말했어.”이 곳은 많이 변했지만 우리 사이는 변하지 않을꺼야.”

 

시은이는 내 말에 눈물을 그쳤고 나는 그런 시은이와 손을 잡고 버스정류장을 지나치고 걸었어. 조금이라도 더 시은이의 손을 잡고 싶어서.

 

어느새 봉천고개에 있는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들어섰고 우리는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에 섰어.

 

시은이는 아파트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고 시은이는 나에게 말했어. “xx아 부탁하나만 들어줄래?”

 

“응 뭔데?” 시은이는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어. ” 나 아픈거. xx(내 여동생)이랑 할머니한테 비밀로 해주면 안될까?”

 

나는 망설여졌어. 내 여동생과 할머니는 지금 내가 지원이와 사귀고 있는지 알고 있을테니까. 내가 시은이와 있을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을테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와 시은이의 접점은 있을수가 없었어. 헤어지고 서로 연락을 안 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쉽게 대답을 하지 않고 망설이자 시은이는 말했어. “변명은 내가 생각한게 있으니까 걱정 하지 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와 시은이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어. 엘리베이터를 타는동안 얼마나 긴장되던지.

 

집을 들어서자 여동생은 말했어. “오빠 나한테 말도 안하고 어딜 그렇게 싸돌아…”

 

내 여동생의 말은 내 뒤에 있는 시은이를 보자마자 멈추고 여동생은 시은이에게 달려가서 껴안고 울고 있었어.

 

시은이도 금방이라도 울 표정이였지만 울지 않고 여동생을 껴안고 있었어. 이미 여동생은 고등학생이되 시은이보다 키가 약간 큰 상태였지.

 

시은이는 내 여동생을 바라보며 말했어. “키 많이 컸네. 한나(내 여동생. 가명)야.”

 

여동생은 갑작스런 시은의 방문때문인지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면서 끄덕이고 있었어. 키는 시은이보다 컸지만 아직 내 여동생은 애였지.

 

방안에 있던 할머니도 소란스러운 소리에 거실로 나오다가 시은이를 보고 시은이를 안아주며 말했어.”말도 없이 어디 갔니 내 딸아.”

 

시은이는 그 할머니의 말에 울고 말았어. 그리고 셋이 껴안고 울었지. 시은이와 우리 가족은 알고 지낸지 1년정도지만 어느새 가족이 되 있었어.

 

할머니는 가족이 돌아왔으니 외식이라도 해야되지 않겠냐며 나와 시은이를 고기집으로 끌고갔어.

 

그리고 고기를 먹으면서 서로의 근황을 묻게 됬자 여동생은 말했어. “언니 미국에서 뭐하면서 지냈어?”

 

여동생은 스스럼없이 물었고 시은이는 내 눈을 짧게 쳐다보고 여동생을 바라보며 말했어. “바쁘게 지냈어. 대학교도 졸업하고 연애도 하고.”

 

거짓말이였지. 시은이는 대학교를 다니긴 다녔지만 다닌지 얼마 안되 자퇴를 하고, 연애는 커녕 날 그리워하며 지냈으니까.

 

하지만 여동생은 시은이의 연애라는 거짓말에 놀라면서 날 쳐다보았지만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을 했고 여동생은 다시 물었어.

 

“오빠랑은 어떻게 다시 만난거야?” 시은이는 차분하게 얘기를 했어. “응 이번에 결혼하는데 초대하려고 연락하다가 만나게 됬어.”

 

시은이의 거짓말에 여동생은 약간 당황한듯 했고 웃으며 말했어. “좋은사람이야?” 시은이는 웃으며 말했어. “응. 되게 좋은사람.”

 

시은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걸 나는 알고 있었지만 내 여동생과 할머니는 못 알아챈듯 했어. 다들 시은이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걸 믿는듯 했지.

 

내 여동생은 빈 술잔에 술을 따르고 말했어. “우리 건배하자. 언니의 새 시작을 위해서.”

 

우리는 건배를 했고 같이 웃었어. 여동생은 내 눈치를 보며 몰래 술을 따랐지만 난 모른척했어. 미성년자지만 오늘 같은 날은 혼내고 싶지 않아서.

 

한잔 두잔 술을 연거푸 마시던 여동생은 반병 되지 않아 취한듯 했고, 혀가 꼬인채로 말했어. “지원언니도 좋지만 난 그래도 언니가 내 새언니가 될것 같았는데.”

 

난 당황해서 여동생을 막으려 했지만 여동생은 이내 말했어. “언니 우리 오빠 아직 사랑해?”

 

여동생의 입을 막기엔 너무 늦었고 이내 분위기는 다시 설렁해지고 말았어.

 

시은이는 당황한듯 했고 한숨을 쉰뒤 말했지. “응 사랑해.” 시은이는 다시 말했어.

 

“하지만 나와 xx는 인연이 아닌것 같아. 다음세상에 우리가 이루어지길 바래야지.”

 

여동생은 시은이의 말에 눈물을 흘리더니 다시 말했어. “언니 오빠 말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도 언니는 내 언니지?”

 

시은이는 금방 눈물을 흘릴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말했어. 하지만 난 울고 말았어. 시은이의 말이 거짓말이라는걸 알기에.

 

“이렇게 우울하게 날 보낼거야? 다시 건배하자.” 우리는 다시 건배를 하고 좋은 분위기속에 마무리했어.

 

여동생은 한병도 안되는 소주에 휘청거렸고 나는 여동생을 업고 집으로 올라갔어. 시은이와 걷는데 마음이 무거웠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은이가 내 여동생한테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거짓말을 하는 그 심정.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괴로울테니까.

 

나는 집에 도착하고 여동생을 방 침대에 눕히고 시은이에게 말했어. “같이 걸을까?” 시은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린 밖을 나갔어.

 

나는 시은이에게 왜 여동생한테 거짓말을 했는지 궁금했지만 내색하지 않았고 시은이에게 물었어.”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시은이는 생각을 하다가 말했어. “신봉초등학교.” 신봉초등학교. 나와 시은이가 재수를 할때 운동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였지.

 

“걸으면 30분 넘게 걸릴텐데 택시탈까?” 시은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 “아니 날씨도 좋은데 걸어가자.”그리고 내 손을 잡았지.

 

우린 손을 잡으며 걸었어.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했어.

 

시은이의 마음은 말을 듣지 않아도 알수 있으니까. 그리고 나도 내가 말을 하지않아도 시은이도 내 마음을 알테니까.

 

우린 한참을 걸어 신봉초등학교에 도착했어. 약간 늦은 시간이였지만 운동하는 사람이 몇 있었지.

 

그러고보니 신봉초등학교에 추억이 많았어.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시은이와 웃으며 운동을 하고 얘기를 했으니까.

 

지원이에게 시은이 소식을 들은곳이라서 지원이생각이나 가슴이 약간 아팠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시은이에게 집중을 하려했어.

 

시은이가 먼저 말을 꺼냈어. “기억나? 우리 항상 저녁먹고 여기 들려서 운동하고 얘기하고 그랬잖아.” 난 고개를 끄덕였어.

 

시은이는 웃으며 말했어. “아, 맞다. 너 식당에서 울었지? 소원들어줘야지.” 나도 웃으며 말했어. “그래 업고 운동장 한바퀴 돌까?”

