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4분의1 가격…1000원짜리 커피의 경제학

커피

‘Small size 1,000원, Big size 1,500원’

한 대학 앞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메리카노 커피 가격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커피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등 가격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스타벅스 커피 중 한국의 가격이 가장 비싸다(평균 4,100원)는 통계는 이제 놀랄 일이 아니다. (스타벅스의 고향인 뉴욕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평균 2,477원) 한국 소비자들의 ‘과시형 소비’ 때문에 다른 국가들에 비해 유난히 한국의 커피 가격이 비싸게 책정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그러나 이곳은 전문가들의 해석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 가게가 위치한 상권의 거의 모든 카페에서 아메리카노가 1,000~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몇몇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도 자리하고 있었지만 지나다니는 사람 중 브랜드커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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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카페 / 사진=김벼울

지 모양(25)은 저렴한 커피를 자주 사 마신다. 그는 “싸니까 매일 사 먹어도 부담이 없다”며 “잘하는 곳은 비싼 프랜차이즈에 비해 맛도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하루에 2~3잔 정도의 커피를 마신다는 서 모양(25)은 “습관처럼 먹는다. 학교 앞에서 자주 마시다 보니 오히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가면 놀랍다. 학교에 오지 않을 때는 커피 마시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곳 상권의 주 소비층은 20대 여대생들이다. 이들 10명 중 7~8명은 프랜차이즈보다 천원 커피를 선호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중 2명은 커피를 거의 소비하지 않거나, 장소가 필요한 팀플을 위해 공간이 넓은 프랜차이즈를 찾는 경우였으며, 1~2명 정도만이 브랜드 커피를 선호하였다. 박 모양(23)은 싼 가격에 품질이 우려된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지금보다 값이 오르면 굳이 사 먹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coffee

대학가 카페 가격 비교 / 사진=김벼울

우리에겐 치킨게임이다

학교 앞 가게들의 친절한 가격은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듯하다. 반면, 천원 커피를 파는 사장님들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 골목 상권에 들어온 지 1년 7개월째 접어들고 있는 황정현 씨(24)는 1,700원의 저가에 커피를 판매해왔다. 그러나 줄어드는 매출에 가격을 더 낮춰야 하나 고려하고 있었다. 그는 “학교 올라오는 길목에 있는 A 가게나 요즘 저가로 뜨고 있는 C 업체가 새롭게 생기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학기 중에도 겨우 월급을 가져가는 정도인데, 방학이 되어 더욱 매출이 떨어질 것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초기투자비용이 높은 프랜차이즈를 피해 개인카페를 차렸다는 황씨는 심해져만 가는 가격경쟁 때문에 걱정이 많다며 “그동안 품질을 유지하고 싶어서 고가의 원두를 고집해왔지만, 이제는 원두 (품질)를 낮추더라도 가격을 더 내려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에서 장사를 했던 김 모씨(38)는 만약 누군가 이곳에서 커피장사를 시작한다고 하면 뜯어 말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소비자들과 공급자들이 각자 원하는 커피 가격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좀 더 값싼 커피를 원하는 반면, 공급자들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은 판매량이 문제다. 값을 내려도 많이 팔 수 있다면 괜찮다. 그러나 대부분 커피를 파는 사람들은 수익이 날 만큼의 판매량에 도달하지 못한다”며 “하나 팔면 얼마 남는다 이런 개념이 아니다. 임대료, 인건비, 관리비 등이 있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넘고 나서 수익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만큼의 손익분기점을 꾸준히 넘는 가게는 얼마 없다. 그러니 자꾸 가게가 바뀌는 것. 내 가게의 경우 월매출 대비 고정비용이 1,800만원을 웃돌았다.”고 말했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가격을 올려 수익을 내거나, 가격을 확 낮춰 판매량을 늘리면 된다. 그러나 이처럼 경쟁이 과열된 곳에선 둘 다 좋은 해법이 되지 않는다. 경쟁자가 많기 때문이다. 가격을 높이면 경쟁력이 없고, 가격을 낮추는 만큼 많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 떠밀려서 가격을 낮추는 꼴이다. 좋은 해법은 공급자들이 줄어서 적정가격을 받으면서 적정 판매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는 “치킨게임이다. (프랜차이즈에 비해) 개인 카페가 특별히 더 가격이 낮을 수 있는 이유는 없다. 그것이 가능해서 낮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제는 저가 프랜차이즈까지….?

최근에는 가격차별화에 성공한 이디야를 벤치마킹한 저가 프랜차이즈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싼 가격을 경쟁력으로 박리다매하는 전략을 세우고 경쟁적으로 점포를 늘려나가고 있다. 빽다방의 경우 아메리카노 가격이 1,500원으로 업계에서 최저가격을 내세우고 있던 이디야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그런데 이곳은 백종원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까지 결합되면서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 이렇게 브랜드이미지까지 갖춘 저가프랜차이즈마저 이 골목 상권에 치고 들어오기 시작한다면 그나마 인지도를 쌓았던 가게들까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아주 충성도 있는 고객이 아닌 이상, 같은 가격에 신뢰도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그러나 대안이 없다. 나야 이전 경력이 있으니까 회사에 취직이라도 할 수 있지, 평범한 자영업자들은…..” 하며 말 끝을 흐렸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창업 3년 후 생존률은 40.5%에 불과하고, 5년 후는 29.6%까지 떨어진다. 창업자들 중 고령창업자가 늘고 있고, 늘어나는 자영업자의 수만큼 폐업률도 50대 이상에서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들은 재취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을 낮추려면 원가를 줄이든 위생 등등에 신경을 줄이든 해야한다. 이것이 인간적인 상황인가? 그래도 학생들 입장은 이해한다. 당장 내주머니에 돈이 없으니까…”

이 기사는 한경닷컴 스내커 대학생 기자단이 직접 취재해 작성한 것입니다.

김벼울 한경닷컴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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