 

시은이는 고개를 저었고 말했어. “서로 궁금한거 물어보기. 대신 솔직하게 대답하기.”

 

나는 그러자고 말했고 시은이가 나에게 먼저 물으라고 말했고 난 말했어. “내 여동생한테 왜 거짓말했어?”

 

시은이는 말했어. “한나(내 여동생) 많은 사람 잃었잖아. 어린나이에 부모님도 여의고, 신문할배도 돌아가셨잖아. 아마 내가 죽는다는거 알면 정말 힘들어할꺼야.

 

한나, 날 친언니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나도 힘들거든. 내 여동생으로 생각하는 한나가 힘든 모습 보는거. 웃으면서 보내주고 싶어.

 

만약 내가 죽어도 한나한테는 나중에 알려줘. 그리고 전해줘. 나도 진짜 여동생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시은이의 말에 내 가슴은 먹먹해졌어. 시은이는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시은이는 애써 밝은척하고 말했어. “이제 내가 질문할 차례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시은이는 말했어. “나 죽고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시은이의 죽음. 애써 피하려 했지만 피할수 없겠지. 나도 준비를 해야했어.

 

하지만 난 시은이의 죽음을 애써 피하려했기 때문에 시은이가 죽고 난 이후의 내 삶을 생각하지 못했고 난 대답을 하지 못했어.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시은이는 다시 말했어. “나 죽고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나는 말했어. “다시 대학교 다니고 졸업하고 다시 취직해서 회사 다녀야지.” 시은이는 내 대답에 고개를 저었고 말했어.

 

“그런 아무 생각없는 대답말고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난 시은이가 죽고난 이후의 생각을 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시은이가 죽고난 이후의 내 삶은 생각이 되지 않았고 솔직하게 말했어.

 

“솔직히 잘 모르겠어. 사실 아직 잘 실감이 안나거든. 너가 죽는다는게.”그 말을 하고 난 또 울었고 시은이는 말했어. “어, 너 또 울어? 내 소원한가지 추가한다?”

 

나는 눈물을 닦았고 큰 숨을 쉬며 눈물을 참았어. 눈물은 더이상 흐르지 않고 난 말했어. “시은아 너는 내가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어?”

 

시은이는 웃으며 말했어.”나는 너가 나 죽어도 웃으며 살았으면 좋겠어. 너 울상지으면 되게 못생겼거든. 알지?”시은이의 농담에 난 웃었고 시은이는 말했어.

 

“내가 죽어도 너는 웃으면서 지원씨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내가 죽어서 웃지 못한 몫까지.

 

그리고 지원씨랑 우리가 예전에 약속했던것처럼 많은 자식들을 낳고, 돈 많이 벌어서 은퇴해 전세계 크루즈여행하고 다니고. 그렇게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시은이의 말에 눈물을 흘렀고 시은이도 눈물을 흘렀어. 그리고 말했어. “어 너 또 울었으니까 내 소원들어줘.” 난 “뭔데?”라고 말했고 시은이는 말했어.

 

“내가 하지 못한 몫까지 지원씨를 사랑해주고 내가 말한대로 살아줘.” 그러고서 시은이는 내 앞에 새끼손가락을 내밀었고 난 그 여리한 새끼손가락을 걸었어.

 

시은이는 그제서야 웃었고 말했어. “다행이다. 그래도 한숨 편해졌어. 이제 갈까?” 우리는 일어나서 집으로 향했어. 손을 놓지 않은채로.

 

다음날 일어나니 집은 소란스러웠어. 시차때문인지 시간은 평소보다 1시간 늦은 시간이였지.

 

거실로 나오니 시은이와 여동생은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어. 시은이의 요리는 재수할때 이후 처음이였지.

 

요리는 김치찌개. 예전에 먹은것처럼 너무나 맛있었어. 매번 시은이의 김치찌개를 따라하려 했지만 시은이의 김치찌개는 내것과 뭔가 달랐거든.

 

아침을 먹고나니 여동생은 학교갈 시간이 되었고 여동생은 시은이에게 말했어. “언니 오늘도 집에 있을거지?”

 

시은이는 잠깐 날 보더니 여동생에게 말했어. “미안해. 오늘 가야될것 같아. 오랜만에 한국와서 할게 많거든.”

 

내 여동생은 아쉬운듯 시은이를 쳐다보더니 말했어. “뭐 아쉽긴 하지만 괜찮아. 연락도 닿았겠다 오늘이 마지막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여동생은 그렇게 애기했지만 사실 아니였어. 아마 그 날이 내 여동생과 시은이와의 마지막이 될테니까.

 

여동생은 다시 말했어. “언니 결혼 축하하고, 내가 준 연락처로 매일 연락해 알겠지?”

 

시은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내 여동생을 껴안았어. 하지만 여동생은 시은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했어.

 

“언니 뭐 파병나간는것도 아니고. 나 학교 늦었어 갈께.”

 

시은이는 말했어. “학교 잘갔다오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 여동생은 시은이의 말에 웃음으로 대답하고 문을 닫았어.

 

시은이는 그대로 꿇어앉아 한참을 울었지. 그때의 시은이의 감정을 생각하려해도 생각이 되지 않는다.

 

시은이는 한참을 울고서야 나에게 웃으며 말했어. “xx아. 나 잠깐 어디 좀 갔다올께.”

 

나는 혼자서 어디를 가겠다는 시은이를 말리며 말했지. “혼자서 어디 갈려고? 같이 가.”

 

시은이는 그런 나에게 말했어. “아니 혼자 갔다올께. 얼마 안걸릴꺼야. 잠깐 서울사는 친척집에 갔다올께. 아직 인사를 못했거든.”

 

시은이를 혼자 보내기 싫었지만 단호한 시은이를 말릴수 없었고 결국 난 갔다오라고 말했어. 최대한 빨리 갔다 오라는 말과 함께.

 

시은이는 금방 갔다 온다는 말과 함께 문 밖을 나갔어.

 

시은이가 집을 떠나고 못 잔 잠을 자려 했지만 당연히 잠은 오지 않았어. 시은이가 걱정되서.

 

너무나 불안해 방안에 있는 담배를 피려했지만 참았어. 다신 담배를 피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 나로 인해 주변사람들 힘들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너무나 답답해 근처 숭실대학교에서 운동장 한바퀴를 뛰고 싶었지만 나갈수도 없었어. 언제 시은이가 돌아올지 모르니까.

 

혼자서 몇시간을 불안해하면서 기다렸을까? 어두워질즈음 초인종은 울렸고 서둘러 문밖을 나가니 시은이가 있었지.

 

눈에는 눈물 자국이 보이지만 모른척하고 시은이를 반겼어. 시은이는 집에 오자 마자 말했어. “가자.” 나는 어딜가냐 물었고 시은이는 말했지. “어디긴 부산이지.”

 

시은이는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는 미리 짐을 넣었던 백팩을 메고 밖을 나갔어. 또 눈물을 흘릴것만 같아서.

 

시은이가 나오고 나와 시은이는 기다리면서 미리 부른 콜택시를 탔어.

 

콜택시는 터미널로 향했고 시은이는 창밖을 바라보며 나 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 난 모른척했지.

 

터미널에 도착하고 우리는 부산행 티켓을 샀어. 그리고 버스를 타는동안 언제 울었다는 듯이 서로 농담을 하며 웃었지.

 

깊은 밤이 되서야 부산에 도착을 했고 우리는 근처 모텔에서 방을 잡았어. 난 호텔을 잡고 싶었지만 피곤하니 모텔에 가고 싶다는 시은이의 말에 따랐지.

 

모텔에 들어가고 우리는 같이 샤워를 했어. 시은이의 수술자국은 곧 시은이가 죽는다는걸 깨닫게 했지. 언제 죽을줄 모르는 시은이. 사랑하는 시은이.

 

그리고 우리는 밤이 가는걸 모를정도로 사랑을 나누었어.

 

그리고 다음날 아침 시은이는 일어나지 않았어.

 

 

 

구급차는 근처의 장례식으로 향했고 어젯밤 나와 사랑을 나누었던 시은이는 장례식 영정사진속의 웃고있는 모습으로 있었어.

 

눈물은 나오지 않았어. 그때 상황이 꿈만 같았거든. 자고 일어나면 내 옆에는 시은이가 웃는얼굴로 있을것만 같았거든.

 

어머님과 아버님에게 연락을 하고, 시은이와 한국에서 지냈을때 아는 분들 다 연락을 했어.

 

pc방형과 주식아재, 모텔할배. 산동네에 살았을때 이웃사촌들. 동네꼬마. 그리고 어머님한테 들은 시은이가 한국에 지낼때 있었던 친척집.

 

임시이긴 하지만 벌써 3번째 상주였지. 부모님, 신문할배,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

 

밤이 되서야 텅 비었던 장례식장에는 많은 사람으로 가득찼어.

 

pc방형은 아예 회사를 쉬고 날 도우러 식장에 왔고,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주식아재도 마찬가지였어.

 

그리고 많은 산동네 사람들이 멀리 부산까지 시은이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찾아왔지. 다들 싹싹하고 착한 시은이를 친딸처럼 대해주셨었지.

 

자정이 되자 사람들이 더 찾아오기 시작했고 그중에 내 여동생이 있었어. 여동생을 봤을때 처음에 내가 미쳐서 잘못본줄로만 알았어. 하지만 아니였어.

 

여동생은 울면서 나에게 다가오면서 날 때리며 소리쳤지. 나한테 왜 거짓말을 했냐고.. 자기 마지막 말이 학교늦겠다는 말이 되지 아니냐고..

 

그제서야 눈물이 나더라. 시은이가 죽었다는게 실감이 되고. 그렇게 나와 여동생은 껴안아서 한참을 울었어.

 

후에 알고보니 여동생은 산동네 살았을적 친구에게 시은이 소식을 듣고 온거더라.. 난 그 생각을 못하고 있었지.

 

다음날 오후가 되서야 어머님 아버님은 장례식장에 도착했어. 도저히 얼굴을 뵐 면목이 없더라. 차라리 날 때려주기를 바랬어.

 

하지만 어머님 아버님은 그런 나에게 말했어. 시은이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또 난 어머님, 아버님을 안고 한참을 울었어.

 

시은이의 소식을 뒤늦게 들은 사람들은 멀리 부산까지 찾아왔고 한국과 아무 연고도 없는 시은이의 장례식장은 사람들이 가득찼지.

 

그 중엔 지원이와 어머님, 아버님도 계셨어. 어머님, 아버님은 날 위로해주셨고 지원이는 그저 날 말없이 껴안아 줄뿐이였지만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지.

 

그저 날 이해해주시는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지원이가 고마울뿐이였지.

 

다음날 영안실에 들어가 마지막으로 시은이를 보았어. 시은이와 마지막 만남이였지.

 

시은이는 웃고 있었어. 금방이라도 장난많던 시은이가 몰래카메라라로 할것같았지. 하지만 시은이는 내 눈앞에 있지만 이 세상에는 없었지.

 

눈물이 나올것 같았지만 나는 웃었어. 시은이와 약속했으니까. 웃기로. 행복하게 살기로.

 

시은이를 운구를 하고 시은이는 화장장에 들어갔어. 시은이와 정말로 마지막이였지.

 

어머님 아버님이 시은이의 마지막을 바라보며 말씀하셨어. “다음 생애에는 꼭 건강한 몸으로 태어나거라.” , “못난 나에게 유일한 행복은 너였단다. 딸아.”

 

다들 한마디씩 하기 시작하고 난 소리쳤어. “시은아. 난 안 울꺼야. 너랑 약속했으니까. 약속했던것처럼 행복하게 웃으면서 살아갈꺼야. 그동안 고마웠어.”

 

화구에는 불이 붙기 시작했어.

 

그렇게 시은이는 내 곁을 떠났어.

 

 

 

 

 

 

길었던 내 글의 마침표가 될것 같네.

 

그동안 내 글을 읽어준 만명가까운 게이들과 많은 조언 아끼지 않은 게이들한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매번 글을 쓰면서 저격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내 이야기 괜히 썼나 후회도 많이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쓰기 정말로 잘한것 같아.

 

게이들의 조언덕분에 지난날을 돌아보지 않고 살아갈 용기를 얻었으니까. 덕분에 망설이던 결혼도 하고.

 

이 글 인기바라고 쓴글이 아닌데 많은 인기를 얻어 불안하기도 하지만 고맙다. 내 이야기 진지하게 봐줘서.

 

이 글이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그 후 내가 어떻게 지냈고 어떻게 결혼을 하게 됬는지 후기 적으려고 해.

 

아직 후기가 남았지만 그동안 긴 글 봐줘서 고맙다 게이들아.

 

그럼 좋은밤.

 

시은이가 세상을 떠나고 나는 내 방에 틀어박혀 살았어. 한루종일 울고 기절하듯 자고, 다시 일어나서 또 울고.
그런 생활을 보름정도 반복하니까 이런생각이 들더라. ‘차라리 나도 시은이 곁을 따라갈까?”
당시제 정신이 아니였던 나는 정신을 차려보니 목을 멜 옷가지들을 묶고있었어.
그제서야 난 정신을 차렸어. 시은이 곁을 따라가는건 그저 회피라는걸. 그리고 만약 내가 죽으면 나처럼 죽고싶을 정도로 슬퍼할 사람들이 곁에 많다는 걸.
내 여동생. 할머니. 형. 어머님. 아버님. 등등 그리고, 지원이.등등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대로 살면 안될 것 같았어. 내게는 아직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남았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내가 슬퍼하는걸 시은이는 싫어할테니까.
나는 방을 나갔어. 집에는 내 여동생이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지. 하긴 2주동안 방안에 있다가 나왔으니.
난 애써 여동생에게 웃으면서 말했어. “배고프다. 밥 먹었어?” 여동생은 고개를 저었고 나는 식탁으로 향했어.
여동생은 날 도운다며 같이 식탁으로 왔고 우리는 같이 요리를 했어. 오랜만에 보는 여동생의 눈은 나처럼 충혈되 있었지.
분명히 여동생도 시은이를 잃어 슬퍼했을텐데 나를 위해 슬픈내색 하지 않고 웃으며 저녁을 만들었어.
우리는 저녁을 만들고 같이 웃으며 밥을 먹었어. 서로 시은이 얘기를 하지 않고. 얘기를 하면 이 즐거운 분위기가 금방 어두워질테니.
밥을 먹고 나는 집밖으로 나갔어. 목적지는 없었어. 그저 걸을 뿐. 내 발은 습관처럼 지원이가 자취하고 있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지.
지하철을 타고 지원이가 자취하고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일이 맞는가 싶었어. 시은이가 죽었으니 자신에게 온다고 생각할것 같아서.
그리고 지원이가 날 다시 받아준다 해도 내가 지원이에게 준 상처는 너무 커서 예전처럼 돌아가긴 힘들것 같았고.
무엇보다 내가 지원이에게 상처를 줄것 같았어. 재수할때 당시 시은이가 곁에 있을때 내가 매일 지원이 생각을 해서 시은이에게 상처를 줬던 것처럼.
그렇지만 이기적이게도 나는 지원이와 헤어지기는 싫었어. 하지만 다시 지원이를 만나면 지원이에게 상처를 줄게 뻔했지.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지원이가 살고 있는 곳에 도착했고 나는 또 한참을 지원이집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며 서성거렸어.
결정을 해야 됬지. 지원이를 위해서 지원이와 헤어져야 할지. 아니면 나를 위해 지원이를 다시 만나야 할 지
마음속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난 핸드폰을 꺼냈고 지원이에게 전화를 걸었어. 통화신호음은 울리고 내 심장은 미칠듯 아프기 시작했지.
얼마지나지 않아 지원이 목소리가 들렸어. “오빠?” 지원이 목소리를 듣자마자 가슴은 메어지고 난 말했어. “집 앞인데 나올수 있어?”
전화는 끊기고 지원이는 즐겨입는 후드티와 무릎이 튀어나온 츄리닝을 입고 문 앞에 나왔어. 그래도. 여전히 지원이는 정말로 예뻤지.
지원이는 내 초췌한 얼굴을 만지며 말했어. “괜찮아?” 자기도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면서 지원이는 여전히 자신보다 내 걱정이 먼저였지.
애써 나오려는 눈물을 참았어. 지원이는 말했어. “방안으로 들어갈까? 아니면 근처 카페에 갈래?”
나는 고개를 저었어. 밝은 곳에 가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것 같은 내 모습이 보일까봐. 그리고 초췌한 지원이 모습을 보면 눈물을 흘릴테니까.
“아니야 여기서 말할께.” 나는 한숨을 크게 쉬었어. 이제 곧 지원이에게 헤어짐의 말을 해야했지.
하지만 ‘헤어지자.’ 그 한마디가 지원이 모습을 보니 나오지 않았어. 헤어지면 지원이를 다시 못보니까. 다시 소중한 사람이 내 곁을 떠나니까.
하지만 헤어지지 않으면 지원이에게 다시 상처를 줄게 뻔했지.
지원이는 내 말을 기다리고 난 아무 말이라도 해야될 것 같았어. 그때 머리속에 담당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내 머리 곁을 지나갔지.
“준아, 너 유학가지 않을래? 영국에 아는 교수가 있는데 좋은 학생 소개시켜달라 해서 널 추천하고 싶은데.”
당시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고 지원이와 한시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아 교수님 제안을 거절했었지만 그때 그 말이 머리속이 지나갔어.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될것 같아 마음이 급했던 나는 나도 모르게 지원이에게 말을 하고 있었어. “나 유학가려고.”
지원이는 유학간다는 나의 말에 별로 놀라지 않아 보였어. 아니, 오히려 안도를 하고 있었어. 지원이는 말했어.
“어디로 가려고?” 영국에 간다는 나의 말에 지원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말했어. “우리 헤어지는거 아니지?”
난 고개를 끄덕였고 지원이는 날 껴안고 말했지. “다행이다. 오빠가 헤어지자고 말할까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나도 지원이를 껴안았어. 그리고 다짐했지. 지원이만은 슬프게 하지 않겠다고. 지원이에게는 시은이처럼 상처를 주지 않겠다고.
그리고 최대한 빨리 석사를 따서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돼서 지원이에게 프로포즈를 하겠다고. 지원이가 죽을때까지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음날부터 나는 고3때처럼 다시 미친듯이 공부를 시작했어. 반년만에 유학준비를 해야됬으니까.
아직 한 학기가 남아 전공과 유학준비를 동시에 해야해서 몸은 힘들었지만 심적으로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어.
시은이의 죽음. 아마 그보다 힘든 일은 아마 내가 죽을때까지 없을테니까.
그리고 내 곁에는 지원이가 있었으니까. 준공부해야할게 많아 따로 지원이와 시간을 내 만나지는 않았지만 지원이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날 곁에서 도와주었어.
매일 점심 저녁마다 직접 요리를 해서 나에게 밥을 먹이고, 힘드지 않냐고 물어보며 날 걱정해주고. 그래서 심적으로는 전혀 힘들지는 않았지.
유학준비도중에 난 영국에서 호주로 진로를 바꾸었어.
6개월만에 옥스브릿지(옥스퍼드, 케임브릿지)를 간다는 게 한계가 있었고 또 영국의 미친 물가를 담당하기에는 돈이 없었으니까
유학간다는 말에 형이 금전적으로 도와준다고는 했지만 더이상 형의 도움을 받기 싫었거든.
그동안 셀수 없을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돈까지 받긴 싫었으니까.  뭐, 후에 결국에는 빌리긴 했지만…
진학할 나라를 바꾸었지만 유학준비는 변한게 없었어. 영국과 호주 모두 영국문화권이라 시험도 거의 동일했거든. IELTS를 기본 베이스로 한다는게 그러하고.
처음에는 캐나다를 가려고 했지만 포기했어. 미국근처에 있으면 시은이가 떠오를테니. 호주는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곳이니 새로 시작하기 좋았고.
그리고 한국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호주도 명문대 많거든. ANU는 세계에서 손뽑을 정도로 명문이고, G8 대부분도 세계명문이라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니까.
취직준비할때 이미 영어를 마스터한 나는 힘들지 않게 IELTS 6.5이상이라는 최소조건을 쉽게 만족했고 난 호주대학원 유학을 확정지었어.
합격이메일을 받고 기쁘긴 기뻤지만, 의대합격할때처럼, 그때 다니고 있는 대학 합격할때처럼 만큼은 기쁘진 않았어. 지원이와 최소 2년간 헤어져야 했으니.
나는 곧장 지원이에게 전화를 걸었고 지원이에게 합격했다고 말했어. 지원이는 당연히 자신 일처럼 기뻐해주었지.
그 날부터 우리는 매일 그동안 못했던 데이트를 했어. 미리 호주에 가서 자리를 잡아야 되서 시간은 많이 있지는 않았기에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지.
그리고 비자, 돈문제 등등 내가 해결해야 될것도 많았기에 데이트마저도 할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하지만 우리는 최대한 많은 시간들을 보내려고 애를 썼어. 앞으로 2년간 보지 못하니까.
물론 내가 군대가는것도 아니라서 서로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겠지만 상황은 그러지 못했거든.
나는 공부에 정신이 없을게 분명하고 지원이는 4학년이 돼서 취직공부에 정신이 없을테니까, 그리고 그 다음해의 지원이는 사회 초년생으로 휴가내기엔 눈치가 많이 보이겠지.
꿈같은 시간이 지나 어느새 호주에 가야할 날이 되고 우리는 인천공항으로 향했어. 택시를 타는동안까지 우리는 서로 대화를 했어.
그동안 우리느 수도 없이 많은 대화를 했지만 언제까지라도 지원이와 얘기할 수 있을것만 같았지.
어느새 우리는 인천공항앞에 있었고 난 표를 발권을 하고 우리는 의자에 앉아 계속 얘기를 했어.
적어도 앞으로 2년간 서로 얼굴을 보고 웃으며 대화할 일은 없을테니까.
야속하게도 시간은 미친듯이 지나고 난 가야할 시간이 되었어. 난 말했지. “이제 가야할것 같아. 지원아.”
내가 그 말을 하니까 그때까지 한 번도 울지 않던 지원이가 울었어. 끝까지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지 내 가슴속에 얼굴을 숨긴채 울었지.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 내 손에 있는 티켓을 찢고 싶었어. 하지만 그럴수 없었어. 지금 헤어져야 내가 지원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니까.
더이상지원이에게 상처를 주기 싫으니까.
지원이는 한참을 울고나서야 눈물을 그쳤고 말했어. “잘 다녀와.” 나는 나오려는 눈물을 참고 웃으며 말했어. “다녀올께.”
난 호주에서 2년간 미친듯이 공부를 했어. 토익도 토플도 잘했던 나지만 전공공부를 영어로 듣는건 차원이 다를 정도로 힘들고 생소한 호주억양이 날 괴롭혔지만
미친듯이 공부를 했어.
자랑은 아니지만 그동안 꽤 많은 여자들이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지만 당연히 거절했어.
데이트 할 시간도 없을뿐더러 곁에 없어도 지원이 하나면 충분했으니까.
쉴때마다 지원이와 화상통화를 했어. 거의 매일 1시간은 화상통화를 했지. 호주의 삶에서 유일한 낙이였지. 다른 유일한 낙이 있다면 디시랑 일베하는거? 그게 유
일한 낙이였던것 같다.
미친듯이 공부를 하니 어느새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고 어느새 호주에서 첫해의 크리스마스 이브가 왔어. 하지만 나는 여느때처럼 공부를 하고 있었지.
외국인 대학원생에게 크리스마스 이브는 그저 12월24일 뿐이니까.
여느때처럼 틀어박혀 공부를 하는데 그날따라 공부가 전혀 되지 않았어. 더워서(호주는 남반구라 겨울과 여름이 반대)이기도 했지만 지원이가 보고싶어서.
그리고 시은이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아서.
크리스마스이브라서 룸메이트들은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바다로 나갔기때문에 집에는 나 혼자였고 너무나 외로웠지.
그날 공부를 포기하고 혼자 시내로 나왔어. 그러고보니 1년 가까운 시간을 호주에서 지냈지만 난 도시구경은 한적이 없었더라.
그때의 나는 그정도로 공부에 간절했었지. 빨리 석사과정을 마무리하고 싶었으니까. 지원이를 보고싶었으니까.
도시는 크리스마스로 사람들이 분주했고 난 커플들 사이에서 너무나 외로워 이벤트 행사중인 팀탐만 한봉다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갔어.
집으로 돌아가니 룸메이트들의 소리로 유난히 떠들석했고 거실로 들어가는데 거기에 낯이 익은 사람이 있었어. 지원이였지.
놀라서 난 팀탐이 든 종이백을 떨어트리고 지원이와 나는 껴안았어. 얼마나 기쁘던지.
장난끼 많은 룸메이트들이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농담을 건넸지만 나는 그 농담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어. 눈앞에 지원이가 있었으니까. 꿈만 같은 일이였지.
지원이에게 말했어. “왜 왔어?” 지원이는 웃으면서 말했지. “취업도 됬고 오빠 보고싶어서 왔어. 방해될까?”
난 고개를 저었고 지원이에게 입을 맞추었지. 룸메이트들이 신경쓰였지만 지원이에게 키스를 하고 싶었어. 뭐, 룸메이트다 보니 서로 바운더리는 있으니까.
나와 지원이는 룸메이트들과 가볍게 한잔을 하고 내 방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사랑을 나누었지. 호텔은 어차피 가득 예약 됬을테고, 룸메이트들도 지금까지 여친이랑 각자 방에서 사랑을 나누었으니까.
다음날 내 기억으로는 토요일. 크리스마스. 우리는 여느 연인들처럼 데이트를 했어.
서울과 달리 호주는 연인들의 애정표현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신경쓰지않고 애정표현을 했지.
학교도 크리스마스 기간동안에는 쉬기때문에 나는 공부의 압박감에서 벗어나서 지원이와 꿈같은 시간을 보냈어.
호주 서부쪽은 가지 않았지만 애들레이드부터 시드니까지 서부 주요 도시는 거의 대부분 돌아다녔고 연휴의 마지막은 울루루에서 보냈지.
예전 군대에서 우리들이 사랑에 불붙었을 무렵, 당시 같이 영화관에서 처음 본 영화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였는데 언젠가 약속했거든.
같이 울루루에 가기로.
울루루에 올라가니 그 영화의 마지막이 떠오르고 괜히 슬퍼지더라. 그 영화의 주인공이 내 모습같아서.
난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병으로 보내고 울루루 정상에서 결혼할 여자가 내 옆에서 날 위로해주고 있었으니까.
눈물이 나올것 같았지만 내 옆의 지원이를 보면서 참았어.
지원이 앞에서 시은이 때문에 울지 않기로 다짐했으니까. 다신 시은이 생각으로 울지 않기로 시은이와 약속했으니까.
에어즈락 구경을 하고 우리는 에어즈락 근처의 리조트에 들어갔어. 나도 지원이도 이제 곧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그날 밤이 우리의 마지막 일정이였지.
우리는 저녁을 먹고 지원이 권유로 근처 산책을 했어. 산책을 하는 동안 지원이 표정이 내내 어두웠어. 전
날까지만 해도 에어즈락 갈 생각에 떨린다며 즐거운 표정을 짓던 지원이였기에 난 말했어.
“지원아 혹시 몸 안좋아? 방에 들어갈까?” 지원이는 고개를 저었고 계속 걸었어. 그리고 벤치에 앉아 말했지. “오빠한테 할 말이 있어.”
어두운 지원이의 표정에 나도 괜히 진지해져서 자리에 앉았어. 지원이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말했지. “나 시은언니 만났었어.”
머리가 멍해졌지. 시은이가 죽은 이후 우리는 시은이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지원이가 시은이를 만났다는 말에 놀라서.
애써 담당한척하고 말했어. “언제?” “작년 X월 X일.” 난 내 귀를 의심했어. 그 날은 시은이가 죽기 하루 전날이였으니까.
난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어. “무슨 말이야. 지원아. 시은이가 한국에 있을때 나 시은이랑 붙어 다녔는데. 착각한거 아니야?”
지원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난 그 날을 돌이켜봤어.
그 날 우리가 부산에 간 날이였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는게 없었어. 하지만 그때 떠올랐지. 시은이가 친척만나러 아침일찍 나갔던 걸.
“오전.” 난 혼잣말 하듯 말했고 지원이는 머리를 끄덕이고 말했어.
“나도 놀랐어. 아침에 시은언니가 내 자취방에 찾아왔으니까. 물어보니.. pc방 오빠한테 물어보고 왔다고 하더라고.”
내 가슴은 미친듯이 먹먹해지고 난 말했어. “시은이가 찾아가서 뭐라 그랬어?” 지원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울었어.
나도 따라 울었지.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거든.
지원이는 한참을 울다가 말했어. “자기 곧 죽을것 같은데 오빠를 잘 부탁한다고. 염치 없지만 오빠를 행복하게 해주라고.”
난 그 말을 듣고 참으려던 눈물을 다시 흘리고 말았어.
지원이는 우는날 껴안고 말했어.
“사실 시은언니가 비밀로 해달라고 그랬어. 언니가 나 만난거. 근데 말하는 이유는 오빠, 내 앞에서 시은언니 때문에 혼자서 아파하는거 나도 가슴아파서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랑 있을때도 시은언니가 떠오르면 울어. 내가 옆에서 위로해줄테니까. 알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지원이를 껴안았어. 그리고 그 날밤 잠을 못자고 혼자 리조트 밖을 나와 또 울었지. 시은이가 너무 보고싶어서. 그리고 너무 미안해서.
나는 시은이가 죽을때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못했으니까. 지원이를 만나기 전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게 쑥쓰러워서.
지원이를 만난 후에는 지원이가 마음에 걸려서.
그리고 다짐했어. 시은이 몫까지 지원이와 행복하게 살겠다고. 그리고 대학원 졸업하고 시은이가 있는곳으로 찾아가기로.
다음날 우리는 시드니공항으로 향했고 지원이를 웃으며 한국으로 보냈어.
마음같아서야 또 한바탕 울고 싶었지만 적어도 앞으로 1년간 못 볼 지원이를 위해 웃으며 보냈지.
다시 난 일상으로 돌아갔고 다시 미친듯이 공부를 시작했어.
내가 공부에 미쳤나 싶을 정도로. 연초에는 시은이의 뒷이야기를 듣고 시은이 생각이 나 힘들었지만 더욱더 매진했어.
1년정도가 지나 나는 석사 졸업논문을 좋은 성적으로 패스했고 졸업만 바라는 상황이 왔지. 그때는 호주의 삶이 익숙해질 즈음 이였어.
좋은 성적으로 졸업을 앞둔 나는 호주 유수 대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지만 나는 한국에 돌아갈 생각밖에 없었어. 지원이를 한시라도 빨리 보고싶었으니까.
그리고 하루 빨리 돈을 많이 벌어 pc방형한테 돈을 갚고 싶었고. 호주에서 생활할때 금전적으로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까.
한국의 스카우트업체에 연락을 했지만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없었어.
2011년 당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때만큼 경제가 침체 돼 있었으니까.
그냥 조건 안보고 한국기업에 입사할까 생각해보았지만 호주기업에서 컨택한 조건과 너무 차이나서 망설일수 밖에 없었어. 연봉이 거의 2배이상 차이났으니까.
그리고 한국의 그 기업도 침체기를 겪고 있어서 미래가 불안하기도 했고. 여동생 대학교 학비도 슬슬 준비 해야 했으니.
졸업은 얼마 남지 않았고 한참을 혼자서 고민하다 지원이에게 연락을 했어.
 그리고 그때 상황을 이야기를 하니 지원이는 자기때문이면 한국 안와도 된다고. 휴가내서 호주 가끔 찾아가겠다고.
그리고 여동생은 자기가 돌볼테니 걱정말라고 위로해주더라. 얼마나 고맙던지.
나는 지원이의 그 말에 난 아무 망설임 없이 호주 기업에 입사하기로 결정했지. 1년간 경험 쌓고 다시 한국 스카우트 업체에 컨택할 생각이였지.
지원이와 떨어져 산지 3년차가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사랑했어. 매일 하루에 한번은 통화를 했고 지원이는 길게 연차를 써서 나를 만나러 호주에 왔어.
회사도 정말 괜찮았지. 우리나라기업과 달리 야근하는경우는 많이 없었고, 업무도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연봉은 말 할 필요도 없고.
그런 삶이 계속되니까 언제부턴가 시은이는 서서히 내 기억에서 사라져가기 시작했어.
가끔 생각이 나긴 했지만 예전처럼 시은이를 떠오르면 가슴이 아플정도는 아니였지. 가끔 시은이 사진을 보면 지난날 좋은 추억만 기억이 날 뿐이였어.
호주에서 직장을 다닌지 2년즈음 됬을때 잠시 잊었던 스카우트업체에서 연락이 왔어. 좋은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는 연락이였지.
연봉은 호주에서 만큼은 아니였지만 꽤 괜찮은 연봉이였어. 기업도 꽤 괜찮은 대기업이였지. 그 소식을 듣고 난 곧장 사직서를 냈어.
난 만 4년만에 한국에 돌아왔어. 4년만에 한국은 많은게 변해있었지. IMF금융위기를 겪은 한국은 G20 의장국이 되여있었고,
내 어리기만한 여동생은 어느새 성인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있었지.
그리고 내 감정도 변해있었어. 시은이 생각에 더이상 가슴 아프지 않다는 것.
4년전 한국을 떠났을때 시은이 생각에 가슴이 터질것만 같았는데.. 더이상 그러지는 않더라.
옛날에 형이 한 말이 맞았었어. 시간이 지날수록 옛사랑은 잊혀져 간다는 것. 그떄까지는 그런 줄 알았지.
많은게 변해있었지만 변하지 않은것도 있었어. 바로 지원이는 여전히 날 사랑하고 있다는 것.
군복무 시절 그저 여동생 같았던 지원이는 날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지.
나와 지원이는 예전처럼 지냈어. 서로 직장인이다보니 만날 시간은 예전처럼 많지만은 않았지만 최대한 많이 만났어.
거의 반동거를 했지. 여동생도 성인이 됬으니 자기 앞가림 할 줄 알았고.
너무 행복했어. 마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처럼. 한국에서 생활하고 6개월이 넘었을 무렵 난 프로포즈를 결심했어.
당시 내 나이는 만 30. 지원이는 만으로 26 둘다 결혼하기에는 이른 나이였지만 지원이와 지금처럼 반동거의 형태가 아니라 하루종일 함께하고 싶었거든.
비싼 다이아 반지를 사고, 프로포즈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어느날 밤 형한테 전화가 왔어. 술 마시자는 전화였지.
마침 프로포즈 계획의 의견을 물을겸 나는 가볍게 술자리로 향했지.
술자리에는 형과 예전 사수형이 있었어. 전에 술자리를 가진 후 가끔 같이 술자리를 하긴 했는데 그 멤버로는 한국에 다시 오고 처음 가지는 술자리였지.
나는 형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우리는 술을 마셨어. 진짜 미친듯이 마셨지. 이렇게 다시 모인게 신기했어.
처음 술자리를 가질때는 형은 첫 사업을 시작한 햇병아리였고, 사수형은 사시준비생, 그리고 나는 군인이였는데 어느새
우리는 큰 사업을 하는 졸부, 그리고 사수형은 로펌 소속 변호사, 그리고 나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되어있었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즐거운 술자리는 형의 급한 사정으로 끝나고, 어느새 술자리에는 나와 사수형밖에 없었어. 좀 어색했지.
전 글에 썼는지 안썼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예전에 내가 지원이와 헤어지고 시은이를 만났을때 형은 날 진짜 미친듯이 싫어했거든.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형도 지원이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것 같았어.
그보다 여동생 같던 지원이가 나와 헤어지고 힘들어 하는걸 보고 날 싫어했던게 더 큰것 같지만.
우리는 어색해진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서로 그동안의 일들을 얘기했어. 난 모든걸 얘기했지.
 pc방형처럼 사수형도 내 모든걸 말해줄수 있는 사람이니까. 당시 조금 어색한 사이였지만
얘기를 하니 어색해진 술자리가 조금이나마 풀린것 같았어. 형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리며 들었으니까. 시은이가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같이 울어주기도 했고.
내 긴 이야기가 끝나고 형은 날 위로해주었어. 그리고 나에게 사과를 했지.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나는 그런 형이 고마웠어. 날 이해해주어서, 그리고 내 곁을 떠나
지 않아서.
내 이야기가 끝나고 어색했던 분위기는 없었던것처럼 술자리의 분위기는 좋았고 서로의 근황을 다 알게 되고 술이 막장으로 다다를 무렵 형은 말했어.
“너 pc방형 어떻게 지내는지 아니?” 그때 나는 그 이야기가 나의 운명을 바꿀줄 몰랐고 난 말했어. “무슨 일 있어?”
사수형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했어. 사업을 하는 형이 사업 일로 인해 많이 힘들어 한다고.
그 말을 듣고 섭섭하기도 하고 힘들더라. 가까운 사람이 또 힘든일을 겪고 있으니까. 그리고 나에게 애기를 하지 않고 혼자서 가슴앓이 하고 있으니까.
즐거운 분위기였던 술자리는 형의 얘기로 파투가 나고 며칠내 계속 고민했어. 금전적으로라도 형을 도와주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결혼자금이 없어지게 될뿐더러
또 형은 안 받을게 뻔하니까.
형은 나에게 피해주는걸 죽기보다 싫어할테니까. 돈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는 당시의 형은 나에게 손을 뻗을만 한데 그런 내색 하나 하지 않는것도 그렇고.
시간은 지나 프로포즈를 하기로 한 레스토랑의 예약일은 다가왔고 그때까지의 나는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어.
마음같아서야 회사를 그만두고 무보수라도 형의 곁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그때의 나는 나 혼자만 인생을 사는게 아니었으니까. 지금도 그렇지만.
형 걱정때문에 속이 쓰려 스테이크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 였지만 나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 했어. 하지만 주머니 속의 반지가 날 힘들게 했지.
어느새 식사는 끝나가고 후식으로 아이스와인을 마시고 있을 무렵 그때까지도 나는 결정을 하지 못했어.
선택은 2가지. 지원이에게 청혼을 하느냐. 회사를 그만두고 형을 도와주느냐.
와인은 다 마셔가고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주머니 속의 반지케이스를 꺼냈어. 지원이는 반지와 나를 번갈아 보며 눈물을 흐르고 있었고 나는 한마디만 하면 됬어.
“나와 결혼해줄래?”
하지만 형 생각에 입술은 떨어지지 않았고 나는 결국 케이스를 닫고 지원이에게 말했어. “지원아. 할 얘기가 있어.”
그리고 난 모든걸 말했어. 형의 그때 당시 힘든사정부터,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리고 지원이를 사랑하지만 형의 사정을 모르는척 결혼을 하면 평생
후회하면서 살아갈것 같다.등등
지원이에게 욕을 먹을 각오 하고 한 말이였지만 지원이는 나에게 욕은 커녕 질타의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고 걱정해 주었지.
그리고 지원이는 말했어. “오빠 우리 첫 데이트때 내가 한 말 기억나?” “무슨 말?” “오빠 영원히 사랑할거지만 그래도 30살 전에는 청혼해줬으면 한다는 말.
 난 아직 30살이 안됬을 뿐더러 오빠가 날 사랑한다는 거 그거 하나면 나는 행복해.” 난 지원이의 말이 너무나 고마웠어. 날 믿어줘서. 날 사랑해줘서.
다음날 나는 아무 미련없이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어. 벌써 2번째 사표.. 후에 다시 입사를 할때 엄청난 불이익이 되겠지만 상관없었어.
형이 힘들어하고 있으니까. 도와줘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거든.
사표가 수리되고 나는 형의 회사를 곧장 찾아갔어. 형은 날 보자 놀란듯이 쳐다봤고 난 말했어. “회사 잘렸는데 취직시켜줘.” 형은 날 보며 그저 고맙다고 울었고
형의 울음을 처음보는 난 당황했지.
나는 그 날부터 진짜 미친듯 일했어. 전 회사도 전전 회사도 미친듯 일했다고 생각했지만 더 미친듯이 일했지.
데이 트레이더 였던 나는 한순간에 제3 아니 거의 제4금융업의 회사원이 되었지만 거의 밑바닥이였던 회사가 하루하루 회생해 나가는걸 보니까 그래도 행복했어.
주위사람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지만 지원이도 어머님, 아버님도 날 믿으셨기때문에 난 주위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일했지.
그렇게 나와 직원들이 힘을 합쳐 1년 가까이 회사 회생을 위해 미친듯이 일하자 겨우 회사는 정상궤도로 올라갔고 그제서야 나는 겨우 쉬면서 일할수 있었어.
돈도 꽤 많이 벌게 됬지. 오프더 레코드 지만 제3금융업. 영업이 잘되기만 하면 돈 진짜 많이 벌거든. 어중간한 데이 트레이더 보다.
 인사이더로 돈 버는 양아치 만큼은 아니겠지만.
회사가 안정궤도에 들어서자 나는 그제서야 휴가를 냈어 일주일 정도. 형도 날 보내주었지. 그동안 연중무휴로 일했으니까.
그 일주일의 골든위크동안 난 다시 지원이에게 프로포즈를 하기로 결심했고 난 내 책상위의 반지를 다시 꺼냈어. 먼지가 많이 쌓여있었지.
휴가동안 지원이에게 프로포즈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 동안 전화가 울렸어. 웬지 불길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전화를 받았고 불길한 마음은 맞았어.
시은이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였지.
시은이 어머님과 난 가끔식 연락을 주고 받았기 때문에 충격이 너무나 컸고 난 그 전화를 받고 형에게 사정을 말해 일주일의 휴가를 당겨쓰게 됬지.
난 곧장 ESTA를 신청을 하고 다음날 밤비행기를 타고 나는 곧장 미국으로 갔어. 나도 충격이 컸지만 나보다 아버님이 걱정 됬지.
몇년사이에 딸과 아내가 죽었으니 감히 내가 상상이 안될만큼 상심이 크실테니.
비행기는 미국에 도착했고 나는 시은이의 집으로 향했어. 공항에서 시은이 집 근처로 향하는 길. 5년이 지났건만 그 길이 하나하나 생생히 기억났어.
미국 특유의 큰 가로수들. 얼핏 나는 치즈냄새. 대형 프렌차이즈점들. 조깅하는 미국인들. 내 기억과 크게 변한게 없었지.
다만 변한게 있다면 시은이가 없는 미국이라는 점이겠지. 그리고 시은이의 죽음에 익숙한 나라는 사실과.
한참을 달려서야 나는 장례식장에 도착했어. 이미 그 곳은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지. 한인들로만 가득 찬 줄 알았지만 꽤 많은 외국인들도 가득차있었어.
아버님은 날 알아보시고 껴안으셨고 나도 아버님을 껴안고 위로해드렸어. 무섭기만 했던 아버님은 많이 추췌하셨지. 머리에는 흰머리가 가득했고.
장례식의 마지막 날. 어머님의 인생을 담은 슬라이드쇼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라는 곡과 진행되고 장례식치곤 꽤 밝은 분위기였던 장례식은 한순간
에 울음바다가 되었어.
나는 울음을 참으려 노력했어. 하지만 슬라이드쇼에 시은이 모습이 보이자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지.
지난 몇년간 나는 시은이를 잊었다고 생각했건만 아니였어. 나는 시은이를 피하고 있었어. 시은이의 사진 한 장 보지도 않고, 시은이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
고.
그래놓고 나는 시은이를 잊었다고 생각한 거였어. 잊은게 아니라 피했으면서.
슬라이드쇼에는 시은이와 어머님의 사진으로 한동안 계속되고 나와 시은이 그리고 어머님 아버님의 사진으로 마무리 되었어.
가슴이 너무나 아팠어. 시은이를 보내고 나는 어머님을 찾아뵈러 오지 않았으니까. 겉으로는 바쁘다고 핑계를 댔지만 어머님을 보면 시은이 생각에 가슴아플것
같아서 가지 않았던 거였던 거였어..
어머님은 진심으로 날 걱정해 주셨는데. 아들같이 생각해 주셨는데.
장례식이 끝나고 나는 그 날 밤비행기가 예약되있었지만 나는 비행기시간을 미루고 나는 아버님과 같이 집으로 향했어.
집은 변한게 없었어. 구형의 브라운관 TV도 그대로 였고 차고의 포드자동차도 그대로였지만 다른게 있다면 더이상 시은이의 향기가 나지 않았지.
우리는 같이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식사를 했어. 예전에는 같이 밥먹는게 어색했지만 서로 나이가 먹어서인지 어색한 분위기는 없었지.
오히려 아버님은 곧 결혼을 한다는 나의 말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셨어. 너무나 감사했지.
식사를 마치고 아버님은 소파에 앉아 오래된 TV를 보고 있으셨고 나는 2충의 시은이 방으로 향했어. 삐덕거리는 계단소리가 날 5년전으로 되돌린것 같았어.
계단을 올라 시은이 방앞에 선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방안으로 들어갔어.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건만 내 기억속의 시은이 방 그대로였어.
책상위에 있던 나와 시은이가 웃고 있는 사진도. 핑크색의 침대도. 책장속에 가득한 소설책과 DVD들. 야련히 배여있는 시은이의 향기조차도.
그때로부터 5년이 지나 나는 어느새 30살이 넘어있었고 꽤 능력이 있는 직장인이였지만 시은이를 사랑하는 마음.
그 마음은 그대로였어. 15살의 소년이였던 그때처럼.
나는 그대로 꿇어앉아 울고 말았지.
다음날 나는 아버님과 같이 아침을 먹고 빠듯한 비행시간에 나갈 채비를 했어. 아버님은 괜찮다는 날 공항까지 데려다 주시고 아버님은 날 크게 껴안아 주셨어.
앞으로 혼자 사실 아버님이 걱정 되서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아버님은 그런 내 마음을 아시는지 말씀하셨어. 난 괜찮으니 넌 네 삶을 살아라 그게 나와 시은이를
위한 길이다.
그리고 선물이라고 비행기 타는 동안 보라며 나에게 큰 박스 하나를 주셨어. 난 그 선물을 받고 인사를 올리고 공항으로 향했지.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박스의 포장을 풀고 싶었지만 난 참았어. 지금 보면 안될것 같아서.
비행기 탑승 수속이 시작되고 나는 자리에 앉았어. 비행기가 이륙하고 안정궤도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나는 박스의 포장을 풀었지.
박스를 열자 이상하게도 시은이 향기가 났어. 그리고 난 울고 말았지. 박스안에는 시은이와 나의 사진이 있는 앨범이 있었어.
앨범의 사진을 한장한장 보다보니 눈물은 그치지 않았어. CA가 괜찮냐고 물어볼정도니 말 다했지 뭐.
익숙하지만 그리운 사진 한장 한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사진은 끝이 났어.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 시은이와의 추억은 끝났으니까. 다시는 사진이 아닌 시은이를 볼 수 없으니까.
눈물은 그치고 다시 사진을 보는데 뭔가 이상한 마음이 들었어. 왠지 나도 모르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앨범의 마지막 장을 폈는데 처음보는 사진이 있었어. 공원에서 나와 시은이가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는 사진.
전의 사진과 다르게 화질이 좋았고 전의 사진보다 우리는 현저히 나이가 먹은 모습이였어.
 누가 찍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호스피스병동 공원에서의 사진이였지.
사진속의 우리는 사진기를 신경쓰지 않은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서로 너무나 행복하게 웃고있었어. 마치 세상을 가진 사람처럼.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진 뒷페이지를 보았고 그곳에는 익숙한 서체의 한 단어가 쓰여져 있었어. ‘고마워.’

P.S
올해 초.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지원이에게 프로포즈를 했고 지원이는 승낙을 했어. 그리고 지금 신혼 1년차.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
그리고 올해. 예쁜 아기가 태어날 예정이야. 그래서 지금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중이지.
내 이야기에 나왔던 지인들의 현재 근황을 궁금해 하는 게이들이 많던데 간단히 적을께.
사수형은 지금 법조인으로 활약하고 있어. 물론 아직도 연락하고. 서로 유부남이라 만나기는 쉽진 않지만.
PC방 형은 지금 회사를 정리하고 꽤 큰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독신남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어. 물론 당연히 나랑 연락하고 지내고.
내 여동생은 지금 대학교 4학년 졸업반이야. 가끔 티격태격하긴 하지만 친하게 지내고 있어. 할머니는 아직 정정하시고.
시은이 아버님은 이번에 한국 들어오시고 잘 살고 계셔. 나와 가끔 연락하고 지내지. 장인 장모님은 전역하시고 서로 알콩달콩 지내시고 계셔.
나는 형의 회사에서 나와서 다시 기업에 입사해서 잘 지내고 있어. 격변하는 세계 정세때문에 야근 하기 일수지만 지원이와 행복하게 지내고 있지.
그리고… 드라마화는 무기한 연기 됬어.
아무래도 ‘일베’라는 사이트에서 글이 연재된게 위에서 많이 걸리나봐. KBS게이의 예로 그렇고 일베라는 사이트가 사회에서 악으로 규정되고 있네.
나야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 이라는 스탠스였지만, 드라마화를 기다렸던 게이들한테 실망을 안겨준것 같아 미안하다.
아마 영화화도 안될것 같아. ‘일베’라는 뒷배경이 있는 한 투자자가 없을 거라네.
나는 아쉽긴 하지만 괜찮아. 어차피 이 글 게이들 의견을 들으려고 쓰기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이런 사랑도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썼으니까.
얼마나 많은 게이들이 이 글을 봤는지 모르겠지만 그저 내 글로 인해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그걸로 족해.
이제 내 글은 여기서 끝나지만 앞으로 행복하게 지낼 예정이야. 그동안 지원이 마음고생 시켰으니 행복하게 만들어 줘야지.
그리고 시은이도 내가 행복하길 바랄테고.
그동안 긴 글 봐줘서 고맙고 게이들도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